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우리를 뒤쫓더라도
최후의 저주 外
-주의: 특정 빛전 묘사 있음 / 에스티니앙이 평범하게 나이 드는 이야기
에스티니앙은 가끔 억울했다. 젊은 시절의 나는 무슨 생각으로 쓸데없이 일찍 일어났던 걸까? 니드호그를 죽인다는 목표가 있었을 때라면 몰라도, 복수를 마친 뒤부터는 평범하게 자고 늦게 깨도 되지 않았을까? 젊은 시절을 떠나보낸 지금은 부질없는 한탄이었다. 그는 잠든 연인을 깨울세라 발소리를 죽인 채 침실을 나섰다.
아침잠이 짧아지고 저녁잠이 늘어난 지도 꽤 됐다. 아실은 일하는 도중에만 조절할 수 있으면 된다고 했으나, 에스티니앙은 그런 변화 자체가 탐탁잖았다. 약간 나쁜가 싶었던 몸 상태가 며칠, 한 달, 반년이 지나도록 회복되지 않았던 것은 꽤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그런 문제 따위는 모르고 지나갔을 텐데 하필 당사자가 에스티니앙이었다. 미묘하지만 영구적인 기량 손실을 알아차린 날부터 그는 며칠 동안 은퇴를 고민했다. 혼자 끙끙거리다 아실에게 상담을 청했더니, 그는 ‘네 실력은 아직 이 분야의 베테랑들보다 월등한 편이다, 천재들이란 이래서 글러 먹었다’고 거세게 타박했다. 꼭 그 말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에스티니앙은 결론을 내렸다. 할 수 있는 데까지는 계속하기로.
아침 운동은 달리기부터였다. 집에서 뭘 했다가는 잠귀 밝은 아실이 들을 테니까. 나는 새벽이면 저절로 눈이 떠지니 너라도 실컷 자라는 배려였다. 달리기는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 요즘 들어 에스티니앙은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불안을 느끼고는 했다. 뛰다 보면 그런 기분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기록해둔 수치들을 통해 아직 자신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재어보기도 쉬웠다.
돌아와서는 물을 데워 씻었다.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지만, 찬물로 씻었다가 감기가 호되게 들어 고생한 뒤로는 꼭 물을 끓였다. 머리카락을 말리다 기운이 빠져 거실 소파에 늘어져 있으면 아실이 비몽사몽 내려와서 옆에 앉았다. 그러곤 수건을 가져가 젊은이(신체 나이로 따지자면)다운 팔심으로 남은 물기를 탈탈 털어주었다.
머리카락을 말려준다는 소임을 다한 아실이 잠기운을 못 이겨서 다시 조는 동안, 에스티니앙은 아침 식사를 만들었다. 평소 먹던 만큼만 음식을 하자니 식료품이 애매하게 남기에 있는 걸 다 썼다. 날이 추워지고 있으니 다 먹어 치우지 못해도 몇 시간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식탁을 차릴 즈음에는 아실도 완전히 깼다.
“우리 이제 굶어야 해.”
에스티니앙이 보고하자, 아실은 장날이 내일인데 이럴 수 있냐며 한숨을 쉬었다. 고작 사흘 전에 장기 의뢰를 끝내고 돌아온 터라 주머니는 두둑했다. 문제는 예정보다 의뢰 종료 날짜가 밀렸다는 것이다. 바로 전날 시장이 열렸음을 깨달은 순간, 아실은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가까운 도시에서 장을 봐 왔다. 그때 에스티니앙은 짐도 못 풀고 뻗어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저녁엔 외식하자.”
“오랜만에 마시겠군.”
예상대로 아실은 질색했다. 에스티니앙도 양보할 생각은 없었다. 의뢰 도중에는 의뢰 도중이라 못 마셨고, 일을 끝낸 뒤에는 피로 관리를 이유로 아실이 막았다. 에스티니앙은 휴식기와 금주 기간이 점점 길어진다는 사실을 지적할까, 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애인은 제 나름대로 걱정해 주는 거였다. 모험가로 쌓은 경력을 따지면 에스티니앙은 여전히 아실의 발끝에도 못 미쳤다. 말만 저렇지, 막상 잔을 부딪치면 적당히 어울려줄 터였다.
