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판 빙의 나페스4
메이 윈스터 > 에르네 플루시아
※ 현재 6.5 완료 상황을 기반으로 쓰고 있습니다.
※ 세계관 상세 설정 잘 모를 수 있습니다.
※ 자기 만족용 글이기 때문에 적폐 완전 많음.
※ 나이트 잡퀘 모름.
※ 설정 오류 주의
※ 오리진 나페스 시나리오 추가 주의
3편
어디보자 지금 메테오가 진전기지에 왔다는건 이미 새벽이 제국에 잡혀갔고 기억을 되찾은 시드랑 알피노만 같이 있다는거겠지. 동료가 모두 잡혀갔는데 야만신 문제부터 해결해야한다니 이때부터 참 운명이 기구했다니까.
진전기지에 도착하니 나를 찾았다던 사람은 보이지 않고 평소와 같이 기병들과 오르슈팡만이 나를 반겨주었다.
“ 저를 찾아온 손님이 있다더니, 그새 갔나요? ”
“ 아, 메이 공. 잠깐 나갔으니 금방 돌아올거네. ”
“ 그렇군요.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
금방 올거라고 하니 기다리겠다며 근처 아무 의자에나 앉았다. 진전기지가 오늘따라 유난히 조용하고 차갑네. 하긴 메테오가 엔터프라이즈 소식을 수소문하면서 들고온게 프란셀의 이단혐의였으니 좋을리가 없나. 오르슈팡도 티내고 있지는 않지만 걱정하고있는게 눈에 보이고. 이런 분위기에서 가만히 기다리는게 더 불편해 한숨을 푹 내쉬면서 오르슈팡의 책상 앞으로 다가가 가볍게 툭툭 두드렸다.
“ 가만히 기다리기도 지루한데, 일전에 약속하셨던 대련 지금가능하십니까? ”
“ 지금은.. 아니, 그러지. ”
진전기지 근처에 훈련용 나무목각이 나란히 이어진 너른공터에 오르슈팡과 조금의 거리를 두고 마주보며 섰다. 훈련용 나무방패와 목검을 들고 전투자세를 취한뒤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일제히 땅을 박차고 달려나가 오르슈팡 검과 내 방패가 맞부딪혔다.
단단한 나무들이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울려퍼지고 오르슈팡의 검이 맞닿아있는 방패를 오른쪽으로 살짝 비틀어내듯이 밀어내고 그대로 몸을 한바퀴 돌려 검을 횡으로 그으며 베어 올렸다. 곧바로 오르슈팡의 방패가 들어올려지고 검격이 막혀 나무 특유의 마찰음이 차가운 공기 사이를 울린다. 이거야 원 힘 차이는 어쩔수 없나. 뚫을수가 없네. 검을 쥔 손에 힘을 꽉 주고 버티고 있을때 검과 방패의 사이에서 오르슈팡의 검날이 자신의 검을 아래에서 위로 쳐 올린다. 힘을 주고있던 중심이 흐트러지고 몸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순간 그 빈틈을 놓치지 않는 오르슈팡이 방패로 몸 앞을 가리며 돌진했다. 이대로 밀려나간다면 승부는 오르슈팡에게 돌아가겠지만 나는 아직 끝낼 생각이 없었다. 금새 몸을 가다듬고 한발을 뒤로 빼 몸을 지지하며 오르슈팡과 같이 몸 앞으로 방패로 막으며 부딪혀오는 힘에 대항했다.
“ 큭..! ”
힘차게 달려오는 사람을 막는거라 역시나 뒤로 좀 밀려났지만 넘어지지는 않았다. 이정도도 버티지 못하면 나이트를 든 이유가 없어. 두 다리에 힘을 줘 끝까지 버티다가 고개를 위로 올려다보며 오르슈팡과 눈을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 정신은 다른 곳에 있는거 다 보입니다. 오르슈팡 경. ”
오르슈팡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한쪽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 있는 힘껏 그를 밀어내며 다시 거리를 벌리고 숨을 크게 내쉬면서 목검의 끝으로 오르슈팡을 가리켰다.
“ 대련 상대에게 집중해주세요. ”
“ 충분히 집중하고 있다만. ”
“ 글쎄요. 제가 보기에는 아닌것 같은데요. ”
검과 함께 손목을 가볍게 돌리며 다시 땅을 박차고 오르슈팡에게 돌진해 서로의 검을 맞부딪혔다. 이게 진검이었다면 기분나쁜 날붙이의 쇳소리가 들릴정도로.
“ 가령, 프란셀 경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던가? ”
“ …! ”
그 순간 오르슈팡과 맞닿은 검에 힘이 실리면서 그가 검을 휘두름과 동시에 다시 뒤로 밀려났다. 이 인간 지금까지 봐주고 있었구만. 검을 잡고있는 손이 얼얼할 지경이었다. 검을 떨어트리지는 않았는지 제 손에 잡고있는 검을 한번 내려다보고는 다시 오르슈팡에게 시선을 돌렸다. 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와 그 안에 들어있는 걱정, 분노, 그리고 일말의 의심. 그럴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나는 아직 그정도구나. 일년전과 달라진게 없어. 어쩐지 씁쓸하고 서운한거같아. 이 위치가 딱 좋다는걸 알면서도. 입술을 달싹이다가 다시 오르슈팡을 향해 돌진하며 처음과는 반대로 내 검과 오르슈팡의 방패가 맞부딪혔다.
