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의 넋두리

판타스틱 보야지(Fantastic Voyage) 퀘스트 후일담

숱한 승리를 손에 거머쥔 탓에 기고만장해져 있던 우리는 우연찮게 떠난 뱃여행에서 진정한 어둠의 산물로 이루어진 공포를 맛보았다. 아마도 그것은 언제나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고, 앞으로도 우리를 지켜보고 있겠지. 고대적부터 만들어져 존재해온 주시자의 시선을 피할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이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지금도 조금의 대항도 하지못한채 시체가 되고 언데드가 되어 길가의 돌처럼 발에 치일 정도인데 진정한 영웅이라 왕의 입으로 오르내린 우리들은, 정작 대면해야만 하는 어둠과 괴물앞에서는 공포심에 먹혀선 애써 외면하고 있다.

나도 안다. 이 일은 해낼 수 있는게 우리밖에 없다는 것도, 이 여정의 종착지도 주시자를 넘어서야만 비로소 도달할 수 있다는 것도. 그러나 우리는 '불가능'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 그처럼 진정한 어둠의 피조물을 직면한 적도 없었고, 그 영역에 도달해본적도 없었으며, 우리의 적이 어떤자들인지 어떤 힘을 가진 존재들인건지 완전히 이해하고 깨달았던 적도 없었다. 단언하건데 환상적이였어야 했던 그 뱃여행에서 마주하고 말았던 그것은 '불가능'이었다. 천운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지만 살아있음을 느꼈을땐 압도적인 존재의 힘 아래에서 달아나기 위해 도망쳤고, 외면했고, 숨어버렸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래 이건... 이것은... 우리의 힘과 정신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고 그때가 되어서야 느끼고 만 절망과 공포였다. 숱한 위험과 믿을 수 없는 일들을 모두 겪고 살아남았은 베테랑임에도 이것은 우리의 삶에 대한 존망을 걸고 가능성 없는 도박을 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기에 도전조차 허락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와 하룬은 그 날 이후로 다른 의뢰를 하는 것으로 눈을 돌리고 어떻게든 떠올리지 않으려 했다. 영웅이라고 불릴 정도의 베테랑이 대체 왜 이리 두려움에 빠져있느냐며 누군가는 우리를 비난을 하겠지. 나 또한 그런 말이 다른 사람들의 입에 오르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절대 직면하지 않을 것이다. 주시자에게 도전한다면 실패하면 영영 자신을 잃고 말아, 차라리 죽음으로서 종지부를 찍게 되는 것이 나았을거라 생각 할 만큼의 끔찍한 일을 겪게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들이었으니까. 어둠의 좋은 패가 될 것을 자처하는 자살행위를 누군들 하려들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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