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즈카호] 흔적

소재 감사합니다 맛있게 받아먹기

스모어 by m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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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의 해가 밝았다. 잠깐 돌아온 나가노는 여전했다. 다소 정신 없이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가족들과 인사를 하고 있으면 친척들의 소식이 들려왔고, 가족의 손에 이끌려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예년과 다름없는, 혹은 더 나은 운수를 위해 이야기를 나누는 걸을 귀동냥으로 듣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번 해의 운수대통을 위해 온갖 액운을 쫓고 복을 불러일으키는 미신들을 서슴지 않고 찾아다녔다. 카호는 사람들이 새해 첫 참배를 다녀오고 간단한 부적을 사는 데 그치지 않고 이것저것 하는 모습을 보며 호기심을 느꼈다. 기대에 가득 찬 사람들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는 희망을 카호도 함께 느끼고 싶었다.

다른 지역에선 어떤 의식을 하는지 가볍게 질문이 오갔다. 카호는 아직 가나자와의 풍습은 다 알지 못한다며 말을 아꼈고, 그런 카호를 대신해 다른 지역에 다녀온 친척들이 한두 마디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고 보니 후쿠오카엔 하라이 시시라는 게 있는데 말이지."

"아! 들어본 적 있어요."

"시시마이에게 물려본 아이는 없으려나~?"

"에~ 싫어! 머리를 물릴 필요는 없지 않아?"

"하하, 그래도 한 해의 운이 좋아진다는데!"

"그래도 싫어!"


미노리와 후타바의 투정을 들어주며 카호는 곤란하다는 듯이 웃었다. 카호에게 달라붙은 쌍둥이들을 쓰다듬어주며 친척들과의 대화를 마무리하며 카호도 조용히 생각했다. 물리면 한 해 운이 잘 풀린다...





돌아온 기숙사엔 다들 들뜬 기운이 흘러넘쳤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들 밝게 인사를 했다. 가볍게 운세 뽑기 결과를 물어보는 동급생도 있었다. 친척들과 함께 있을 때도 느꼈던 기분이었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으면 저절로 느껴지는 감정은 한시라도 빨리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진다. 그것도 소중한 사람에게 말이다.

​카호는 부실로 향할지, 아니면 코즈에의 방에 향할지 두 가지 선택지 중에서 고민했다. 부실로 가면 코즈에 외에도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왠지 지금은 코즈에를 독점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새해 첫 만남인걸.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었다.


"역시 이럴 땐 직접 방에 찾아가는 거지!"


씩씩하게 걸어가 코즈에 방문을 두드렸다. 노크 소리가 꽤 컸으니 안에서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카호는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코즈에를 기다렸다. 새해다. 그러니 아마 평소보다 더욱 정갈한 태도로 맞이해주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을 품었다.

카호는 몇 분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인 방문 저편을 기운 빠진 얼굴로 노려보았다.

오늘은 꽝이었다. 방에 없다니. 그렇다면 부실이겠지. 카호는 애써 심기일전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벌써 새해 인사를 스무 번은 나눈 느낌이었다. 분주하게 캐리어를 옮기는 사람도 있었고, 밝은 표정으로 복도에서 수다를 떠는 사람도 있었다. 리본 색이 서로 다른 걸 보니 귀가하고 나서 처음 대화하는 선후배 관계인 듯싶었다.


"부럽다..."


무심코 흘러나온 말을 카호는 서둘러 주워 담으려고 했다. 그나마 소리가 작아서 듣지는 못한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코즈에와 자신으로 대입하여 바라보다니, 중증이다. 아니, 이건 방에 얌전히 있지 않았던 코즈에 선배 탓이 아닐까? 카호는 머릿속에서 사과하는 코즈에를 떠올렸다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사소한 일로 코즈에로부터 사과를 받고 싶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환히 웃으며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나누고 싶은걸.

