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
유료

58화

두 갈래 길

252.

어두컴컴한 동굴 안. 온통 새카만 차림의 누군가가 서 있다. 어깨 위에는 피카츄가 자리하고 있었다. 한쪽 귀가 삐죽삐죽, 특이한 형태다. 그가 동굴의 벽화를 바라본다.

한 포켓몬은 용암이 솟아오르는 대지에, 한 포켓몬은 휘몰아치는 파도 사이에 존재한다. 한쪽 하늘은 메마르고, 반대쪽 하늘은 비가 쏟아진다. 커다란 두 마리의 포켓몬은 서로를 잡아먹을 듯 몸집을 불리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로 기다란 꼬리를 그리며 떨어지는 유성.

제노가 호연지방의 전설의 포켓몬들을 그린 벽화를 바라보고 있던 때, 포켓기어가 울렸다. 밝게 빛나는 화면에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떠 있었다.

[ 두 조직의 보스가 이동한다는 정보다. ] 오전 08:52

[ 아쿠아단은 단풍마을로, 마그마단은 이끼시티로 향한다는군. ] 오전 08:52

동시에 움직일 거면 제발 좀 같은 장소로 가라고.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제노가 한숨을 내쉬었다. 자, 그럼 어디로 갈까… 마음속으로 동전을 던진다.

253.

높게 날아오른 동전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알림음이 울린다. 제노가 다시 포켓기어를 확인했다.

[ 어린 트레이너 한 명이 납치된 박사를 구하기 위해 유성폭포로 향하는 중이라고 한다. ] 오전 08:53

동전의 결과를 확인할 필요도 없이, 그것으로 행선지가 결정 났다. 주인공이 아쿠아단과 싸울 생각인 듯했다. 너 이 자식, 스타팅으로 풀 포켓몬을 선택했나 보구나.

자판을 꾹꾹 눌러 마그마단의 계획의 상세한 정보를 요구하는 내용을 작성해 보낸다. 답장은 곧장 돌아왔다. 이끼우주센터에 예고장을 보냈다라, 그리고 그 시간은….

제노가 황급히 동굴 밖으로 나섰다. 시간에 맞춰 이끼시티에 도착하려면 서둘러 움직여야 했다.

254.

[ ㅇ디 ] 오후 12:43

[ 어디 ] 오후 12:43

[ 어디냐고. ] 오후 12:44

.

.

.

[ 당신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 오후 12:50

계속해서 울리는 포켓기어에 제노가 진지하게 차단을 고민했다. ‘1’. 숫자 하나로 간단하게 답장한 제노가 한숨을 쉬며 포켓기어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 자식, 배틀 중에 그건 예의가 아니지!”

“네, 네, 그러시겠죠.”

제노가 손짓하자 가디안이 문포스를 쏘아냈다. 콰앙-! 순식간에 날아간 상대의 포켓몬이 벽에 처박히며 무시무시한 소리가 났다.

캥, 단말마를 내지르며 기절한 그라에나를 본 마그마단 조무래기가 분한 표정을 지었다. 사이코 파워로 철제 의자 하나를 구부러트려 놈을 움직이지 못하게 가둔 가디안이 그대로 그것을 날려버렸다. 회의실로 보이는 장소의 한구석에 비슷한 처지의 마그마단 조직원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오, 오오…!”

“정말 혼자서 이겼잖아…!”

“감사합니다, 트레이너님!”

마지막 한 녀석까지 제압하자, 책상 뒤에 숨어있던 연구원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며 박수를 쳤다. 제노는 감사 인사를 받는 대신 물었다.

“녀석들의 보스는요?”

“위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알겠습니다.”

짧게 답한 제노가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여기는 호연지방, 이끼우주센터.

성도지방에서의 일을 끝낸 이후, 제노는 곧장 호연지방으로 향했다. 이미 검은먹시티에서 새턴에게 두 조직의 활동을 보고받은바.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었다.

아쿠아단과 마그마단의 활동을 저지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만약 두 조직이 성공적으로 그란돈과 가이오가를 동시에 깨우게 된다면 그것을 막기 위해선 레쿠쟈가 필요했다.

그리고 현재 레쿠쟈는 그가 가진 몬스터볼 안에 있는 상태. 이 녀석이 녹색 몸체를 가진 레쿠쟈와 동일한 개체인지 아닌지를 확신하지 못한 제노는 결국 안전한 길을 선택했다. 아쿠아단이든 마그마단이든 한쪽을 박살 내기.

녹색 레쿠쟈가 스토리대로 하늘기둥에서 나와준다면 다행이겠지만, 전설의 포켓몬은 세상에 오직 하나. 만약 제가 가진 검은 레쿠쟈가 유일한 개체라면 그걸로 끝이다.

아무리 이 세계가 마음에 안 든다곤 하지만 멸망하길 바란 건 아니었다. 사실 이참에 레쿠쟈를 방생할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다. 허나 어린 시절, 비슷한 생각으로 녀석을 꺼냈을 때를 떠올린 제노가 그 방법은 빠르게 포기했다.

에효, 너 때문에 내가 이게 무슨 고생이니. 제노의 불만에 답하듯 품속에 넣어둔 몬스터볼이 작게 울리는 것이 느껴졌다. 제노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니다, 이러는 김에 유적도 조사하고 찾던 물건도 찾으면 좋은 거지, 응.

조무래기들을 가볍게 처리하며 2층에 도착하자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다구리의 현장이었다.

쓰읍, 이상하다. 나 예전에 이런 장면 한 번 본 적 있는 것 같아. 느껴지는 데자뷰에 제노가 눈가를 좁히는 사이, 연한 푸른빛의 남자가 외쳤다.

“마그마단… 로켓의 연료를 훔쳐서 대체 뭘 할 생각이지?”

누가 봐도 조무래기들과는 다른 복장의 남자가 그 말에 답했다.

“후후후… 그렇게 알고 싶다면 가르쳐주지. 굴뚝산에 처넣는 거다! 연료의 힘을 이용해 화산을 폭발시켜, 그란돈을 깨우는 거지!”

제노가 두 사람의 대화와 외관을 토대로 정보를 일치시켰다. 그러니까 이쪽이 성호, 저쪽이 마적이란 거지.

일부러 발걸음 소리를 내며 다가가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목호 씨, 잠깐 빌릴게요. 제노가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던 멋진 대사를 입에 담았다.

“2대1 승부는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

그 말에 상황을 파악한 마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반대로 성호의 얼굴은 환해졌다. 음, 눈부시니까 그만둬주길 바란다! 제노가 급하게 몬스터볼을 손에 쥐었다.

그것을 신호로 모두가 포켓몬을 꺼내었다. 상대는 그라에나가 둘, 이쪽은 메타그로스와 샤미드였다.

“해치워라!”

마적의 명령에 그라에나 두 마리가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들었다. 성호가 오른손을 뻗으며 외쳤다.

“메타그로스, 지진!”

저기 잠깐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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