식탁을 정리한 뒤에는 뒷마당으로 나갔다. 풀을 들어내고 흙을 다져 만든 널찍한 훈련장과 흠집투성이 나무 인형이 에스티니앙을 반겼다. 연습용 창을 휘둘러보며 무게를 가늠했다. 시작은 늘 그랬듯이 온 힘을 다해 나무 인형을 찌르는 거였다. 창끝이 특별히 둔하다거나, 무게 탓에 묘하게 조준이 빗나가는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한 뒤에는 기본 동작을 점검했다. 창이 무거운가, 팔이 전보다 뻐근한 건 아닌가 생각하다가 잡념을 떨쳐냈다. 창을 쥔 건 집에 돌아온 뒤 사흘 만이었다. 며칠 꾸준히 움직여보고서 진단해도 늦지 않았다.
무아지경으로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정오를 넘겼다. 에스티니앙은 뒷정리를 시작했다. 집이 넓은 편은 아니어서 무기고에는 그와 아실의 무기들이며, 연습용과 실전용 무기가 뒤섞여 있었다. 그중에는 마창 니드호그도 있었다. 에스티니앙은 손을 몇 번 쥐었다 펴고는, 쯧 혀를 차며 마창을 외면했다. 일부러 평범한 창을 휘둘러서 감각을 다듬은 차였다. 지금 저걸 잡았다간 말짱 도루묵이었다.
용의 마력이 깃든 물건들은 낡지도 닳지도 않았다. 마창은 오랜 세월이 지나는 중에도 항상 최적의 무게로 전성기와 똑같은 위력을 냈다. 라타토스크의 마법이 걸린 갑옷도 마찬가지였다. 노화와 신체 능력 하락에 대해 고민하던 어느 날, 에스티니앙은 창과 갑옷의 무게와 착용감만은 변함이 없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더랬다.
언제나 최상의 결과를 내는 무구는 몸 쓰는 사람에게 치명적인 독이었다. 신체에 대한 통제권, ‘나의 몸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감각을 의심하게 했다. 본연의 신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자가 무기를 제 몸처럼 다룰 수 있겠는가? 에스티니앙은 장비에 깃든 마력의 보조를 받더라도 결국 몸이 버티는 몫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라타토스크는 그저 아끼는 용기사가 세월에 기량을 잃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던 거겠지만, 선의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니까.
아실은 쓸데없는 고집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는 실용주의자였다. 어쩌면 다루는 무기의 차이점 탓일지도 모르겠다. 화살을 통제할 수 있는 건 시위를 놓기 직전까지이므로. 궁사란 내쏘아진 운을 예상 궤도로 끌어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거듭하는 자들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없는지를 잘 구분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나는 구분할 수 있나? 연습용 창을 만지작거리며, 에스티니앙은 원인 모를 초조함을 느꼈다. 언젠가는 가벼운 창은커녕 빗자루 하나 제힘으로 휘두를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가 오면 나는 알아차릴 수 있을까?
엘레젠의 평균 수명은 120세. 에스티니앙에게는 아직 50년가량이 남아있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남들보다 팔팔하게 뛰어다닐 수 있는 건 용의 피 덕이었다. 기왕 효능을 발휘하는 김에 노화도 좀 늦춰 주면 안 되나, 하고 에스티니앙은 종종 바랐다. 양심 없는 소망이라는 건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비에라 족 파트너와 살다 보면 양심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반드시 오는 법이다.
“뭐가 못마땅해서 그런 얼굴이야?”
“애인이 쓸데없이 인기가 많아서.”
아실은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액면가로 따지면 아직 한창때인 애인은 일몰 후의 펍에서 종종 작업이 걸렸다. 지금 사는 동네에서는 아실이 넉살 좋게 개인사를 뿌리고 다닌 덕에 그런 일이 없었지만, 근방 도시로 나오면 사정이 달라졌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에스티니앙은 아실이 주문하러 다녀오는 동안 몇 명과 잡담을 나누고, 또 몇 명에게 어깨며 팔꿈치를 잡히는지 세어봤다. 자리를 잡은 테이블과 카운터 사이에 제법 거리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아실은 빈번하게 방해받았다.
질투심 같은 건 아니었다. 자기 나이 반 토막도 안 되는 어린애들이 거는 수작에 진지하게 반응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그보다는 자격지심에 가까웠다. 아실은 여전히 젊었다. 외견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태도가 그랬다. 지금 당장 아무 테이블에나 섞여 들어가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였다. 종족 전반의 특성인지, 사람들과 부대낄 일이 많았던 아실의 특징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런 광경을 보노라면 에스티니앙은 문득 걱정됐다. 아실이 나와의 관계에 매여있는 건 아닌가?
