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색극야

шонхор

청색극야

행복하자 by 석유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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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사냥감을 잡은 날이면 그들은 한밤중에 불을 올렸다. 돌아가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뿔과 가죽으로 만든 악기를 연주하며 밤하늘에 태양의 축복을 알렸다. 달과 별과 어둠이 이 밤에 저희를 무시하지 못하리라, 우리 태양의 자식들이 여기 건재하므로!

샤르 갈빙가는 때때로 시시콜콜하며 의문하거나 의문하지 않아도 변치 않는 것들에 대해 물었으므로 그날 또한 그러했다. 예컨대 태양은 어째서 서쪽을 향하며 지평선 너머 넘어간 것이 서편에서 끝났으면서도 다시 동쪽에서 떠오르는가 하는 것을. 그러면 샤르는 퍽 다정하게 답하는 것이다. 아가야, 그렇지 않고서야 모두가 서쪽으로만 향하지 않겠니. 그 또한 한 곳으로 매몰되지 않고, 드넓은 곳으로 향하라는 태양의 뜻이란다….

샤르긴, 네 차례다. 갈빙가는 눈을 뜬다.

떠나야만 하는 것들은 허투루 물건을 모으고 아끼지 않는다. 언젠가의 가르침을 떠올린다. 기실 갈빙가는 그 가방에, 의복에, 자신의 몸에, 심장, 마음, 골조 안까지 제 욕심과 바람들을 숨겨 지니고 있으므로 가르침을 익히는 데에 의미는 없다. 그럼에도 말로써 배웠을 뿐인 유랑의 수칙을 지킨다. 나뭇가지와 버려진 천 따위를 엮어 만든 임시 천막이 손길 한 번에 무너진다. 야영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채로 갈빙가는 목봉과 그에 감아둔 가방만을 들어 올린다.

물이 있는 곳에서 긴 휘파람을 분다. 검은 천이 눈 앞을 가린 탓에 그 물이 검은지, 푸른지, 혹은 무지개 찬란하다는 오색으로 빛나는지 갈빙가는 알지 못한다. 다만 흐르는 것이 있으므로 휘파람을 분다. 이 시기가 되면 태양이 빠르게 진다. 그 전에 저것을 따라가야 한다. 바쁜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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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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