복도에서는 뛰어선 안 되지만 빠른 걸음은 봐주기 때문에 카호는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속도를 내어 부실로 걸어갔다. 도중에 잠깐 뛴 건 본 사람이 없으니 괜찮겠지.


"카호다~ 카호~ 새복많~"

"카호 씨.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두 사람도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아니 그보다, 코즈에 선배는 없어요?"

"코즈? 응, 코즈는 오늘 부실에 안 왔어."

"저도 못 봤네요. 방에 없으셨나요?"

"응... 없었어..."


설마 했는데 부실에도 코즈에는 없었다. 기운 차게 인사를 하자마자 축 처지는 카호를 츠즈리가 위로해주었다. 집에서 가지고 왔다며 달콤한 사탕 하나를 손에 쥐어주는 바람에 카호는 달달한 상태로 우울감에 빠져 있었다. 그나마 사르르 녹는 사탕이 점점 감정까지 북돋아주는 게 부실 책상에 단순히 엎어져 있는 걸 멈출 수 있었다.

카호는 츠즈리와 사야카의 배웅을 받으며 다시 길을 떠났다. 기숙사도 아니고, 부실도 아니다. 그렇다면 역시 대서고일까. 하지만 아니면 어떡하지. 2번이나 꽝을 뽑아버리고 나서 카호는 부쩍 자신감을 상실한 상태였다. 기운 넘치는 모습은 앳저녁에 사라지고 말았다. 사탕으로 조금 기운을 얻었다곤 했지만 초반의 기세등등한 모습은 되찾기 어려웠다. 이러다가 오늘 영영 코즈에를 발견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카호는 휴대폰을 손에 쥐고서 연락을 할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로 패닉에 빠져 있단 사실을 본인만 알아차리지 못했다.


"어머 카호 씨."

"헤...?"


그래, 이렇게 코즈에를 갑작스럽게 만나도 머리가 제대로 회전하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말이 아니었으므로.





코즈에가 마치 버려진 강아지를 줍듯 카호를 데리고 제 방으로 돌아왔다. 생각보다 날이 춥지 않아서 가볍게 조깅을 했던 모양인지 복장은 트레이닝복이었다. 운동장쪽을 돌아볼걸... 카호는 여전히 낮아진 자신감으로 멍하니 코즈에만 바라보았다. 코즈에는 카호 상태를 살펴보더니 따뜻한 홍차 한 잔을 내놓았다. 라즈베리 가향차는 달콤한 느낌이 들었다. 아, 그러고 보니 츠즈리가 전해준 사탕도 베리맛이었지. 카호는 두 손으로 공손하게 찻잔을 받아들고 한 모금 홀짝였다.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는 홍차는 쓰지도 않고 마시기 편했다. 몸이 데워지는 기분에 마음도 차분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카호 씨, 진정했니?"

"네... 고마워요, 코즈에 선배."

"후후, 별 말씀을."


카호는 눈에 형광등을 켜고 코즈에를 바라보았다. 아직 하지 못한 말이 있으니까. 기회다. 이것만큼은 늦지 않으리라 생각한 카호는 찻잔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예의 없게 탁, 소리도 나지 않을 수 있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정도는 식은 죽 먹기다.


"코즈에 선배, 새해,"

"그렇지. 새해 복 많이 받으렴, 카호 씨."

"복 많이 받으세요..."


카호는 먼저 인사를 끝맺을 줄 알았는데, 코즈에가 더 빨랐다. 낭패란 생각이 얼굴에 다 드러났을 것이다. 사실 얼굴을 보자마자 인사를 했어야 했다. 그러면 순차적으로 올 한 해 운수가 잘 풀리기 위한 일도 다 말하고, 이것저것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후후, 말이 겹쳐 버렸네? 어쩜 생각하는 것도 똑같았나 보구나. 기쁜걸."

"...그래요? 저도, 저도 기뻐요!"


