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이불 뒤집어 쓰고 같이 웃기
ADVENT MHTS / 동거 n년차 뿅감독×송선수 setup
한기가 심해 태섭은 몸을 부들 떨며 눈을 떴다. 그런 움직임을 느꼈는지 크게 팔을 둘러 안아오는 명헌의 가슴에 콕 하고 시린 코를 찍어 잠시 녹였다. 한파 경보라도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은 공기였다. 혀엉, 안 추워요?. 조금 이상하긴 해용, 보고올까?. 내가 다녀올게요. 몸을 반대쪽으로 빙글 돌려 다리를 침대 밖으로 내다 다시 이불 안으로 들여 잠시 마음의 준비를 했다. 이불 속을 잠깐 벗어난 것뿐인데 발끝이 시렸다. 여태까지 한파 경보라 해도 이 집이 이렇게까지 추웠던 적은 없었고, 월급을 불태운다는 각오로 겨울 난방은 신경 써서 하는 편인데 지금은 과장 좀 보태 온 집안이 냉골이었다.
조절기의 작은 화면엔 거의 바깥이랑 비슷하다 해도 믿을 숫자가 실내온도라며 떠 있다. 플러스 버튼을 꾹꾹 눌러 평소 맞추는 온도까지 올리고 작동 표시가 뜨는 걸 확인했다. 조절기가 한번 꺼졌다 켜졌나. 손을 모아 호호 불다 거실 한켠에 돌돌 말린, 미리 꺼내뒀지만 아직 개시 전이었던 전기매트를 질질 끌고 방으로 돌아간다. 명헌은 다시 잠이 든 건지 이불 더미가 미동이 없다.
“어떻게 이 추위에도 잘 수가 있어, 곰이야?”
태섭이 소리를 죽이고 큭큭 웃는다. 바닥에 매트를 펴 전기를 연결하자마자 침대 위에서 베개를 챙기고 이불장에서 재빠르게 꺼낸 여분의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며 누웠다. 조금만 몸에 힘을 빼면 치아가 딱딱 소리를 낼 것 같은 차가움이었다. 바로 누웠던 몸을 옆으로 세우고 그대로 웅크렸다. 매트와 닿은 부분은 슬슬 따뜻해져와 잔뜩 힘을 줬던 몸을 좀 풀었다. 이불 속 어둠에서 숨을 죽이고 이 작은 공간만이라도 온기가 들어차길 기다렸다. 따뜻하게 데워지는 바닥에 매트의 온도가 시너지를 받는다. 이불을 살짝 내리고 얼굴을 내밀었다. 아직 공기는 차다. 태섭은 팔을 뻗어 침대 위 이불을 잡고 흔들흔들 당겼다.
“내려와서 자요”
몇 번의 뒤척임 후에 손을 꼭 잡아오는 명헌의 손 끝이 차가웠다. 그 손을 다시 한번 당기자 아직 잠에 반쯤 잠긴 눈동자가 드러났다. 자신과는 다르게 자는 거 깨워도 순하다 해야 하나 맹하다 해야 하나 태섭이 보기엔 지금은 아무튼 곰이었다. 이불 더미가 솟아오르고 침대에 걸터앉은 명헌이 잠시 손세수를 했다.
“태섭”
“여기로 와요, 잘 데워놨어”
이불을 살짝 들추며 자리를 툭툭 두들긴다. 명헌은 자신이 덮었던 이불을 바닥의 이불 위로 겹쳤다. 으악. 이불만 겹친게 아니라 태섭까지 덮어버렸다. 순하고 맹하다 했던 말 취소다. 이거 성질부리는 거 맞지. 팔을 휘둘러 이불을 홱 젖힌 태섭이 베개를 던지려는데 이번엔 이불 대신 이명헌, 아니 곰이 떨어졌다.
“읏추 뿅, 읏추 뿅”
들어오라고 내어준 자리를 한참 침범하며 태섭을 마주 안고 몸 위로 올려놨다. 덮어쓴 이불과 명헌의 몸 사이에 끼였다. 곰의 커다란 손은 체온을 올려주려는 듯 등을 문지른다. 입고 있던 옷이 손의 움직임을 따라 올라갔다 내려갔다하며 살과 마찰한다. 보일러 온도가 완전 내려져 있었어요. 자기 전에 확인한 것 같은데 뿅.
“근데, 이명헌…”
“응”
“성질부렸지”
“착각 뿅”
거짓말. 웃느라 들썩이는 복부에 태섭의 몸도 같이 흔들렸다. 이놈의 곰이…! 발끝으로 명헌의 바짓단을 밀어 올려 정강이 맨살 위에 발끝을 꾸욱 눌렀다. 이불 속에서 잘 익은 것이 차가운 발을 녹이기엔 딱이다. 차가워용. 말은 이렇게 하면서 태섭이 발끝을 꼼질꼼질 대며 정강이를 간지럽혀도 가만히 있는다. 웃음은 전염이 된다. 형, 진짜 잘 자더라. 태섭이 추위를 잘 타는 편이라니까용. 지금은 집이 그런 수준이 아니라고 이 뿅쟁이. 잠은 진즉에 사라지고, 남은 새벽은 장난 같은 대화나 나누며 함께 보내야 할 것 같다. 낮엔 조금 피곤하겠지만 이불 속 둘만의 까만 밤이 너무 사랑스러워 빨리 끝내고 싶지 않아졌다. 사람도 이불도 사라져 텅 빈 침대 위, 하얀 시트에는 새벽의 푸름이 반사되고 있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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