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수8호

원하는 별은 너 하나

欲しい星は保科(ほしいほしはほしな)

이런 제목을 쓰고 싶어서 냅다 별 관련지어 아무렇게나 써내린거라 딱히 로맨틱한 내용은 아닙니다

보라색 별을 본 적이 있는가?

있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거짓이다. 왜냐, 보라색 별은 사람의 육안으로 확인이 어렵기 때문이다.

별의 색은 다양하다. 통상적으로 별하면 떠올리는 노란색부터 푸른색, 붉은색까지 다양한 색을 띤다. 그렇다면 그것들은 무슨 차이가 있어 각기 다른 색으로 빛나는가? 쇠를 가열하면 가열할수록 색이 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별 또한 온도에 따라서 색이 변한다. 그것을 표면 온도라고 하는데, 표면 온도가 높을수록 별은 더 푸른색을 띠고 반대로 온도가 낮을수록 붉은색을 띤다.

사람에게 혈액형이 있다면 별에는 스펙트럼이 있다. 별의 표면 온도에 의거해 그 특징에 따라 O, B, A, F, G, K, M의 7가지 형으로 분류되는데, O형으로 갈수록 표면 온도가 높고 M형으로 갈수록 표면 온도가 낮다.

O형 별의 표면 온도는 3만 도부터 시작하는데 가장 뜨거운 경우에는 5만 도를 넘어선다. 이렇게 표면 온도가 3만 도 이상인 O형 별이 방출하는 빛은 주로 보라색 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모든 별의 빛은 여러 파장에 걸쳐 있고 그중 보라색은 파장이 가장 짧은 가시광선으로 물체의 표면에 닿았을 때 반사가 잘 되는데, O형 별 역시 직접 확인하게 되면 보라색보다는 푸른색으로 보인다.

“…이러한 것들로 인해 보라색 별은 실제 확인하기 어렵다…….”

당장이라도 모니터 속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이 얼굴을 바싹 붙이고 있던 나루미가 마침표를 읽었다. 빨갛게 충혈이 된 채로 부릅 뜬 두 눈은 깜빡이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만 같다.

모두가 잠든 새벽. 시곗바늘 소리도 나지 않는다. 딸깍거리는 마우스의 클릭 소리와 타자 소리도 이제는 멈췄다. 사방이 고요하다. 그리고 어둡다. 전등은 죄다 꺼놓은 상태로 오로지 모니터의 밝기에만 의존한 빛은 야간 모드도 켜지 않아 보는 이에게 더욱 피곤함을 자아낼 뿐이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이게 정말 의미가 있는 건가, 싶은 회의감이 몰려온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된 상황의 원인은 나루미였다.

시작은 며칠 전, 제1부대 야외 단체 훈련을 종료하고 각자 방에 복귀할 즈음. 무슨 이유에서인지 곧장 방에 돌아가지 않고 휴식하던 몇몇 대원들 사이에서 취미 이야기가 나왔다. 미니어처 수집부터 그림, 기계 분해 및 조립, 과학에 밝은 부대원이 있는가 하면 천문학에 밝은 대원이 한 명 있었다. 훈련이 끝난 시간은 이미 해가 지고 달이 뜬 시점이었기에, 천문학에 밝은 대원에게 이목이 집중되었다.

할머니가 들려준 옛날 별님 이야기부터, 소설에서 읽은 바다 위에서 별을 보고 길을 찾는 방법. 별자리에 관련된 신화까지 이야기는 제법 꽃을 피워나갔다. 목욕을 끝마치고 몇 장을 갖고 있는지도 모를 성의 티셔츠를 입은 나루미가 지나가던 것도 마침 그 순간이었다.

“별을 보면 색깔도 다양하죠? 예를 들어서 저기 오리온자리를 보면 어깨 부분에 가장 밝은 별을 베텔게우스라고 해요.”

“오오 정말이네! 붉은색이잖아! 게다가 엄청 밝아.”

“야. 보라색 별도 있냐?”

원래부터 있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불쑥 끼어드는 목소리에 듣기만 하던 부대원들은 어깨를 들썩였다.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 입 다물고 조용히 해, 훈련시간 추가될 일 있냐. 시선을 주고받는 부대원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지 나루미는 천문학에 밝은 부대원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있죠. 그렇지만 육안으로 관측하는 건 어려워요.”

