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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요즘 날씨

비가 오고 습하다가도 맑음

에어콘을 틀면 춥고, 가만히 누워 있으면 더운 날씨다. 태양빛을 쬐어야 기분 전환이 된다. 마치 태양광 판넬처럼.

볕을 쬐고 30분. 축 쳐진 어깨가 해바라기마냥 펴진다. ‘가끔은 솔직하고 싶다.’ 일기를 적으며 한 생각이다.

일기란 솔직해야 한다. 그러나 밀레니얼 세대까지는 초등학생 때 일기를 검열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의 하루를 평가하기 좋게 늘어놓는 연습! 그렇다고 일기 숙제가 싫진 않았다. 그림으로 때울 수도 있고, 그럴듯한 가짜 이야기를 써서 내도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성별정정 하나를 위해 인생 계획을 다시 세우는 와중에도, 나의 하루는 초등학생 때 일기처럼 새로 쓰여야 한다. 예컨대 국비지원 수업을 신청하면 매일 아침 요구하는 본인인증? 굳이 물어보는 법적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물어볼 거면 끝까지 물어보지, 같은 이름에 같은 휴대폰 번호, 게다가 같은 생일을 가질 확률이 뭐가 있다고 감질나게 뒷자리의 맨 앞 1글자만 물어본다. 지치지만 매일 아침 나는 내가 나임을 선, 서! 해야 했다. 그것도 아주 찝찝한 방식으로 말이다.

뭐, 솔직히 숫자 하나 키보드를 입력하는 것은 눈 딱 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매일매일 나를 부정해야지만 나를 긍정할 수 있는 길로 갈 수 있다는 모순은 불쾌하다. 모멸감이 느껴진다. 수치스럽다. 이런 일이 쌓이고 쌓이니 더 나아가 인생이 수치스러울 지경이다.

그러나 곧 죽을 수는 없다. 당장 내일의 내가 안 보여도, 먼 미래의 나는 바라는 것을 다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려 한다. 왜냐면 죽어도 안 풀리던 나의 우울감의 원인을 찾았고, 해결 중이니까. 시도도 안 해보고 사라지면 억울하지 않나?

[아래에는 정말 별 내용이 없습니다. 잘 읽었어요 후원 용으로 열어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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