응, 할 수 있을 것 같다. 카호는 기쁘다고 말한 다음 곧장 코즈에를 껴안았다. 코즈에는 놀라기는 해도 조심스럽게 등에 팔을 둘러 마주안아 주었다. 카호는 어깨에 걸친 손에 힘을 주었다. 까치발을 하고 있어서 조금 버거웠지만 그 고통마저 사랑스러웠다. 코즈에는 점점 무릎을 굽혀 카호가 불편하지 않게 자세를 바꾸었다. 허리를 지탱해주는 손에도 힘이 느껴졌다. 이대로 가만히 있고 싶었다. 아, 그러고 보니.


"코즈에 선배~"

"흐읏?!"

"귀가 약한 코즈에 선배~"

"왜, 왜 그러니!? 으응, 조금만 멀어져서... 애기해 주면..."


코즈에는 부들부들 떨면서 포옹한 팔을 풀지는 않았다. 그저 카호가 귓가에 대고 말하지 않아주길 바라면서, 살짝 하반신만 뒤로 뺐다. 상체는 그대로인 게 너무하다고요. 카호는 아무것도 밝히지 않고 이대로 물어도 될지 아주 잠깐 고민했다. 하지만 고민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었으므로 카호는 바투 붙었다.


"히얏?!"

"아, 못 물었다."

"카, 카호 씨!?"


 카호의 움직임을 예민하게 알아차린 코즈에가 결국 고개를 돌렸다. 어쩌면 숨이 간지러웠을지도 모르지. 카호는 원하던 귀는 물어보지 못하고 관자놀이쯤에 가볍게 키스한 사람이 되었다. 코즈에는 손을 풀고 제 귀를 부여잡고 있었다. 붉게 달아오른 귀가 탐스러워 보인다. 설명하면 역시 물게 해줄 것 같았다.


"개운..."

"네! 왜, 사자에게 물려서 운수대통을 바라는 풍습이 있잖아요!"

"그건... 어린아이들이나 하는 게 아닐까?"

"무무, 코즈에 선배는 카호의 평온한 한 해를 바라지 않으시는 거예요?"

"아니, 설마, 그럴 리가 없잖니?"

"그러면 얼른 물게 해주세요! 자! 귀를 막은 손 치우시고요!"


이런 건 기세다. 타이밍을 놓치면 흐물흐물했던 이성을 똑바로 다잡고 단단하게 굳힌 코즈에는 완고했다. 지금처럼 얼굴을 붉히고, 어쩔 줄 몰라 할 때 얼렁뚱땅 오케이 사인을 받으면 다음은 일사천리! 카호는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코즈에를 바라보았다. 코즈에 표정을 보니 벌써 반쯤은 넘어온 모양이었다. 이대로 한 걸음만 더. 딱 한 걸음만 더 나아갈 수 있으면 코즈에의 귀를 물 수 있다. 이왕이면 나중엔 내 귀도 물어달라고 해야지!


"그보다 카호 씨! 귀라고 하니까 생각났는데!"

"네에?"

"이번 의상에 사용할 액세사리를 추려왔단다. 확인해보지 않으련?"

"아~ 말 돌렸어, 지금!"

"아니란다? 정말로 새 의상에 어울리는 액세사리를 생각했었단다?! 자 보렴, 여기 이 상자에, 꺄아!"

"귀 물게 해줘요!"


코즈에는 카호가 덮치는 척 위협하면 저항 없이 쓰러지는 사람이었다. 손에 든 작은 상자는 바닥에 떨어지면서 뚜껑이 열렸는지 쇳소리가 크게 났다. 뒷정리는 나중에 사과하면서 하면 된다. 단단한 몸을 구기듯 접어 아래에 깔린 코즈에는 온몸이 붉었다. 카호는 코즈에를 내려다보며 위치를 잡았다.


