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꿈과 꽃

[OC] 연, 미코, 트와일라잇, 렌디, 레벤

레인시티 by 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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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부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꿈 프로젝트, 일명 단델리온 프로젝트.

이번 년도의 델린 고교와 센트리아 고교에게 있어서 제일 큰 과제였다. 연은 센트리아 고교에 들어온 신청서들을 쫘르륵 펼쳐보였다. 미코의 말에 따르면 1차적으로 걸러지는 작업이 끝낸 신청서들 뿐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해도 굉장히 많았다. 연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뭐부터 봐야 하지? 미코는 그런 연을 바라보다가 현재까지의 신청서들을 깔끔히 정리해낸 서류를 건네주었다. 이 서류로는 부족할 거야. 미코는 그리 말하며 한숨을 내뱉었다. 다양한 신청서들이 책상 위에 가득했다. 아득해졌다….

우선 연은 서류를 살피기 시작했다. 미코가 정리해준 서류는 정말로 정리가 깔끔했다. 연이 눈을 빛냈다. 역시 미코야! 미코는 자신의 정리보다는 직접 적은 신청서를 살피는 게 더 좋을 거라 강조했다. 단델리온 프로젝트의 신청서들을 연은 돌아보았다. 신청서는 수기로 작성해야 했다. 꼬질꼬질한 글자들로 적힌 신청서들도 조금씩 보였다. 연은 웃음을 내뱉었다. 좋아. 힘내자!


한참을 고르고 골라내어 두 사람은 다섯 장의 신청서만을 남겨두었다. 단델리온 프로젝트를 주도한 루비 길드에서 무조건 5명을 선출하라고 이야기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다섯 장을 고르는데에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학생회에서 팀을 나누어서 이 다섯 명을 각각 전담하기로 했다. 우선 연과 미코가 한 팀이었다. 하고 싶은 거 있어? 미코는 한참 생각하다가 하나를 집어들었다. 그 주인공의 꿈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져 있었다.

뮤지컬 배우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돌!

“뮤지컬 배우처럼, 은 뭐야?”

미코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연은 무슨 느낌인지는 알 것 같다며 반대로 해맑게 웃었다. 이 신청서는 꼬불꼬불한 글씨체로 참 빼곡히도 적어둔 신청서였다. 두 사람이 관심이 생긴 부분은 이 소녀가 실제로 뮤지컬 배우로서 활약하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요, 등장도 적고 출연도 적고. 그래도 노력하고 있어요!’ 라고 적힌 부분도 무척이나 두 사람에게 인상깊게 다가왔다. 형식적으로 팀의 최소 한 사람이 직접 주인공을 만나러 가야 했다. 연은 자기가 다녀오겠다면서 웃었다.

그러니까, 극단 ‘스마일링 티켓’ 의 배우… 렌디라는 소녀인가.


연이 연습실이 있는 건물에 도착했다. 스마일링 티켓의 연습실은 이 건물에 위치했다. 그러니까 몇 층이더라…. 한참 건물만 바라보던 연은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습실의 문에 달린 초인종을 눌렀다. 띵 하는 소리가 잠깐 울렸다. 띵동댕동도 아니고 띵이야? 연은 괜히 웃음을 터뜨렸다. 곧 연습실의 문이 열렸다. 한 청년이 연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신가요? 연은 슬쩍 안을 살폈다. 사진 속에 있던 렌디의 얼굴도 연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물론 관심을 가지는 다른 극단원들도.

스마일링 티켓 극단 연습실이 여기 맞나요? 네, 여기 맞아요. 청년, 트와일라잇은 그저 웃어보였다. 그의 미소를 보니 연도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다름이 아니오라 렌디라는 분을 뵙기 위해 왔는데요. 그러자 렌디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트와일라잇은 자연스레 자리를 비켜주었다. 렌디가 연을 바라보고 연이 렌디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센트리아 고교가? 트와일라잇의 물음에 연은 후아, 심호흡을 하고 이야기했다.

“이번 단델리온 프로젝트에서 렌디 양의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된 센트리아 고교 학생회장 연이라고 합니다!”

그리 말하며 연은 웃었다. 연습실 내의 단원들이 진짜냐! 진짜야? 진짜라고? 라는 등 여러가지 감탄을 내뱉으며 두 사람에게 달려갔다. 제일 반응이 없는 건 렌디였다. 물론 표정은 아주 기뻐 보였지만. 렌디의 눈이 반짝 빛났고 연은 종이봉투를 꺼내 서류 몇 장을 렌디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가족분들이랑 같이 확인해주시고, 상세한 얘기는…. 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 덩치가 큰 극단원이 렌디를 들어서 비행기를 태연하게도 태워주었다. 우리 렌디가 해냈구나! 가족같은 분위기의 극단원들을 보자 연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한 명의 극단원이 은근슬쩍 연에게 물었다. 혹시 자기들도 서류를 봐도 좋냐고. 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극단원 한 명이 서류를 조심히 받아가 그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그래, 가족 같은 아이에게 사기꾼이 오는 건 보기 좋지 않겠지.

