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털이(3)
浪漫白鬼_태지천x명
*
“좋구나.”
그의 붉은 입술이 찢어지며 섬뜩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크흐흐흐… 그래. 흐흐흐.”
태지천은 참지 못하겠다는 듯 입에서 삐져나오는 웃음을 한참 동안 흘렸다.
그리곤 뚝.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지워졌다.
“희연. 돌아가면 대청소를 해야겠구나.”
태지천은 은동현에게 풀린 채찍을 휘둘러 그의 몸에 감겨있던 채찍을 풀러내었다. 풀리는 힘에 몸이 들려 조인의의 위로 떨어지는 순간. 태지천은 다시 한번 채찍을 휘두른다. 그리고 바닥의 은동현과 조인의의 목이 힘 없이 떨어져 내린다.
"태지천! 네 이노옴!!!"
둘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지자 사내가 불같이 호통을 친다. 태지천은 그런 사내를 보며 안쓰럽다는 듯 웃어주었다.
“명이를 건드리려한 주제에 감히 내 목을 탐하려 들다니 건방지다 생각하지 않는가?”
태지천은 눈앞의 사내를 똑똑히 노려보았다.
“남의 목을 볼 것이 아니라, 네 놈의 목을 먼저 걱정해야지.”
사내가 땅을 박차고 태지천을 향해 뛰었다. 바로 그의 앞으로 순간이동을 한 듯한 경이로운 속도였다.
쩌엉-!!!
도저히 태지천의 얇은 채찍과 사내의 단도가 부딪 였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파찰음이 터져 나온다.
"!!!!"
사내는 경악했다. 도무지 검기를 실은 검과 내력도 못 쓰는 이의 얇디 얇은 채찍이 충돌하며 생기는 소리라고 믿을 수 없었다. 그럼 그의 상태가 멀쩡했다면 어땠을 것인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태지천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부디 있는 힘을 다 해-"
사내가 고개를 살짝 젖히자, 태지천이 바로 이어 손 끝을 허공에 긁는다. 뒤이어 태지천이 단도와의 마찰로 밀린 팔을 다시 휘둘러 채찍을 앞으로 쏘아내린다. 사내가 또 다시 단도로 쳐내며 커다란 음을 만들어내면, 그의 다리를 들어 올려 사내의 몸으로 깊숙이 찔러온다.
"짐의 유흥거리가 되어 보거라."
태지천 그의 채찍을 휘두른 손이 빠지면, 이어서 그의 반대 손을 움직여 사내를 쫓는다. 또 휘두른 그의 손이 빠지면, 다시 이어 채찍이 아름답게 선을 그려낸다.
부드럽고 연결된 듯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그의 모습은 마치 하나의 무용을 보고 있는 것만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태지천의 연속된 공격을 막아내던 사내는 그로부터 멀리 떨어져 호흡을 골랐다. 고개를 들어 태지천의 얼굴을 바라보니, 그의 검붉은 입술이 완벽한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격한 공격이 오고 갔음에도 호흡 하나 흔들리지 않고 웃고 있는 것을 보니, 그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음이 분명했다.
호선을 그린 그의 입 사이로 웃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물러서지 말거라."
물론 사내는 물러날 생각이 없다.
눈앞의 상대는 천마였다.
중원 전체가 골칫거리로 여기며 시도 때도 없이 그의 목을 노려오지만 지금까지도 고고히 살아있는 이가 눈앞의 존재였다.
사내가 다시 한번 태지천에게 뛰어 단도를 매섭게 찔러들어온다. 태지천이 당연하다는 듯 채찍으로 단도를 쳐내자, 사내가 품에서 주머니를 꺼내던져 안에 든 것을 그에게 흩뿌린다.
"이런 미독으로-"
태지천이 가소롭다는 듯이 손을 뻗으려던 순간이었다.
후두득-.
"...?"
