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미션 BOND

[체슬모쿠 / 체즈모쿠] 가장 좋은 이유

그냥.

  • 2023년 모쿠마 생일 트윗 내용 언급이 있습니다.

会いたいとかね そばに居たいとかね 守りたいとか

보고 싶다든가, 옆에 있고 싶다든가, 지키고 싶다든가

そんなんじゃなくて ただ僕より先に死なないでほしい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나보다 먼저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

そんなんでもなくて あぁよしときゃよかったか

그런 것도 아니고 아아 그만뒀음 좋았을 걸

「何でもないよ」

「아무것도 아니야」

何でもないよ - マカロニえんぴつ

아무것도 아니야 - 마카로니엔피츠



“어라, 늘 마시던 브랜드의 와인이 아니네?”

“네. 가끔은 색다른 것도 좋겠다 싶어서요.”

와인병을 살짝 기울여 바닥을 따라 빙그르르 돌려보던 모쿠마는 다시금 와인을 제대로 세워두곤 체슬리의 곁에 앉았다. 그가 먼저 마시고 있긴 했지만, 모쿠마를 위해 이미 탁주와 그에 맞는 잔도 하나 꺼내놓은 상태였다.

모쿠마는 푹신한 소파에 기대어 탁주를 잔에 따라 마셨다. 잔잔히 올라오는 취기가 퍽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어때? 새로운 브랜드의 와인은?”

“직접 마셔보시면 될 일을, 제게 굳이 물어보시는 건가요?”

“하지만… 와인을 마시긴 싫지만 맛은 궁금했는걸. 게다가 내 와인잔을 따로 준비해 둔 건 아니잖아.”

“와인잔이라면 여기 있잖아요?”

체슬리는 뻔뻔스레 자신의 와인잔을 가리켰다. 예전이라면 절대 할 거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한 말이었다. 이 녀석 말이지. 같이 온천에 들어간 이후로 너무 변하지 않았나. 물론 그 변화가 싫은 건 아니지만.

“직접 허락한 거다?”

“부디 편히 즐겨주시기를.”

체슬리의 2차 허락이 떨어지자, 모쿠마는 조심스레 와인잔에 손을 뻗었다. 체슬리는 태연하게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가끔 이럴 땐 조금 떨린다니까. 세렝게티 평원의 영양이라도 된 것처럼. 조금만 잘못해도 잡아먹힐 것 같은 기분. 그런데도 계속 겁 없이 뛰어들고 싶은 건, 나도 이 두려움에 중독된 게 아닐까. 모쿠마는 그런 허무한 생각을 이었다.

와인잔을 무사히 집어 들고, 와인의 맛이 입안에 퍼지는 동안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쩐지 김빠지는 느낌도 들었다. 역시 기대하고 있었구나. 모쿠마는 레드 와인을 꿀꺽 넘기며 말했다.

“레드 와인은 좀 떫네.”

“그 맛에 마시는 거지만요.”

체슬리는 모쿠마가 내려놓은 잔을 집어, 평온하게 모쿠마가 마셨던 곳으로 굳이 입을 대었다. 아, 어쩐지 야해. 모쿠마는 달아오르는 느낌에 슬며시 시선을 돌렸다. 얼굴값을 한다고 해야 할지, 모쿠마가 보기에 체슬리는 유혹의 선수였다. 술을 마시면서도 지그시 저를 바라보던 시선. 그 끈적한 시선이 지나치게 노골적이었다. 모쿠마는 침을 꿀꺽 삼키며 흘금흘금 체슬리를 흘겨보았다.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태연하게 질문하는 체슬리가 상당히 얄미웠다. 알면서 저러는 게 분명한데. 누가 봐도 꾀는 게 확실한데. ‘내가 지금 당신을 유혹하고 있어요.’라고 말하진 않았으므로, 은연중에 풍기는 분위기만으로 넘겨짚기엔 다소 어려웠다. 게다가 여기서 모쿠마가 먼저 지적하는 순간 체슬리는 천연덕스럽게 ‘저는 그저 제 와인을 마셨을 뿐인데요?’라는 식으로 말할 게 뻔했다.

저 녀석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말이지…. 모쿠마는 괜히 술만 홀짝였다. 여전히 저를 응시하는 체슬리의 시선은 진득했다. 저 눈을 보면 그냥 제 마음을 폭로하고 싶어졌다. ‘역시, 할래?’라던가, ‘평소보다 잘생긴 거 같아서’라던가, ‘곁에 있으니까 좋아서’라던가. 모든 걸 다 떠나서 그냥, ‘네가 너무 좋아서 견딜 수가 없네’라는 말도… 그러나 모쿠마는 그 어떤 말도 꺼내지 않고 아주 단순한 이유를 들먹였다.

