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딧괴담/번역] 우리 증조할머니 시대 때 만들어진 다챠를 샀는데, 지하실에 이상한 게 있어 (1)
레딧괴담풍 샤샤 모브 입장에서 서술됨
[레딧괴담/번역] 우리 증조할머니 시대 때 만들어진 다챠를 샀는데, 지하실에 이상한 게 있어 (2)
[레딧괴담/번역] 우리 증조할머니 시대 때 만들어진 다챠를 샀는데, 지하실에 이상한 게 있어 (3)
[레딧괴담/번역] 우리 증조할머니 시대 때 만들어진 다챠를 샀는데, 지하실에 이상한 게 있어 (4) 完
일단 들어가기 전에 밝혀 두자면, 나는 절반은 우크라이나인이야. 소련 사람이던 우리 아버지는 약 25년쯤 전에 미국으로 유학을 왔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그대로 이곳에 정착했지. 우리 엄마랑 결혼하고 나서 시민권을 얻었고 말이야. 그리고 우리 엄만 완전히 미국 사람이야. 아이오와 출신이지. 그 덕에 우리 가족도 전부 여기 살고 있어. 볼거라곤 옥수수밭이랑 농장밖에 없는 재미없는 동네지만. 너희도 알걸? 완전 지루하다고. 그래서였을지도 몰라. 우리 형제가 매년 방학이면 비행기를 14시간이나 타고 가야 하는 할머니 댁에서의 여름 휴가를 손꼽아 기다리곤 했던 건 말이야.
그래, 그 빌어먹을 여름 휴가 말이야. 진짜 문제는 그거야. 정확히는 내 생각엔 우리가 그 여름 휴가를 보낼 이 다챠에 문제가 좀 있는 것 같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봐 설명하자면, 다챠는 러시아식 별장 같은 거야. 이번에 우리 큰삼촌이 오데사 외곽에 있는 걸 하나 새로 사셨거든. 참고로 오데사는 우리 할머니 댁이 있는 도시야. 흑해를 끼고 있는 멋진 곳이지. 휴양지로도 딱 좋고. 삼촌네가 새로 샀다는 다챠는 거의 제정 러시아 시대쯤에 만들어진 것 같았는데, 엄청 크고 고풍스럽게 생겼어. 아마 어떤 귀족이 쓰던 것 같아. 탐험할 곳도 무지 많아 보였고, 게다가 바로 옆 근처에는 커다란 강이 흐르고 있어서 낚시를 하거나 배를 탈 수도 있고, 조금만 더 가면 바다가 금방이라 우리 형제 모두 거기서 보낼 여름 휴가를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었지.
거기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은지는 얼마 안 됐어. 한 일주일 쯤. 우리 형제는 나흘 전에 이 다챠에 왔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 나흘 내내 이상한 현상에 내내 계속 시달렸어. 그 원인이 이 빌어먹을 별장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채 삼 일이 걸리지 않았지.
뭐가 있는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 무슨 폴터가이스트라던가, 유령 같은 말도 안 되는 게 있을지도 몰라. 어쩌면 악마가 들렸거나. 확실한 건 난 이 빌어먹을 별장이 진짜로 싫어. 완전 끔찍해.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어.
내내 돌아가겠다고 아빠한테 말했지만, 아빠는 그 다챠는 멋지기만 한데 뭐 어떠냐는 투야. 당연히 그렇겠지. 할머니 댁에서 할머니랑 삼촌들이랑 같이 머무르고 있으니까. 아빠도 하룻밤만 여기 와서 자 보면 뭐가 문제인지 바로 깨달을걸.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려고 애썼고 우리가 발견한 증거들(밑에서 자세히 설명할게)에 대해서도 말했지만, 착각이거나 소품 같은 거일거래. 아빠 말로는, 우리가 평소에 이상한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를 너무 많이 봐서 생각도 이상하게 한다는 거야.