태지천이 멈춰 섰다. 그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울컥 흘러나왔다. 태지천이 바닥에 흘러내린 본인의 혈흔을 바라본다. 그가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자 사내가 기다렸다는 듯 매섭게 또 다시 튀어 오른다.
손에 쥔 단도로 허공을 가르고, 다시 반대 방향으로 또 가른다. 태지천이 손으로 쳐내면, 다시 방향을 바꾸어 찌르고 들어온다. 사내의 검이 점점 빨라진다. 기세를 완전히 자신에게로 가져온 사내의 움직임이 점점 더 빨라지고 빨라져, 태지천을 몰아세운다.
파앙-!
얼굴에 미소가 지워진 태지천은 사내를 강하게 밀쳐냈다. 서로 거리가 벌어졌고 잠시동안 적막이 퍼졌다. 태지천은 바닥에 피를 뱉으며 사내를 노려보았다.
태지천에 의해 밀쳐진 사내가 자세를 다시 바로잡으며 고개를 들었다. 태지천의 굳은 얼굴에 만족했다는 듯 기세등등하게 입을 열었다.
"어리석긴 내가 평범한 미독을 네 놈에게 사용했을 것 같나?"
사내가 말을 이어가며 품에서 단도 하나를 더 꺼내들었다.
"그건 둘이 있어야만 효과를 보이는 극독이다. 이미 산공독과 함께 네 놈에게 스며들어 있었을터. 알겠는가? 오만에 젖어 위협에 안일하게 대처한 네 놈이 결국에 이끌어낸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
사내와 거리가 벌어진 채 고개를 숙이고 그의 말을 묵묵히 듣기만 하는 태지천은 아무 말이 없었다. 흩날리는 흰 머리칼에 그의 얼굴이 가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통 알 수 없었다.
움직이지 않는 것이 이상했지만, 사내는 태지천 그가 적의를 잃었던 당황해 잠시 몸을 멈추었든 간에 상관없었다. 그가 천마, 태지천의 목을 노린다는 목표는 변하지 않는다.
사내는 양손의 단도를 고쳐쥐고 무방비한 태치전의 앞으로 뛰었다.
아니 뛰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움직일 수 없었다.
온 몸의 직감이 절대 움직이지 말 것을 경고한다.
소름 끼치는 살기가 그의 피부를 찔러오며 앞에서 기세를 키워가고 있었다.
사내는 흩날리는 태지천의 머리칼 사이로 그와의 눈빛과 마주쳤다. 싸늘하기 그지없는 그 붉은 눈빛은 마치 마귀의 것과 같이 형형하게도 빛나는 것 같았다.
"희연."
"예, 본부하십시오."
태지천이 작게 이름을 부르자, 멀찍이 물러서 있었던 박희연이 그의 뒤로 순식간에 뛰어왔다.
"검을 주거라."
박희연이 망설일 것도 없이 자신의 검을 태지천에게 내밀었고 태지천은 검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의 붉은 눈은 사내에게서 떨어질 줄을 모르고 있었다.
"대기하라. 곧바로 돌아갈 것이다. 너를 제외한 이들은 지금 당장 성으로 복귀해 명에게 의원을 붙이고 호위를 서고 있어라."
"명을 받듭니다."
박희연이 물러가고 태지천은 여전히 검을 뽑지 않은 채 서 있었다. 그의 모습에 사내는 입을 열었다.
"검을 든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태치천."
"입을... 여물도록 하거라."
태지천 그가 입을 열고 사내와 눈을 마주치자 비로소 사내는 그의 얼굴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입가에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그의 검붉은 피와 단단히도 일그러진 그의 표정이, 본래 창백함에 귀신같기 그지없었던 얼굴을 더 귀신같이 느껴지게 했다.
태지천의 살기가 흉악해진 그의 붉은 눈빛과 함께 당장이라도 눈앞의 상대를 집어 삼켜버리겠다는 듯이 위협적으로 거대해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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