“으응, 그냥. 그냥 봤어.”

“그냥이라. 이유치곤 상당히 싱겁군요.”

“뭐 어때. 별다른 이유가 없는, ‘그냥’이라서 더 좋을 수도 있잖아.”

“후후, 그건 그렇죠. …듣기 좋다고 생각합니다.”

체슬리는 모쿠마의 어깨에 고개를 툭 기댔다. 가벼운 스킨십이지만 심장이 쿵, 하고 널뛰었다. 이 녀석 앞에서는 어째서인지 모든 것이 늘 새로웠다. 이전에도, 그 이전에도 한 적이 있었는데. 어쩐지 간지러웠다.

“있잖아, 체슬리.”

“네, 뭔가요. 모쿠마 씨.”

“한 번 더 마셔봐도 될까? 와인 말이야.”

“부디, 좋으실 대로.”

“그런데 이번엔… 다른 잔에 마시고 싶은데.”

그 말이 체슬리의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했는지, 체슬리는 미간을 살짝 좁혔다. 주름 생겨, 모쿠마는 체슬리의 미간을 누르며 말했다.

“네가 싫어할 만한 얘기를 하진 않아. 알잖아.”

“들어는 보겠습니다. 또 어떤 궤변으로 저를 휘두를지 말이죠.”

“으음, 일단 한 모금 마시고 얘기할까?”

모쿠마는 체슬리의 손에 와인잔을 쥐여주었다. 한껏 미덥지 않다는 듯한 표정을 짓던 체슬리는 마지못해 와인을 마셨다.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모쿠마는 체슬리의 위에 올라타 키스했다. 질척하고 진득한 느낌. 입안에 퍼지는 고급 포도주의 맛. 역시 이렇게 마시는 술도 나쁘진 않네. 모쿠마는 속으로 생각하며 자연스레 체슬리의 뺨을 잡았다.

꿀꺽. 한 모금을 기어이 삼켜낸 모쿠마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음-, 역시 술은 입술로 마셔야 제맛이지.”

“당신… 잘도 이런 짓을 했군요?”

“아하하하… 싫었어?”

“술맛이 나는 키스보단 평범한 키스 쪽이 더 좋은데요. 게다가 그쪽은 더럽게 무언가를 흘릴 일은 없고요.”

체슬리는 가지고 다니던 손수건으로 턱을 훔치며 말했다. 손수건에는 와인으로 인해 붉은 얼룩이 생겼다. 너무 지나쳤나. 헤헤헤, 얼빠진 웃음을 짓던 모쿠마는 마지막으로 짧게 체슬리의 입에 입을 쪽 맞췄다.

“그래도, 새롭잖아? 즐겁지 않았어?”

“…아주 조금은 신선했다고 해두죠.”

“그렇지? 으하핫, 술 마시니까 기분이 좋네~”

모쿠마는 체슬리에게 와락 안겨서 고개를 비볐다. 하, 안심된다. 바보 같을 정도로 마음이 놓였다. 모쿠마는 기묘한 안도감에 한껏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

고작 키스 한 번, 그게 그렇게도 좋았던가. 주욱 늘어진 모쿠마의 입꼬리를 지그시 바라보던 체슬리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마치 새끼 나무늘보처럼 저를 꼭 끌어안은 모쿠마를 가만히 두던 체슬리는 손을 뻗어 모쿠마의 등에 얹었다. 토닥, 토닥. 규칙적으로 등을 두드리던 체슬리는 이 온기가 영원히 제 곁에 머물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쿠마 씨. 힘내서 제가 죽고 난 하루 뒤에 죽어주시면 안 될까요?”

“그으거 정말 무시무시한 말인걸. …하지만 가능하다면 나도 그러고 싶어. 내가 죽어버리면, 너는 또 누군가를 죽일 수 있게 되니까.”

“정말로 그런 이유인가요?”

“어… 어떠한 다른 이유가 있어야 해?”

체슬리는 특유의 불쌍한 강아지 표정을 지었다. 아차, 싶어진 모쿠마는 진땀을 빼며 조금씩 그의 품에서 고개를 들곤 눈치를 살폈다.

“아, 알았어. 뭔진 모르겠지만 내가 잘못했어.”

