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원
그렇다면 기록을 남기자
있지 말이야, 난 내가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했어. 어딘가에 무언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늘 그러질 못했어.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가 앞을 향해 걸어가, 나는 항상 제자리인데. 나는 무언가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멋있다고 생각해서 그리고 무언갈 사랑하는 사람은 반짝반짝 빛이 나서. 짧은 기억속에서도 언니는 언제나 늘 빛나는 사람이었거든. 만약 짧은 생밖에 살지 못한다면 무언가를 전력으로 사랑하기에 너무나도 부족한 나라면 그렇다면 최소한 그런 사람들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싶어서 조금 고집을 부렸어. 사랑했던 사람을 기억하고 싶어서. 사랑하는 사람을 쫓아가고 싶어서. 내가 할 줄 아는 거라곤 두 눈으로 빛나는 사람을 뒤좇는 것 밖에 없었어.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나는 여전히 눈으로 남을 좇아가고 곱씹으며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해.
얘들아 나는 너희가 정말 좋아. 지후 네가 그림을 그릴 때의 손짓이나 대상을 응시하는 눈빛, 친절함과 다정이 몸에 배인 사람의 행동을 보는 게, 음악에 대한 열정과 즐거움을 안고 살아가는 자의 기쁨이나 장난스레 던지는 말에 섞인 제희의 애정을 찾아내는 일이 즐거워. 차영아 너는 항상, 다정하고, 세심하고, 또 친절하고 착해서. 그리고 굳건하고 다부지고 언제나 강인해서. 고마워. 분명히 너는 내 버팀목이었어.
조금 눈물이 났어. 새벽의 강가나 내가 젖어있다거나 하는 것보다 나를 보는 너희의 눈동자에서 보이는 근심 걱정과 어떤 안도가, 그리고 우는 차영이 네 모습이. 무슨 일이 벌어졌느냐는 중요하지 않았어. 나, 꽤 사랑받고 있구나. 나, 누군가에게 또 상처를 줘 버렸나봐. 하는 생각에 심장이 욱씬거려서 칠칠맞지 못하게 같이 울어버린 거야.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너희에게 뭘 남겨줄 수 있을까. 내게 있는 거라곤 건강하지 못한 몸뚱아리와 어딘가 부족한 성품 뿐이라. 그렇다면 기록을 남기자. 수많은 사랑하는 것에 대해 시와 소설을 남긴 사람들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남기자고. 빛이 나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을 해보자고. 나 있지, 이전에는 무얼 적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남의 이야기만 따라 적었지만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 알게 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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