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tassium by KPo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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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만 잠글 수 있는 방. 그 안에 사람이 주말 간 갇혀 있었다. 그는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었지만, 외부에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다. 그저 풀 수 없는 지혜의 고리를 쉴 새 없이 만지작대며 과방 안에 덩그러니 존재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어떤 의도로 그를 가둔 것일까? 범인은 그에게 억하심정이 있어 죽일 생각으로 가두었던 것일까? 아니, 설령 이것이 갇힌 사람의 자작극이라 쳐도, 과방의 문은 밖에서만 잠글 수 있기에 그 외의 조력자가 필수불가결하다.

하지만 조력자가 있어도 문제인 것이, 과방의 열쇠는 줄곧 경비실의 잠긴 서랍 속에 있었다. 게다가 서랍의 열쇠는 경비가 늘 입고 다니는 조끼 주머니에 있어 도저히 훔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것은 비단 조력자뿐만이 아닌 범인에게도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었으리라.

자, 그렇다면 조력자 내지 범인은 어떻게 이 과방의 밀실을 만들었을까?

라고, 유준은 인구 밀도가 높아진 생명과 과방 바닥에 주저앉아 중얼거렸다.

"안 되겠는데요, 교수님. 원흉을 제거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유진은 유준의 이마에 붙였던 부적을 떼어냈다. 붙인 지 삼 분은 지났지만 영 효과가 없었다. 무용한 부적을 사 등분으로 접어 반으로 찢어버리고 나서, 유진은 소파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무언가를 흘겨보았다.

일단은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실제로 얼마 전까지는 사람이었던 것도 같다. 캠퍼스 안을 돌아다니다 보면 쉽게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외모의 대학생. 그런 느낌을 주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러한 감상은 그녀의 인중 부근에서 깨끗하게 사라진다.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의 하단부. 원래는 입과 턱이 있어야 할 자리에, 피부라고 부를만한 것이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새카맣게 말라붙어 얼굴뼈를 겨우 감싸고 있는 이것을 보통 피부로 인식하기는 어렵지 않나.

어디선가 초파리 한두 마리가 앵앵대며 모습을 드러냈다. 방 안을 이리저리 휘젓고 날아다니다가, 썩어버린 턱 위에 올라앉는다. 유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시선을 떼어냈다.

"어쩔 수 없구나. 하지만, 으음......"

석민은 의외로 대처를 고민하는 모양새다. 기다란 곱슬머리를 오늘은 보기 드물게 위로 올려 묶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포니테일이다. 머리가 조금 무거우시지는 않을까, 하고 유진은 쓸모없는 생각을 해 본다.

"왜 그러세요?"

"이건 말이지, 일종의 현실 오염형 마법이란다."

"현실 오염이요?"

석민은 주저앉은 유준의 앞으로 발을 디밀었다. 주저앉았다고 할까, 무릎을 꿇고 고개를 반쯤 숙인 자세다. 의미를 알기 힘든 단어의 나열을 망연히 중얼거리고나 있다. 

"지금, 유준이에게 현실이란 무엇일까?"

제자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는다. 턱을 잡고 조금 들어올린다. 고개가 다소 들렸지만, 시선은 여전히 흐릿하다. 적어도 석민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다. 유진은 잠시 주변을 휘휘 둘러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잘 모르겠는데요. 설마 우리와 다른 세상을 보고 있다, 라고 말씀하시는 건지."

"아니."

턱에서 손을 물린다. 고개는 다시 떨어지지 않았다. 석민이 조정한 각도로 고정되어서, 바닥의 장판을 보고 있던 시선이 이제는 정면의 문을 바라보고 있다. 자리에서 일어난 석민은 다정한 어조로 한 자 한 자 천천히 읊는다.

"우리와 물리적으로 같은 세상을 보고는 있지. 하지만, 유준이는 우리와 전제 조건이 다른 세상을 보고 있단다."

"......네?"

석민은 유진의 얼빠진 반응은 무시해 두고,

"들리니? 유준아."

아까와 다르지 않은 자세를 취하고 있는 유준에게 대뜸 물었다.

시선은 움직이지 않는다. 팔도, 다리도 당연히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움직이는 게 하나 있었다. 입이다.

"전제...... 조건?"

갈라진 느낌이 있는 목소리였다.

"그래, 전제 조건. 물론 이대로 원흉을 제거해서 너의 그 환상을 깨뜨리는 일도 가능하다만. 그건 네 정신에 상당히 무리가 간단다. 사람의 정신은 연약해서 말이다, 자신이 보고 있던 세계가 허상임을 한순간에 깨닫게 되면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의 정신적 피해를 입기 십상이지."

