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불의 기사&애늙은이

[잔불의 기사/다랑+와론] 낙인

* 잔불 78, 79, 80화 내용 기반으로 공식에서 못 박기 전에 빠른 날조

* 특수2기 설립 무렵의 이야기

* 와론의 기사사냥에 대한 자체적인 해석과 날조가 있습니다(캐해를 겸해서 썼음)

* 공식에서 보지 않은 설정인데? 하면 전부 팬설정.

* 비문, 오탈자 등 수정은 시시때때로(22.10.25.)

* 펜슬로 옮기며 그대로 재업


특수 2기 인솔 기사 임명. 다랑은 제 앞에 내민 서류를 보고 눈을 깜빡였다. 임무 보고 후 거북이 님이 잠깐 남아있으라고 하셔서 바로 다른 일감이 떨어지나보다 어림짐작은 했었지만, 이런 종류일 줄은. 가슴이 수런거렸다. 어떠한 예감이 닥친다. 온몸의 근육이 팽팽하게 땅겼다. 다른 기사 앞에서 보일 행태는 아니었으나, 이 전갈을 보인 사람은 못 본 척해준 모양이었다.

담청색 기린, 지우스가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눈으로 이쪽을 보며 느릿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맥 빠질 정도로 침착하고 나직한 어조에 이유도 모르고 있던 긴장이 풀려나갔다.

“특수 1기에 관련된 소문은 들었을 것 같은데. 그걸 조금 보완해서 진행하려고 해. 지난번엔 자원자를 받았더니, 좀 그래서. 인선을 직접 선출하기로 했지. 거기에 네가 인솔 기사로 참여해줬으면 하고. 물론 거절하는 것도 자유다. 거북이 님 선에서 진행되는 건이라서.”

“음, 그렇군요. 그런데 제가 누구를 가르칠 능력은 못 될 텐데요. 자랑은 아니지만, 감으로 움직이는 사람이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지.”

“그런 것도 다 고려해서 선정했어. 교관기사 경력이 필수인 게 아니니까. 네가 들어오면 마지막이야. 함께 하기로 한 기사는 회적색 여우, 푸른 승냥이, 그리고 새까만 닭이다. 이 목록까지 고려해줬으면 해.”

교관기사 경력이 필수도 아니고, 싹수가 있는 애를 도제로 삼아 취향껏 지도할 적법한 기회라는 생각에 두근거렸던 것도 잠시, 기린의 입에서 튀어나온 어떤 기사 명에 다랑은 멈칫했다. 새까만 닭. 명예를 잃게 유도하여 죽인다지. 아니야, 내가 들은 소문은 말야―저번에 죽은 그 기사, 명예를 잃은 후였댔어. 그건 죗값을 치른 거였다구. 언젠가 들었던 소문이 머릿속에서 걷잡을 수 없게 부풀어 오르며 오감을, 현실감각을 좀먹는다.

지평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불, 새까맣게 타버린 나무, 사람의 살점이 가죽 천막과 함께 타며 나던 냄새, 바람 한 번에 밀려오던 버석버석하고 차갑게 마른 공기, 그와 대조적으로 등을 자글자글하게 달구던 열기, 이쪽으로 쏘아지는 거친 살기, 배신당한 자의 피눈물….

벌써 몇 년 전의 일임에도 불명예의 순간은 오감을 사로잡아 그 순간으로 다랑을 내던진다. 잊지 말라고. 네가 짊어지기로 한 죄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그리고 이제 하늘색 너구리는 좀 전, 제 가슴을 수런거리게 했던 예감의 정체를 깨닫는다.

기사, 새까만 닭. 와론. 또 다른 명칭은 기사 사냥꾼.

어쩌면 심판의 순간이 마침내 당도했고, 평생 짊어지기로 했던 죄책감의 창끝이 저를 해방할지도 모른다.

코끝에 감도는 온갖 타는 내음 위에, 그 까만 재 위에 얹힌 생각 하나가 그를 다시 현실로 이끌었다. 지우스가 아마 몇 마디를 더 했던 모양이지만, 제가 대답이 없자 고민한다고 여긴 듯했다. 하긴 기사의 판단이란 언제나 찰나에 이뤄지는 법이니, 승낙이든 거절이든 답이 늦어지는 일은 드물다. 아까부터 내밀고 있던 서류를 제 손에 쥐여주면서 기린이 말했다.

