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술 취한 상대 업고 집에 돌아오기
ADVENT MHTS / 동거 n년차 뿅감독×송선수 setup
명헌이 술집 앞까지 배웅을 나온 태섭의 팀메이트 몇에게 꾸벅 인사를 한다. 등에 업힌 태섭은 그 흔들림에 목을 꽉 끌어안았다. 주차장까지는 조금 걸어야 했다. 목 졸려용. 힘이 좀 느슨해진다. 팀메이트 중 누군가의 생일 축하 파티였다는데 생일자 놔두고 왜 자신의 연인이 뻗어 있는 건지는 모를 일이다. 도착해서 인사를 나누다 감독님 왜 태섭이 팀으로 안 데려가냐는 장난스런 질문이 날아왔다. 태섭이 저를 데려갈 거란 생각은 안 하냐는 답을 해 술자리에 모인 선수들이 한바탕 기겁을 했다. 테이블 위에 엎드려 있는 태섭을 깨우려 시도하다 실패하고, 선수들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채비를 마칠 수 있었다.
술이 들어가면 택시 대신 꼭 이명헌을 부르는 송태섭. 처음 술김에 자신을 불렀던 때 미안하다 안절부절못하는 걸 괜찮다고 오히려 좋다 달랬더니 이젠 맘 놓고 이용해 주신다. 태섭이 어중간하게 깨면 이것저것 물어볼 생각에 미소가 슬쩍 걸린다. 술 취한 송태섭, 좀 많이 귀여워지기도 한다. 다만, 기분을 거스르면 좀 귀찮아지니 주의해야 한다.
“태섭”
대답 대신 어깨에 얼굴을 부빈다. 깨어있었으면서.
“내일 해장 뭘로 할래용”
우음. 고민하는 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린다.
“이런 고급 인력을 귀가 서비스로 이용해도 되나용”
“…씨이, 지가 와놓고 잔소리한다 뿅쟁이”
“ㅋㅋㅋ, 깼으면 내려와ㅇ, 컥!”
갑자기 양팔에 목과 머리통이 졸렸다. 운동선수+술 취해서 힘 조절 못(?)함은 명헌에게도 감당하기엔 조금 버거운 것이었다. 태섭의 엉덩이를 받치고 있느라 손이 자유롭지 못해 명헌은 빠르게 항복을 말했다. 태섭이 머리통을 죄던 팔을 풀어 얌전히 목으로 내린다. 번화가를 조금 벗어나니 인적은 줄어들고 주변이 조용해졌다. 고요하고 건조한 공기로 섞여 드는 숨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는 계절이었다. 자신의 걸음에 자아 없이 대롱대롱 흔들리던 다리가 약간의 리듬을 타고, 명헌은 팔과 허리 사이에 걸려 있는 연인의 허벅지에 힘이 들어감을 느낀다. 태섭은 제 발로 걸을 생각이 없다. 미역국. 아침 해장 메뉴 주문도 하신다.
“왜 잠들었어”
“드을어봐 뿅쟁이. 난 분명 물컵에 든 걸 원샷했는데 그게 소주더라고요, 어느 놈이야-!했는데 눈이 핑 돌아아”
“그래서, 누가 그랬 뿅”
“그 뒤론 기억이 안 나”
“색출해야겠네”
“그러니까아- 미역국이라고요”
이마를 어깨에 두어 번 콩콩 찧으며 강경 미역국 상태를 어필하는 태섭 때문에 명헌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입김이 크게 번진다. 지금 미역국이 웃겨? 나랑 싸우자는 거야?. 술 취해서 둔해진 혀로는 공격력 제로지만 티를 냈다간 차에 안 타겠다고 버틸지도 모른다. 태섭의 엉덩이를 손끝으로 툭툭 두들겼다. 차에 다 왔어, 내려와 뿅. 명헌이 다리를 굽혀 높이를 낮추자 미끄러지듯 내려간다. 문을 열어 주고 추위에 벌게진 연인의 볼을 손으로 감쌌다. 고기 많이 뿅. 태섭이 코를 훌쩍하더니 헤실 웃는다. 뿅감독의 운영 아래 취중 전투 모드 소강 완료.
따뜻한 좌석 시트에 다시금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한 태섭의 고개가 금방 기울었다. 명헌은 한 손으로 태섭의 옆머리를 받쳐주며 천천히 차를 몰았다. 집에 식재료 상태를 떠올리며 자기전에 해야할 일을 결정했다. 그리고 아침에 태섭이 깨어나면 그의 기억 상태에 따라 약간의 장난과 잔소리를 해줄 생각이었다.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하며 부드럽게 핸들을 돌리는 명헌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내일은 느즈막한 아침을 즐겨도 되는, 휴일.
태섭, 각오해용.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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