[규쫑] 그래도 나랑만 해

[가비지타임/규쫑] 그래도 나랑만 해 - 6

규쫑 by 썬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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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괄호] 안의 대사는 영어 대화입니다.

 

종수가 눈을 번쩍 떴다. 또 그 악몽이었다. 그래도 어제는 이규가 옆에 있기라도 하더니, 오늘은 현관에서 저를 빤히 보기만 하던 그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몇번을 꿔도 기분이 더러운 꿈이라, 종수는 괜히 떫게 느껴지는 입안을 훑었다. 눈앞에는 깜깜한 천장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지금의 제 곁에는 진짜 이규가 있어, 종수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종수가 베개 따위는 대충 뒤로 치워버리고는 자는 이규의 품을 파고들었다. 이규의 팔을 가져와 벤 뒤 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그의 팔을 제 위에 얹기까지 했다. 이규가 잠결에도 꿈틀대며 편한 자리를 만들어줬다. 제 몸을 감싸는 뜨끈한 체온에 울렁대던 속이 서서히 진정이 되어가는 듯했다.

귓가에는 이규의 느릿한 심장 박동 소리가 들렸다. 종수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자고 일어나도 바뀌는 현실 같은 건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도 없었다. 이규 덕에 간신히 든 잠은 악몽으로 깨 버렸고, 전날 계획했던 프러포즈는 대차게 망했다는 것 사실만이 종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종수는 여기에서 주저앉아 있을 수 없었다. 겨우 이따위 것에 굴복할 수 없었다. 세상이 방해한다면 종수는 그 세상을 뛰어넘어야 했다. 보란 듯이 승리를 쟁취해 내야만 했다. 미인을 손에 넣기 위해선 이 정도의 고난과 역경은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렇게라도 생각해야 했다. 이규를 포기한다는 선택지는 없었으니 당연했다.

그래도 좀처럼 가시지 않는 울분이 있어서, 종수는 이규의 품에 고개를 박고 속으로 잔뜩 투덜댔다.

다시 생각해도 진짜 열받는 상황이었다. 그 자식은 언제부터 계획했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은 올해도 아닌 작년부터 엄청나게 꼼꼼하게 계획해 온 프러포즈였다.

셔츠도 그냥 가져온 게 아니었다. 그냥 흰 셔츠를 입고 가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엄마에게 자문을 구했다.

제가 없는 동안 서로 쇼핑메이트가 되었다더니, 엄마는 이규의 취향을 진짜 잘 알았다. 제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이는데도 ─셔츠 깃 컷팅이 어떻고, 소매가 어떻고 같은 설명을 듣긴 했는데 종수에겐 여전히 어려운 분야였다─ ‘규야는 너한테 이거 입히고 싶어 할 걸?’하는 말에 사 온 셔츠는 역시 이규의 취향에 잘 들어맞았다. 어머님이 사주신 거야? 하고 자신을 둘러보더니 잘 어울려. 예쁘다. 하고 웃으며 입 맞춰주던 이규야말로 얼마나 예뻤던가. 시작이 좋다고 생각했다. 종수는 그때까지만 해도 이 프러포즈가 순탄할 줄로만 알았다.

레스토랑도 열심히 알아봤기에 더했다. 제 부탁을 받아 매주 레스토랑을 방문해야 하던 동료 커플이 너 진짜 걔 좋아하는구나. 하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유난이라는 말도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규한테는 언제나 제일 좋은 걸 해주고 싶었다. 힘닿는 데까지 어떻게든 해내서, 마음도 가득 담기는 건 물론이거니와 누가 봐도 좋다고 할만한 걸 안겨주고 싶었다. 그러니 그 정도의 노력은 당연했다.

그래서 더 화가 났다. 그 녀석이 상대에 대한 배려도 없이 식당 한가운데서 그런 일을 저질러 버린 것도 최악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 그랬다. 자신은 일부러 창가 쪽 구석으로 예약까지 했는데, 그런 치기 어린놈한테 선수를 빼앗긴 게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분했다. 반지도 못 꺼내봐서 더욱더 그랬다. 그 자식은 반지가 하나뿐이겠지만, 자신은 세 개나 준비했기에 더 억울했다.

그 뒤에 이어서 하려는 생각도 안 해본 건 아니었지만, 이미 분위기는 다 깨졌고, 한다 해도 이상하게 그 새끼를 따라 하는 느낌이 들어 불쾌하기만 해서, 종수는 그 모든 마음을 애써 꾸깃꾸깃하게 접어 넣고는 그 위로 와인이나 잔뜩 때려 넣어야 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울렁이는 감정들이 모두 넘쳐버릴 것만 같아 어쩔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이규에게 최고로 좋은 걸 안겨주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너무 속상하고 짜증이 났다.

심지어 그걸로 또 잔뜩 걱정을 시켜버린 것 같았다. 어째 이번 여행 내내 이규의 마음을 무겁게 만든 것 같아 종수는 입안이 썼다.

종수가 어두운 방 안에서도 눈을 뜨고 이규를 바라봤다. 어둠에 익숙한 시야에 곱게 눈을 감고 있는 이규가 보였다. 얌전하게 자는 모습이 또 예뻐서, 종수가 고개를 살짝 비틀어 그의 입술에 제 입술을 포갰다. 이규의 느린 숨결이 느껴졌다. 그 미세한 바람에 얼굴이 간지러웠다.

종수가 입술을 떼고는 또 괜히 울컥하는 마음을 삼켰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눈물이 많아진 것만 같았다. 속이 복잡했다.

이규야 늘 좋지만, 제 이런 상황을 몰라주는 이규가 원망스럽고, 그런데도 그와 함께 있을 때 느끼는 평화가 소중하고, 혹시라도 프러포즈가 거절당했을 때를 상상하게 돼 두렵기까지 했다.

종수는 이렇게 다채로운 감정이 버거웠다. 종수의 세상은 좋음과 싫음이 대체로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이규와 농구와 부모님은 개중에서도 좋음의 극단에 있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규를 생각하면 좋음과 싫음이 함께 쏟아졌다. 그가 싫다는 게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 낸 엉망인 상황을 그가 걱정하는 게 싫었다. 이규가 제 상황을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도, 또 간혹 그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또 싫었다. 꼭 애먼 사람을 붙잡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만 같았다. 그게 참 못났다는 걸 종수도 알긴 했다. 그래서 뭔가를 하려면 할수록 더 망치기만 하는 것 같은 제 모습을 더더욱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럴 때마다 종수는 울고 싶어졌다. 애새끼 같대도 뭐라 대꾸할 수도 없었다. 저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농구만 잘하고 아무것도 못 하는 놈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뭐든 다 잘하는 이규와 결혼을 하려면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는 걱정이 돼서 겁도 덜컥 났다. 이규는 저를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이대로 가다가는 사랑받지 못하는 남편이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규.”