“대답은 당장은 안 줘도 돼. 그렇지만 시일이 급해서 가능하면 모레까지는-”

“할게요!”

멍하니 있던 사람이 갑자기 손까지 번쩍 들어가며 큰소리로 대답하자, 담청색 기린의 무감한 얼굴에 일말의 당황이 스쳤다. 샛노란 눈이 몇 번 깜빡이다가, 그러면 사흘 후에 미팅이 있으니 그때 보자고 했다. 사흘 후. 다랑은 달잔의 집무실에서 나오며 심장 위에 손을 얹었다. 꼭 뜀박질이라도 한 것처럼 심박이 가빴다.


 특수 2기를 인솔할 기사끼리 처음으로 만나는 날이었다. 신진 기사였을 시절 처음 임무를 하달받았던 때도 이렇게까지 떨지는 않았는데. 다랑은 궁 내에 있는 회의실을 찾아가면서도 새까만 닭에 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기사 명은 그 자체로 이명이었으나, 어떤 기사는 또 다른 명칭을 지니기도 한다. 그저 별명이지만 어찌 보면 기사 명보다 많은 것을 알려주는 이름표다. 유명한 몇을 들라고 한다면 단연 ‘최강의 기사’ 칸덴티아다. 그의 강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누군가 힘 또는 강함을 말한다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얼굴이 순백의 코끼리의 것이니까. 거기에 연결되어 군청색 거북이 달잔 님이 최강의 스토퍼로 불리는 것이고. 코끼리 님의 이성줄이 엇나갔다 싶으면 모두가 입을 모아 거북이 님을 찾지 않나. 칸덴티아도 얼마만큼을 날뛰고 있었든 간에 그의 오랜 파트너가 오면 진정하곤 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유명한 별칭이라 하면 단연 ‘기사 사냥꾼’이다. 저 이름 자체를 불명예스럽게 여기는 이들이 많아 기사가 모인 곳에서 대놓고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는 드물다지만, ‘기사 사냥꾼’을 모르는 기사나 그 관계자는 없다.

새까만 닭 와론과 생사결을 내고 목숨을 잃은 기사는 양손을 접었다 펴서 세어도 넘는다고 했다. 누구는 서른을 부르고, 또 어떤 사람은 모르는 새에 더 잡아 죽였다면 세 자릿수도 가뿐하지 않으냐고 말한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수치는 그사이의 숫자이긴 했으나, 절대로 적지 않았다. 그러니까, 사후 명예롭지 못한 행위가 밝혀져 기사 명단에서 제외된 인원이 말이다.

그 어떤 소문도 검증된 적이 없었다. 애초에 그게 결투이긴 했는지, 명예를 잃은 자를 찾아갔던 것인지 그게 아니면 실추를 유도했는지 그 무엇도. 그럴 수밖엔. ‘기사 사냥꾼’을 상대한, 스물이 넘는 기사는 모조리 목숨을 잃었고 죽은 자는 말할 수 없다. 유일한 증언자는 상대였던 닭 본인뿐이며, 그는 언제나 “그놈이 명예를 실추해 처단했을 뿐”이라는 대답 외는 모조리 묵비했다.

그러다 보니 사실조사가 이뤄지는 동안 구치소에 갇히었던 적도 있었다고 했다. 조사 결과는 언제나 목숨을 잃은 측이 실제로도 명예를 잃은 것이 맞는다는 것이었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 닭은 맨손으로도 꺾고 나올 수 있었던 창살을 지나쳐 유유히 빠져나간다. 이는 다랑이 이전에 수도 경비병에게 들은 적이 있는 일화였다. 겨우 엊그제 일이라며 진저리를 내던 경비병에게선 그 어떤 거짓도 건질 수 없었다.

그 무엇도 증명하지 않고, 반응하지 않는 소문의 당사자 덕분에 ‘기사 사냥꾼’의 소문은 비방과 비판의 어드메에 걸려있었다.

새까만 닭은 사냥감이 명예를 어기도록 유도해 처단할 구실을 만든다, 고.

