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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챠 타입 3

1차

물고기 한 마리를 얻었다.

빙워징은 생각해 보았다. 어쩌다 제가 푸른빛을 지닌 물고기를 얻게 된 것일까.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더듬어 보았다. 이름 모를 남자가 제가 물고기를 좋아한다는 걸로 빌미 삼아 접근했다. 징은 그런 남자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무슨 속셈이 있었냐고 딱 한 번 추궁했더니, 남자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부리나케 도망갔다. 덕분에 물고기 한 마리만 덩그러니 징의 손에 남게 됐다.

물고기는 좋아하는 편이었다. 징은 제 좁은 집안을 떠올렸다. 이 한 마리가 물고기가 살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고 함부로 버릴 수 없었기에, 징은 목적지를 정해 앞으로 나아갔다.

좁은 건물과 아무렇게나 지어진 건물. 이 좁은 세상은 무척이나 자유로우면서도 위험했다. 낮과 밤의 경계가 없었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굶주렸다. 그나마 징은 먹고 살 만한 편에 속했다. 안 그랬더라면 이렇게 태평하게 물고기를 받을 수 없었을 터. 징은 제 집으로 향하는 이정표를 보며 앞으로 나아갔다. 오르고, 내리고. 적당히 사람이 살 만한 곳으로 추정되는 곳에 도착해서야 징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하지만 거기는 징의 집이 아니었다.

“있어?”

302호라고 숫자가 적힌 문을 두드렸다. 다 썩어가는 나무 문은 용케 제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안쪽에서 대답이 들리지 않았다. 인기척은 어렴풋이 느껴지는데. 징은 한 번 더 문을 두드렸다. 쿵쿵, 소리와 함께 문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거 같았다. 그제야 문이 안쪽으로 열리며 징을 맞이해 주었다.

“어, 어?”

“오라비, 왜 여기에 있어?”

설마 안에서 징을 맞이해준 게 샤밍치엔이 아니라 빙워진이라니. 징은 놀랍다는 표정으로 진을 보았다. 저보다 나이 많은 오라비는 유독 낯가림이 심했다. 어항으로 빼곡하게 가득 찬 방 안쪽에서 손 하나만 빼꼼 내민 채 위아래로 불규칙하게 움직였다. 집에 있었으면서 왜 대답을 안 한 걸까. 그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징은 일단 진에게 인사했다.

“어쩌다 여기에 오게 된 거야?”

“아, 그냥. 마주쳐서.”

진은 그렇게 제가 치엔의 방에 오게 된 이야기를 해주었다. 딱히 커다란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우연히 마주쳐서 내친김에 대화 몇 번을 섞었다가 오게 됐다. 엄청난 반전이 있는 건 아니었다. 진은 제 오라비가 치엔의 집에서 마주치게 됐다는 사실만으로 놀라고 있었다. 애초에 치엔이 이렇게 누군가를 덥석 제 집으로 초대할 이였나? 그것도 낯을 많이 가리는 오라비를 데리고? 물론, 치엔의 집에 아무렇게나 방문한 징이 할 말은 아니었다.

치엔은 휘적휘적 팔을 흔들다가 그만두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내밀었다. 징의 손 위로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봉지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다. 그제야 알았다는 듯 치엔이 자리에서 일어나 징에게 다가갔다. 302호는 그리 넓지 않았다. 단 몇 걸음만으로 입구에 다다를 수 있다.

“이건 꽤나 귀한 아이인데 어디서 받으셨나?”

“어떤 남자가 줬어.”

치엔은 아직 생명의 불꽃이 꺼지지 않은 물고기를 보았다. 비늘 상태도 썩 나쁘지 않았으며, 비늘 색 또한 화려했다. 타인의 환심을 사기 좋을 정도로. 치엔의 시선이 천천히 물고기에서 징으로 옮겨졌다. 진은 이 자리가 불편한 건지 머뭇거렸다. 얼핏 그의 안색이 시퍼렇다. 징은 제 오라비가 호흡곤란에 빠지는 걸 막기 위해 한 손을 잡아주었다. 예나 지금이나 두 남매 사이는 무척 좋았다.

치엔의 시선이 다시 물고기로 향했다. 이번에는 징이 직접 관찰하라는 듯이 물고기를 건네주었다. 좁은 비닐봉지 속 세상이 흔들렸다. 물고기는 당황한 나머지 빠르게 움직였다가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치엔은 물고기를 보다 세심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징은 능숙하게 진에게로 다가갔다. 아는 사람을 만난 덕분에 그의 안색이 조금이나마 괜찮아졌다.

“여기에 있어도 돼?”

“아, 아마도. 아직 아픈 사람은, 안 나타날 거야.”

“그렇구나.”

징은 망설이지 않고 진의 말을 믿었다. 우애가 깊은 만큼 서로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치엔은 어느새 물고기 관찰이 끝났는지 빈 어항을 찾아 새집을 마련하고 있었다. 아, 아깝다. 징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름 모를 남자가 건네준 것에 불과 했지만, 아주 잠깐이나마 보았던 탓에 정이 들었다. 진 또한 비슷하게 생각했는지 치엔의 손 위에 있는 어항을 보았다.

“이걸 저에게 주는 대가로 좋은 정보 하나 팔 예정인데, 누님. 혹시 살 생각 없습니까?”

히죽이는 목소리. 징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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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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