종수가 조용히 이규를 불렀다. 이규는 잠결에도 그 작은 목소리를 어떻게 들었는지 종수를 꽉 끌어안아 왔다. 종수가 다시 이규의 품에 얼굴을 묻고는, 불안하게 쿵쿵대는 심장이 진정되기까지 아주 오래 그의 냄새를 들이켰다.

이규에게 몽땅 두고 와 버린 평화를 그렇게 하면 누릴 수 있다는 듯이, 종수는 그렇게 한참을 코가 뭉개지도록 그를 안고 있었다.

* * *

“종수.”

이규는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종수의 옆에 걸터앉아 그의 머리를 살살 쓸어 넘겼다. 고개를 내려 볼에 입술을 부볐더니, 깨기는커녕 이불 안으로 꾸물꾸물 파고들기까지 했다. 어젯밤 잠결에 느낀 뒤척임은 진짜였던 것 같았다. 이규가 이불 안으로 파고들어 뒤에서 종수를 껴안았다.

“종수. 아침인데.”

“으응…….”

졸음이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이규가 종수의 목덜미며 귓가에 입술을 부비며 속삭였다.

“오늘은 나가지 말까?”

“…….”

거기에도 색색대는 숨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종수는 여전히 잠에 취해있는 듯했다. 이규가 종수의 목덜미에 코를 박은 채로 중얼거렸다.

“어제 얼마나 못 잔 거야…….”

한숨이 절로 새어 나왔다. 속이 상했다. 제가 옆에 있는데도 종수가 힘들어했다. 그게 이규를 참 씁쓸하게 했다.

그런데도 품 안의 체온은 수면 중이라 평소보다도 조금 더 따끈하고, 코를 박은 목덜미에서는 여전히 포근한 냄새가 나서, 제 마음은 고작 그것만으로도 안정이 됐다. 뒤의 일정을 모두 미룬대도 조금만 더 이러고 있고 싶기까지 했다.

이규가 코끝이 뭉개지도록 종수의 목덜미에 얼굴을 부비며 생각했다. 마침 오늘 아침은 준비 시간이 썩 오래 걸리지는 않는 메뉴였다. 전날 잘 마시지도 못하는 와인을 잔뜩 마신 종수의 숙취가 심할 게 분명해서, 이규는 아침에 일어나 라면이나 콩나물, 파, 새우 같은 걸 잔뜩 사 온 참이었다. 레몬도 사왔으니 후식으로는 그걸 썰어 꿀이라도 타 주면 괜찮겠지 싶었다.

종수가 잘 때는 반쯤 충동적으로 내뱉은 말이었지만, 오늘은 역시 숙소에서 내내 종수나 예뻐해 주고 있으면 딱일 것 같았다. 종수도 좋아해 주지 않을까, 그런 바람을 품으며, 이규도 스르륵 잠에 빠져들었다. 색색대는 숨소리가 박자를 맞춰 침대 위를 고요하게 메웠다.

* * *

종수는 또 눈을 번쩍 떴다. 다행히 눈앞이 밝았다. 뒤에서는 익숙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종수가 배 위로 감긴 손 위에 제 손을 겹쳤다.

“……이규.”

잔뜩 갈라진 목소리가 나왔다. 이규가 종수를 안은 손에 더 힘을 줘 끌어당겼다. 우으웅……. 앓는 소리가 목뒤에서 들렸다. 종수가 낮게 웃고는 뒤를 돌았다. 자신을 깨우러 온 이규가 짧은 잠에 드는 건 종종 있는 일이었다. 오늘이 그런 날인 모양이었다. 종수가 목을 큼큼 가다듬고는 이규를 다시 불렀다.

“규.”

이규가 눈을 감은 채로 종수를 더 끌어안았다. 그새 잠긴 목에서 낮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종수.”

“응.”

종수가 이규에게 안기며 답했다. 이규가 종수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종수가 다시 나른하게 눈을 감았다. 이규가 교대라도 하듯 눈을 뜨고는 종수의 복슬복슬한 머리를 내려다봤다.

“머리 안 아파?”

“조금…….”

이규가 이번에는 종수의 눈 옆을 아프지 않게 꾹꾹 누르듯 문질렀다. 두통이 올 때마다 관자놀이를 누르는 종수를 알고 있는 탓이었다. 그 손길이 마음에 들었는지 종수가 노곤하게 풀어지는 얼굴을 했다. 이규가 낮게 웃으며 종수의 눈꼬리에 입을 맞추고는 말했다.

“라면 끓여 먹자.”

“좋아.”

이규가 이번에는 종수의 이마에 입술을 부비고는 속삭였다.

“먹고 나서는 숙소에 내내 있을까?”

“…….”

“응? 숙취도 있고 하니까. 숙소에서 둘이 놀까?”

아주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종수가 어제 밤새 세운 계획을 철폐하고 싶어질 정도였다.

“응?”

이규가 다시 한번 조르듯 굴었다. 하지만 종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오늘도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기회를 노려야 했다. 숙소에 있다면 내내 이규와 붙어있을 테니,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오늘 가야 하는 데 있어.”

“응?”

의아한 목소리가 곧바로 튀어나왔다. 이규는 전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분명 이규가 아는 일정으로는 오늘 점심쯤 샌프란시스코에만 있다는 유명한 버거집을 갔다가, 공원을 좀 둘러보고 오는 아주 간단한─원래 종수의 계획은 프러포즈 성공 후 이규와 진탕 뒹구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규의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거라 느낄만한─일정이었다.

“저녁에. 식당 예약 해뒀어.”

“으응? 언제?”

종수가 슬쩍 눈치를 보고는 답했다.

“……어제 잠이 안 와서.”