저걸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증거를 대라고 하면 뒤로 물러서고 만다. 괜히 벌집을 들쑤셨다가 표적이 되고 싶지는 않을 거다. 대신 나름대로 다른 상황증거를 댄다. 저런 두루뭉술한 소문과 달리 새까만 닭 와론이 싸움 광인 건 유명하니까. 그 검붉은 하마 힌셔에게조차 시비를 걸어 합을 주고받았다는 이야기는 힌셔 본인이 인정한 사실이며, 지금도 때때로 만나면 대련을 빙자한 싸움박질을 하자고 보챈다 했다. 그러니 생사결의 구실이 없다면 만들지 않겠느냐는 거다.

또 누군가는 정말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군청색 거북이 님이 뭔가 조처를 할 텐데 그렇지 않다는 것은 헛소문인 거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견 일리가 있는 말이나, 남을 설득하기엔 모자랐다. 정당하게 처단한 거라고 말하는 이들은 늘상 끔찍한 것을 말하는 표정을 한다. 기사가 기사를 죽이고 다닌다는 걸 믿고 싶지 않은 거다. 사실관계보다 마음의 평화가 중요한 거겠지. 신념도 판단도 뭣도 아닌, 그저 임시방편의 눈가림은 그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

그러므로 어느 쪽이든 결단코 증명될 수 없는 문장이었다, 그 소문은.

여기서 다랑은 양쪽의 주장과는 다른 방향에서 접근한다. 이 모든 사태에서 추측을 빼놓고, 오로지 실제로 일어난 일을 뽑으면 어떻게 될까.

새까만 닭은, 명예를 잃은 기사를, 죽인다.

저에게 중요한 점은 그거였다. 새벽닭이 울어 날이 밝듯, 새까만 닭은 어쩌면 정당한 생사결(말이 안 되지만 어쩌겠나)을 내고 싶어서 굳이 명예를 깨버린 기사를 수색하고 밝혀내 공격하는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정말 그냥 미쳐버린 싸움광이라 남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싸워서 죽였을 수도 있고. 어쩌면 두 방식 모두가 섞였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하늘색 너구리에게는 어느 쪽이든 상관이 없었다.

이미 땅 아래에 묻힌 저의 불명예, 감춰졌을지언정 분명하게 존재하는 죄를 생각했다. 그날 살아남은 누군가가 새까만 닭에게 증언했다면. 만약 그렇다면 나는 이 무거운 짐을 벗을 수 있는가.

어느새 회의장 문 앞이었다.

아니, 문고리를 잡으며, 다랑은 돌연 고개를 내저었다.

그것은 기사답지 못했다. 비록 금이 간 명예일지라도, 저는 기사. 죽음으로의 도피라니, 도망이라니! 감히 제 목숨 하나로 갚을 수 있는 죄도 아니며 겨우 그럴 각오로 누군가의 피를 묻힌 게 아니었다.

문고리를 돌린다.

지난 사흘, 명석하다곤 할 수 없는 머리로 열심히 생각한 결론은 그런 것이 아니다. 그저 누군가가 저더러 잘못되었다고 말해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죄인의 명패도 없어 흠결이 없는 자 취급보다는 주홍색 낙인을 차라리 당당히 드러내며 나는 그럼에도 이 죄를 짊어지고 살아가겠노라고, 그렇게 하늘 아래 떳떳하고 싶은 것이다. 죄책감이야 평생 짊어질 테지만, 흠 없이 옳은 자 행세는 하고 싶지 않았다.

문이 열린다. 갑자기 창이 날아들 것을 상정하며, 회의실에 들어섰다. 책상 한쪽 구석, 특징적인 깃을 가진 투구가 이쪽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새까만 닭, 와론은 긴장한 것이 무색하게 저를 신경 쓰지 않았다. 처음 회의실에 들어설 때 잠시간 집요하게 바라보았던 것을 끝으로, 그는 회의를 진행하는 기린에게 되먹잖은 시비를 걸고, 푸른 승냥이에게 시시덕 농담을 하고, 회적색 여우에게 동의를 구하다 까이기만 했을 뿐이다. 굳이 좋은 말을 얹자면, 후임 교육과 방식이 안건이 됐을 적엔 꽤 건설적인 이야기도 했다.