그러니, 하며 석민은 두 손을 등 뒤로 한다.

"원흉을 제거하기 전에, 네가 빠져든 그 세계를 조금이나마 해체해 두려고 한단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라는 뒷말은 적당히 생략한 듯 보였다.

석민은 웃는다.

고개를 소파 쪽으로 돌린다.

목의 움직임을 따라 하나로 묶은 포니테일이 흔들린다.

그의 시선을 쫓으면.

얼굴의 반이 괴사한 사람이.

이쪽을 보고 소파에 걸터앉아 있다.

유진은 짧게 숨을 들이킨다.

"유준이 너에게 주어진 현실. 그것은, 이 사건이 해결 가능한 사건이라는 전제 조건 하에 세워져 있지."

썩어버린 입술이 호선을 그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유진아. 이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니?"

"예? 사건이라면......"

"유준이가 이야기한, 이 방에서 일어난 사건 말이다."

유진은 기억을 되짚는다. 그가 석민과 함께 이 방에 진입했을 때, 확실히 유준은 맥락을 알아듣기 힘든 말을 중언부언 이야기하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중얼거리는 말투였던 탓에 무슨 내용인지 제대로 듣지는 못했는데...

"짧게 설명해 주마."

제자의 멍한 표정을 확인한 석민이 가볍게 한숨을 뱉었다.

과방에서 일어난 밀실 사건. 밖에서만 잠글 수 있는 문과 그 안에 갇힌 퍼즐 마니아. 과방의 열쇠가 든 잠긴 서랍. 서랍의 열쇠가 든 경비원의 조끼. 석민은 흘러내린 안경을 슬쩍 밀어올리며 이야기를 맺는다.

이야기를 전부 들은 유진은, 이전보다 더하면 더 했지 결코 나아지지는 않은 멍한 얼굴로 과방을 둘러보기나 한다.

"그게, 가능한 이야기인가요?"

이것이 유진의 대답이었다. 유진도 나름대로 생각은 해 보았지만, 아무래도 조력자인지 범인인지 모를 제삼자가 이 방을 밀실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나지 않은 탓이다. 그야, 열쇠가 경비원 손 안에 있는데 어떻게 자물쇠를 채운단 말인가.

분명 힐난의 말을 들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석민은 입꼬리를 쓰윽 올려 싱글싱글 웃는 게 아닌가.

"그야 불가능한 이야기이지."

"아니, 가능한데......"

유준이 끼어들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좋지 못하다.

"역으로 묻겠다만, 유준아. 이곳을 밀실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너는 이 사건의 진상을 알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당연히......"

"왜 그렇게 생각하지?"

"가능한 방법을...... 사용한 게...... 범인이니까."

"그렇다면 그 방법이랄 게 있느냐?"

대답은 없다.

"밖에서 문을 잠글 수 있는 열쇠는 사용할 수 없다. 반대로, 문을 잠궈둔 채 피해자를 방 안으로 들여보낼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잡다한 물건이 가득한 방 안을 한 바퀴 돌아보며 석민이 이야기한다. 명백히 강의 조의 말투다.

"그렇다면 거기서 논리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건 포기했어야지."

한 박자 쉬고.

"하지만 유준이 너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건, 만약 유진이가 너와 같은 상황에 처했더라도 같았을 거란다."

대답은 또한, 없다.

"너는 어느 순간 이 사건을 논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전제 조건이 깔린 세상으로 들어와버렸으니 말이다."

이 사건은 분명히 해결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유준은 끊임없이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것이 이 사건의 전제 조건이니까.

아니, 전제 조건이라고 하기에도 이상하지. 이 세상의 모든 사건은 논리적으로 일어날 수 있기에 일어났고 그러므로 또 논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인데.

논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은 사건이라고 부를 수 없다.

논리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사건은 우리들의 세상에서 보통, 괴담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유준이 너는 알고 있잖니. 우리들의 세상에는 논리를 까마득히 뛰어넘은 고차원의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너는 그걸 동경해서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렇다면, 교수님...... 이건."

석민은 유진과 시선을 맞춘다.

네가 말하고 싶은 바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끄덕인다.

"괴담을 사건처럼 다루려고 한 것 자체가 일종의 현실 오염이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지."

유준의 오른손이 움찔 튀어올랐다.

쥐었다 폈다를 반복한다.

꼭, 긴 잠에 들었다가 이제야 깨어난 사람처럼.

석민은 이제 소파로 향한다. 소파에 걸터앉아 가만히 석민의 강의를 듣던, 사람인지 아닌지 모를 애매한 생명체는, 큰 눈망울을 빙글 굴려 교수를 올려다 본다. 석민은 뒷짐을 진 채 학생이었던 것을 내려다 본다.