이규는 종수가 그 때문에 잠을 자지 못했다는 사실을 단박에 알아챘으나, 튀어나오려는 잔소리를 애써 목뒤로 넘겼다. 어제 레스토랑에서 속상해한 종수가 생각나서였다. 역시 공들여 준비한 데이트 코스에서 좋은 분위기를 다른 커플에게 빼앗긴 게 억울했던 모양이었다. 그런 거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이규는 대략 결론을 내린 뒤, 다시 종수의 머리칼을 살살 넘기며 물었다.

“밤에 예약이 됐어?”

“자리 나서 온라인 부킹으로 했어.”

여전히 부드러운 손길에 종수가 안심이라도 한 듯 나른하게 답했다. 이규는 뭐라고 더 할 수 있는 말이 없어 종수의 풀어진 눈가에 다시 입술이나 부볐다.

종수가 잠을 설친 건 여전히 속상했다. 하지만 종수가 하루 이틀 정도 잠을 잘 자지 못한 걸로 건강에 바로 타격이 올 만큼 허약한 애도 아니었고, 이걸로 종수가 기분이 상했던 이유를 어느 정도 알아차린 데다가, 이번에야말로 좋은 기억으로 그걸 덮어주면 되겠다 싶어 안심되기도 했다. 새로운 식당 방문으로 종수의 마음이 풀린다면, 그걸로 괜찮았다. 식당 즘이야 몇 번이고 더 함께 가줄 수 있었다.

* * *

하지만 인생은 참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조금 늦었지만 아침으로 라면을 먹은 것까지는 좋았다. 이규는 라면 하나도 잘 끓이는 만점짜리 애인이기 때문이었다. 종수는 매번 똑같이 끓이는 것 같은데도 왜 이규가 한 것과 제가 한 것은 이렇게까지 맛이 다른지 알 수가 없었다. 이규가 사랑이 들어가서 그렇지~ 하고 웃어도 여전히 납득이 안 갔다. 자신은 그럼 뭐, 요리에 사랑을 안 넣는단 말인가? 종수는 잠시 씩씩댈 뻔하다가도, 역시 입안으로 들어오는 라면 맛이 끝내줘서 그 마음을 접었다. 괜히 해준다고 설치지 말고, 잘해주는 애한테 맡기자는 생각을 다시 견고히 한 채였다.

식사 후 이규가 만들어 준 레몬차까지 마시고 나니 확실히 메슥거리던 속이 풀렸다. 따스한 햇살도 기분 좋았다. 그러니 또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종수는 전날의 분노를 잊고 이규의 곁에 기대앉아 제법 고롱대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외출하려고 보니 입을 옷이 마땅찮았다. 어제 입었던 셔츠를 또 입을 수는 없었다. 종수는 격식 있는 옷을 한 벌만 준비해 온 과거의 자신을 저주하다가, 다행히 카라 티셔츠를 발견해서 그걸 냉큼 입었다. 이규랑 같이 샀던 옷이라 나란히 입으니 커플룩 같아 보이는 점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다행히도 날씨는 맑았고, 공기는 상쾌했다.

다만 숙소에서 노닥이다 햄버거를 먹으러 가는 길에 종수는 껌을 밟았고, 사들인 탄산수가 터졌으며, 나올 때쯤 확인한 종수의 핸드폰은 어젯밤 내내 들여다본 후 케이블이 제대로 안 꽂힌 탓인지 배터리가 간당간당했다.

집을 나선 후로는 되는 일이 없었단 소리였다.

종수는 이규가 제 눈치를 보는 게 싫어 필사적으로 기분을 컨트롤 하려고 노력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큼직큼직한 계획도 모두 틀어졌는데 자질구레한 것들까지 신경을 긁어대니 버틸 재간이 없었다.

심지어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햄버거집에서는 주문이 잘못 들어가기도 했다. 다행히 금방 새로운 음식이 나왔지만, 이쯤 되니 종수는 기분이 땅에 처박히다 못해 저 깊은 곳까지 파고드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해서는 될 프러포즈도 안 되겠다 싶었다. 이규 말대로 숙소에서 놀다가 저녁에서나 시간에 맞춰 나올걸, 하는 후회도 됐다.

이런 열받는 기분 같은 건 이규의 따끈한 몸을 품에 꽉 차게 끌어안고, 짧은 낮잠을 잔 후에, 시답잖은 이야기들을 속삭이다 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사람이 많은 밖에서는 아무것도 못 했다. 껴안기를 못 하는데 뽀뽀 같은 게 될 리가 없었다. 뽀뽀가 안 되는데 이규의 입안을 마음에 찰 정도로 헤집고, 그의 몸을 만지는 게 될 리도 없었다. 종수는 프러포즈가 실패할 가능성은 요만큼도 생각하지 못한 채, 대충 남들이 많이 가는 유명한 버거집을 일정에다 넣어둔 과거의 자신에게 또 박박 화가 났다. 이규가 패티의 맛에 감탄하지 않았다면 종수는 아마 화를 참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규는 이규였고, 자신은 자신이었다. 종수도 이규를 따라 버거를 베어 물었지만, 이미 버거의 맛 같은 건 중요하지도 않았고 느껴지지도 않았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 가기로 했던 공원에 이규랑 나란히 누워있고 싶었다. 종수가 먹는 속도를 조금 더 올렸다. 이규가 뚱한 얼굴로 버거를 우적우적 씹는 종수에게 천천히 먹으라며 콜라를 내밀었다. 종수는 그것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래도 탄산이라도 들어가니 좀 나은 것 같았다. 하아. 종수에게서 긴 숨이 새어 나왔다. 이규가 종수의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고, 그걸 낼름 핥으며 말했다.

“누가 쫓아와?”

“……흥.”

“천천히 먹어.”

이규는 제 맘도 모르고 또 애 취급이나 해 댔다. 종수가 시선을 슬쩍 돌린 채 또 버거를 욱여넣었다.

그 순간, 시야 끝에 웬 운동화가 나타났다. 종수가 흘긋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누가 봐도 앳된 얼굴의 남자애가 입을 거의 틀어막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종수의 씹는 속도가 조금 느려졌다.

[너, 초이 맞지?]

눈이 마주친 남자애가 너무 들뜬 목소리로 묻길래, 종수도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 너 우승 경기할 때 보러 갔었어. 오, 내가 여기서 너를 다 만나다니.]

아, 응. 고마워. 종수가 먹던 걸 삼키고는 작게 답했다. 남자애는 허둥지둥 대더니 가방을 풀고는 아이패드를 꺼냈다.

[괜찮으면 싸인 해줄 수 있어?]

