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01

1인칭 / 전지적 작가 / 3인칭 관찰자

1인칭.

최근 고민이 있다. 나흘 전부터 시작한 공모전에 노출 수준과 클릭율, 각종 지표가 예상을 한참 밑돌고 있다. 내가 웹소설 작가로서 살겠다고 마음 먹은지 얼마나 되었을까.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완결 작품 하나 없이 쓰다 관둔 글이 한둘이 아니었다. 물론, 글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그렇게 다양한 글을 접하고 써보질 않아서 ‘이게 작가가 맞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그리고 오늘 내가 투고했던 글을 다시 읽어보며 “이게 내가 쓴 글이라고?”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내가 쓴 글은 단순히 인물의 상황과 감정을 설명하고 나열했을 뿐. 그것이 독자에게, 심지어 나에게 조차 와닿지 않는 끔찍한 수준의 글이었다. 분명히 쓸 때에는 재미있었는데 막상 머리를 식혔다가 글을 다시 보니.. 차마 스크롤을 끝까지 내릴 수도 없었다.

그렇게 자신을 마주하고 나니 외면했던 문제들이 하나 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항상 비주류 작품, 마이너한 작품을 썼으니까. 그것이 원인이라고 자신의 작품을 합리화 하지 않았을까? 그런 고민이 생기게 되었다. 뭐랄까.. 스스로에게 너무 후한 평가를 쳐주고 살았던 것이 화근이 되었으리라 짐작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새벽 4시가 가까워지는 시간까지 제대로 잠에 들지도 못하고, 이렇게 노트를 펼친다.

전지적 작가.

남자는 늦은 시간까지 잠에 들지 못했다.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속이 복잡했기 때문이다. 어둑한 방, 빛줄기 하나 들어오지 않는 방의 풍경이 자신의 미래가 될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 속에서 어떻게든 답을 찾고자 하는 몸부림이었으리라.

고민의 화근은 저녁에 읽었던 자신의 글이었다. 남자는 스스로 글을 쓸 때 만큼은 상당히 즐거웠다. 자신의 상상속에서 펼쳐지는 모든 것들이 텍스트로 표현되는 것이 마냥 행복하기만 했으리라. 하지만 곧 자신의 형편없는 글 수준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에는 깊은 수렁에 몸을 담근 듯. 가슴이 꽉 막히는 기분이었다. 결국 자신이 투고했던 글을 끝까지 보지 못한 남자는 스마트폰의 액정을 꺼버리고,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되짚어 보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새벽 4시 무렵까지 지속된 것이다.

그리고 현재. 여전히 숨통을 조여오는 객관화된 자신의 모습에 이불을 몇 번이나 고쳐 덮고, 자세를 바꿔가며 끝이 보이지 않는 번민을 이어오던 남자. 결국 이대로는 안되겠다 판단한 그는 노트를 펼쳐 지금 자신의 상태를 직접 글로 써 보기로 한다.

3인칭 관찰자.

글을 투고 할 때 까지만 해도 그는 상당히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난하게 채워지는 페이지를 보며 스스로도 뿌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주변에 있는 여러 지인들에게도 자랑을 했으니 틀림이 없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 머리가 식었을 지금. 남자는 오후에 투고한 자신의 글을 다시 읽어 보았다. 예상과는 다르게 스크롤을 죽죽 내리면서 그의 입꼬리가 뚝뚝 떨어지기만 했다. 금세 심란한 표정이 된 남자. 스스로가 만든 창작물을 부정하듯 다 읽지도 않고 휴대폰을 꺼버렸다. 이후에는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기만 하더니, 결국 밤 늦게까지 쉬이 잠에 들지 못하고 있다.

후기.

3인칭 관찰자는 어떻게 쓰는겁니까. 너무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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