“―회의는 여기까지. 그럼 각자 보급품 챙겨서 임무지로 갔다가, 1차 목표 마무리하면 수도에서 보는 거로 하지. 카톤 사용법은 제발 익혀주길 바라고.”

“안 써버릇한 거라 잘 될지 모르겠지만, 뭐, 노력은 해볼게. 나중에 견습들 데리고 봅시다.”

“그럼 나중에.”

“앗, 와론 씨. 잠깐 따로 볼 수 있을까요?!”

회의가 끝난 직후, 피도란스와 루디카는 곧장 출발할 작정이라면서 바로 자리를 떴다. 어쩌면 와론도 바로 회의실을 나설지 모른다는 초조함으로 다랑은 새까만 닭을 불렀다. 찬찬히 생각했다면 기린이 닭과 동행하기로 했다는 말을 기억했을 테지만, 예나 지금이나 외워서 기억하는 건 영 꽝이었다.

“못할 것도 없지. 난 기린 때문에 발이 묶여서 말이네-. 남는 게 시간이지. 아무렴. 그런고로, 기린, 나는 너구리랑 잠깐 다녀올 테니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다니게나. 나랑 한 약속 못 지키면 곤란해.”

“대체 누가 할 말을-, 아니, 됐다. 내가 달잔 님께 회의록 보고하고 오면 시간은 얼추 맞겠지. 이따가 여기서 보는 것으로.”

새까만 닭은, 투구의 기사는 다랑의 걱정과 달리 기다렸다는 듯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기린와 시답잖은 말을 주고받는 사이에 다랑은 그가 저의 제안을 정말로 노리고 있었음을 확신했다. 물음표로 삐져나온 목소리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대답이 돌아왔었다. 노련하고 음흉한 사냥꾼. 소문 한 귀퉁이를 장식하던 수식어가 떠오르고, 입안이 바짝 마른다.

“제가 앞장설게요. 빈 연병장을 알아요.”

“그러던가.”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직감에 따라 결정하면서도 흔들림이 없는 것이 장점이었는데, 치부가 함께하면 이토록 흔들리는 것인가. 등을 내어주는 것은 상대에게 언제든 죽임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자세다. 나는 죽고 싶나? 아니, 그렇게 망연히 허무하게 발버둥을 놓아버리고 죽을 생각은 없다. 오히려 지난 사흘 동안 몇 번이고 고뇌하며 다짐했다. 용의 후예 중 살아남은 이를 만나면 칼자루를 그들에게 쥐여주는 것. 그게 올바른 형태이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나는, 내가―.

복도의 끝이 보였다. 거의 사용되지 않는, 외곽의 연병장. 그 입구에서 하늘색 너구리, 다랑은 덜컥 걸음을 멈췄다. 어두운 복도를 오래 걷다가 마주친 바깥의 빛에 눈이 따가웠다.

“와론 씨, 당신은 알고 있죠?”

“뭘 묻는 걸까나?”

“….”

어조는 장난스럽다. 정말로 모르나? 아니, 그렇다기엔. 다랑은 각오를 다지고서,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발꿈치를 축으로 삼아 몸을 빙글 돌렸다. 창이 난 쪽 반대편에 태양이 떠 있어, 빛이 들지 않아 어둑한 복도는 그림자에 잠겨있다. 그 잿빛 속에 무감하게 서 있는 투구의 기사에게서는 장난기 따위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반문한 어조의 가벼움과는 현기증이 날 정도의 낙차다.

그는 안다. 다랑은 이제 확신했다. 아는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어째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온 목소리는 형편없이 떨렸다.

“와론 씨는, ‘기사 사냥꾼’은 명예를 잃은 기사를 처단하는 기사잖아요. 왜 저를―”

“자, 거기까지. 상상은 상상으로만 남기자고, 하늘색 너구리. 네가 나를 속단해선 안 돼.”

살기도 적의도 없이, 오로지 무채색이며 무미, 무취한 진공의 공기가 오히려 버거웠다. 그럼에도 다랑은 양발에 실린 제 몸뚱어리의 무게를, 지금껏 어깨와 등에 짊어진 죄를 받아 딛고 꿋꿋하게 서서 심판자를 바라본다. 바라던 순간이다. 투구 안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오래전 제게 닿아야 했던 낙인을 기다렸다. 어쩌면 그 이상조차도.