"그래도 이건 생각보다 공정하더구나. 유준이 네가 오염된 현실에 갇혔다는 실마리를 제시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디에, 요?"

손은 움직였지만 목소리는 여즉 갈라진 채다. 아까보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 것도 같지만.

"유준이 너는 이 밀실을 만든 방법에만 열중하고 있었지. 이 밀실에 갇힌 사람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지 않았니?"

"......네? 그야."

"그야?"

"범인만, 찾으면...... 사건은 해결되니까요."

"방법을 규명하는 것으로 모든 진상이 밝혀질 거라 믿었니?"

"당연하잖아요."

"애당초 이곳에 갇힌 학생은 왜 며칠 동안 퍼즐 풀이만 하고 있었을까?"

"그건...... 모르겠는데요."

"모르겠는데, 왜 생각하지 않았니?"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왜 중요하지 않지?"

"트릭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니까."

"그게 허점이었던 거란다."

석민의 손이 썩어버린 턱에 닿았다.

힘을 조금 주면, 말라붙은 피부가 쩌적하며 갈라진다.

가루가 된 피부가 무릎으로, 떨어진다.

"그 학생은 왜 며칠 동안 퍼즐 풀이만 하고 있었지?"

"......퍼즐 마니아, 라서?"

"좀 더 근본적으로. 퍼즐에 무슨 문제가 있지 않았니?"

"아, 애초에, 설계가. 풀 수 없게 되어 있었죠."

"그렇지?"

"......네."

"유준이 네가 마주한 풀 수 없는 사건과 닮아있지 않니?"

풀 수 없는 퍼즐을 풀기 위해 며칠 동안 고민한 퍼즐 마니아.

풀 수 없는 사건을 풀기 위해 몇 시간은 고민한 유준.

퍼즐을 풀지 못한 퍼즐 마니아는 하나의 퍼즐이 되어 또 다른 퍼즐 마니아 앞에 제시된다.

하나의 프랙탈이다.

소단위 하나하나가 퍼즐의 형태를 가진, 프랙탈이다.

그렇다면, 이 프랙탈을 고안한 흑막은 따로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 그 흑막은......"

한순간 소파의 쿠션이 아래로 훅 꺼졌다.

그 위에 앉아있던, 학생이었던 무언가 역시 몸이 접힌다.

상반신과 하반신이 마주한다.

그것은, 그대로 소파 안으로 빨려들어간다.

아니, 소파 안으로 들어가는 걸까?

소파 안으로 연결된 공허로 빨려들어가는 게 아닐까?

"유준이 너를 사건으로 인도한 이 녀석이지."

괴이 하나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소파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새침히 제 모습을 되찾았다.

유준은 그 후 수 분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던 건 좋은데, 다시 일어나려 하니 아무래도 다리가 저려 유진의 부축을 받아야만 했다. 괴이도 사라졌고 환상도 깨졌으니 이제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기만 하면 되었지만.

"......잠겼는데요?"

어느새 닫힌 과방의 문이 열리질 않았다. 손잡이를 돌리던 유진의 안색이 다소 좋지 않아졌다.

"유준이를 이 안에 가둬두고 싶었던 모양이구나. 자칫하면 세 번째 퍼즐이 될 뻔 했어."

석민은 유진의 손을 거두고, 대신 제 손을 손잡이 위에 올린다.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가 났다. 세 사람은 복도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후 과방을 나선다.

해가 졌다. 자연대 건물 앞의 가로등만이 어슴푸레한 빛을 내뿜고 있다. 유준은 무심코 두 팔을 문지른다. 아직 여름이 완전히 지나지 않았다지만, 밤이 되면 으스스한 한기가 돈다. 늦여름이란 그렇다. 여름도 가을도 아닌 것이 일교차만 변덕스럽게 큰 시기다.

배에서 기묘한 소리가 났다. 생각해보니 오늘 아침으로 먹은 우유 한 통 말고는 뭘 먹은 기억이 없다. 자각하니 이젠 극심한 허기가 내장을 쥐어짜려든다.

"가면을 쓴 사람을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니?"

앞서가던 석민이 돌연 물었다. 자연대에서 인문대 건물까지는 걸어서 오 분 가량 걸린다. 멀지 않다. 하지만 아주 가깝지도 않다.

"예?"

"오늘 연구실에 왔다고 전해들었다."

"아, 네. 그 머리 긴 남자 분 말씀하시는 거죠?"