대체 어디서부터 문제가 시작된 건지 잘 모르겠어. 이 다챠에 처음 온 날 나랑 내 동생은 엄청 흥분해 있었어. 방이 무지하게 많고, 다락방도 몇 개나 되는 것 같았고, 벙커 같은 것도 있어 보였고(엄청 옛날에 만들어진 지하실을 좀 개조한 것 같아), 지하로 통하는 문도 몇 개 찾아냈지. 우리는 강에서 낚시를 하거나 수영을 하기 전에 먼저 이 집을 전부 모조리 탐험해보자고 약속했어. 평범한 방들은 삼촌네가 이사 오기 전에 이미 싹 치워진 상태였으니까, 뭔가 짐이 덜 치워졌을 곳을 노리기로 한 거지.
솔직히 말해서 다락방엔 진짜 별 거 없었어. 말라비틀어진 책장이랑 책 몇 권, 앨범 정도? 아마 전에 이 다챠를 쓰던 사람들 거인 것 같아. 고무가 다 삭은 튜브랑 바람 넣는 기계도 하나 발견했지. 내 동생은 그걸 고쳐서 쓸 수 있다고 우겼지만 내가 강 밑바닥에 가라앉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면 관두라고 말렸어. 우린 거길 좀 뒤지다가 흥미가 없어져서 먼지투성이가 된 상태로 금방 나왔어. 그리고 이번엔 지하실을 훑으러 갔지.
지하는 무지 넓어서 그런지 전에 쓰던 사람들이 절반을 잘라서 벙커로 개조해 놨더라고. 내 생각엔 냉전 시기쯤에 만든 것 같아. 아무튼 한중간이 콘크리트 벽으로 막혀 있어서 더 문을 열고 들어가려면 열쇠가 필요했고, 그 전까지는 그냥 흙바닥을 다져 놨는데 삼촌은 거기 위에 나무를 조금 깔고 식료품 보관 창고로 만들어 뒀어. 훈제 햄이나 와인, 통조림이나 뭐 그런 거 있잖아. 지하실에 보관해도 되는 것들. 그리고 그걸 본 우리는, 뭘 했겠어? 당연하지! 어른들이 없는 틈에 와인 한 병을 비워버리자고 작당을 했어. 그리고 잔뜩 신나서 벙커 문을 열었지. 잠겨 있었는데, 삼촌이 우리한테 열쇠를 주고 갔거든.
지하 벙커는 진짜 존나 멋졌어. 생활공간으로 쓰려고 만든 곳은 아닌지 사방이 싹 콘크리트였지만. 와, 낡아빠지고 먼지가 잔뜩 쌓여 있었지만 무슨 정수 장치랑 공기 정화 장치 같은 것까지 따로 있었다니까! 그리고 빡빡하게 들어간 이층침대 두 개랑, 구석에 있는 변기랑 세면대랑(나무 벽으로 가려져 있었어. 센스도 좋지.) 심심할까봐 걱정됐나? 책장에 빼곡하게 채워진 책까지 있었다니까. 벙커 구석에서 밖이랑 통하는 철제 사다리랑 그 위에 두꺼운 철로 된 녹슨 문 같은걸 발견하기까지 하자, 우리 둘은 완전히 흥분했어.
나는 여기서 시간을 조금 더 보내자고 제안했고, 동생도 흔쾌히 수락해서 우리 둘은 위에서 보드게임 같은 걸 가져와서 벙커의 침대 위로 올라갔지. (첨엔 걍 유튜브 보려 했는데 지하라서 그런가? 인터넷이 잘 안 터졌어.)
그런데 삼십 분도 안 지나서, 동생이 머리가 좀 아프다고 하더라고. 그 말을 들으니까 나도 갑자기 머리가 좀 아픈 것 같았어. 환기가 안 되는 공간인 데다가 (공기 정화 장치 무서워서 못 켜고 있었음. 잘못 건드렸다가 삼촌한테 혼날 것 같고.) 지하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 게다가 동생은 좀 추워하고 있었어. 춥나? 여름이니까 위보다야 지하가 서늘하긴 한데, 에어컨도 없었고 그렇게까지 추울 건 없었는데도 이불을 둘둘 말고 있더라고. 점점 걔 안색이 안 좋은데다 나도 좀 기분이 안 좋아져서 걍 나가기로 했어.
