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하라 밴드여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들었지만 내 취향의 한 축에 밴드 음악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맨 처음 접했던 밴드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정확히 꼽을 수는 없지만 한국의 밴드가 아니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한창 데스노트를 볼 시기였던 때 데스노트의 네이버 팬카페에 가입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사라진 카페 브금이 흘러나오던 시절이었다. 거기서 처음 밴드 음악을 접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분위기 때문인지 플레이리스트에 있었던 밴드는 보통 락밴드였고 지금까지 내 취향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생각나는 밴드를 꼽아보자면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잔다르크, 라르크앙시엘 정도가 있겠다. 지금도 가끔 생각나서 들으면 그 시절로 타임슬립하는 느낌이다.

아쉽게도 입시가 시작되면서 밴드 음악은 잠시 인생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다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에 입학하기 직전 즈음이었던 것 같다. 그 무렵이 지금은 각종 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로 자리잡게 된 인디밴드 혹은 밴드들이 많이 데뷔했던 시기인 것 같다. 대학생이 되고 제일 먼저 한 것도 페스티벌에 가는 거였다. 여러 무대에서 서로 다른 공연이 오후부터 저녁까지 펼쳐지는 광경이란 실로 장관이었다. 양일간 하루 거의 12시간씩 미친듯이 놀았다. 밥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했고 목소리도 일주일이나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그때는 그저 즐겁기만 했다.

하지만 그렇게 즐거웠던 시절도 가고 인생의 암흑기를 맞이하면서 음악 자체와 멀어진 때도 있었다. 음악을 계속 들었더라면 그 암흑기를 조금 더 빨리 이겨낼 수 있었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그러고도 좀 더 지나 사회인이 되고 약간 안정을 찾아갈 무렵 다시 또 원래 즐겨듣던 밴드들과 새로운 밴드들이 나를 찾아왔다. 어느샌가 내 인생의 절반도 넘게 같이 나이를 먹어온 밴드들을 보며 괜스레 감상에 젖고, 발걸음을 내딛고 이제 이름을 알려가는 밴드들을 보며 아직 우리나라 밴드의 미래는 밝구나 하는 애늙은이 같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

비록 꾸준히 듣지는 못했더라도 밴드의 음악은 항상 내 곁에 있었다. 벅찬 기분을 안겨주기도, 상처받고 지친 마음에 위로 한 자락을 건네주기도, 마음만은 저 멀리 어딘가 환상의 나라로 보내주기도 했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다. 인생의 온갖 변곡점을 이겨내게 해준 여러 밴드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항상 그 자리에서 변함없는 모습으로 팬들을 맞이해 주었으면 좋겠다. 영원하라 밴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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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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