"그래. 그 사람이 이야기 해 줬을 것 같은데. 가면을 조심하라고."

그런 말을 했었나?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솔직히 배가 고파서 제대로 된 사고가 되질 않는다. 유준이 대답을 않고 있으니 이제는 유진이 말을 이었다.

"그게, 실은......"

이번 사건을 둘러싼 전체적인 진상은 이러했다.

『카르코사의 꿈』이라는 리듬 게임 수록곡이 있다. 오락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리듬 게임에 수록되어 있단다. 해당 곡으로 게임을 시작하면 게임기 모니터에 노래의 뮤직 비디오가 재생되는데, 문제는 이 뮤직 비디오에 있었다.

『카르코사의 꿈』의 뮤직 비디오는 평범한 뮤직 비디오가 아니었다.

실상 멀쩡한 사람이 보기에도 정서에 좋지 않은 요소가 가득한 뮤직 비디오였다. 새빨간 배경에, 기괴한 모양의 오브젝트들. 쉴새없이 흘러나오는 비명은 덤. 하지만 더더욱 문제가 되는 요소는 따로 있었다.

황색의 인장이 영상 한가운데에서 플레이어를 바라보고 있던 것이다.

"평범한 사람의 시야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위장되어 있었지만. 나처럼 눈이 예민한 사람이거나 하면 한눈에 보였을 거야."

실제로, 지난 주 즈음에 천안역 지하상가의 오락실에서 그 게임을 하다가 갑자기 쓰러진 사람이 있었다. 유진은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서 석민에게 이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했다.

"어, 그러고 보면. 선배는 교수님을 만나신 거예요?"

"뭐...... 그렇지."

유진이 어딘가 미묘한 얼굴로 웃었지만 유준은 그런 사소한 반응을 신경쓸 만한 컨디션이 아니었다. 두 사람보다 한 발짝 앞에 있는 석민은 돌아보지도 않는다.

어쨌거나, 유진의 이야기를 들은 석민은 며칠 전부터 학교 안에서 하스터의 추종자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만약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다가 쓰러진 사람이 우리 학교 학생이고, 그게 황색의 증표로 인한 정신 오염의 결과라면 아주 있을 수 없는 이야기도 아니라고.

"설마 가면을 쓴 사람을 피하라는 게."

"그쪽 추종자들이 가면을 많이 쓴다더라고. ......얼굴이 썩어들어가서."

하스터는 수많은 화신을 거느리지만 이번 사건에 관계된 것은 호박석 고승의 모습이라고 한다. 제목을 발음하기도 힘든 고서에서 말하길, 호박석 고승은 추종자의 몸에 빙의하여 나타난다. 추종자의 몸에 빙의한 호박석 고승은 자신에게 접근하는 이에게 시험을 내리는데, 그것이 무언가 하니 바로 풀 수 없는 퍼즐을 푸는 것이다.

그에게 시험을 받은 사람은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잊고 퍼즐을 푸는 데에만 집중하게 된다. 옆에서 누군가 그를 거들어주지 않으면, 그는 며칠 후 퍼즐 옆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고 만다.

"그러니까, 오락실에서 쓰러진 그 애가... 추종자가 되어서, 그 몸에 화신이 깃든 거라고요? 깃든 채로 학교에 와서 만나는 사람마다 족족 시험을 냈고."

유진에게서 사건의 전모를 듣는 사이 세 사람은 인문대 건물에 도착했다. 방학인지라 불이 켜진 창문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석민은 자연스럽게 제 연구실의 문을 연다. 유준은 잠시 긴장했지만, 문 너머에는 평범하게 바닥이 있었다.

"그런 셈이지. 휘말리느라 수고했다, 유준아."

"하아...... 아뇨, 그보다, 몸은 좀 괜찮으세요?"

"음? 아아......"

"컨디션이 안 좋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분한테."

남청색 머리를 하나로 묶어내린 남자를 떠올린다. 생각해보니 가면을 쓴 사람을 조심하라고 했던 것도 그 남잔데. 교수님이랑 깊은 관계가 있는 건가.

......아니, 이런 중대사를 고민하기엔 역시 배가 너무 고프다.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질 않는다.

석민은 평소와 같은 어진 미소를 입가에 걸어올렸다.

"배고프지 않니? 간만에 다같이 저녁이나 먹지 않으련?"

어쩐지 중요한 피스가 맞추어지지 않은 것 같았지만, 유준은 퍼즐의 완성을 포기했다.

고개나 연신 끄덕이고 만 것이다.

세상에는 굳이 맞추지 않아도 될 퍼즐이 있는 법이다......

특히나 괴담의 영역에서는.

그런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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