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Enstar] 유일

카오레이, 2년 전

※ 즈!! 기준 2년 전 시점

모든 것이 귀찮았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추종자들도, 뒤에서 욕을 하며 수군거리는 녀석들도, 이용하기 위해 접근하는 녀석들도. 이게 권태인가? 사쿠마 레이는 멍하게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빌어먹게 맑은 하늘은 햇빛을 쨍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아, 눈부셔.'

찡그리며 하늘을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며 땅을 바라보았다. 저 밑은 시원하겠지. 이렇게 덥지도 않을 거야. 다른 녀석의 소리는 들리지도 않겠지. 정말, 모든 걸 다 그만두고 싶다. 멍해진 정신에 시야마저 흐릿해지고 귓가에는 여름 매미 소리가 시끄럽게 들릴 뿐이었다.

눈을 질끈 감아도 햇빛은 쨍하게 내리쬐어, 눈꺼풀 틈새로 파고들었다. 시야가 밝아지고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하늘이 묻는다. 어째서 태양을 탐하였지, 이카루스. 그는 답한다. 그 빛 너머에는 내가 편안해질 수 있는 곳이 있을 것 같았으니까. 그러나 곧 침묵한다. 그 끝에는 죽음 밖에 없음을 너무도 잘 알았다.

청량한 공기의 향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익숙했으나 교내에서는 맡을 일이 거의 없던 향이었다. 바다의 향이나, 친우를 떠올리는 깊은 심해의 향은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그래. 평온한 해변가의 옅은 바다 내음이었다.

시선을 돌려보면 당연하다는 듯이 그가 있다. 모래사장 같은 밝은 노란빛의, 태양을 받아 반짝거리는 머릿결을 한 그가 서 있다. 회색빛으로도, 갈색빛으로도 보이는 그 눈동자는 자신을 발견하면 곧 질색하는 표정으로 바뀐다. 그럼에도 태연히 웃으며 하~카제 군♪ 하며 다가간다.

지옥불에 타오르는 것 같은 이 세상에서 그는 하늘이 내려준 거미줄이었다. 잡아봤자 소용이 없음을 알면서도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숨조차 쉬기 힘든 생활에서 내리는 단비였다. 유일한 숨통이었다. 이 얘기를 듣는다면 그는 질색을 하며 더욱 피할 것이다. 사쿠마 레이는 그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에게 다가갈 수 밖에 없었다. 살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살기 싫다 하면서도 생존의 본는에 의해서.

그는 악마를 살리는 유일한 존재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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