종수가 물티슈에 손을 닦고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 화색이 된 남자애가 가방에서 매직을 꺼내고, 아이패드의 케이스를 벗겨 함께 내밀었다.

[여기.]

[……진짜 여기?]

종수가 매직 뚜껑을 열고는 한 번 더 물었다. 싸인이야 어디 받아가든 자유였지만, 케이스도 끼우지 않은 아이패드에 싸인을 하는 건 종수도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응. 진짜 여기.]

하지만 본인이 원한다고 하니 뭐라 더 할 말도 없었다. 종수가 아이패드를 둘 곳을 찾는 것 같아 보이자, 이규가 잽싸게 앞의 쟁반을 정리해 줬다. 종수가 자연스레 빈 곳에 자리를 잡고는 남자애를 바라봤다.

[이름이 뭐야?]

[John.]

To. John이라고 쓴 종수가 능숙하게 싸인을 한 뒤, 아이패드와 매직을 건넸다. 남자애는 고맙다는 말을 연신 하며 아이패드를 품에 안더니, 이규의 정체를 물어왔다.

[옆에 사람은 누구야?]

종수도 이규를 돌아봤다. 곧바로 떠오른 대답은 ‘이규’였으나, 그렇게 말해봤자 얘가 알아들을 턱이 없었다. 그렇다면 뭐라고 해야 할까. 남자친구? 아니면 남편? 아니면 아내? 마음은 wife로 기울어 있었지만, 무난한 건 역시 boyfriend려나 생각하는 사이, 골똘히 생각에 빠진 종수를 보던 이규가 냉큼 대답했다.

[친구.]

[오. 친구야? 한국에서 같이 놀러 왔어?]

친구? 남자친구 말고 그냥 친구? 종수가 고개를 휙 돌려 이규를 쳐다봤다. 이규는 종수의 반응은 알아채지 못한 채 대충 알아들은 영어로 더듬더듬 답을 했다.

[어. 응. 한국에서 왔지.]

오오. 호응한 존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너도 농구해?]

[응.]

[오. 한국 농구 선수야?]

[응. 한국 리그.]

갑자기 하게 된 영어에 이규가 도움의 눈빛을 보내는 게 빤히 보이는데도, 종수는 여전히 ‘친구’라는 단어가 주는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궁금하다. 이름이 뭔데?]

[이규.]

[리 규?]

어색한 발음에 이규가 한 번 더 설명했다.

[이름이 규. 성이 리.]

[아. 오케. 찾아볼게.]

다행히 이쯤에서 대화를 끝내 줄 모양인지, 존은 종수에게 마무리 인사를 건넸다.

[고마워. 안녕.]

[어. 잘 가.]

[응. 안녕.]

존은 금세 식당을 벗어났다. 이규는 그 뒷모습에 내내 손 인사를 해주며 지켜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종수를 바라봤다.

“와, 종수. 이렇게 싸인 받아 가는 사람 좀 있어?”

누가 들어도 들뜬 목소리였지만, 종수는 지금 그런 이규를 받아줄 수가 없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왜 왔던가. 이규와 결혼을 하려고 온 거였다. 그런데 이규는 자신을 아직도 친구 사이라고 말했다.

이전 대화를 아무리 곱씹어도 바뀌는 건 없었다. 이규가 정의한 둘의 관계는 친구였다. 아주 미미한 이성이 당연히 그게 아닐 거라고, 멋모르는 애 앞이라 그냥 친구라고 얘기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듯했지만, 넘치듯 쌓인 종수의 불안과 짜증에 모두 가로막혔다. 종수의 눈이 금세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친구 같은 건 19살 여름에 그만두기로 했는데도. 친구 말고 애인으로 그 오랜 기간을 함께 보내왔는데도. 심지어 자신은 그다음 단계인 남편까지 생각하고 있는데도, 이규에게 자신은 여전히 친구라는 비중이 가장 크게 차지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식간에 감정이 흘러넘쳤다. 애인으로 지내온 세월이 친구로 지내온 시간을 훌쩍 넘었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그렇게 생각하면 프러포즈를 준비하고 결혼을 준비하는데 제가 들인 노력은 다 뭐란 말인지, 샌프란시스코까지 날아와서 자신은 대체 뭘 하는 건지. 속상했다. 서러웠다. 안절부절하고 억울한 마음을 하나하나 다 따져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이건 이규가 모르는 일이고, 몰라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식으로 들킬 수는 없다는 생각에 종수는 그 말들을 삼키는데 사력을 다했다. 하지만 결국 모든 걸 참아낼 수는 없었다. 그러기에는 종수의 마음은 이미 금이 가서 쩍쩍 갈라져 있었고, 그 사이로 채 갈무리하지 못한 감정들이 줄줄 새어 나오고 있었다.

“너랑 내가 친구야?”

종수의 입에서 결국 허탈한 듯한 한마디가 삐져나왔다. 힘이 쭉 빠진 것만 같은 말소리에 이규가 당황한 것도 당연했다.

“응?”

종수도 이규의 얼빠진 반응을 똑똑히 봤다. 그의 상태를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걸 이해해 줄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종수가 감당해야 할 감정의 양이 너무 거대했다.

종수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런데도 속이 진정되기는커녕 속에 꾹꾹 눌러둔 불씨에 단숨에 불이 확 붙은 것만 같았다. 속이 너무 뜨거웠다. 몸속이 활활 타는 게 분명했다. 그게 아니고서는 목구멍에서 이렇게 뜨거운 게 욱 치밀어 오르지는 않을 터였다. 심지어 거기서 연기가 나는 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또 코끝이 맵기까지 했다. 이제는 눈알까지 욱신거렸다.

진짜 등신 같은 짓을 저지른 것 같았고, 지금 실시간으로 그걸 갱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도 입을 멈출 수 없었다.

“우리가 친구 사이냐고.”

갑자기 사나운 기세로 따지고 드는 종수에게 이규가 얼떨떨하게 답했다.

“친구도… 맞긴 하지?”

“…….”

이규가 거듭 답을 했음에도 종수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이규는 이 상황이 뭔지 도통 이해가 가지를 않았다.