우린 다시 다락방으로 올라갔어. 거긴 에어컨이 없으니까 좀 따뜻할 거라고 생각했거든. 할 게 없어서 거기 있던 앨범을 좀 뒤져봤는데, 존나 낡은 흑백사진 같은게 몇십 장은 있었어. 남자애 둘이 있는 4인 가족의 가족사진 말이야. 옛날에 이 다챠를 쓰던 가족이 남긴 것 같았어. 우리는 사진을 보면서 그게 몇 년도에 찍혔을지를 찍어 보면서 낄낄거렸어. 우리가 낸 결론은 최소한 냉전 시기 이전에 찍혔단 거야. 비틀즈나 뭐 그런 존나 옛날 사람들이 살던 시절에 말이야. 헤어스타일도 엄청 촌스러웠다고. 단발머리라니! 우린 사진 속의 그 단발 남자애가 여자애인지 남자애인지 알아내기 위해 한참 토론을 벌여야 했어. 앨범 바로 다음 장에서 수영복 입은 사진이 나오는 바람에 그 토론은 전부 쓸모없어졌지만. 그리고 알아낸 거? 이 다챠를 쓰던 그 가족들 성이 니콜라예프(Никола́ев)였다는 거 정도. 앨범 앞장에 쓰여 있더라.
그리고 말이야, 앨범에서 열쇠가 하나 나왔어. 이건 그 앨범 앞주머니에 들어 있었던 거야.
여기 사진 올릴게. 지금 올릴 수 있는 사진이 이거밖에 없네. 삼촌의 다챠라서 함부로 집을 막 찍어 올리긴 좀 그래.
우린 그 열쇠를 어디다 쓰는 건지 궁금해했어. 왜냐면 집의 공간이란 공간은 전부 이미 우리가 전부 탐험을 마쳤으니까. 내 동생은 그게 이미 주인이 몇 번 바뀌면서 자물쇠가 바뀌고 열쇠만 남은 게 아니냐고 추측했고, 나도 거기에 동의했지. 뭐, 그러고 나니 더 할 게 없더라.
그래서 우린 좀 조용해졌어. 더 이상 할 말이 없었거든.
그런데 갑자기 동생이 창밖을 내다보더니, 뜬금없이 이러는 거야.
“형, 이 집에 숨겨진 지하실이 더 있는 게 분명해.”
난 그게 무슨 헛소리냐고 했지. 하지만 동생은 차분하게 날 설득했어.
“우리가 탐험한 지하 면적이랑 이 집의 전체 면적을 비교해 봐. 지하실이 훨씬 적다고.”
그게 뭐?
그 말이 맞긴 했어. 그치만 그건 당연한 일이잖아. 나는 처음에 그냥 지하실을 조금만 만들었을 거라고 했지만, 동생 말로는 건축학적으로 이렇게 큰 집을 올리려면 전 면적에서 지하를 깊게 팠어야 했을 거래. 그래서 난 남은 지하는 안 쓰는 공간이거나 아니면 보일러실 뭐 그런 게 있을 거라고 했지. 근데 동생은 어딘가 존나 확신에 가득 찬 어조로 우리가 아직 못 본 지하가 있다고 주장했어. 그쯤 되서 슬슬 나는 짜증이 좀 나기 시작했지.
“그래서, 그럼 집 보일러실까지 뜯어다 보게?”
그래서 좀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던 것 같아. 씨발, 근데 지금 다시 이걸 쓰느라 돌이켜 보니 이때부터 얘가 뭐에 홀린 것 같네. 그 지하 벙커에 뭐가 있는게 분명했다니까. 아무튼 동생은 고개를 젓고는, 보일러실이랑 별개로 (씨발, 대체 얜 뭘 보고 이렇게 확신하고 있었던 걸까?) 분명히 숨겨진 다른 지하가 있다고 계속해서 말했어. 그리고 거기 들어가는 방법이 그 열쇠라고 말했지.
아니, 아까 주인이 바뀌면서 자물쇠가 바뀌고 열쇠만 남은 거라고 추측한 건 너였잖아.
현명하게도 난 그 말까지는 입 밖에 내진 않았어. 그때 이미 내 언성은 좀 높아져 있었고, 난 우리밖에 없는데 별로 걔랑 싸우고 싶진 않았거든. 거하게 싸웠다간 아빠가 내년 여름 휴가를 금지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 아무튼 난 정말로 동생이랑 더 다투고 싶지 않아서, 니가 정말로 그 숨겨진 지하 공간으로 가는 길을 발견해 내면 그때 다시 같이 탐험해주겠다고 했지. 지금으로선 있는지 없는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냐고 하면서 말이야. 걔도 납득한 것 같았어. 그리고 그날은 그냥 평범하게 지났지.