느긋하게 움직였다고 생각한다. 얼굴을 가져다 대니 꽃향기가 베이스인 샴푸 향이 났고, 그런 다음으로 지난번 선물 받은 향수 냄새가 미세하게 나는 것 같았다. 똑같은 향이 나는 건 기쁘니까. 카호는 말랑말랑하지만 형태가 잡히는 부분은 연골이 느껴지는 감촉에 쉽게 입을 뗄 수 없었다.

가장 처음엔 입술로 위쪽을 물었다. 코즈에가 익숙하지 않은 감각에 신음을 참는 게 보였으므로 입술로 앙앙 물면서 귓바퀴를 따라 내려갔다. 부드럽게 문 거라 흔적 하나 남지 않았다. 다소 아쉬운 마음에 제일 두툼하고 말랑한 귓불을 이로 물어버렸다.


"흐읏!"


코즈에의 비명소리에 놀라 입술을 떼니 선명한 잇자국이 남았다. 귀걸이 구멍이 나 있는 곳에 카호의 치아 형태가 고스란히 새겨진 모습은 신선함을 넘어 짜릿함까지 느껴진다. 카호는 오싹오싹한 기분이 드는 걸 겨우 참으며 코즈에의 표정을 확인했다. 너무 익어서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토마토 같은 얼굴이다. 그리고 푹 익어서 겉이 너무 말랑말랑한 것도 문제가 될 지경이니 카호는 괜찮다는 의미로 코즈에의 귓불을 살살 쓰다듬었다.


"히이... 카호 씨..."


그런데 역효과였는 모양이다. 아픔이 조금 가시길 바라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조그마한 귓불을 만지작거렸을 뿐인데. 코즈에는 눈을 꼭 감고서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진정되었다고 생각했는지 카호를 돌아보았다. 눈물이 눈꼬리에 살짝 걸려 있었다. 카호는 부드럽게 키스했다.


"...이제 귀찌 보지 않으련?"

"무드 없게 그런 말 하지 마시고요... 네?"

"히익."


키스가 끝나자마자 코즈에는 바닥에 떨어진 상자를 쳐다보았다. 여기에 집중해주면 좋았을 텐데. 방금까지는 기분 좋게 키스했으면서. 카호는 다시 코즈에 귓가에 속삭였다. 역시나 코즈에는 반응만큼은 확실했다. 카호는 안심하고 다시 한번 더 키스했다. 이번엔 혀까지 넣는 진한 키스였다.


 



"카호 씨... 이젠 액세사리 얘기를 해도 될까...?"

"그거 말 돌리는 수단이 아니었어요?"

"아니라고 했잖니... 흐... 줍는 것 좀 도와주지 않으련?"

"네! 코즈에 선배는 계속 누워 계세요. 허리 아프잖아요?"

"고마워..."


다행스럽게도 처음 이후로는 제대로 침대에서 했기에 상자 속 물건들이 많이 흩어지지는 않았다. 카호는 하나하나 짝을 맞추어 가며 보관함을 채워 넣었다. 본 적 있는 모양도 있었고, 처음 보는 것도 있었다. 새로운 컨셉일까. 무엇이 되었든 의상에 맞추는 걸 고르려고 할 테니 대략적인 분위기를 고르면 될 것이다. 아, 이 하트 모양 귀엽다.


"후... 여러 개를 골라봤어. 지금까지 분위기와 비슷한 것도 있고, 링으로 길게 떨어지는 것도 찾아보았단다."

"어라... 이건 귀찌가 아닌데요?"

"아무리 찾아봐도 귀찌는 없어서... 일단 귀걸이지만 챙겨와 봤어."

"그렇구나..."


귀를 뚫는 데에 큰 관심이 없었기에 그저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으니 코즈에가 옆으로 다가온다. 이불을 몸에 두르고 옆에 쭈그려 앉더니 이것저것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곡의 분위기에 맞는 색, 문양, 길이, 마지막으로 짝 여부. 하나하나 듣고 있으면 벌써 다음 곡이 어떨지 기대되기 시작했다. 