오늘 하루가 종수에게는 좀 너무하긴 했다. 이규도 이해했다. 따지자면 어젯밤부터, 아니 그 전날……. 사실은 이곳에 온 첫날부터 종수의 기분은 이규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롤러코스터를 타 댔다. 거기다 종수는 이틀 연속으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것도 뻔했다. 잠을 자지 못하면 사람은 쉽사리 예민해지기 마련이고, 그렇다면 사소한 것에도 더 짜증이 나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종수는 그걸 부단히도 참았다. 오늘 하루를 망치고 싶어 하지 않는 게 분명해 보였다. 그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라 이규도 열심히 모르는 척 장단을 맞췄다. 식사 후엔 공원에 갈 테니 그곳에 드러누워서 노닥이거나, 아니면 숙소에 빨리 들어가서 품에 안고 보듬어 버릴까, 하는 선택지도 만들어뒀다. 일단 밥부터 먹이고 뭐든 할 생각이었다. 이규도 종수의 기분에는 어느 정도 대비를 하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 포인트는 정말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직전의 상황에서는 종수의 기분을 상하게 할만한 요소를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햄버거가 잘못 나온 게 역시 문제인가? 그럴 리는 없었다. 진짜 열받은 종수는 ‘흥.’ 같은 귀여운 소리는 들려주지 않았다. 그 뒤에 발생한 사건이라고는 아이패드에 싸인을 받아 간 게 다였다.

그래도 농구를 좋아하는 게 뻔히 보이는 청소년이 싸인을 요청하는 건 충분히 기분 좋은 이벤트이지 않나……?

이규는 여전히 의아했다. 이 상태로 이규가 할 수 있는 건 종수를 한 번 더 불러보는 것밖에는 없었다.

“종수?”

“…….”

하지만 종수는 여전히 대꾸가 없었다. 이규가 조금 전의 대화를 다시 되새겼다. 싸인을 잘해주던 종수가 언제부터 말이 없어졌냐고 하면, 확실히 존이라는 남자애가 자신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부터였다. 종수는 그 질문에 대답을 한참을 망설였었다. 이규는 종수가 곤란해하는 것 같아 중간에 나서서 답을 했을 뿐이었다.

……설마 친구라고 해서 그런 건가?

희미한 의심이 고개를 들었지만, 멋모르는 애한테 우리는 애인 사이라고 다짜고짜 티엠아이를 남발하기도 그랬다. 종수가 괜한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게 신경이 쓰여서이기도 했다. 이규는 그 나이대의 남자애들이 동성연애에 대해 우호적이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대답이 틀린 것도 아니지 않았나? 자신은 언제나 종수의 친구이자, 연인이고, 또 가족이 되어주고 싶었으니까.

“친구도 맞고, 애인도 맞지 않아?”

하지만 이규가 덧붙인 한마디에 턱 끝까지 차올라 찰랑이던 혼란이 드디어 종수의 위로 왈칵 쏟아졌다. 종수는 졸지에 그 말도 안 되는 감정들을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뒤집어쓴 꼴이 되어버렸다.

기분이 더러웠다. 그것 말고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자신도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하지 못할 감정들이 한데 뒤섞인 건 지나치게 질척했고, 무거웠으며, 또 불쾌했다. 꼭 시커먼 원유나 타르가 쏟아져 내린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게 뭔지 고민하는 것도 잠시, 그것들은 단숨에 가장 익숙하게 여기는 감정이 되어 종수를 집어삼켰다. 뱃속에서만 이글대던 분노가 전신을 태우듯 타오르는 건 순식간이었다.

뚝.

종수는 그 열기에 제 이성이 끊기는 소리를 들은 것만 같았다. 내내 꾹 다물려 있던 입이 절로 열렸다.

“…다며.”

“응?”

종수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탓에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하겠다며.”

그 말을 제대로 잘 알아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으면서도, 소란스러운 실내 탓인지 종수의 말이 정말 잘 들리지 않아서, 이규가 조심스레 종수를 불렀다.

“한 번만 더 말해주면 안 돼?”

“……색시 해주겠다며!!!”

종수가 결국 테이블을 쾅 박차고 일어났다. 새빨개진 얼굴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종수야?”

종수가 저를 따라서 어정쩡하게 반쯤 일어선 이규를 매섭게 노려봤다.

바보.

멍청이.

나빠.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만이 가득했다. 그런데 이렇게 구는 제가 못났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게 맞기도 했다. 이규는 지금 날벼락을 맞은 기분일 터였고, 그게 맞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더 이상 뭔가를 참아낼 수 없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숨이 가빴다. 4쿼터를 내리뛴 게 아닌데도 그랬다. 뇌랑 심장이 따로 노는 것만 같았다. 종수는 어쩔 줄 모르는 제 상태 또 입술을 콰득 깨물었다.

“종수, 잠시만.”

지금 이규 옆에 있다가는 진짜 마음에도 없는 말들을 잔뜩 쏟아부을 것 같아서, 그의 탓이 아닌 걸 머리로는 아는데도 그에게 다 책임을 전가할 것만 같아서, 종수는 결국 몸을 돌렸다.

비겁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종수는 빠른 걸음으로 가게를 박차고 나섰다. 그리고 금세 정처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의 앞을 벗어나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았다.

* * *

 

이규는 팔을 뻗은 채로 멍하니 종수가 나간 문을 바라봤다.

지금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색시? 색시가 왜? 그것보다 지금 종수가 이대로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게 맞는 건지, 상황 파악이 잘 안됐다. 종수의 버튼을 제가 또 눌러버린 건 알겠는데, 그게 뭔지 정말 짐작도 가지 않았다.

아니, 아니었다.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었다. 이대로 종수를 내버려 둘 순 없었다. 이규는 금세 정신을 차리고, 먹다 남은 음식들을 빠르게 정리한 뒤 곧장 가게를 나왔다. 당연히 종수에게 전화를 하면서였다. 하지만 신호음은 가는데도 기다리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사람이 가득한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종수를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하필이면 보폭도 큰 애인이라 더 그랬다.

그래도 8년은 산 곳인데 위험한 데를 가지는 않겠다 싶다가도, 여러모로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 이규는 그 주위를 뱅글뱅글 돌고, 가기로 했던 공원까지 찾아가 봤다가, 혹시나, 진짜 혹시나 해 이전에 종수가 살던 집 주변도 둘러보고, 종수가 예약해 둔 레스토랑에 가서도 하염없이 앉아 그를 기다렸다.

