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자 우리

내 인생은 남들이 보면 대책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진짜로 우당탕탕 살아가던 시절은 더 어릴 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더욱 심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당시에도 취업에 대한 압박이 만만치 않았다. 신입생으로 입학하자마자 뭔가 취업 준비를 장려하는 문구를 학교에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학기 중 내 목표는 학기 중에 열심히 해서 계절학기 절대 듣지 않고 방학에 놀기였으며 덕분에 이력서에 넣을 활동이라고는 하나도 하지 않았다. 학과에도 딱히 친한 친구가 없었다. 당연히 부모님은 걱정이 많으셨지만 싫은 일은 죽어도 하지 못하는 성격이었기에 나를 말릴 수는 없으셨던 것 같다. 학기를 너무 열심히 보냈던 나는 더 이상 이렇게는 학교를 다니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고 돌연 휴학을 통보하고 알바를 시작했다. 그 당시 나는 학교 생활에 너무나도 지친 나머지 웹툰을 보고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인생 첫 해외 여행이었고 처음엔 친구랑 가지 않으면 보내주지 않겠다고 하셨지만 속절없이 출국일은 다가오고 이미 끊어 놓은 비행기표를 취소할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결국 혼자 가게 되었다. 가서 겪은 우여곡절과 희노애락은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때의 기억을 곱씹으며 살아가고 있다. 물론 우여곡절보다는 행복했던 기억이 더 크지만 그건 아마도 시간이 지나 미화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올해 그때 만났던 인연과 재회하러 또 한 번 해외로 떠나게 되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일단 저지르고 보았다. 인생 다 이렇게 사는 거지 뭐.

우리는 살면서 어떤 옷을 입을지, 점심으로는 뭘 먹을지 같은 일상의 사소한 선택부터 각자의 인생에서 변곡점이 될지도 모를 중대한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나는 내가 한 선택에 남들보다는 후회를 덜 하는 편인 것 같은데 그래도 가끔은 이러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고 다른 선택을 했을 때 겪게 되었을지 모를 미래를 상상해본다. 하지만 어차피 일어난 일이니 후회해도 소용없고, 다른 선택을 했을 때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미래가 찾아왔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그저 그 때의 내가 한 선택이 최선이었을 것이고, 그래서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거라고 믿는 수 밖에 없다.

각자 지금 서 있는 자리는 내 의지로 선택한 것일 수도, 남이 등 떠밀어서 억지로 와 있는 것일 수도, 또 다른 일의 결과일수도 있다. 다만 바라는 것은 각자 가지 않은 길에 미련이 남지 않도록 좀 더 내 마음대로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래야 후회가 조금이라도 덜어지지 않을까. 그러기 쉽지 않은 세상임을 잘 알지만 그래도 다들 조금이라도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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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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