카호는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귀걸이와 귀찌를 구경했다. 장난스럽게 제 귀에 대고 어울리는지 질문도 해보았다. 코즈에는 신중한 표정으로 전부 다 어울린다고 대답했다. 그래선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가볍게 웃었다.


"그나저나 귀걸이라..."

"어머, 카호 씨는 그 디자인이 마음에 드니?"

"헤헤, 알아차리셨어요? 한눈에 쏙 들어오는 건 확실히 이거네요."

"하지만 곤란하네... 그건 귀걸이 형태밖에 없어서 가지고 올지 말지 고민했단다."


코즈에는 정말로 아쉽다는 투로 말했다. 학교 규칙에 귀를 뚫어선 안 된다는 말도 없었고, 2학년들은 이미 귀를 뚫은 상태였지만 이상하게 1학년들은 아직 뚫지 않은 상태였다. 애초에 코즈에가 먼저 카호에게 준 것도 귀걸이가 아닌 귀찌였고. 카호는 멍하니 제 손에 들린 귀걸이를 바라보았다.


"저... 혹시 카호 씨."

"네?"

"귀를 뚫어보는 건 어떠니?"


코즈에의 조심스러운 권유에 카호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어쩐지 멍한 기분이 드는 말이었다. 귀를 뚫다니. 그러고 보니 소설에선 주로 한 손에 들어오는 셀프 피어서를 사용하긴 했었다. 그거라면 코즈에한테 맡겨도 되지 않을까. 카호는 물끄러미 코즈에를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에 바라는 바는 명확했지만 코즈에는 잠깐 멈칫했다.


"...병원 가서 뚫을 거지?"

"에~ 코즈에 선배가 직접 뚫어주시지는 않는 건가요?"

"내가? 위험하고 위생적으로 역시 병원이..."

"카호는 코즈에 선배가 해주는 게 좋은데요."

"아니 나는... 의사도 아니고..."

"코즈에 선배가! 직접! 제 처음을 가져가 주셨으면 한다고요!"


일부러 노골적인 낱말을 사용했다. 코즈에는 그 말에 숨을 헉하고 들이마셨다. 카호는 코즈에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 그 몸에 밀착했다. 따끈따끈한 체온이 느껴진다. 역시 이불을 계속 두르고 있어서 체온이 떨어지지는 않았나 보다. 카호는 볼을 비비며 귀를 뚫어줄 날을 기대한다고 중얼거렸다. 적나라하게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응... 오늘은 늦었으니, 다른 날 부실에서... 해도 괜찮을까?"

"당연하죠! 헤헤,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래... 카호 씨 귀를 내가 아니면 누가 뚫어주겠니."

"아, 메구미 선배가 익숙해 보이긴 했어요. 이런 쪽으론 관심 많으실 테니까요."

"카호 씨."

"아차~ 미안해요?"


키득키득 웃는 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코즈에는 조금 전과는 다른 연유로 뜨거운 체온을 지니고 있었다. 이대로 2회전에 돌입하는 걸까? 카호는 사과의 의미로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입술이 멀어지며 가볍게 빨아당겼기에 붉은 자국이 남았다. 코즈에는 흔적을 너무 남기면 곤란하다며 짐짓 화난 척 카호에게 엄한 말투를 했다.

순식간에 사라질 이런 흔적 말고, 코즈에 선배는 영영 사라지지 않을 흔적을 내 몸에 남기는 거라고요.

카호는 코즈에를 자극할 말을 속으로 되뇌였다. 이걸 지금 입 밖으로 내뱉으면 코즈에는 어떤 반응을 할까. 카호는 코즈에의 설교를 못 들었다는 듯이 쪽쪽 입 맞추는 횟수를 늘려갔다. 

"이런 시시한 흔적으로는 코즈에 선배는 만족 못 하잖아요?"

카호의 마지막 말에 코즈에는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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