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 자발라른

[샼발라] 하루의 마무리

샤크스 x 자발라

* 샤크스 x 자발라 

* 3300여자 

* 샤크스 외형에 대한 개인적인 설정이 있습니다.

 이번에 뜨려는 건 목도리다. 자발라는 탑에 불어올 차가운 겨울 바람 앞에서 이걸 자랑스럽게 목에 두르고 서 있을 게 분명한 이를 위해 따듯하고 도톰한 흰 목도리를 만들기로 했다. 다만 무늬로 넣을 실을 주홍색으로 할지 짙은 푸른색으로 할지 아직 정하진 못했다. 세 가지 털실을 올려놓고 이리저리 대보던 자발라는 조용히 떠오른 타르지가 얼굴 앞에서 빙글 도는 것에 고개를 끄덕였다. 바구니에 생각과 함께 돌돌 감긴 털실들을 집어넣고 바늘까지 전부 가지런히 정리한 뒤 소파에 기대어 눈을 잠깐 감았다.

 

 잠시 기다리니 망설임 없이 문의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소리가 난다. 눈을 천천히 떴다. 발소리가 급격히 가까워진다. 이윽고 시야를 꽉 채울 듯 커다란 체구로도 민첩하게 다가온 샤크스가 허리에 손을 짚는다. 이젠 샤크스가 손님인지 동거인인지도 모르겠다. 자발라는 그가 무어라고 우렁차게 외칠지 알았다. 그러기에 손을 들어 말을 멈추게 하고, 자신이 먼저 입을 열었다.

 

“쉬고 있었네.”

“좋아! 쿼터에서까지 일하고 있으면 정말로 끌어내려고 했었거든.”

 

 스스로를 가벼이 흔든 타르지가 빠르게 사라진다. 자발라는 10분 전까지 서류를 처리하다가 샤크스의 귀가 시간에 걸리지 않게 미리 숨겨버린 건 당연히 말하지 않았다.

 

“오늘 경기는 어땠나, 샤크스?”

“그냥 그랬어. 두드러지는 이는 없었지만, 정신머리가 썩은 놈도 없었지! 그 정도면 최악은 아니야.”

“다행이군.”

“오늘 추가 보고서는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얼마 전 시련의 장에서 고스트에 대한 위협 사격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걸 떠올렸다. 어깨를 두어 번 돌린 샤크스가 익숙하게 작은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잠시 후 갑옷을 전부 벗고 사복으로 갈아입은 샤크스가 나올 때까지 자발라는 바구니의 테두리를 느리게 쓰다듬으며 기다렸다. 마음이 천천히 느슨해진다. 떨어진 테이블에서 바구니 뚜껑을 집어 든 샤크스가 성큼 다가와 바구니를 덮고는 자발라의 옆에 딱 붙어 앉는다. 익숙한 체온에 긴장이 완전히 풀린 자발라는 몸의 힘을 빼고 조금 더 샤크스에게 기대었다.

 

“자네는?”

“화성으로 정기 순찰을 떠난 이들의 연락이 조금 늦었다는 걸 빼면 괜찮네.”

“아, 그 보고가 늦는다고 했던. 잘 처리했나?”

 

 예사로운 음성에 눈을 느리게 깜빡이던 자발라는 저도 모르게 대답했다.

“아까 처리했지.”

“역시 자네 늦게까지 일했던 모양이군.”

“……아.”

 

 샤크스와 둘이 있을 때면 둘 중 하나다. 긴장이 풀려 느슨한 상태로 있거나, 아니면 아예 정신 자체가 흐트러져 버리거나. 아차 하는 순간 샤크스가 고개를 기울인다. 깊게 비치는 검은 눈동자에 자발라는 그 속에서 제 그림자를 찾는 대신 무심결에 뺨에 입술을 댔다. 낮게 웃는 소리가 드러난 목 어딘가를 스치는지 간지럽다. 조금 움츠러들기 전 샤크스가 손을 쭉 뻗는다. 자발라는 허벅지와 가슴께 아래로 파고드는 양손을 거부하지 않았다. 대신 작게 중얼거렸다.

 

“부상 안 입었네.”

“끌어내는 중이야.”

 

 자발라를 손쉽게 안아 올린 샤크스는 그대로 자발라의 침실로 향했다. 샤크스가 스위치 앞에 잠시 멈추었을 때 직접 불을 켤 만큼 순순히 협조까지 했다. 거실에 켜진 불이 신경 쓰였지만 자발라는 샤크스의 손에서 벗어나는 대신 내려놓는 대로 얌전히 누웠다. 오늘 아침 세탁했을 얇은 이불이 부드럽게 몸을 받친다. 침대 끄트머리에 내려놓은 샤크스의 손이 침대 프레임 근처까지 펼쳐진 이불을 잡아 제 몸에 덮으며 어깨를 꾹 찌르지만 않았어도 바로 잘 자라는 인사를 속삭이려 했을 만큼 몸이 나른하게 풀렸다.