렌디는 한참 축하를 받다가 연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면, 저 정말로 아이돌이 될 수 있어요? 연은 대답했다. 솔직히 말해서 100% 는 아니고, 희박한 확률일지도 모르지만….

“그 확률을 무궁무진하게 끌어올리는 것이 단델리온 프로젝트의 역할입니다!”


연은 카페에서 초콜릿 음료를 시켰다. 그러고는 제 자리에 앉아 힘없이 축 처졌다. 렌디의 ‘가족’ 들은 무척이나 활기찼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부분까지 이래저래 물어봐서 조금은 고역이었다. 애당초 단델리온 프로젝트는 같이 만들어나가는 거지 연이 전부 결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뮤지컬 배우처럼, 뮤지컬 배우처럼…. 연은 그 단어를 곱씹었다. 뮤지컬 배우처럼 빛난다는 건 뭘까? 그런 의문이 들었다. 노래를 부르면서 중간에 대사를 섞는 느낌인걸까? 그러면 일반적인 ‘반짝거리는 아이돌’ 하고는 결이 조금…. 연의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오갔다. 역시 이건 현직 사람들을 만나보는 게 좋나? 고민이 오갔다. 난잡하고 복잡하게.

단델리온 프로젝트를 맡게 된 두 학교, 델린 고교와 센트리아 고교는 굳이 이야기하자면 라이벌 관계였다. 연의 의견과 다르게 센트리아 고교의 학생회에서는 ‘델린 고교보다 높은 실적을 얻겠다’ 라고 생각하는 임원들이 몇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연은 그 의견에 그닥 동의하지 못했다. 이건 꿈이다. 누군가의 소중한 꿈. 그것은 실적으로 대체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연이 내린 하나의 선택이 있었다. 곧 그의 앞자리에 누군가가 자리를 잡았다. 새까만 색의 교복, 학생회장을 상징하는 배지. 델린 고교의 학생회장 레벤이었다.

센트리아 고교의 학생회장이 델린 고교의 학생회장을 직접 부를 줄은 몰랐네요. 그 말이 끝나고 레벤은 반말을 써도 되냐 물었다. 아무래도 학생회장이면 둘 모두 고등학교 3학년일테니까. 사실 원래 그럴 생각이었던 연은 고개만 끄덕였다.

“꿈을 위해선 두 학교가 모두 협력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의라.”

“지적할 부분이 없는 의견이네. 센트리아 고교에서도 실적을 중시했나봐?”

“델린 고교도 그랬어? 델린 고교는 좀 다를 줄 알았는데. 다들 똑같구나.”

레벤이 웃음을 터뜨렸다. 연은 테이블 위에 다섯 장의 신청서를 올려두었고 레벤도 다섯 장의 신청서를 올려두었다. 물론 두 사람이 가져온 건 모두 복사본이었다. 레벤과 연은 서로의 것을 집어 하나하나 읽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각자가 가져온 전자기기에 복사본의 내용들을 머릿속에서 정리해서 빼곡히 적어내려갔다. 연은 정리하다 말고 레벤에게 물었다. 그쪽 학생회하고는 협의된 사안이야? 레벤은 고개를 저었다. 연도 매한가지긴 했다. 레벤은 부학생회장하고 서기하고는 합의가 된 사안임을 밝혔다. 연도 부회장하고는 합의가 되었다고 이야기했고 두 사람은 다시 난잡한 글을 이어갔다.

뮤지컬 배우처럼 빛나는 아이돌이라는 건 뭘까?

문득 연의 목소리가 레벤의 귀에 꽂혔다. 레벤은 타이핑을 멈추고 연을 바라보았다. 레벤은 잠시 고민했다. 뮤지컬 배우, 뮤지컬 배우라. 그걸 정하는 건 물론 렌디의 몫이었다. 그렇지만 연도 어느 정도는 감을 잡아야 했으니까. 레벤도 연이랑 똑같은 생각을 한 것 같았다. 노래를 부르다가 대사를 하는 것. 다만 ‘뮤지컬의 대사’ 라 함은 어느 정도 분위기가 있는 대사가 아니던가. 덕분에 질문에 해답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연은 그 주인공이 ‘반짝반짝한 아이돌’ 을 하고 싶어하는 얼굴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관객과의 소통이라던가, 곡 내의 스토리라던가, 아니면 춤이 뮤지컬 같다던가…….”

역시 이건 당사자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정확하지 않아? 나중에 물어보겠다고 생각하며 연은 레벤이 준 복사본들을 제 클리어파일에 넣었다. 사실 이 만남은 학생회장들이 독단으로 진행한 일이었다. 물론 두 고교의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는 학생회장이었다. 하지만 독재자가 되어서는 안됐다. 두 사람은 나중에 이걸 설명할 방법을 고안해내어야 했다. 연은 제 가방을 챙겼다. 먼저 가도 돼? 오늘 형이 맛있는 저녁밥을 해준다고 했거든. 레벤이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이 만남은 꿈을 이루기 위한 만남이었다. 이미 부학생회장들은 오케이를 했으니 여론 또한 학생회의 편일 것. 아무래도 꿈은 소득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꿈은 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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