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way train - High way ehead!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길의 티켓을 끊는다, 4화
스이엔츠이 아키타는 잠에서 헤쳐나오자마자 제 곁에 있는 파트너의 품에 꾸역구역 파고 들었다. 이 미새한 낌새를 알아차린 황소같은 치는 등을 한 팔로 쓸어내리며 진정하라고 암묵적으로 요청했다. 색색거리는 건지 헐떡거리는 건지 모를 호흡이 몇 번 엇갈려 나온 뒤에야 호흡은 안정권 위에 오른다. 손에 뺨을 붙이는 간사한 짓이나 서로의 눈꺼풀을 입술로 문질러주는 아양은 떨지 않는다. 곧바로 입을 겹쳐 혀를 엮어대고, 원하는 것을 얻어간다. 숨을 앗아가다 싶이 독촉하고 재촉한 뒤에 남은 건 긴 침묵이다. 안정됐다는 의미로 스이엔츠이는 악마에게 뺨을 손가락으로 가벼이 문질러주고, 위천은 파트너의 손길에 다시 잠에 빠지기 위한 눈 감아두라는 말을 투박하게 건넨다.
제대로 된 아침을 깨운 건 이 세 가족 중에서 가장 부지런한 털덩어리, 차우다. 차우차우종인 강아지가 보드라운 털을 둘 사이에서 마구 치대며 뺨을 핥아댄다. 한마디로, ‘일어나! 아침이야!’ 라는 의미다. 제법 영리한 종인지 아니면 원 주인을 닮은 건지, 불규칙적이게 자는 이 두 파트너들의 행보에 비해서 아침마다 깨워주는 시간이 절묘했다. 정확히 8시간에서 10시간 사이가 지났다 싶으면 저랑 놀아주거나 시간 보내달라고 앞발로 긁는 대신 혀로 뺨 마구 핥으며 사람을 눅눅한 꿈에서 깨어나게 만들었다.
제대로 된 휴식 얼추 취했겠다. 스이엔츠이는 털덩어릴 웃음소리와 함께 손으로 마구 긁어주며 알겠단 신호를 보낸다. 갈색빛 털에 입을 연신 맞추거나 한 입 와앙 먹는 시늉 하며 자리에서 벗어나면, 류 위천. 이 작자는 진짜 차우의 주둥이를 와압 물었다. 차우는 얌전해졌다. 주둥이가 자유를 찾은 뒤에는 위천의 머리를 물어보려고 했으나 영 크기가 안 된다는 걸 알았는지, 혀나 쭈욱 빼서 온 낯짝에 침이란 약을 발라주기 시작했다.
아침 식사는 가볍게 커피 한 잔. 그러나 이렇게만 먹으면 속 버릴 게 뻔하다 못해 악마 씨께서 만족을 못 할테니 계약자는 냉장고의 문을 연다. 염병. 채워둔 게 하나도 없는데.
“이봐라, 위천. 차우, 그 치랑 그만 놀고 이리로 와라. 걔는 심부름을 가야 하니까.”
“도대체 누가 인간이고 누가 개인거요?”
“네놈들이 개고 내가 인간일테지… 카드 줄테니 저기 앞 마트에 가서 먹을 것 좀 사오거라.”
“레토르트?”
“정정. 이 시간에 문을 연 24시간 가게 정도는 있을테니 아무 햄버거 두 개. 피자 산다면 루꼴라를 가득 얹어서, 그 외의 음식이라면 최소한 종류 세가지, 가지나 피망이 어떻게든 들어간 음식으로. 1시간 주지.”
“시간 하나 넉넉하군.”
“지금부터 시작이다만… 일어나야 하지 않겠나, 자네.”
“시간 하나 짜게 주는군.”
말을 곧바로 바꾸는 남자와 자는 취미는 없다는 희롱과 함께 사담이 시작된다. 고작 와이셔츠 한 장 몸에 걸친 작가 본인에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다는 소릴 악마가 뱉은 것도 잠시. 금방 그 곁으로 다가와 살갗을 더듬는다. 뒤에서 끌어안은 채로 가슴 부근과 허리를 여러 번 문지르면 열만 오를 뿐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그야 계약자라는 치가 악마의 입을 제 주둥이로 틀어막은 탓이다. 혀 안에 박힌 피어싱이 입천장이나 잇몸을 한 차례 누른 뒤에야 행위가 끝을 맺는다. 차우는 묵직한 앞발로 위천의 옆구릴 꾹꾹 누르며 같이 나가자고 보챈다.
“일이 하나 더 추가됐군…”
“차우는 나중에 저녁에 한 번 더 산책 시킬 거요. 밖이 어제 그렇게나 위험했는데, 나 참.”
“네놈과 가는 건… 안 두려운 모양이지. 다행이지 않나. 자넬 사랑하는 생명체가 여기 하나 더… 있으니.”
“하나 더, 라는 건?”
“후후. 바보같은 치. 이럴 때에만 어리석고 아둔하게 굴면 내가 봐줄 줄 알고…. 그럴 일 없으니 얼른 아랫도리 챙겨 입고 나가라. 나 배고파 죽을 것 같으니.”