거의 불가능한 거나 마찬가지지만, 아…. 나루미 대장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라는 말과 함께 제 동공을 향한 시선에 나루미는 여기 그런 기능은 없다며 딱 잘라 말했다. 뭐든 다 볼 수 있는 장비가 아니라고. 그에 그것도 그렇다며 사과를 받자 나루미는 됐다며 손을 휘적였다. 그래서 있다는 거지? 나루미가 되묻자 천문학 부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님이 별에 흥미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보라색 별이라도 본 적 있으세요?”

“그렇지……. 딱 한 번 본 적 있는데.”

어째서인지 기특하다는 느낌이 담긴 말투로 장난식으로 질문한 말에 들려오는 대답이 참…. 천문학 대원이 나루미를 올려다봤다. 거짓말을 하는 눈빛은 아니다. 그런데 보라색 별을 맨눈으로 볼 수 있다는 행위 자체가 전제부터 틀려먹었으니, 이걸 어떻게 받아쳐야 할지. 모든 부문에서 평타 이상을 치던 경력직 천문학 대원에게 간만에 위기가 다가왔다.

“오…. 그거 멋지네요. 조명이라도 보셨어요?”

“아니 진짜 봤다니까?”

“그렇게 말씀하셔도…. 전문 관측 장비가 있으면 모를까 애초에 인체구조적으로는 불가능해요.”

“진짜 봤다고!”

“아…네…. 그러시군요.”

마침내 천문학 부대원의 표정이 아주 떨떠름해졌다. 저 얼굴 그거다. 당장이라도 같은 말을 한 번이라도 더 듣게 되었다가는 잠결에 보라색 네온사인이라도 본 거 아니냐고 외쳐버릴 기세다. 쟤도 참 조용히 넘기려다 갑자기 돌진하는 면이 있는 성깔 있는 놈이란 말이다. 조마조마하게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다른 부대원들은 발바닥과 팔뚝에 시동을 걸었다. 대장님이 뭐라고 더 하기 전에 끌고 도망가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작전 성립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직…!!”

“대장님! 오늘 훈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목욕도 하셨는데 뽀송하게 게임하시는 건 어떠실지요,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아아아ー!!!”

휘이잉. 만화책이었다면 없던 나뭇잎도 한 장 팔랑거릴 만큼 쾌속으로 사라진 부대원들을 보며 나루미는 말하던 입을 벌린 채 가만히 있었다. 이것들이 감히 대장님 말씀 중에 도망을 가? 너네 얼굴 다 기억해 뒀으니 나중에 훈련 열 배다. 악마를 빼닮은 표정으로 성질이 돋은 채 한 걸음마다 무게를 실어 대장실로 향하던 나루미 앞에 하세가와가 나타났다.

“여기 계셨군요. 대장실에 계시지 않길래 서류는 탁자 위에 두었습니다만, 따로 설명이 필요할 듯해서 내일 10시 즈음에 찾아뵙겠습니다.”

“잠깐. 하세가와. 너 보라색 별을 어떻게 생각해?

“예?”

하세가와는 영문을 모르겠는지 설명을 요구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아, 그러니까 말이야. 나루미는 방금 전까지 천문학 부대원과 나누었던 대화를 이야기했다. 곱씹으니 다시 속이 끓는지 어느샌가 고자질하는 말투로 점점 바뀌어갔다. 아주 편파적인 나루미의 설명을 듣던 하세가와는 단련된 나루미 필터로 요점을 파악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결론지었다.

“잘잘못을 따질만한 것은 아니네요.”

“하아?! 왜!!”

“그야 그 녀석은 별에 대해서 전문가지만, 대장님은 아니지 않습니까?”

생각해 보세요. 대장님 앞에 괴수에 대해 뭣도 모르는 초짜가 눈이 약점인 놈을 꼬리가 약점이라고 우기면 어떨 거 같습니까? 단번에 미간을 찌푸린 나루미가 뭐 그런 멍청한 놈이 다 있냐며 당장 대원복을 도로 반납하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 순간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지더니 이내 입을 꾹 다무는 것이 하세가와가 하려는 말을 이해한 듯 입을 비죽거렸다.