“혼자 남을 저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와중에도 다른 사람을 해칠 가능성을 따진다는 게 정말이지 너무하네요. 저라면 당장이라도 상대에게 ‘당신은 외로움을 많이 타는 편이니, 제가 하루 더 살아가겠습니다’라고, 입에 발린 소리라도 할 텐데요.”

“센스가 없는 아저씨라 정말 미안해!”

모쿠마는 다시금 체슬리의 품에 와락 안겼다. 얼굴을 보지 않는 편이 양심에 덜 찔릴 것 같았다. 또한, 떠오르는 생각을 말하기에도, 얼굴을 보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말이야. 정말로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두 번이나 보게 하는 건, 너무 지독한 저주잖아.”

“…….”

체슬리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곤 말이 없었다. 답지 않게 너무 진지한 말이었나. 모쿠마는 괜히 멋쩍어져서 더욱 고개를 그의 어깨에 묻었다.

한참 뒤의 체슬리가 뱉은 말은 걱정이었다.

“그러는 당신은, 괜찮으신가요? 신뢰하던 이를 직접 손으로 죽였고, 애틋한 애정을 품던 이도 이미 현세를 떠났으면서. 제 죽음을, 감당하실 수 있는 건가요?”

“뭐… 아저씨는 말이지. 이래 보여도 맷집은 좋으니까 말이야.”

“저는 제 죽음이 모쿠마 씨에게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큰 슬픔이었으면 좋겠어요. 부디, 당신이 저를 뒤따라올 수 있게. 이 질긴 연이 내세에도 이어질 수 있게요.”

“그 말은 꼭 너 죽고 나면 내가 목숨을 끊길 바라는 것처럼 들리는데.”

“후후.”

별다른 부정도, 긍정도 없었다. 그러나 모쿠마는 그 말이 긍정을 뜻한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다음에는 동갑내기로 만나려나.”

“그것도 나쁘지 않네요. 문제가 없다면 비슷한 시기에 함께 죽을 테니까요.”

“벌써 거기까지 생각하는 거야? 내세의 죽음을 생각한다니. 우리는 아직 현세를 살고 있다고.”

급격하게 저조해진 체슬리의 기분에 놀란 모쿠마는 퍼뜩 몸을 물려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체슬리는 평소에도 줄곧 그런 생각을 해왔다는 듯한, 당연한 얘기를 한다는 듯한 투로 말을 이었다.

“그야 그렇지만, 모쿠마 씨와 함께하는 다음도, 그로부터 쭈욱 이어지는 다음도, 전부 저와 엮이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당신은 그렇지 않나요?”

“그야 물론… 질긴 연이어서, 완전히 엉킨 실타래처럼 단단히 묶여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해.”

“그레고리우스의 매듭처럼요.”

“그레… 뭐?”

‘이런 멍청한 아저씨랑 내가 뭘 하겠다고 한 거지.’ 체슬리의 표정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모, 모를 수도 있지. 아저씨, 몸으로 때우는 일을 많이 해서 가방끈이 길진 않아.”

“뭐, 모르셔도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은 없을 겁니다. 지금처럼 말이죠. 제가 조금 답답할 뿐이지 그 외에 큰 문제는 없지 않습니까?”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는 체슬리는 어쩐지 재수 없었다. 조금 열 받지만… 더 사랑하는 쪽이 지는 거랬으니 내가 좀 져줄까. 모쿠마는 그렇게 생각하며 헤실헤실 웃었다.

“왜 그렇게 웃으시죠?”

“으응, 그냥.”


‘나보다 먼저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쪽은 아무래도 체슬리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모쿠마일 가능성을 계속 생각해봤는데, 모쿠마가 그렇게 이기적으로 굴 것 같진 않아요. 게다가 내용에도 언급했지만, 모쿠마보다 오래 살라는 말은 체슬리에게 저주처럼 들리지 않나 싶고. 이미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지켜본 사람인데, 또 지켜봐야 한다면 그건 저주가 맞지 않나 싶고.

그래도 역시 노래 가사에 어울리는 상황은 모쿠마가 말하는 쪽 같긴 합니다. 왜냐면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할 만한 사람은 역시 모쿠마라고 생각하거든요. 체슬리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 하고 나면 되레 뻔뻔하게 굴 거 같아요. 어렵구나, 어둠조는.

여담이지만 글 쓰는 내내 노동요 + 모티브가 된 노래인 ‘아무것도 아니야’만 들었는데요. 이제 다른 노래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노래 정말 좋으니까 한 번 가사랑 같이 들어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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