상념에 잠기려던 에스티니앙을 건져낸 건 아실의 키스였다. 삐친 애인을 달래는 듯한 태도였다. 이만큼 나이를 먹었는데도 애송이 취급이라니…. 항의 표시로 고개를 슬쩍 돌리자 ‘아예 무릎에 올라앉기 전에 잘 생각해.’라는 협박이 나직하게 들려왔다. ‘마시고 싶대서 일부러 술 파는 곳에 왔는데 이러면 재미없어.’ 시켰던 술을 죄다 바닥에 쏟아버릴 기세였다. 에스티니앙은 얌전히 입술을 내놓았다.
식사를 거의 끝마치고, 남은 음식은 안주 삼아 먹을 즈음 아실은 이렇게 말했다. ‘어디 사람 없는 곳으로 이사나 갈까? 풍광 좋은 곳에서 한 30년 정도 처박혀 사는 거야.’ 에스티니앙은 이 제안이 무슨 맥락에서 튀어나왔나 싶었다. 그가 상황을 파악하는 동안 아실은 대수롭지 않은 투로 술술 말을 이었다. 물자는 한 달에 한 번 들여오는 걸로 하자느니, 장기 요양인 셈 치면 할만하겠다느니, 결국 돈 버는 게 문제긴 한데 그건 자기가 어떻게든 해보겠다느니…. 가만 듣다 보니 어째 내용이 찝찝했다. 에스티니앙은 투덜거렸다.
“왜 내가 감금당하는 게 전제인 거냐?”
“그럼 내가 너 말고 누굴 가둬?”
대화를 좀 더 이어간 뒤에야 에스티니앙은 아실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제안은 입맞춤을 피해 고개를 돌렸던 것의 연장선이었다. 남들 시선 탓에 키스를 꺼리는 줄 알았다고 했다. 아실의 추측은 빗나갔지만, 에스티니앙은 외부 요소를 피해 누군가를 고립시킨다는 해결책을 꽤 매력적이라 느꼈다. 비교군이 없으면 평가도 할 수 없을 테니까. 관계를 파탄 내는 선택지라는 점이 문제였다. 이걸 실행에 옮기면 아실은 훌쩍 떠나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런 건 상관없는데, 난 그냥…. 네가 내 옆에 계속 있었으면 좋겠어.”
부지불식간에 진심이 흘러나왔다. 에스티니앙은 자신이 억지를 쓰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이었다. 빗자루도 휘두를 수 없게 된 팔을 외면한 채 고집을 부리는 것처럼, 아실과의 관계를 지속하기 힘들어졌다는 걸 나만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이 녀석이 혼자 고생하고 있지는 않나? 그는 불안했다. 아실이 덤터기를 쓰고 있을 성격이 아니란 걸 아는데도 그랬다.
“너 지금 쓸데없는 생각 하고 있지.”
아실의 말을 듣자마자 에스티니앙은 자신이 제법 애송이처럼 굴었다는 걸 깨달았다. 사냥을 방불케 하는 집요한 추궁이 이어졌다. 함께 지낸 세월을 통해 배운 게 있다면 이럴 때 입을 다물어봤자 소용없다는 사실이었다. 에스티니앙은 발설하기에는 다소 부끄러운 단상을 꾸역꾸역 내뱉었다. 목소리를 입은 불안은 본인의 귀에도 퍽 근거 없고 시시하게 들렸다.
“솔직히 말해서, 네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에스티니앙은 이쯤에서 아실이 몇 마디 더 타박하리라 생각했다.
“지금 네 머릿속을 정말로 이해하려면 30년은 지나야겠지. 나는 나이만 먹었고 노화를 겪은 적이 없으니까.”
의외로 아실은 너그러웠다. 어떤 문제들은 당사자가 가장 크게 느끼는 법이라며 에스티니앙의 불안을 긍정해줬다. 자길 얼마나 속물로 보는 거냐며 짜증을 내긴 했지만.
“이 뺨에 주름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난 그날을 기대해 왔다고. 네 얼굴이 쪼글쪼글해진 게 궁금했단 말이야.”
아직 자신이 예상했던 것의 반도 안 왔다며, 아실은 한 손으로 에스티니앙의 턱을 잡았다. 얼굴을 요리조리 돌려가며 감상하는 시선부터 흡족한 표정으로 숨을 들이쉬고 가볍게 입을 맞추는 것까지, 충분히 속물 같은 태도였으나…. 그를 지적하는 대신 에스티니앙은 배시시 웃었다.