하지만 예약 시간이 지나도, 리스트 오더 시간이 되어도 종수는 오지 않았다. 이규는 그때까지 아무런 주문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겨우 애피타이저를 하나 시키고, ─술이 미친 듯이 고팠지만, 혹시나 종수를 데리러 가려면 운전을 해야했다─ 결국 손에 대지도 않은 채 식당을 나서야 했다. 힘없이 나가는 모습에 웨이터가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딱히 뭐라 대꾸할 힘이 없어서, 이규는 그저 어색하게 웃어 보인 채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오는 길에도 연락은 여전히 없었다.

도착한 숙소에도 종수는 역시나 없었다.

이규는 허탈한 마음에 현관에 가방을 툭 떨구고는,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점심부터 자신에게 벌어진 일 중에, 아니, 샌프란시스코에 떨어진 이후로 종수와 저 사이에 벌어진 일 중에 이해가 가는 게 하나도 없어서 눈앞이 깜깜하기만 했다.

* * *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삐 소리 후 음성 사서함으로…….’

이규는 또다시 들리는 안내 메시지에 통화 종료를 누르고는, 핸드폰을 소파 위로 아무렇게나 던졌다.

손을 들어 얼굴을 쓸어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대체, 어디서부터, 이 모든 게 잘못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렇게 구는 종수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기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었다. 치안이 좋은 동네가 아니었고, 총기 소지도 되는 동네였다. 체격이 아무리 좋아도 총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고, 또 동양인의 체구는 서양인보다는 그리 크지 못하기도 했다. 심지어 주차된 차들도 창문을 깨고 털어가는 일이 허다하다고 소리가 공공연했으며, 대낮에 마약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갱들이 많으니 밤에는 특히 더 위험하다고 했다. 이 모든 걸 알려준 게 종수였다.

그런데 그런 애가 지금 연락이 안 되고 있었다. 중간부터 전화기가 꺼져있었던 걸 보면, 안 그래도 배터리가 간당간당하던 핸드폰이 꺼진 것일거라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겠지만, 마음은 한없이 불안하기만 했다.

그래도 여기서 8년은 넘게 산 애인데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면 경찰서가 아닌 대사관에 전화해야 했다. 이규는 대사관 전화번호를 띄운 채 또 고민했다. 사실 한번 걸었다가 끊기도 했다. 종수가 나중에 곤란해할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 한국의 유명 농구 선수가 미국에서 실종되었다는 신고가 있었다, 같은 해프닝은 대중들이 딱 좋아할 만한 수준의 자극적인 찌라시였기 때문이었다.

이규는 필사적으로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종수의 말대로 걱정이 과한 탓에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도 있었다. 냉정하게 생각하자면, 여기가 한국이라고만 생각한다면,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었다. 종수는 가끔 열이 받으면 이렇게 어디론가 뛰쳐나가 다음날 돌아오곤 했다. 그사이에는 연락이 안 되는 것도 당연했다.

이규는 아직도 종수가 처음 뛰쳐나간 후의 불안과 초조를 기억했다. 하지만 종수는 불같은 성정을 지닌 사람이었다. 평소에 좀 맹하고 무던한 편이 있다고 해서, 그 애 안의 널뛰는 감정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이규도 그걸 알고 있었기에 종수는 감정을 정리하는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애써 납득했다. 이건 종수가 결국 제 곁으로 돌아오리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부릴 수 있는 일종의 만용이기도 했다.

이규는 그럴 때마다 제 불안은 스스로 잘 갈무리한 채, 제가 없는 곳에서 하룻밤 사이에 술이며 불면 따위로 꼬질꼬질해진 종수를 데려다 어떻게 보듬을지를 생각했다. 돌아온 종수에게는 맛있는 걸 먹이고 재운 뒤, 차분하게 가라앉은 그의 감정을 마주하면 됐다. 다행히도 돌아온 종수는 제 품에 안겨서는 제법 선선히 속마음을 꺼내 보여주곤 했다. 그게 이규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종수의 감정 폭발 알고리즘 같은 건, 평생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이규 자신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를 더 많이 알게 됐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한번 돌파당한 루트는 다음에 더 잘 막아낼 수 있는 것처럼, 다음에는 좀 더 조심할 수가 있었다. 조금 더 상대를 배려해 행동할 수 있었다. 서로가 마음이 상할 일을 줄여나갈 수 있었다.

이규는 그거면 됐다고 생각했었다. 제가 종수를 아무리 좋아해도, 또 종수가 자신을 아무리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서로 타인인 이상 상대의 마음을 온전히 알아차릴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렇다면 서로를 더 알아가면 됐다. 서로가 예민한 부분이 무엇인지,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너는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왜 그 순간에 그렇게 행동했는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둘 사이가 탄탄해지는 게 느껴졌다. 이규는 자신과 종수는 이걸 꽤 잘해 나가는 연인관계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아닌 것 같았다. 이규는 처음으로 그간 지내온 세월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

그게 다 착각이었다면? 저는 종수를 많이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종수도 그럴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우리는 그래도 대화를 하면 뭔가가 해결되는 관계라고 믿어왔는데, 사실 그게 아니었다면? 종수는 뭔가를 마음에 꾹꾹 담아놓고 있었는데, 저 혼자 바보처럼 애인의 속이 곪아가는 것도 모르고 평화롭게 그 행복을 누리고 있었다면? 정말 그런 거였다면?

이규는 그럴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하는 것만으로도 속이 상했다. 이미 종수가 힘든지 모른 채로, 끙끙 앓게 했던 전적이 있어 더 그랬다.

이규는 던져놓은 핸드폰을 가지고 와 또 한참을 만지작댔다. 종수가 보고 싶고, 그가 걱정돼서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이규가 종수가 하듯 입술을 짓씹었다.

다시 냉정하게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따지고 보자면 종수에게는 제2의 고향 같은 느낌일지도 몰랐다. 그러니 자신과는 다르게 한국처럼 편하게 거리를 누빌 거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역시 또, 순식간에 속에서 울화가 치밀었다. 다시 생각해도 말없이 연락이 두절되었다 나타나는 건 한국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심지어 그때는 서로 다른 곳에서 자취하던 때였으니, 어련히 잘 들어갔을까, 하고 좋게 좋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정 걱정이 된다면 택시를 타고서 그의 집까지 달려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미국이었다. 종수의 자취방 같은 건 역시나 이미 정리된 지 오래였고, 둘이 묵을 곳은 이규가 지금 있는 이곳이 다였다. 역시 이곳에서도 10년도 더 전의 한국에서처럼 구는 종수의 속을 알 수가 없었다.