문제는 밤이었어. 그 다챠에서 보낸 첫날 밤이었는데, 별로 안 좋은 악몽을 꿨어. 꿈 속에서 나랑 동생은 다시 지하 벙커를 탐험하고 있었는데, 벙커 바닥에서부터 무슨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거야. 씨발, 그건 콘크리트로 전부 메워버린데다가 밑은 흙바닥 뿐일 텐데 말이야!
똑, 똑.
그건 마치 정중하게 노크하는 것 같은 소리였어. 나는 문 밖에서 나는 소리일 거라고 했지만 무서운 건 마찬가지야. 이 집엔 지금 우리밖에 없으니까. 근데 동생은, 그러니까 꿈 속의 동생은 말이야, ‘손님’ 일 거니까 너무 무서워하지 말라는거야. 대체 무슨 손님이 온다는 거야? 그때부터 난 좀 제대로 무서워지기 시작했어. 벙커 바닥에서 두드리는 소리는 여전히 규칙적으로 나고 있었고, 동생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인 것처럼 웃고 있었어. 좀 소름끼쳤던 것 같아. 걔 웃는 얼굴이 말이야.
그리고 소리가 바뀌었어. 드드득, 하는 소리로 말이야.
드드득, 드드득, 드드득, 드드득, 드드득, 드드득, 드드득.
바로 알 수 있었어. 벙커 바닥을 두드려대던 미친 새끼가 이젠 그 바닥을 애타게 긁고 있다는 걸 말야. 그 순간 소름이 쫙 끼쳐서 당장 나가자고 말하려고 동생을 봤는데. 걘 씨발, 진짜 존나 재밌다는 듯이 웃고 있었어. 솔직히 말해서 그 순간 벙커 바닥에서 뭐가 긁고 있다는 거보다 동생의 얼굴이 두 배로 더 무서웠어. 그리고 꿈속의 난 그게 진짜 걱정해야 할 만한 일인지 아닌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워했지.
그러다가 깼어. 기분이 별로 좋진 않더라.
난 정말로 진짜 지하에 내려가고 싶지 않아졌어. 그날은 진짜로 컨디션도 안 좋고 머리가 심하게 아파서, 그냥 침대 위에 계속 누워 있었어. 동생? 걘 하루종일 뭐에 홀린 것처럼 집 이곳저곳을 들쑤시면서 비밀 지하실을 찾으려고 돌아다니고 있더라. 좀 말려 봤는데, 나한테 심하게 짜증을 냈어. 아니, 사납게 말을 한 것도 아니고 ‘아직도 못 찾은 것 같은데, 이만 포기하고 내일은 강에 낚시나 하러 가는 거 어때?’정도의 제안이 그렇게 화낼 일이야? 쟤 지금 머리가 좀 어떻게 된 것 같아.
아무튼 동생이 하루종일 비밀 지하실 찾기 말곤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해서, 점심이랑 저녁은 내가 준비해야 했어. 진짜 중요한 건, 부엌에서 요리하다가 내가 존나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거야.
처음엔 뭐 가전제품 부딪히는 소리나, 덜 닫힌 창문이 바람에 부딪히며 내는 소리라던가, 바깥에서 들려오는 새 소리라던가, 그런 건 줄 알았어. 그렇지만 숨을 죽이고 다시 귀를 기울여보니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지.
똑, 똑.
그래, 씨발. 그 소리였어. 노크하는 것 같은 소리. 그대로 소름이 쫙 끼쳤어. (내가 안 썼니? 그 벙커가 붙어 있는 지하실은 부엌 바로 밑에 있어. 식료품 저장고로 쓰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뭐 배관이라던가 그런 문제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해.) 난 당장 동생한테 달려가서 이걸 말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어. 이게 보통 일 같지가 않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더라. 그대로 바깥에 달려나갔는데, 뒷뜰을 들여다보던 동생이 갑자기 소리쳐서 날 불렀어.
“형!”
