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의 사랑
6월 1주차 주제 : 무지개
이름이 없는 바다. 그곳에는 특이한 물고기가 살고 있다. 이 물고기는 다른 종처럼 비늘로 뒤덮인 피부도, 목 옆에 길게 나있는 아가미를 갖고 있지도, 돌고래처럼 높은 음역대의 소리도 내지 못했다.
특이한 물고기는 자신의 생김새가 다른 물고기와 다른 게 부끄럽고 창피해 매번 그들을 피하고 무시했다.
바다에는 밤낮이 없어서 다가오는 물고기를 피해 뭍 근처로 올라가면 매번 시간대가 달랐다. 어느 날은 하늘과 바다의 경계선이 사라지는 밤. 또 어느 날은 촉촉한 피부를 단숨에 버석하게 만들어버리는 낮. 놀라서 금방 바다로 숨어버렸지만. 매일 바뀌는 그 풍경이 신기한 경험이라 특이한 물고기는 뭍으로 올라가는 걸 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특이한 물고기는 뭍에 머무는 시간이 점차 길어졌다. 반나절 가까이 있다가 참견하길 좋아하는 돌고래가 팔을 질질 끌어 어거지로 돌아간 적도 있었다.
그래도 특이한 물고기의 뭍 사랑은 말릴 수 없었다.
특히, 비 갠 후에 서서히 물드는 여러 색의 기다란 선을 가장 좋아했다.
좋아하는 이유는 특이한 물고기가 가진 유일한 색과 비슷해서.
특이한 물고기는 고개를 숙였다. 비늘이 없어 매끈하고 여러 빛이 들어간 자신의 피부를 가만히 들여다봤다.
“역시 그 선과 비슷한 색이야.”
“하지만 저건 바다에 살지 않잖아.”
참견 좋아하는 돌고래가 은근슬쩍 곁에 다가왔다.
“이곳도 잘 보면 너랑 하나쯤 같은 애가 있지 않겠어?”
“상관없어.”
특이한 물고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진심이었다.
처음에는 같은 색을 가진 것에 대한 소속감과 동질감 그리고 연민을 느꼈다.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저 선도 어디선가 외롭고 쓸쓸했을 거라는 생각을 밥 먹다가도 어디 한곳을 볼 때도 문득문득 머릿속을 침범해와서 그래서 멈출 수 없어서. 그 선에 자기 자신을 투영해, 멋대로 가엽게 여기고, 멋대로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이건 잘못된 거라는 깨달음이 벼락같이 꽂혔다. 이건 진정으로 사랑하는 게 아니었다. 상대를 이해하는 게 아닌 오직 ‘나’뿐인 이기적이고 바보 같은 마음이다.
그래서 특이한 물고기는 그 선에게 이름을 지어 주기고 했다.
“뭐로 지었는데?”
“무지개야.”
“무슨 뜻인데?”
“사랑한단 뜻이야.”
덧없이 피어나 하늘에 선을 긋고,
더없이 아름다운,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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