이규의 생각이 또다시 샌프란시스코 여행의 시작점으로 되돌아가는 것도 당연했다. 이규가 몇 번째일지 모를 기억 되짚기를 또 시작했다.

길을 가다 갑자기 울컥했던 종수가 분명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느 정도 이해를 했다. 종수는 힘든 걸 잘 모르는 애였으니까, 2년 뒤에 다시 온 샌프란시스코에서 묘한 감회가 들 법도 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어떻게 잘 해결이 되었다고 느꼈다. 다시 생각해도 그랬다. 자신에게 귀엽다는 말을 퍼부은 종수는 그 뒤로 묘하게 기분이 좋아 보이더니, 집에 와서 밥을 먹고 노닥이다 이야기할 때까지도 별다른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그날은 그렇게 서로 마음속 깊은 곳을 조금씩 열어 내보이고, 따뜻하고 포근하게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잠에 들었다. 그쯤이면 제법 순조로운 여행 첫날이었다.

문제는 그다음 날부터였다. 둘째 날도 아침까지는 괜찮았다. 종수는 마음이 편할수록 어리광을 부리는 타입이었다. 심지어 그날 아침에는 웬일인지 모르게 정말 별 어리광을 다 부렸더랬다. 그게 귀여우면 귀여웠지, 귀찮거나 성가신 건 당연히 아니었다. 종수도 기분이 좋아 보여서 자신도 절로 기분이 들뜨기까지 했었다.

이상함을 느낀 건 확실히 시청에서부터였다. 정확히 말해서, 결혼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종수의 눈동자가 그렇게 정처 없이 흔들리는 건 거의 처음 보는 것만 같았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종수를 연신 불러댔는데, 그게 들리는 것 같지도 않았다. 왜 그러냐고 묻는 말에도 답이 없었다. 전날 망설임이 가득한 대답이나마 들려준 것과는 너무 다른 행보였다. 종수는 답 대신 입을 꾹 다문 채로 생각을 정리하는 듯해 보였다.

지금에서야 문득 종수에게 ‘우리도 결혼할까?’ 같은 말을 해야 했나,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규는 이내 그 선택지를 접었다. 불가능한 일을 해주겠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지키지 못할 말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규는 종수에게 달도 별도 따다 주고 싶다고 말하는 애인이긴 했지만, 결혼과 별 따주기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전자는 하지 않는다면 기만이 되는 부류의 말이었고, 후자는 모두가 불가능하다 여기지만 그만큼 너를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관용적 표현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규는 종수와 자신이 이미 사실혼 관계라고 생각했다. 둘 다 한국인 남성이라 혼인신고 같은 건 불가능하겠지만, 법적인 것 외의 것들은 모두 해줄 수 있었다. 이규는 이미 평생 신혼 같은 동거 생활을 종수가 누릴 수 있게 해주리라 마음먹은 지 오래였다. 신혼집을 구하기 전부터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니 가능하지도 않은 표면적 관계에 신경 쓰느라 종수에게 소홀해지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제 생각이 어떻든 간에 이규는 그날 밤의 악몽은 시청에서의 일이 원인인 게 확실하다 느꼈다. 종수는 그게 아닌 것처럼 굴었지만, 이규는 제 눈을 속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종수는 조금이라도 불안해지면 어김없이 악몽을 꿨다. 그걸 가장 오래,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게 바로 이규 자신이었다.

그래서 이규는 가능만 하다면 밤마다 찾아오는 악몽을 막아주고 싶었다. 재워주는 걸로는 마음에 차지 않았다. 그 불청객을 막아주는 문지기가 되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풋내기 고등학생일 시절에도, 어느 정도 자랐다고 생각하는 지금도, 그 역할을 썩 훌륭하게 해내지는 못하는 것만 같았다.

입안이 썼다. 더 해주고 싶은데 더 해주지 못하는 현실이 속상했다. 종수를 위해 따스한 집을 꾸미고, 요리를 배우고, 살림을 익혀도 자신은 여전히 그가 잠에 들지 못하거나 악몽이라도 꾸면 절절매는 어린애일 뿐이었다. 다른 걸 다 할 수 있게 된 것 같은데도, 정작 가장 중요한 걸 해내지 못하니 답답하기만 했다.

“하아…….”

묵직한 한숨이 너른 공간에 볼품 없이 내려앉았다. 그래도 동거를 시작한 뒤로는 종수가 부쩍 안정돼 보여서 마음이 적잖이 놓였었는데, 지금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여행을 온 지 고작 4일 차만에 이렇게 속절없이 사라져 버릴 거라면, 그 전의 것들이 허상이라도 이규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

종수와의 연애는 좋았다. 하지만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일 터였다. 사귀는 것부터가 순탄치 못했고, 종수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는 그간 하지 않았던 6년 치의 싸움이 뭐야, 그 이후의 10년 치 싸움까지 몽땅 다 끌어다 한 것만 같다고 느꼈었다.

자신은 친구라는 위치에 있는 종수는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지만, 애인인 종수의 마음은 요만큼도 모르는 무지렁이였다. 최종수라는 애인은 정말이지 섬세하고, 손이 많이 갔으며, 감정 기복이 심한 데다, 왜 그러는지 말을 안─사실은 못 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나중에 깨닫긴 했다─하는 애인이었다. 하지만 그게 싫냐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니었다.

애인이 된 종수는 친구일 때보다 스무 배는 더 종잡을 수 없었지만, 오백 배쯤 더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러니 다시 친구만 하는 사이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자신은 이미 저에게만 보여주는 종수의 모습에 흠뻑 빠져버린 후였다. 그렇기에 이규는 그 시간 동안 종수에 관한 새로운 데이터를 쌓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고, 그건 들인 정성만큼 제법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는 또 어땠나. 종수가 미국으로 떠난 뒤에는 무려 8년이 넘는 시간을 장거리 연애로 쏟아부었다. 자신이나 종수는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사실 승대가 내내 떠들던 ‘징글맞다’라는 말도 이해가 갔다. 자신도 종수만 아니었다면 8년 동안 태평양을 건너야 하는 장거리 연애 따위는 할 생각도 없었을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장거리 연애가 제법 순탄해서 그 오랜 시간을 견뎠나 싶을 법도 했지만, 그사이에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웬 말도 안 되는 스캔들이 터져서 미국까지 날아가야 하기도 했고, 종수가 크게 앓기도 했으며, 이규는 한국에서 부모님이 주선한 맞선자리를 내내 거절해야 하기도 했다. 종수와의 연애를 인정받기 위해 몰래 고군분투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고생들은 종수가 제 옆에 돌아와 함께 동거하자마자 모두 괜찮았던 것이 되었다. 이규는 진심으로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종수는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이곳 샌프란시스코에 온 후 고작 며칠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시시때때로 이규를 덮쳐왔다.