“보라색 별에 대한 전문적인 견해를 직접 찾아보는 건 어떻습니까? 인터넷으로도 전문 잡지나 관련 기사가 업로드되어 있을 테니 그걸 익혀서 논리로 녀석을 바삭하게 구워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

나루미의 귀가 팔랑인다. 전문가를 그 전문으로 격파한다는 것. 게임으로 바꿔보자면, 마치 검제의 타이틀을 찬탈하기 위하여 그 명성에 도전장을 내민 신진기예 같지 않은가.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찍 소리도 못하게 눌러버리는 건 꽤나 그림이 된다.

하세가와는 슬쩍 미소 지었다. 전문가가 하는 말이었으니 어차피 결과는 같을 테지만 직접 찾아보고 이해하는 편이 더 나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나루미도 드디어 자발적인 자료조사에…. 어느새 부모의 마음으로 성장한 어린 아들을 보는 것 마냥 벅차오르는 가슴을 끌어안고 하세가와는 망상에 빠져버린 나루미에게 들리지 않을 인사를 건네고는 돌아갔다.

그렇게 다시 지금. 흰 건 배경이요, 검은 건 문자요. 천문학 부대원과 똑같은 말을 하는 전문지를 보며 뾰로툥해진 나루미는 뒤로 벌러덩 누우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되는 게 없다. 그놈은 날 팩트로 조졌던 거였어.

“젠장…. 틀린 말이 하나도 없잖아.”

그럼에서 마우스에서 손이 떠나지 않는 것은 미련이다. 분명 봤었는데, 아쉬움이 뚝뚝 묻어 나온다. 아니! 아쉽지 않은데? 난 그저 내 억울함을 증명하려는 것뿐이야. 음음. 나루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암 그렇고말고.

다시 원점이다.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굳이 이런 걸 해야 할까, 싶으면서도 궁금해 죽겠는 건 오직 나루미 뿐이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해결하지 못하면 자칫 임무 같은 중요한 순간에 떠올라 정신을 팔릴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위험에 직결되고……. 급격하게 네거티브로 핸들의 꺾은 사고가 흐려지지 않는다. 젠장, 글러먹었다. 나루미는 지금까지 생각하고 조사한 것을 머릿속에서 말끔히 날려버렸다. 이왕 원점이 된 김에 아예 태초로 돌아가 보자. 그렇게 얌전히 눈을 감고,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보라색 별이다. 처음 보는, 아주 선명하고 예쁜 색의 별이었다.

그때의 기억은 정말이지 잊혀지지 않는다. 눈을 감아 가짜 밤을 만든 것만으로도 금세 떠올리지 않는가. 물론 실제 밤 시간이긴 하지만 어쨌든. 어쩌다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면 저 어딘가에 그 별도 떠있을 거 같은데 도통 보이지 않았다. 다른 별의 빛에 가려진것 은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그 별만큼 빛나는 별이 과연 있을까 의심한다.

문득 아까 인사를 건네던 하세가와가 덧붙인 말이 떠올랐다.

‘조금 신경 쓰여서 그렇습니다만, 대장님이 봤다는 보라색 별, 그게 정말 별이 맞던 겁니까?’

“…별이 아니다?”

그럼 뭐지? 별은 아니지만 별과 같은 색에 예쁘게 빛나는 게 무엇이 있을까.

송전탑, 고층 빌딩의 조명, 비행기나 헬기. 어쩌면 드론일 수도 있고. 폭죽이라든지, 그저 단순히 빛을 내는 장난감이라든지. 그러나 나루미의 감은 그 보라색 별이 빛도 아니고 조명도 아니라고 외치고 있다. 그럼 대체 무엇인가. 빛 자체가 아니라면, 수면에 반사되었다거나 한 걸까. 이쪽이 더 가능성 있어 보인다고 말한다. 물론, 나루미의 감이.

그 별은 어디에 있었나.

…지금 생각해 보니 그리 높은 곳에 있지는 않았던 거 같다. 그 거리가 어느 정도였냐면, 나루미가 지면에 있다고 가정했을 때 그 별은 지붕에 있는 정도. 그게 정말이라면 나루미가 본 것은 별이 아닌 다른 무언가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게 뭐였냐고….”

