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영혼

매듭 하늘 불면증

머탈 탐라 합작 제출 연성

끄적냠 by 현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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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이불속에서 꼼지락대던 종문은 손목에 묶인 매듭끈을 보고 꿈에서 나온 웬 이상한 남자가 떠올랐다

색색의 화려한 무당옷을 입고 있던 남자..

어디선가 본 것같은 흐릿한 잔상들이 남자 뒤에 일렁였다

피로 물든 하얀 침대, 그리고 그 침대에 묶인 누군가의 모습..

천천히 되짚어보다가 갑자기 밀려오는 서늘한 한기에 팔을 부비다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났다

분명 어제 잠들기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던 손목에는 마치 많은 이들의 피를 머금은듯한 검붉은 매듭이 묶여있었다

아무리 해도 풀리지 않는 매듭은 손을 대면 댈수록 더 깊게 손목을 파고들어 상처를 남겼고, 살아있는 자아를 가진듯 점점 더 옥죄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공기에 수면제를 탄걸까

점점 아득해지는 정신에 스르륵 눈을 감았다

아무것도 없는 무의 공간..하얗게 빛나는 그곳에 서있는건 분명한 자신이었다

흰색의 머리칼을 가진 '그'는 종문을 보고 힘겹게 웃어보였다

–왔어? 근데, 나 이제는 못버틸것같은데 어쩌지?

군데군데 검붉게 물든 옷엔 어젯밤 꿈에서 본 그 문양이 찍혀있었다

씨익 웃으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를 따라 종문 역시 시선을 옮기자 불길한 검붉은색으로 물든 구름에 해가 가려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저거 보여? 우리 처음 만난 날 니가 나한테 만들어달라 했던 빛이야. 이게 있어야 천해명에게 버틸수있을것같다고 했었잖아. 근데..어느날부턴가 저렇게 가려져버렸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시무룩한 표정으로 한참을 하늘을 바라보던 '그'는 문득 종문의 손목에 묶인 붉은 매듭이 눈에 들어왔다

골똘한 얼굴로 한참을 생각하다가 아! 하더니 혹시 어젯밤에 천해명을 만났냐고, 그 사람이 무슨일을 했었냐고 물어보는 눈빛이 퍽 다급해보였다

"음...천해명..은 모르겠구 그냥..무당옷을 입은 사람뒤로 흐릿하게 잔상이 보였어. 지하실에서 있었던 일들이 말야."

–무슨 행동을 하지는 않았어?

"응. 근데 꿈에 나랑 같이 지하실 창고에 갇힌 남자가 있었어. 갓 대학생이 된것같이 앳되보이는데 눈이 너무 슬퍼보였어. 그리고 뭔진 모르겠는데 자꾸 자기탓이라고 했어."

–혹시..그럼..

나를 기억해...?

갑작스레 변한 '그'의 분위기와 발끝에서 피어오르는 붉은 연기.

똘망똘망하게 빛나던 검은 눈동자는 붉게 변했고 짧았던 머리는 바닥에 닿을정도로 길어졌다

입가에 머금은 비틀린 미소에 종문의 모든 감각이 외쳤다

당장 피하라고, 여길 벗어나라고.

하지만 발이 굳은것처럼 움직이지않았고 오로지 자신의 의지로 움직일수 있는것은 눈동자와 입술, 그리고 목소리뿐이었다

–순수한 영혼, 오랜만이군. 이 녀석을 길들이는데 꽤나 애를 먹었어. 생각보다 질기더군.

무슨..소리지..

–간단히 말하면 자넨 이제 나를 막지 못한다는걸세. '그곳'에서 날 느낀 순간부터 불면증에 시달렸을테니 이젠 푹 쉬게.

갑작스레 몰려든 두통과 이명에 신음을 삼키며 바닥으로 쓰러지는 몸에 감각이 없었다

인상을 찌푸리지도 못할만큼 강한 고통이 종문을 덮쳤고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듯한 그를 내려다보는 '그', 아니 천해명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이 몸은 내것이다. 완벽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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