오르슈팡이 방패에 힘을 줘 밀어내기전에 그에게만 들릴 아주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 요즘 성도가 소란스럽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날 것 처럼. ”
내 목소리를 들은 오르슈팡이 방패를 쥔 팔에 힘을 뺐다. 그래도 검과 방패를 맞부딪힌채 이야기를 계속 듣기 위해. 누군가 보고있다면 대련을 하고 있는거라 생각하겠지.
“ 지금같은 시기에 성도의 힘을 약화시키려면 귀족이 효과적일테고 최근 힘이 약해진 아유나르드 가 라면 노려지기도 쉬울겁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을 모르는 사람은 성도 내에 없고, 그 안에서 쉬운 표적은 프란셀 경 이고요. ”
“ … ”
“ 프란셀 경에게 무슨 일이 생긴게 맞군요. ”
무언의 대답은 긍정이다. 나도 프란셀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지금 시기에 내가 가봤자 외부인과 접촉한다는 이유로 더 의심을 받을지 모른다. 그리고 나까지 휘말릴 가능성이 커. 기옘이라면 그걸 더 원할지 모르지. 맞닿은 검을 쥔 손에 힘을 풀고 검을 내려놓았다. 주위를 다른곳으로 돌려주려고 대련을 신청한건데 오히려 더 신경쓰게 만들었네.
“ 여기까지 할까요. ”
목도와 방패를 훈련용 무기보관고에 돌려놓고는 진전기지로 돌아가기 전 오르슈팡을 향해 입을 열었다.
“ 너무 걱정마세요. 제가 할 수 있는일이라면 저도 도울테니. ”
어짜피 메테오가 해결해 줄거지만 말을 안하는것 보다는 낫겠지. 슬슬 메테오가 돌아올 때도 됐으니 안에 들어가서 마저 기다리면 오겠다싶어 머리 위로 기지개를 피면서 발걸음을 옮기던차에 뒤에서 오르슈팡이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 메이 공, 그...혹시 나중에 또 대련 상대를 해줄 수 있겠나? ”
“ 물론이죠. ”
아마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되겠지만 네 부탁을 내가 어떻게 거절 할 수 있겠어.
.
.
.
.
진전기지에서 얼마나 기다렸을까 메테오가 돌아왔다. 작전테이블 앞에 앉아있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오르슈팡이 앉아있는 책상 앞으로 온 메테오를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나를 찾았다는 사람이 야만신을 잡았다던 모험가일줄은 몰랐네. ”
“ 그렇다면 그쪽이 혹시..? ”
“ 내 이야기를 전달해줘서 다행이야. 맞아. 내가 메이 윈스터야. 잘 부탁해 모험가. 내 도움이 필요해? ”
“ 가령, 프란셀 경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던가? ”
들려오는 말에 오르슈팡은 잡고있는 검 손잡이에 힘을 줘 메이를 밀어냈다. 그걸 어떻게 알고있지? 추측일 뿐인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하필 프란셀이 이단으로 지목당한 이 시점이라는것이 너무 의심스러웠다. 혹시라도 이 일에 눈 앞의 사람이 연관되어 있다면? 지금까지 자신들을 도와줬던 모든 일이 지금을 위한 연막이었다면?
용서할 수 없다. 고 생각하던 오르슈팡이 눈 앞의 상대를 응시하다가 돌연 자신을 바라보는 표정에 멈칫. 움직임을 멎었다.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생각이 드러나기라도 했는지 메이의 표정은 마치 상처를 받은듯한 얼굴이었다. 의심을 받는게 억울하다는 듯 무언가 말하려던 사람처럼 입술을 달싹이다가 도로 꾹 다문 그녀는 마치 이 상황이 어쩔수 없다는 것 처럼, 마치 체념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 그런 표정을 했다는 듯이 오르슈팡에게 돌진하는 메이에게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런 그녀를 막으려 오르슈팡은 방패를 들었다. 오히려 표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면 더 의심했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그 찰나의 표정마저 연기였다면 그녀는 에오르제아의 최고 연극단원이 될 재능이겠지.
생각해보면 메이는 진전기지에 처음 도착했을때부터 이단 혐의를 받았다. 때문에 무기하나 없이 맨몸으로 이단자의 창고로 연행되어가듯이 감시를 받으며 길안내를 했으며, 그 때의 일 때문에 아직도 그녀의 팔에는 흉터가 남아있을 것이었다. 그 뒤로 이단자 색출도 도와주고 1년간 성도와 커르다스를 오가며 많은 정보를 받았다. 도움을 받았다. 진정 이단이었다면 무언가 일을 터트리려면 지금이 아니라도 기회는 많았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르슈팡은 어쩐지 그녀에게 못 할 짓을 한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훈련용 무기고에 방패와 목도를 돌려놓는 순간까지도 사과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그저 대련을 한 것 뿐이라는 듯 행동하는 그녀의 태도에 오르슈팡은 무엇에 사과를 해야하는지 알면서도 차마 입 밖으로 그 말을 내뱉지 못한 채
“ 메이 공, 그...혹시 나중에 또 대련 상대를 해줄 수 있겠나? ”
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오르슈팡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 메이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대답했다.
“ 물론이죠. ”
그리고 오르슈팡은 멀지 않은 미래에 이 날 메이에게 자신이 그녀를 의심했음을 사과하지 못한것을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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