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자기 효용감!
학습된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재활 치료를 하는 것처럼 생각하자. 한 걸음씩 삶을 제대로 꾸려 나가면, 몇 년 뒤에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바라는 삶을 사는 내가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없을 수도? 그렇지만 무기력함에 빠져 있으면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나에겐 나쁜 습관이 있다. ‘중요한’ 일이 끝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병. 기준은 내 무의식이 정한 대로라서 불편하다. 택배가 오는 것을 기다리며 삶의 루틴을 하루 정도 미루었다가 정신을 차렸다. 코어 근육만큼이나 중요한 것! 인생은 멀티 코어로 살아야 한다.
밥을 챙겨 먹고 산책도 하고, 쌓인 쓰레기를 버리고 시원하게 샤워도 하고. 정신을 빼놓고 있다가 놓쳐버린 것이 무엇이 있는지 체크도 했어. (병원 예약을 다시 잡아야 한다! 이런.) 그러나 일상 루틴은 하루 이틀 까먹거나 잊어버려도 다시 하면 된다!
와. 그냥 다시 하면 된다니. 지독하게 달콤하다!
내 인생은 근간부터 “하 씨, 이거 뭔가 잘못 되었는데 바로잡을 방법이 없겠는걸!” 로 물들었지. 뿌리부터 학습된 무기력. ‘딱히 그럴 일이 없는데 왜 이렇게 정신병이 심하지?’ 그래서 온갖 이유를 찾아보았고 먼 길 끝에! 오랫동안 외면한 결론에 도달했다. 그동안의 수상한 증거를 한 번에 설명하는 말은 젠더 디스포리아. 2023년의 마지막에 내린 결론이었다.
깊게 쌓인 무기력과 정병의 원인을 하나로 취합하니 사실은 속이 편하다. 이제 마음이 시원하다! 이제는 더이상 족 같은 기분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지 않아도 되는 거다. 나는 원래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숨쉬듯이 불편한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세상에, 아니었다.
그래서 내 오랜 습관이 개 못생긴 굳은살처럼 턱턱 박혀서 나를 위협할 때엔 칼을 빼들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2차 감염은 되지 않게 칼날을 알콜솜으로 빡빡 닦겠다. 그래서 지긋지긋한 나란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집을 찾아서, 달팽이처럼 쏙 들어가서 새로운 틀 안에서 포근하게 돌돌 말려 있으련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지 않게 잘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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