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기록

뜻밖의 저녁

For. 쨈 (@k77y4)

-주의: 6.1 새로운 모험 간접 스포일러 / 남의 집 에스+빛전 파트너 드림 말아먹음. 업로드 허락을 받았습니다.

에카야는 힘들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며칠 내내 합을 맞춰보다가 결국 임무를 도중에 중단했기 때문이다. 개중에 몇 명과는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아서 이름과 인상착의를 적어두기까지 했다. 그는 이제 집으로 가고 싶었다. 종일 안락한 지고천 거리에서 빈둥거렸을 단짝이나 괴롭히다 보면 기운이 날 것 같았다.

돌아가는 길엔 눈이 왕창 내려서 기력 없이 다 맞았다. 머리카락부터 꼬리까지 쫄딱 젖은 채 문을 열자 포근한 공기가 얼굴에 훅 끼쳤다. 에카야는 숨을 들이마셨다. 카레 냄새에 미묘하게 낯선 향신료 냄새가 섞여 있었다. 매운 건 아니겠지? 그는 숙련된 요리사였으므로 혀에 자극적인 것도 먹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는 좀 꺼려졌다.

주방 쪽에서 ‘왔냐?’하고 맞아주는 말소리가 들렸다. 에카야는 발을 질질 끌며 거실을 가로질렀다. 머리만 부엌에 쑥 들이밀었다. 에스티니앙이 조리대 앞에서 그를 반겨주었다. 그간 같이 산 보람이 있는지 요리하는 모습이 제법 자연스러웠다. 단짝은 동거인이 지금쯤 올 줄 알았다는 듯이 수건을 휙 던져줬다. 에카야는 대충 머리를 닦으면서 친구의 곁을 기웃거렸다.

“간 좀 봐라.”

에스티니앙은 카레를 조금 떠 줬다. 에카야는 후후 불어가며 맛을 봤다. 기대 이상이었다.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네가 했어? 이걸? 어떻게?’ 물음표가 몇 개씩 붙은 것 같은 말투에 에스티니앙은 미간을 살짝 구겼다. ‘너 지금 나 무시하냐?’ 하지만 입맛엔 맞느냐는 질문에 에카야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으므로 곧 얼굴을 폈다.

“그럼, 손 씻고 와. 밖에 내놓은 요거트도 가져오고.”

꽝꽝 언 요거트가 녹을 동안, 두 친구는 라자한 식 납작빵을 곁들여 카레를 해치웠다. 양은 꽤 부족했다. 에스티니앙은 덩치가 큰 만큼 잘 먹었고, 에카야는 작은 몸집에 비해 많이 먹었다. ‘왜 이렇게 적게 만든 거야? 이걸 누구 코에 붙이라고?’ 투덜거렸더니 에스티니앙은 별빛전사단 단원들에게 간단히 할 수 있는 보양식에 관해 물어봤다고 대답했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비전 레시피라는 말에 에카야는 급히 덧붙였다. ‘내 말은! 적어서 아쉽다고!’

요거트를 숟가락으로 긁어 먹으면서, 둘은 고민했다. 아직 배가 고픈데 어떡하지? 에카야가 남은 식재료가 있는지 읊어보라고 해서 에스티니앙은 기억나는 대로 말해줬다. 에카야는 귀를 기울이다가 그 정도면 뭔가 만들 수 있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가 하려고?’ 에스티니앙은 그렇게 물었다. 단짝이 얼마나 지쳐 왔는지를 잘 안다는 듯이.

“엉, 특별히 해주지.”

배가 차니까 힘이 났다. 오늘 저녁은 맛있기도 맛있었다. 다음에는 같이 카레를 만들어야겠다고, 에카야는 생각했다. 그러면 에스티니앙도 둘이 먹기 적당한 양이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을 터였다. ‘필요한 거 불러줄게, 가져와!’ 외치면서 에카야는 앞치마를 허리에 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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