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눈
도원괴이담7
요즘들어 도량은 즐거웠다. 틈이 갈라지고 평화로웠던 도원에 요괴들이 쏟아지며 매일이 즐겁기 한량없었다. 원체 사람을 좋아하기로서니 스스로의 장기(천도량은 친화력이라 고집하는)를 마음껏 펼칠 기회를 잡았다. 친화력이란 재능은 첫만남에 그 진가를 발휘하는 법이다. 그렇다면 삐약거리는 173기의 일은 어떻게 되었느냐. 도량은 동시에 일을 벌이는 데에 능한 자였으므로 개의치 않았따는 것이 대답되시겠다. 자부심과 자만심,일견 오만해뵈는 명문귀족가철부지는 문지방 섭하게 만드는 재주가 뛰어났다. 문지방이 봄날의 기운 견디지못하고 습해졌을 때도 방에 들어가는 일 없이 쏘다녔따는 건 풍문아닌 진실이었다.
그러다가 발견한 사실. 예지희는 요즘 학당 굴러가는 작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예지희와 이단이 편식한다 이르노니, 옛적이었으면 넘어갈 일을 굳이굳이 들추는 세력의 등장때문이리라. 천도량이 안다면 말 다 했다. 솔직히 당사자도 아니고 제 3자에 걸친 입장으로서의 소견은 단순하다. 몇은 진심이고, 몇은 진심어린 자의 충고를 당한 후의 가지, 고사리 씹은 표정이 되는 그들을 보는 일이 즐겁지 않겠냐는 것. 고로 편식은 놀리는 데에 이용당했다. 당사자들이 들으면 당장 수련장으로 나오라고 외칠 법한 악독한 생각이었으나... 천도량의 마음을 툭 까놓으면 후자에 가깝다는 점이 안타까울 일이다. 그야 4년 동안 편식에 대해 말 얹지 않았는데 굳이 지금 언급한다면 불보듯 뻔하지 않나. 결국은 다 놀리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이 말이다.
짧은 서신을 쓰라길래 벗에게 농 좀 치겠다는 일이 커졌다는 걸 깨달은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산꼭대기에서 스스로 눈덩일 밀어 재앙을 키워놓고 할 말은 아니었다. 예지희가 그 성명 적힌 시뻘건 쪽지를 보이며 그 이름자 똑똑히 박아뒀을 적, 직감 아닌 현실이 되었다. 어이, 천씨. 거기 눈덩이 굴러강께 조심하더라고. 천도량의 마음이 구수하게도 외쳤다. 예지희가 요정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동맹군인지 포로인지에 천도량을 등적하면 고개만 끄덕였다. 물론 등적 전에 정녕 요괴와 아는사이가 아님을 인증받아야 했으나 기지를 발휘해 일단 우기고 봤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나도 당한 거라니까? 아무 이름이나 쓴 게 분명해! 더이상 퇴로는 없다. 천도량은 스스로 깔아놓은 판에 굴러들어가야했다.
"그, 그래서 뭐 해줄까? 도와줄 수 있는 건 말만 해! 요괴를 면밀히 관찰해볼까?"
어? 떨리는 목소리는 자못 요정찾기에 흥분한 아해처럼 들렸으니 천도량에겐 참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으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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