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해

신의 사랑

새벽제비는 깨진 도자기 인형 앞에서 쓰러져 울고 있었다. 로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열 몇 살의 남자 아이와 꼭 같은 크기인 도자기 인형은 따스하게 맥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곧 꺼질 것이다. 녹색 비단공이 손 안에서 딸랑거리는 소리를 냈다. 새벽제비는 울음을 멈추었다. 아들은 죽었다. 신에게 장가를 보내서라도 아들을 살리고 말 것이다. 아들은 그렇게 토룡신의 꼬마 신랑이 되었으나, 아들의 병은 고쳐지지 않았고 병약한 신랑이 되었을 뿐이었다. 토룡신 옆에 하루종일 앉아 피를 토하며 기침을 하는 모습을 매일 쳐다보자니 그건 또 다른 의미로 가슴이 무너지는 경험이었다. 신은 언제 쇠락할까? 아들은 언제 꼬마 신랑의 업에서 풀려날 수 있을까? 그런 새벽제비에게 그 스님이 찾아왔다. 새벽제비는 격노했다. 스님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

사기꾼 땡중 놈아!

스님은 멱살을 잡는대로 잡혀주었다. 새벽제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스님의 멱살을 끄들어 흔들었다 욕을 했다 애원을 했다 미친 사람처럼 굴었다. 새벽제비가 지쳐 쓰러졌을 때, 스님이 그를 부축하여 일으켜세워주었다. 그 짧은 순간, 스님은 새벽제비에게 말했다.

이천 년 뒤, 아드님과 꼭 닮은 자가 나타날 것입니다.

그 말에서 새벽제비는 구원을 보았다. 이천 년 동안 저 신이 쇠락하지 않는다면, 아들과 꼭 닮은 사람을 잡아다 아들 대신 앉혀놓으면 되는 것이다. 아들은 꼬마 신랑의 자리에서 풀려날 것이고……. 그리고 그 계획이 성공하려면 새벽제비에게는 힘이 있어야했다. 어설픈 어머니로는 안된다.

신의 사랑을 받는단 말, 그것도 네가 한 거니?

로젠이 쓰러진 새벽제비에게 물었다.

나는 너를 이천 년 간 기다렸다, 로젠. 그리고 널 내내 지켜봤지. 나의 아이 같은 널 지켜보면서…….

새벽제비가 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 운명을 저주했다.

로젠은 더 물을 것이 없었다. 약방 사장님은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신의 살점을 달이는 것을 거부했겠지. 그렇게 새벽제비에게 죽임을 당한 것일테고. 새벽제비는 로젠에게서 말이 없자 다시 자신의 아이에게 관심을 쏟았다. 아드님, 어미가 왔습니다, 눈을 떠보셔야죠. 자신의 자식을 너무나도 사랑했던 어리석은 여인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되었다. 가족도 사랑도 쓸모가 없는 것인가. 두두두두, 엄청난 기세로 트럭이 땅을 박찼다. 로젠은 죽고자 했다. 눈을 감았다. 두려웠다. 아아아아-, 로젠이 소리질렀다. 그 때였다. 새벽제비는 로젠을 밀쳤다. 강한 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갈랐다. 로젠은 나뒹굴었다. 바람이 끝났다. 수많은 발이 달린 파란 트럭이 새벽제비를 들이박고 사라졌다. 남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새벽제비는 벌을 받은 것일까? 트럭이 달려가는 쪽으로 공기가 빨려가듯 움직였다. 로젠은 멍하게 허공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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