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de Month

공백 by 삼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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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월은 보통 준브라라고 불리운다. 물론 이 말에 ‘오타쿠나 그렇겠지.’ 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나 유온과 세이는 세미- 오타쿠가 맞았기에 조금 더 그쪽에 가깝긴 했다. 하지만 동시에 유월은 전세계적으로 프라이드 먼스의 날이다.

“그러니까 우리 둘이 이걸 즐겨야 하는 건 맞는데,”

이렇게 즐기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평소의 그 답지 않은 난감한 음성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이부키 세이는 차출 당했다.

“나는 괜찮아, 세이….”

프라이드 먼스에 열리는 퀴어 퍼레이드의 안전 담당자로.

“내가 괜찮지 않아 유온, 아니, 이 좋은 날에 하필이면 내가 담당으로 걸릴 건 뭐야?”

물론 이유라면 많았다. 대대로 경찰청장을 지내온 이부키 가에서 나온 별종. 학창 시절을 아이돌인지 뭔지로 흥청망청 지내더니 아비의 죽음에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별안간 경찰로 돌아온 사내. 그 꽉 막힌 보수적인 집안에서 보수적인 직업을 택하고도 오픈리 게이로 살길 택한 자. 그의 연인이 누구인지는 극비리에 부쳐졌지만 이부키 세이 본인은 공인이자 인플루언서로서 일본의 핫이슈 그 자체였다.

그러니 이런 날에 그를 부르지 않으면 누굴 불러야 하겠는가? 운 좋게도 퀴퍼의 메인 무대 중 하나를 유온이 맡게 되어 두 사람이 한 자리에 있을 수 있게 되었지만 말이다. 오랜만에 모인 동창들 사이에서 세이가 어깨를 으쓱인다. 둘의 사이를 이미 알고 있는 이들이 그의 넉살에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유온은 그런 세이를 바라보며 그저 옅게 미소만 짓고 있다. 그리고 이럴 때 마다 드는 충동. 그에게 입 맞추고 싶다는. 하지만 세이는 연인의 뜻을 존중하기에, 입 안의 살을 깨물며 시선을 느리게 바깥으로 옮긴다.

만물이 자라나는, 화창한 유월이다.

누구도 이 계절에 행복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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