“음료라도 없수? 뭔놈의 냉장고가 이리 훤하니 비어있어.”
“어제 왔다 못해 급히 산 거라곤 음료수 뿐이다.”
“그게 디카페인 라떼 다섯 병이고?”
“어허. 토 달지 말아라.”
“훌륭하신 섭취습관 납셨군….”
“비꼬지 말아라!”
류 위천의 고민은 놀랍게도 방 안에서 나온지 십여분도 안되어 해결이 되었다. 1층으로 나가려 하니 경비가 막아두지를 않나, 식사 거리를 찾기 위해서라고 하니 내부에 음식 제공소가 있다고 안내인을 따라가질 않나. 그래서 제 체격과 미처 가리지 못한 문신 따윌 보고 놀라서 눈 어디 둘 곳을 고르지 못한 이의 안내를 받으며 터벅터벅 걸어- 식사 제공소에 다다랐다. 테이크아웃은 가능한가? 주변을 둘러보니 영 가능한 기색은 아니다.
곤란하다는 생각 한 번, 그러나 차우가 있어서 제 인상이 부드러워지니 다행이란 생각이 두 번째. 웬 금발머리를 지닌 백인 한 명이 다가와 친근하게 말을 걸며 함께 식사하겠느냐고 물어봤으나 일정 있어서 됐다는 말로 걷어찬 후 방으로 돌아온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부터 커피- 제 딴에는 속 덜 아프게 하는 거라며 라떼 한 병 뜯은 채로 자신의 편집장이랑 입 아프게 떠들고 있는 스이엔츠이의 모습이 보인다. 자신의 계약자는 글이 뭐라고 저렇게나 심취하고 열성적이게도 살아갈 수 있는 건지. 너는 아냐, 차우? 차우차우는 답을 한다. 왉! 악마는 순순히 계약자의 강아지나 벅벅 긁어주기로 했다. 오냐 와라 이 자그마한 개 녀석.
전화를 마친 후 계약자는 아주 긴 숨을 내쉬었다. 악마는 계약자의 버릇을 잘 알았다. 이는 불만족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 나오는 것이었다. 그러다 멈추고, 자신을 보며 부드럽게 웃는다. 돌아왔나, 웨이싱. 악마는 아마 계약자의 저 말이 저주와 동일한 단어이지 않을까, 싶었다. 계약자가, 디어 시아가, 스이엔츠이 아키타라는 치가 자신만을 위해 지어준 이름. 자신만을 위해 만들어둔 애칭. 따온 단어 같은 것. 저걸 들으면 속이 느글거렸다. 어쩔 수 없이 자신도 목소릴 낮춰 답을 해야만 했다. 그래, 다녀왔수, 작가 양반. 웃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아마, 계약자의 입에서.
“그래서, 식사는 어디로 가고 이리도 빈 손으로 오게… 된 건가.”
“1층 통해서 나가려니 막길래 뭔가 싶었더니- 뭐. 다 줄여서, 2층에 먹는 곳이 있수.”
“그곳으로 가면 되겠군… 그 사이 네게 인사라도… 한 놈들은 있었나?”
“웬 백인 남자가 말 걸길래 시간 없다고 하고 왔네만.”
“설마 그 차림 그대로 갔나?”
“불만 있나.”
“문신 다 드러난 팔뚝과 미처 정리도 못한 앞머리로? 안경도 없이?”
“그렇네만.”
“자네도 이제… 내가 할 말이 뭔지 알겠지.”
“험악한 내게 말을 건 사람에게 잘 해주지 그랬냐 하겠지.”
“하지만 나도 금발의… 백인은 싫으니 넘기지. 남자라면 더욱…”
“푸른 눈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네만.”
“질색이군. 유감스럽게도.”
잡담은 여기서 컷. 온갖 문신 위에 파스를 바르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친 후 둘은 밖으로 나선다. 가을 초입이라 그런가 좀 싸늘하군. 엘리베이터를 탄 뒤 계약자가 말했다. 그런가. 엘리베이터를 외투 없이 나서머 악마가 답을 했다. 두툼한 겉옷을 얻게 된 스이엔츠이는 팔을 걷어 올리며 그 곁에서 함께 걸어 나갔다. 그 사이 차우의 리드줄은- 뭐. 당연하게도 챙겨오지 않았으니 위천의 옆구리에 쑤셔 넣었다. 차우는 허공에서 행복하게 팔다리 바둥거리며 꼬리를 마구 흔들어재꼈다. 강아지 털 알러지 있는 사람이 있으면 어쩌지? 가둬야지. 사람을 가두면 안 된다 류 위천. ... 맞군.
식사를 하러 간 장소엔 아까 위천이 말을 했던 치가 있었다. 그 사람은 다시 말을 붙여보려고 온 것인지 테이블 곁에서 서성거렸다. 스이는 간단하게 고개 끄덕이며 손짓을 했다. 상대를 부른다. 메이헴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작자 또한 특이한 능력을 지닌 것으로, 문제가 있다면 상대가 가장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모습으로 보이는 상태라고 논했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 주변 반응을 보니 싫어하는 형태라고 언급을 하며, 혹시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알 수 있겠냐 하길래- 스이엔츠이는 눈을 잠깐 감았다.