새까만 닭은 무형의 무게에 짓눌려 있으나, 오로지 저의 눈이 있을 위치를 가늠하여 그 한 점을 꾸준하게 응시하는 녹안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숨처럼 말을 뱉었다.

“있지, 뭔가 착각하고 있는가 본데. 기사는 완벽하지 않아. 내가 죽인 건 불완전한 놈이 아니라고. 내가 널 사냥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아까 회의고 나발이고 보자마자 네 배에 창부터 쑤시고 봤을걸. 무엇보다도 난 네 죄책감의 청산 대상이 아닐 텐데, 그래도 되나?”

그건 무언의 긍정이었다. 나는 너의 죄를 알고 있다는.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이 확 들었다.

“…그건, 그렇죠. 무례를 저질렀어요.”

그리고, 시간이 흐른다. 한순간에 박리됐던 공기는 바깥에서 불어온 바람이 떠밀어 갈음하고, 몇 조각 떠 있던 구름조차 밀려나 하늘은 푸르기만 하다. 날이 좋다. 시야의 끝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연병장이 있다. 하도 구석진 곳에 있어 자주 쓰이지 않아, 땅이 고르지 못하고 잡초도 듬성듬성 나 있다. 그러니까, 조금 험하게 쓰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는 뜻이다.

다랑은 옆구리에 비끄러맸던 도토리를 쥐며 경쾌하게 외쳤다.

“그래도 이왕 나왔는데 대련 한 판 부탁해도 될까요?”

“그런 건 완전 환영이지.”

보이지 않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투구의 기사는 웃었다.

 


다랑, 하늘색 너구리는 원래 감이 뛰어난 편이고 힘이 있어서 머리를 안 쓰는 파이기도 하지만... 역시 깊게 생각하면 매몰될 것 같아서, 도 한몫하진 않을까 하는 맘이 있음. 그리고 다시금 생각하다보니, 팅크가 생각나기도 하더라... 잘못된 길을 갔지만 그것을 알고 바로 잡으려고 드는 기사라면 와론이 잡아죽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함.

짊어지고 가는 것, 당사자에게 칼자루를 쥐여주는 것이 다랑이 택한 기사의 명예이고 신념이라면 그 관철하는 길을 끝까지 지켜봐야겠지요,,,(그렇지만 특수2기 기사조와 싸우게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어마무지하게 두려움)

애늙 다시 보니, 와론이 죽인 기사의 수가 두 자리수라고 해서, 얼마만큼의 두 자리수인가 고민하다가 결국 뭉뚱그렸는데... 스물은 넘겠지, 싶어졌으며... 그치만 '기사사냥꾼'이라는 별칭이 붙어주려면 그쯤은 해야겠지요.

역시 와론의 기사사냥은 자기가 사람이란 걸 잊은, 명예에 매몰된 놈들을 죽이는 것 같아서... 단순히 '명예를 잃어서 죽였다'라고 표현하긴 어렵다고 생각함. 그런 식이었다면, 최소한 팅크한테 그런 식으로 행동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죄책감을 느끼는 자는 인간이므로 쌈박질을 즐기지, 사냥하진 않는 그런? 하여튼 이 어려운 여자... 그럼에도 본인이 무려 격기사인 점...너무 룽하다. 역시 목주 씨가 와론의 명예이고 맹세인 거겠지, 싶고.

근데 이거 미친기사 하면 선홍색 앵무새랬는데, 역시 기사사냥꾼은 기사의 치부와 연관돼서 쉬쉬하게 된 소문인건지...것도 아니면 달잔이나 그쯤되는 인물이 어느정도 은폐하는건지... 기사사냥 자체가 누군가와의 딜이거나 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덮어주는건가? 걍 치부라서??

여하튼 용의 후예와의 접점과 비화가 일부 공개된 이상, 다랑이 한번쯤은 와론에게 나를 처단하지 않을 거냐고 물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공식에서 뭐 주기 전에 쓱싹 날조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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