“아직 봐줄 만한가?”
“말이라고 해? 이래서 타고난 놈들은….”
객관적인 평가인지는 의문이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의 나도 좋다는 거잖아.’ 그거면 됐다. 아실이 지치지 않았다면 에스티니앙은 아직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었다. 매일 아침 일정한 거리를 달리고 일부러 평범한 창을 휘두르는 것과 같은 무언가를.
전날 술을 마시건, 뭘 했건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게 에스티니앙의 장점이었다. 스스로 느끼기에는 단점 같았지만 말이다. 숙취도 조금 있었고 잠도 조금 모자랐다. 에스티니앙은 평소보다 길게 이불 속에서 꿈적거렸다. 그래서 아실은 잠에서 깼다.
하루를 시작하려는 연인을 붙잡고서 아실은 투정을 부렸다. ‘추워.’ 에스티니앙은 그래 봬도 다정한 성격이었고 나이를 먹은 뒤에도 말보다는 행동에 능숙했다. 이불을 잘 여민 뒤 맨어깨를 감싸는 팔이 따뜻했다. 아실은 고개를 뒤척여 팔베개를 점검한 뒤 단단히 머리를 괴었다.
“에스티니앙, 어제 한 얘기 말인데.”
연인은 목을 울려 듣고 있다는 티를 냈다. 다시 누우니 졸음이 찾아오는 모양이었다. 아실은 나직한 목소리로 고해했다. 어쩌면 내가 너의 불안을 부추긴 걸지도 모른다고. 휴식을 강제하거나 술을 자제시키거나, 그런 식으로 통제권을 휘두르면서.
“생각해보니까 나도 불안해서 그런 거더라.”
“…네가?”
“나는 겪은 적이 없으니까. 지레짐작으로 겁먹었지.”
잠에 취한 척 가장하던 목소리가 또렷해졌다. ‘미안해.’ 에스티니앙은 대답 대신 아실의 이마에 입술을 눌렀다. 사과할 것까지야, 라고 생각했다.
“나만큼 오래 같이 산 사람 있냐?”
“없어.”
“그럼 됐다. 처음인데 뭐.”
아실의 입버릇은 ‘모르는 건 배우면 된다.’라는 것이었다. 에스티니앙은 그걸 흉내 냈다. ‘같이 알아가면 되지.’ 머리가 둘인데 엇나가면 아무렴 얼마나 엇나가겠어? 최근에는 고민거리가 많아 좀체 발휘하기 힘들었지만, 대범한 태도는 에스티니앙의 장점이었다.
둘은 모처럼 늦잠을 잤다. 눈을 떴을 때는 장이 슬슬 파할 즈음이었다. 건져낸 거라고는 떨이 채소 몇 단이 다였다. 아실은 한숨을 푹 쉬고는 근방 도시의 단골 주점 몇 개를 꼽았다. 어디서 오늘 하루 식사를 때울까, 그런 뜻이었다. 외식이 줄어들었던 것도 아실의 걱정 때문이었구나. 문득 알아차린 에스티니앙은 물었다.
“괜찮아?”
“괜찮아.”
에스티니앙은 양심적으로 오늘은 마시지 않겠다고 했다. 아실은 뭘 그리 일일이 보고하느냐는 듯 고개를 까닥였다. 자기는 마실 거라고 약을 올리기도 했다. 에스티니앙은 그러든가 말든가 하는 태도였다. 이번에는 아실이 물었다.
“정말로?”
“정말로.”
결국에는 둘 다 반주도 걸치지 않았다. 귀가 후, 쏟아지는 졸음에 순응해 자리에 눕다가…. 에스티니앙은 오늘 하루 쫓기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일부터는 다시 뛰러 갈 생각이었다. 아직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이제는 어디까지밖에 할 수 없는지를 재어보면서. 추적자에게 뒤를 잡힌 듯한 초조함을 떨쳐버릴 날은 오지 않겠지. 그래도 괜찮다, 정말로. 우리는 변함없이 서로의 곁에 있을 테니까. 뒤늦게 침실에 들어온 아실은 잘 자라는 인사 대신 이마부터 턱 끝까지 조심스럽게 입술을 눌렀다. 잠결에 그를 느끼며 에스티니앙은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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