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교환

고여 있는 물

2024년 2월 스윗 쌍둥이 연성교환

“소다.” 그는 익숙한 어조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소다 스윗은, 형용할 수 없는 기시감에 눈을 깜빡였다. 거기엔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자신의 쌍둥이가 잿빛 양산을 펴 들어 얼굴을 가린 채 서 있었고 두 사람 사이로 불어온 낮은 바람이 너른 초원에 붉게 돋아난 잔디와 강아지풀 따위를 어루만지다가 흩어졌다.

하늘은 보랏빛이고 태양은 푸르다. 등진 쪽 하늘에선 달과 별이 손을 마주잡은 채 둥글게 원을 그리며 춤을 추다가 보이지 않는 것들에게 붙잡혀 손발이 잘린 채 하나하나 땅으로 떠밀린다. 추락한다. 떨어진 유리 조각들이 바닥에 부딪혀 산산이 깨지는 소리는 슬퍼하며 곡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광기 어린 목소리로 깔깔 웃는 것 같이 들리기도 했다. 꽃잎이 떨어져 재가 되고 산에 빼곡히 심긴 나무들은 전부 시들어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다.

손바닥으로 겨우 가릴까 싶을 정도로 작게 고여 있는 물 조금만을 남긴 채 바닥이 드러난 호수에 드러누워 펄떡이던 물고기는 폐가 아닌 아가미를 가진 탓에 호흡하지 못해 바짝 말라붙어 썩어가고 있었다. 부패한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친다. 청어가 괴로운 듯 입을 벌려 뻐끔거린다. 그의 이름을 부른다. “소다.” 그리고 그제야 그는 그것이 오래도록 자신을 부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메리가 아니라.

다시 보니, 자신의 쌍둥이는 그를 바라보고 있지도 않았다. 등을 돌리고 선 메리의 머리 위에 얹힌 성긴 무늬의 검은 베일의 끝자락이 바람에 흩날려 양산 너머로 얼핏 모습을 드러낸다. 메리 스윗은 애도하고 있었다. 마주할 종말과 휩쓸려 사라져 갈 애상에 대해. 또한 끝내 죽음을 맞이할 자신의 쌍둥이를.

청어가 외친다. 당최 어디서 그런 기운이 났을까 모를 정도로 쩌렁쩌렁한 목소리다. 죽음을 목전에 둔 생선이 살이 갈라지고 비늘이 튀어 오르도록 비명을 질러댄다.

심해에서, 가장 오래된 불길한 것이 기어 올라온다.

그것이 종말을 부를 것이다!

우리의 시대가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 때 소다 스윗은 잠에서 깨어났다.


“소다, 표정이 안 좋아 보여, 악몽이라도 꿨니?”

“음—모르겠어, 기억나지 않아. 됐어. 오늘 아침은 뭐야?”

“토스트랑 스크램블 에그, 베이컨도 좀 구웠어.”

“그럼 시럽 가져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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