끙끙 앓을 만큼 힘든 종수를 못 알아차린 못난 애인. 의도치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런 애인을 두고 스캔들이나 터져버린 부덕한 애인. 정작 종수네 부모님께는 잔뜩 귀염을 받고 있으면서도 제 부모님께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던 부족한 애인. 그게 다 자신인 것만 같았다.

특히 어제가 최고점이었다. 오후 일정까지는 순조롭게 진행이 되는 듯하더니 레스토랑 이후로는 진짜 최악이었다. 종수가 너무 혼란스러워 보여 자신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있으려 노력하긴 했지만, 사실 어떻게 숙소까지 돌아왔는지, 이규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

당연했다. 그날의 종수는 단언컨대, 이규의 인생에서 가장 종잡을 수 없는 모습만을 보여줬다. 식사 도중 남의 프러포즈를 하는 걸 보고 그렇게 당황할 건 뭐란 말인가. 금세 울 것 같은 얼굴을 해놓고서는, 잘 마시지도 않는 와인을 시켜 쉬지도 않고 들이킬 건 또 뭐란 말인가. 계산 후 나온 주차장에서 한참을 제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꼼지락댈 건 또 뭐란 말인가. 그렇게까지 사람 마음을 들쑤셔 놓고, 오는 길에는 곯아떨어진 데다가, 열심히 생각해 묻는 말엔 답도 해주지 않을 건 또 뭐란 말인가! 말도 안 되게 미심쩍게 구는 건 덤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속이 상했고, 오늘의 사건도 어제의 연장선인 것만 같아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이규가 다시금 제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겨우 품에 안아 재웠다 싶었더니 그것도 아니었다. 악몽을 꿨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이규는 높은 확률로 종수가 악몽을 꿨을 것이라 짐작했다.

‘너만 있으면 다 돼.’

그 말은 역시 거짓이었다. 적어도 제가 느끼기엔 그랬다. 종수의 마음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규 자신에게 있어서, 제 존재 하나만으로 뭔가 다 되는 건 없었다.

이규가 크게 숨을 골랐다. 감정이 너무 격해졌다. 이성적으로는 지금 제가 땅굴을 파고 있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사랑 앞에서 이성 같은 걸 챙길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게 당연하지 않나 싶기도 했다. 하물며 종수만 있다면 눈앞의 사랑에 집중이라도 할 텐데, 종수가 없으니 계속 헛생각만 하는 것 같았다. 온몸에 힘이 쫙 빠지는 느낌이었다.

종수가 없는 자신은 이렇게도 나약했다. 역시 자신은 종수가 있어야 같이 힘을 낼 수 있었다. 혼자서는 안됐다. 속상함에 이제는 눈물이 찔끔 났는데, 눈물을 짜낼 만큼 잘한 게 없어서 이규는 애써 눈가를 꾹꾹 눌렀다.

문득 라커룸에서 들었던 연인 간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던 앱이 떠올랐다. 그거라도 깔아둘 걸 그랬다 싶었다. 그때는 분명 너무 집착하는 것 같다고 꺼려했는데, 제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싶었다. 종수를 가둬두고 싶은 건 아니었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알아야 한다는 것도 아니었지만, 이렇게까지 사람 속을 타게 할 거면, 그런 대비 장치라도 하나 보험으로 두고 싶었다.

시골에서 강아지를 키우거나 마당에서 고양이들 밥을 챙겨주는 사람들이, 왜 걔네 목에 위치추적기를 다는지 이규는 이제야 비로소, 진심으로 그 마음을 이해했다. 그리고 아무래도 좋으니 돌아와 주기만 했으면 하는 마음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이규가 소파에 몸을 늘어뜨리고 눈을 감은 채로 다시 땅이 꺼지라 한숨을 쉬었다.

푹푹 내쉬는 한숨 사이로 진동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들릴 리 없는 소리였, 아니, 잠시만. 진동 소리? 이규가 눈을 번쩍 뜨고는 몸을 일으켰다. 곧바로 핸드폰을 낚아챘다.

‘자기♥’

그렇게 기다리던 종수의 연락이었다. 이규가 떨리는 손을 겨우 부여잡고 전화를 받았다.

“종수야?”

[후기]

안녕하세요! 썬칩입니다!

쓰고 싶은 부분에 드디어 도달했습니다!!!👏👏👏 굉장히 기쁘네요! !!ㅋㅋㅋ

쫑수는 열심히 준비를 했으나 어쩌다보니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했고, 결국 이렇게 빵터지게 되어서...... 진짜 말도 안되는 엉망진창 에피소드가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ㅡ^ !! 우리 는 친구사이라는 말도 평소라면 흥칫뿡(ㅋ) 하고 넘길 말이었겠지만 예민하기 그지 없는 지금의 쫑수에게는 버겁게 다가왔겠지요...! 감정은 그런식으로 폭발하는 것 같더라고요ㅎㅎ

며칠 간 쫑수의 상태에 대해 애써 모르는 척 하고 기다려주던 이규는ㅋㅋㅠ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 같겠지만... 본인의 혹시나하는 추측이 다 맞는 말이었다는 건 나아아중에 가서야 깨달을 수 있겠죠 후후 저도 아직 쓰지 않은 다음 편이 기대가 됩니다...! (?)

이규 폰에 저장된 ‘자기♥’는 이규의 스캔들 이후 쫑수가 직접 바꿔준 걸 몇년 째 그대로 쓰구 있답니다 ^ㅡ^ 종수 폰에는 아마 ‘규’라고 저장되어있었을 건데, 자기 손으로 하트를 붙여준 뒤에는 슬그머니 규 뒤에도 하트를 달았을 것 같다는 게... 쫑수의 귀여운 점이라고 생각하여요...!!

본격적인 우당탕탕의 서막이 올랐습니다만, 짜릿한! 엔딩을 오늘도 약속드리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상 댓글도 남겨주시면 기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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