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HRT 4개월 차 변화 기록
TMI라서 일기 라고 제목을 붙임
하반기에도 새해 맞이 결심을 지키고 있다고? 와, 정말 대단한데!
혀누누의 2024년 목표는 디나이얼을 벗어나 젠남의 길을 걷기. 그리고 잘 이루고 있다. HRT 4달차를 맞아 여태까지의 경험을 기록하겠다.
1. 만족스러운 변화
A. 자세가 달라져 키가 아주 쬐끔 커진 느낌?
나는 전두엽이 다 익고 나서(만 25살 이후) 트랜지션을 시작했기 때문에, 골격이 자랄지도 모른다는 헛꿈은 꾸지 않으련다.
하지만 T 효과로 체형이 바뀌면서 자세가 곧아졌다. ‘필라테스를 받으면 숨은 키 1~2센치 정도를 찾을 수 있다’ 정도의 변화라고 보면 된다.
B. 목소리가 낮아지는 중!
원체 톤이 높았던지라 패싱에 수월한 음역대로 내려가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코 내 점막에 바르는 겔로 HRT를 시작했고, 3개월 가량 유지했을 때에는 ‘트랜지션 전 소주 3병 마시고 노래방 간 다음 아침에 일어난’ 정도로 내려갔다.
지금은? 예나스테론 주사로 바꾸고 아직 1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목소리 변화가 이전보다 빠른 것은 확실하다. 높게 말하면 삑사리가 좀 나고, 이전에 낼 수 없던 낮은 음으로 말할 수 있어 변성기라는 느낌이 꽤 든다.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패싱에 큰 도움이 되려면 몇 달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추가: 보컬리스트거나, 노래 부르기가 중요한 취미라면 HRT 초기에 예나스테론을 처방받는 것은 조금 더 생각해 보길 바란다.
음역대가 전체적으로 내려가면 윗단계가 깎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것 같다. HRT 이전 내 편안한 가창 음역대는 A3 - F5 였다. 나잘겔 처방 동안에는 발성이 어그러진다는 느낌은 크게 받지 못했고, 술을 진탕 마시고 노래방에서 3시간 동안 놀다가 다음 날 아침 일어난 정도로 음역대와 목 컨디션이 변했다.
예나스테론 보이스 드랍은 상당히 세다. 계단이 몇 mm만 높이가 달라져도 넘어진다는 얘기처럼, 평소에 하던 대로 노래를 했다간 음이 아닌 발성이 어긋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예나 첫 샷을 맞고 2주 후 나의 ‘편한’ 가창 음역대는 D3 - B4 정도다. 범위가 줄어들었고, 진성-가성 성구 전환이 전혀 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 처음 노래를 배우는 사람처럼 얇고 서포트 안되는 가성을 낸 뒤에, 천천히 발성을 잡아가면 목이 좀 풀리기는 한다.
그래서 무서웠다. 그런데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아서, 100% 예나스테론 탓을 하긴 조금 어렵게 되었다. 컨디션을 회복하고 나면 더 자세히 기록해 보겠다.
단, 녹음할 때에는 파워가 약해져서 오히려 오디오가 먹먹하지 않게 잘 들리는 장점도 있다.
2. 별로 느끼지 못한 변화는 다음과 같다:
A. 체모
갑자기 팔이나 다리털이 부숭부숭하게 자라지는 않고 있다. 원래 좀 있었고 더 빽빽(?)해진 것 같진 않다.
수염도 딱히? 솜털이 좀 굵게 나서 기대했는데 그냥 모공이 커진 것처럼 보인다.
B. 출혈
나잘겔 투여량이 필요량보다 많았을 때, 월경(이란 단어를 쓰겠다) 주기가 짧아지는 시기가 있었다. 아 기대했는데!
예나로 바꾼 뒤, 예상일과 같게 돌아왔다. 다행인 점은 출혈의 양은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 컨디션은 똑같이 안 좋다. 기운이 없고 몸이 쳐지는 느낌.
그러나 시스 여성도 월경 기간동안 불쾌감을 느끼고, 아프고, 무엇보다 월경통의 종류와 크기는 개인차가 너무 큰 사항이라 어떻게 비교할 수는 없겠다.
이상 오늘까지 느낀 점이다. 상당히 사적인 기록이라서 어디까지 적어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냥 마음속에 꾹 삼키고 있으면 병날 것 같아서 공개 일기장에 기록해 뒀다!
혹시 나도 같은 변화가 있을까 궁금한 분이라면 트랜지션 중 변화는 개인차가 크므로, 이런 젠남도 있구나 하고 참고용으로만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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