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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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려앉은 창가. 그와는 반대로 방 안은 벽난로에서 타오르는 불꽃으로 밝았다. 그래봤자 모닥불 하나 정도 크기라 맞은편에 놓인 소파 위, 앉은 세 사람을 비추는 게 고작이었다. 소파 끝에 앉아있던 사야는, 옆에 있는 하이엠스의 품에 고개를 기댄 체로 불꽃이 타오르는 걸 보며 무언가 생각에 빠진 듯 보였다. 사랑스러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하이엠스는 가끔씩 허벅지를 베개 삼아 잠든 샤샤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부스럭, 품속에서 꼼지락거리는 기척에 시선이 자연스레 옮겨갔다.
“삼촌.”
“응. 왜?”
“샤샤랑 삼촌 중에 누가 더 강해?”
아이들은 강함에 대한 동경이 있나보다. 그도 아이를 키워보는 건 처음이라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은 흔히들 하는 질문인 듯 했다. 그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비교군이 샤샤이기에, 사야에게는 빛같은 사람이니까 차마 허세를 부리기에는 너무나도 큰 벽이었다. 그래서 흐음, 같은 나긋한 탄성을 뱉으며 시간을 벌었다.
“힘은 네 엄마가 세. 흔히 말하는 강함이 어울리는 사람은 너희 엄마지.”
“그러면 샤샤랑 싸우면 삼촌이 져?”
“그건 또 아니야. 샤샤의 힘은 분명히 강하고 센스도 충분하지만 나도 약하진 않아. 샤샤가 타고난 강함이라면 나는 배운 기술을 활용한 노련한 강함이지. 결국 힘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거니까. 아무리 위협적인 파괴력이라도 빗나가면 의미 있겠어?”
그래도 역시 허세는 부리고 싶다. 게다가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가 사야샤와 만났을 때 사야샤는 막 들어온 신입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괴수를 혼자서 상대할 정도로 전투광에, 타고난 센스가 돋보였다. 그에 비해 자신은 타고나기를 독하게 태어났으나 사실상 강함이랄 건 없는 사람이다. 일찍이 들어와 기술들을 배우고 흡수하는 게 빨라 젊은 나이에도 노련함을 가진 것뿐이었다. 그래도 그 덕에 사야샤는 그를 마음에 들어했으니 마냥 허세라고 보기도 어렵다. 괜히 어깨를 피며 자랑스레 말해놓고는 조카의 반응이 궁금해 시선을 돌린 하이엠스의 눈에, 가슴팍에 기댄 채로 졸린 것처럼 눈을 깜빡이는 아이가 보였다. 작은 손이 하이엠스의 옷을 쥐면, 커다란 손이 아이의 고개를 당겨 품에 편히 기대게 만들었다.
“그러면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삼촌도 샤샤처럼 날 구하러 올 거야?”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게슴츠레 감기던 사야의 눈이 하이엠스를 을려다보았다. 짐짓 엄한듯, 그러나 다정한 빛을 품은 미소가 보였다. 머리를 감싸지 않은 손이 툭, 가볍게 사야의 이마를 밀었다.
“당연하지. 애초에 무슨 일 생기게 안 할 거야. 내가 옆에 있고 샤샤가 옆에 있는데 감히 누가 너한테 손을 대?”
“…그렇구나. 그러면 됐어.”
사야는 포옥, 더욱 편히 품에 안겨 눈을 감았다. 그걸 도닥여주며 하이엠스는 웃었다. 잘 자, 샤. 다정한 속삭임을 끝으로 아이는 잠에 빠져들었다. 하이엠스는 사랑하는 두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타닥타닥. 불꽃이 타오른다. 나는 언제라도 너희를 위해 타오를 거야, 그의 다짐이 불꽃이 타는 소리보다도 작게 방 안에 내려앉으며 창밖으로는 달이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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