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기 싫단 소리만 늘어놓는 이야기
첫 글이 이런 게 참 웃기지만요
1.
아무리 가도 가도 끝없는 계단 위에 서 있다. 한 걸음을 가면 한 걸음만큼 움직인다는 것만큼은 분명하기에 어떻게 발을 놀려 보기는 하지만, 그게 뫼비우스의 띠처럼 빙글빙글 도는 모양인지 혹은 무한의 되감기로 이루어진 시지프스의 계단인지 나는 모른다.
나는 무력감에 빠진다. 문장 하나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소설을 쓴다는 건 허구의 것을 마치 실제처럼 그럴 듯하게 꾸며내어 우기는 일이다. 재미를 위해 합의된 거짓말의 잔치. 없는 것을 있다고 주장하려면 그만큼 정교한 환상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나는 그럴 자신이 없다. 나는 그런 훌륭한 마술사가 아니다. 얼기설기 엮어 만든 포장지를 보고 있으니 초라해진다.
그런 거짓을 꾸며내어 팔고 사는 데 죄책감까지 느끼는 것 같다. 장르소설에는 실제 현실을 잊기 위한 달콤한 과실만 존재한다. 두려움 앞에서 머리를 땅에 파묻는 타조처럼, 이야기의 달콤함에 빠지는 것은 정크푸드만큼이나 얄팍하고 몸에 안 좋은 진통제 아닐까. 은둔할 때 종일 웹소설만 읽은 현실 도피 경력자라서 갖는 불안이다. 그건 한편으론 나를 버티게 해 줬지만, 한편으론 나를 더 깊은 은둔으로 가뒀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가 그런 역할을 하는 건 아닐까.
2.
머릿속에 있을 때보다 아이디어로 나왔을 때가 초라하고, 아이디어보다 문장으로 엮어 봤을 때 더 초라하고. 그래도 그때까진 즐거움의 반짝임이 살아있던 덩어리는 한 편씩 따박따박 나오는 글로 엮어지니 무미건조한 시멘트가 되어 버렸다. 보석을 상상하면 뭐 하나, 결국 손끝에서 나오는 건 돌덩이인데. 내가 돌덩이를 생산하는 사람인 건 그래도 괜찮다. 억울한 건 내가 봤던 그 반짝이는 환상을 같이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거다. 누군가 같이 좋아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럴 수 없어서 외롭다는 게 알량한 자존심 상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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