으아아악!!! 게임도 아니고 임무도 아닌 것에 두뇌를 실컷 사용하니 이젠 한계였다. 다행스럽게도 문과 창문은 모두 닫혀있었고 대장실의 벽면은 방음처리가 되어있다. 시원하게 비명을 지른 나루미는 대장실 한 쪽에 구비된 냉장고에서 차가운 물을 꺼내 병 째로 들이켰다. 그대로 모니터의 전원을 끄고 나뒹구는 베개를 주워 미리 펼쳐 놓았던 이불 속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내일의 나에게 맡긴다. 대책 없는 도피였다.

꿈을 꾸었다.

보라색 별이 꿈에 나왔다. 저기 멀리에서 빛나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아 당장 내 앞으로 내려와! 나루미가 외쳤다. 그러자 정말이지 묘하게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스스로가 말하고도 이게 될 줄은 몰랐던 나루미는 곧 정신을 차리고 두 눈을 부릅떴다. 네 정체를 밝혀 내주지! 보라색 별의 육안 식별은 뒷전, 이제는 보라색 별의 정체에 모든 신경을 쏟아 넣은 나루미는 손에 땀을 쥐었다.

점점 다가온다. 일렁일렁 빛나는 것이 팔을 뻗으면 곧장 손아귀에 들어올 거 같았다. 그래서였을까. 저도 모르게 어느새 힘껏 팔을 뻗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붙잡은 것은 .

똑 똑 똑 똑.

노크 소리가 들린다. 눈을 뜨니 창문은 햇빛의 침입을 허용하고 있었다. 커튼 안 치고 잤구나. 멍하니 생각했다. 방금까지 아주 결정적인 꿈을 꾸고 있던 거 같은데. 잘 기억나지 않으니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었을 거라며 나루미는 기지개를 켰다.

다시 똑 똑 똑 똑.

문을 열기 귀찮다. 정확하게는 문을 열기 위해 움직이는 게 귀찮다. 그렇지만 어제 하세가와가 말한 것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애벌레 기어가듯 꾸물꾸물 문 앞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렇게 개문하려는 순간, 반대쪽에서 먼저 문을 열어왔다.

그러고 보니 하세가와라면 노크 없이 말로 하고 그냥 열고 들어왔을 텐데 그냥 노크만 하는 건 이상했다. 노크만 하던 놈이 있었던 거 같은데…. 누구였더라. 곧장 떠오르지 않는 기억은 그냥 생각하지 않기로 결정한 나루미는 그대로 몸을 뒤집어 천장을 봤다. 어차피 방위 대원이겠지. 안타깝게도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은 바닥의 나루미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칠 예정이다. 아침부터 서프라이즈라니, 제법 나쁘지 않다. 그래. 자고로 대장은 이렇게 유쾌한 면도 있어야,

“우 와 밟을 뻔했어. 어라, 안에 계셨군요?”

“아.”

서프라이즈는 성공했는데 이게 누구한테 성공한 건지 모르겠다. 나루미의 위로 드리운 그림자의 주인은 놀란 듯 동그랗게 뜬 눈동자 속에 보라색 별을 담고 있었다.

etc 1.

“너, 너너…너 눈!”

“제 눈이 뭔가?”

“너 눈 뜰 줄 알아?! 아니 너야? 아오 진짜!!!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코앞에 있었네…!”

etc 2. 후일

나루미 대장한테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말이죠, 시노미야가 잠시 한숨을 뱉고는 이어 말했다.

“그 바보사부가 호시나 부대장님께 ‘너는 내 O-type star야.’ 같은 말을 할까봐 조마조마했지 뭔가요.”

음…. 그렇군…. 하세가와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그럴 일이 있겠느냐고 대답했다. 사실 정말 그럴 뻔했다는 것은 비밀이었다. 천방지축 못말리는 고집쟁이 다섯살 짱구같은 대장님이지만 이 정도 지켜줄 의리가 있었다. 여기서 말을 더 끌었다가는 눈치빠른 시노미야는 단박에 알아낼 게 뻔했다. 시노미야에게 내일 일정을 알려주며 두 사람은 대장실에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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