"자네는… 전형적인 제 1세계 백인 금발의 푸른 눈을 하고 사업가 몇 번 시도해본, 타인의… 고생 따위는 모르다 못해 공정무역의 무역도 이해하지 못할 청년처럼 생겼네…."
"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확실히 그런 모습은 질색이네요!"
"……무얼."
"그나저나 같이 오신 분은 동행인이신가요? 아까 여쭈어봤을 때엔 일정이 있다며 올라가셨는데."
"일정이 있긴 했지. 내게… 여기 식당이 있다고 알려주는 것 말이다. 우리가 좀… 늦게 일어난 탓에 먹을 거리가 없을줄 알았거든."
"아하. 아직 센터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하신 건가요?"
"그래. 오늘 저녁에… 호출 당해서 들을 예정이다."
그릇에 가득 음식을 담아온 위천이 탁자 위에 서너개를 툭 내려두며 답을 했다.
"그런 말은 듣지 못했네만."
"그런 일이 생길 것만 같다고 대꾸하면, 알아서 넘어갈텐가?"
"뭐, 그러지. 이거나 먹어보쇼, 작가 양반. 가지 구이가 잘 익었다."
"좀 먹여줘. 아. -옳지…."
우물우물 턱을 움직이며 삼킨 뒤에야 반대로 스이엔츠이가 곁에 서있던 이에게 묻는다. 그렇다면 자네의 원래 모습은 무엇인가? 그는 답을 한다. 저도 잊어버려서 잘 모르겠네요! 그는 금방 통통 튀는 걸음을 한 채로 시야 밖으로 나간다.
이러한 능력을 지닌 자들은 모조리 사연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군. 스이엔츠이는 가지 구이가 있는 곳을 포크로 콕콕, 소리 없이 찍어두며 말했다. 적어도 자네와 난 기구한 사연이 있지 않나. 위천은 고기 한 덩어리 부터 묵직하게 덜어내 입에 급하게 쑤셔 넣었다. 천천히 먹으라는 채근을 다섯 번 넘게 들은 뒤에야 겨우겨우 씹는 시늉을 시작했다.
예상과 다를 바 없이 둘은 오후에 불려 나갔다. 방에서 작가가 편집자와 열 세 번 넘게 전화를 하며 상의를 했고, 위천이 이미 세 시간 동안 차우와 지하에 있는 운동 서비스 센터에서 산책 노동을 한 뒤의 일이었다. 이번에도 같은 외투를 챙겨-아니, 갈취해서 입은 스이엔츠이는 당당하게 앞섰다. 가야 할 길이 어디로 향하는 건지 알기라도 하는 것 마냥의 태도였다. 위천은 별 의문을 품지 않았다. 작가는 때로 신비주의자 처럼 구는 경향이 있었으니까. 이것이 차마 '능력'의 변화점이라곤 여기지 못했다는 의미다. 하여튼. 우여곡절 없이 센터의 안내소에 도착한 둘은 발을 딛자마자 최악의 안내를 듣게 된다. 내용은 이와 같다.
:두 사람은 각자의 능력이 어떤 식으로 발현됐고, 어떤 기재 아래에서 작동하는지 분석이 필요하기에 상담 프로그램을 필수적으로 주에 1회에서 2회 정도 시행해야 한다. 단, 그 사이 해당 센터에서 주거를 포함한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음을 안내함.
결국 둘은 계약서에 승인을 하고자 엄지에 장을 묻혀 찍어냈다. 아니면 사인을 했거나. 뭐가 됐든 위천의 것 까지 스이엔츠이가 훔쳐 한 문장 한 항목 다 따져간 덕에 들어간 지 3시간이나 훌쩍 넘어 저녁 시간이 된 뒤에야 자발적으로 걸어나올 수 있었다. 파트너의 자아는 간단했다.
"하지만, 류 위천님. 스이엔츠이 아키타 님께서 계약서를 다 확인하시면 본인의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될 수도 있어요."
"별 수 있나. 저 치가 내 파트너이자 남편이란 놈인데, 확인 하고 넘겨줄 수도 있지. 안 그런가, 스이."
"그렇지, 여보. 웬일로… 마음에 드는 말을 하지? 내가 열 받았다는게 잘 보이는 모양이군. …거기 얌전히 박혀서 입 닫고 있거라."
"봤지. 나보다 내 인권을 더 잘 챙길 치다."
걱정의 눈빛을 보내던 안내인은 금방 사이를 확인한 후, 곧바로 스이엔츠이랑 열띈 토론을 나눴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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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언더 더 스카이, NUS
블러드패스 스테이지, NEWYORK UNDER THE SKY.
사람이 살다 보면 폭력과 선정이 헷갈릴 수도 있는 법인데 넌 너무 자주 그런다 네로 커티스
IF의 연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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