그건 환희에 가득 찬 목소리였지.
“찾았어! 그 비밀 지하실 말이야! 내 말이 옳았다고!”
동생은 열쇠를 흔들면서 소리치고 있었어. 그 순간 나는 똑똑 소리고 뭐고 전부 잊어버렸지. (뭐, 아주 잠깐이긴 했지만 말이야.) 그게 진짜 있었다니! 동생은 풀숲을 헤치고 땅을 조금 파서 찾아낸 철문을 나한테 자랑스럽게 보여줬어. 다챠 벽 바로 밑에 있는 땅에 철문이 묻혀 있더라고. 그리고 그걸 맨손으로 전부 헤치고 파낸 것 같았어. 걔 손이 완전 흙투성이에 생채기투성이였거든. 동생은 문에 달린 자물쇠랑 열쇠가 딱 맞는다면서, 당장 들어가보자고 들뜬 듯이 말했지. 나는 저녁만 먹고 가자고 했고. 걘 불만스러웠지만 납득한 것 같았어. 그때까지만 해도 나도 새로운 탐험거리를 진짜 찾아냈단 사실에 흥분해 있었고, 기괴한 일 정도는 기분 탓으로 치부하고 넘기려고 했었어.
그 소리가 이번엔 비밀 지하실로 가는 철문 안쪽에서 나기 전까진.
똑, 똑.
씨발, 소름이 다 끼치더라.
난 동생을 데리고 미친 듯이 뛰어서 당장 다챠 안으로 들어왔어. 그리고 불평하는 동생한테 나는 모든 일을 설명했지. (그 악몽은 빼고. 동생한테 악몽 따위에 겁먹었다는 인식을 주고 싶진 않았거든.) 계속해서 지하실 근처에 있는 곳(부엌이나, 이 지하실 문 앞)에서 똑, 똑, 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고 말이야. 그리고 뭐가 있는지 모르는 곳에 함부로 들어가는 건 현명하지 못한 선택 같다고도 설득했어. 기계가 망가져 있거나, 뭔 야생 동물이 들어왔거나, 최악의 경우는 뭐 전선이라던가 그런게 터질 수도 있다고 말이야. 그런데 씨발, 걔가 뭐라고 했는 줄 알아? 한 번 미소짓더니.
“걱정하지 마, 형. 그 소린 기껏해야 아마 손님 이겠지.”
그 순간 내가 얼마나 공포스러웠는지 짐작이 가?
모르겠어. 내 생각엔 걔가 뭐에 좀 홀린 것 같고, 이 다챠 지하실엔 뭐가 있는 게 분명해. 러시아에도 악마가 있을까? 방금 검색해봤더니 정교회를 믿는다는데, 그렇다면 사탄도 있는 걸까? 어제 밤에 전화해서 우리 할머니께 여쭤봤지만 할머니는 ‘훌륭한 공산주의자는 그런 걸 믿지 않는 법이란다’라고 말하며 껄껄 웃기만 하셨어. 해결법이 고작 공산주의라니! 물론 난 할머니랑 다르게 철저한 자본주의자고,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그런 이념이랑 공포스러운 체험은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 진짜 중요한 건 아무튼 내가 악몽을 꾸고 있고 집에선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이야. 그리고 내가 열렬한 공산주의자가 된다고 해서 이 악몽을 꾸지 않을 것 같진 않아.
어떻게 해야할지 제발 조언 좀 해줘. 나 정말로 여기서 미쳐버리기 일보 직전이야.
+ 수정.
조언 고마워. 너희 말대로 좀 더 알아보는게 현명한 선택 같아. 동생이 발견했다는 그 비밀 지하실 말이야, 들어가서 탐험해보려고 해. 뭐가 나올지 모르겠고 솔직히 무서워서 미쳐버리기 일보직전이지만 뭐라도 알아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만반의 준비는 갖출 예정이야. 죽진 않겠지. 그리고 뭐가 됐던 걘 내 동생인걸. 걔가 혼자 가게 내버려둘 수 없어.
그리고 누가 경찰 이야기를 했던데, 진심이야? 경찰한테 전화해서 ‘집에 악마가 들렸어요!’같은 우스꽝스러운 신고를 하라고? 차라리 죽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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