 

“샤크스?”

 

 작은 목소리에 샤크스는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자발라를 옆으로 굴렸다. 몸에 이불이 감긴다. 자발라는 천장을 향했던 시선이 침대로 향하는 걸, 그리고 다시 천장을 향하는 동안 기다렸다. 이불에 둘둘 말린 자발라를 본 샤크스가 만족스럽다는 듯 목을 울리며 웃는 소리를 냈다.

 

“이렇게 이불에 말아두면 행복해진다고 하더군.”

“누가?”

“시련의 장 대기실에서.”

“생활 정보 공유의 장이었나.”

 

 침대 위에 올라온 샤크스가 한 팔만 굽혀 침대에 대고 남은 손으로 이불을 가지런히 다듬어주곤 이마에 입맞춘다. 혼자서 기다리며 보냈던 시간 동안 서류를 보건 털실을 감건 좀처럼 풀리지 않았던 긴장을 순식간에 풀어놓더니, 이젠 숫제 재울 기세다. 자발라는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이마에 한 번 더 키스하는 샤크스를 기다리다가 눈 위로 다가오는 입술에 눈을 감았다. 눈꺼풀에 스치듯 지나간 입술은 뺨에 닿더니 입술 위를 꾹 누르고는 떨어진다. 천천히 눈을 떴다. 샤크스가 팔을 토닥이고는 옆에 눕는다. 그리곤 자발라의 배 위에 그 두껍고 무거운 허벅지를 걸어두고는 팔을 위에 걸쳐 끌어안는다.

 

“샤워는.”

“오기 전에 했네.”

“자네 이불은?”

 

 허벅지가 슬슬 내려간다. 아랫배를 스쳐 지나갈 기세에 자발라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옆으로 돌아누웠다. 짓궂다. 마지막으로 덮였던 이불자락이 그대로 흘러내린다. 뒤에서 골반과 엉덩이가 닿을 듯 바싹 붙어 허벅지에 다리를 걸치곤 배 위에 팔을 턱 올린다. 그리고 두어 번 숨을 크게 쉬었다 내뱉고는 힘을 뺀다. 자발라가 살짝 인상을 썼다.

 

“무겁네.”

“투덜거리지 마.”

“무겁고 갑갑해, 샤크스.”

“진짜로 짓눌러도 멀쩡하면서 무슨.”

“투덜거리지 마.”

 

 그대로 되돌려받은 말에 샤크스가 정말로 무어라 작게 투덜대며 팔과 다리를 풀었다. 자발라는 그대로 침대 끝으로 몸을 굴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느슨하게 풀려가는 이불을 추슬러 반, 그리고 다시 반, 한 번 더 반으로 접은 뒤에 자신을 향해 눈동자를 굴리는 샤크스의 허리 께에 턱 얹었다. 한 번 더 투덜댄 샤크스가 이불을 제 등 뒤의 빈 곳에 미끄러뜨린다. 다시 침대에 올라온 자발라가 샤크스의 팔을 톡톡 두드렸다.

 

 보라는 듯 아랫입술을 삐죽 내민다. 검지로 꾹 누르니 심술을 거둔 샤크스가 팔을 벌린다. 자발라는 보라는 듯 샤크스의 한 쪽 팔에 머리를 얹고는 품에 파고들어 이마를 드러난 살에 비볐다. 잠투정처럼 보일 행동에 이어진 나른한 한숨에 샤크스가 한숨을 크게 내쉬곤 자발라를 제 품에 끌어당겼다. 다시 허벅지 위로 척 올라온 다리에 무어라 하는 대신 자발라는 그저 잠기듯 샤크스의 품에 푹 기댔다.

 

“좀 낫군. 이불을 가벼운 걸로 바꿔야 하나.”

“내가 살을 빼는 건, 싫고?”

“음, 적당한 압박감은 잠을 잘 때 도움이 된다 하지 않나.”

“그건 또 어떤 생활 정보 공유의 장에서 들은 거지?”

“글쎄…….”

“자네도 시련의 장 대기실에 두어 시간 앉아있으면 좋겠는데. 자네라면 나보다 훨씬 더 정보를 잘 캐낼 테지.”

“그리고 이틀 내내 시련의 장 경기를 뛰어야겠지.”

“들켰나? 자네는 시련의 장 대기실보단 경기장이 훨씬 잘 어울리지!”

“성의라도 보여, 샤크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비슷하게 작은 소리로 웃었다. 자발라는 반쯤 감긴 눈을 그대로 전부 닫았다.

 

“샤크스, 불.”

“허, 이렇게 해놓고 어떻게 가라는 건지.” 

"잘 자게." 

"이렇게 해놓고 어떻게 자라는 건지." 

"투덜거리지 말라니까." 

"그래, 잘 자고, 아침에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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