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연령가 타입 샘플 1

주의 사항: BL, 장르글(슬램덩크 백호열), 총 7310자

양호열이 강백호를 좋아한다. 뭐, 여기까진 괜찮다. 그의 짝사랑은 중학교 시절의 백호를 만나고부터 서서히 그 부피를 키워갔으며, 현재에 이르러서는 그 총량을 스스로도 알 수 없을 만큼 백호를 사랑하고 있다. 

그래, 사랑이다. ‘좋아합니다’, ‘사귀어 주세요.’ 같은 말로 전부 담아낼 수 없는 마음이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 웃음이 나오고, 물론 백호는 ‘내가 우스워서 자꾸 나만 보면 웃냐’라고 박치기를 했지만, 그 짧은 접촉마저 기껍고, 제 뺨을 잡아오는 손길에 몸을 맡기고 싶을 정도였다. 

그 뿐일까?

자꾸만 보고싶었다. 계속 곁에 있고 싶었다. 백호와 대화하는 순간이 너무나도 달콤했다. 물 속에 잠겨 숨이 막히는 도중 건네진 산소 같았고, 어둠 속을 헤매던 중 발견한 등불 같았다. 잠깐의 눈맞춤, 그 후 이어지는 쾌활한 웃음, 어떤 것에 열중할 수 있는 집중력, 등을 맞대면 느껴지는 심장박동, 함께 있을 때마다 느껴지는 안정감, 거절당해도 굴하지 않는 단단한 마음, 누군가를 계속해서 좋아할 수 있는 용기, 그 모든 것이 좋았다.

농구를 시작한 후로는 더 좋아졌다. 양호열은 강백호가 무언가에 집중하는 모습을 정말로 좋아했다. 그 열정이 양호열을 사랑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걸 지켜주고 싶었다. 강백호의 사그라들지 않는 열정을 불꽃을 바라보고 싶었다.

농구와 사랑에 빠진 백호를 옆에서 지켜보며, 열정, 집중, 분노, 도전, 호승심, 즐거움, 그 모든 걸 섞어서 공 하나에 집중하는 걸 바라보며 웃음짓고 싶었다. 계속해서 응원하고 싶었다. 그게 양호열의 사랑이었다. 그냥, 강백호가 스스로가 원하는 걸 하며 즐겁길 바랐다. 그걸 위해서라면 그의 앞길을 막는 모든 걸 어떻게 해서든 치워줄 수 있었고, 강백호의 행복하고 즐거운 인생에 자신이 방해라면 얼마든지 사라져 줄 수 있었다.

그러나 강백호는 마음이 넓고 친구를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사람이라, 양호열은 무사히 강백호의 친구로 남을 수 있었다. 거기서 감히 욕심을 부리자면 백호가 주눅이 들었을 때 용기를 북돋아 다시 열정을 되찾을 수 있게 응원하는 친구, 그 정도면 됐다. 그 역할이면 만족한다. 그걸로도 과분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심지어 그는 이미 강백호의 특별한 친구였다. 그러니까, 모든것에 만족했다는 소리다. 굳이 고백을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오히려 백호가 제 마음을 알고 어색해하며 멀어질 가능성이 생기는 게 더 싫었다. 현 상황이 양호열이 느끼기에 가장 완벽한 상태였다.

그런데, 이게 망가졌다. 그 누구의 짓도 아닌 강백호의 감정으로.

 

“...백호야.”

 

아마도 끝맺음이 형편없이 떨렸을 말이다. 수천번을 내뱉었던 이름이다. 아마도 수만번을 생각했을 이름이다. 늘 부르는 말, ‘야, 강백호!’ 내지는 ‘백호야.’ 정도의 울림을 가졌을 단어. 이렇게도 연약하게 불러보는 건 처음이다. 그러니까 말이야, 백호야,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한 건지는 알아? 속이 빙글빙글 돌았다. 어지럽고 울렁거려서 헛구역질이 올라올 것 같았다. 다리가 풀려 볼썽사납게 비틀거릴 것만 같아서 애써 몸에 힘을 줘 땅을 발로 디뎠다.

내가 지금 제대로 서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어.

 

“백호야.”

 

양호열은 다시 눈앞의 상대를 쳐다봤다. 평소와는 다른 표정, 달아오른 뺨이며 귓가, 앙다문 입술, 피하지 않고 마주쳐 오는 눈, 여전히 까슬까슬한, 그러나 살짝 길어 복실거리는 붉은 머리카락... 아, 생각이 다른 곳으로 샜다. ‘불러놓고 뭐 하는 거야. 집중해.’ 백호의 뚱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이름을 부르는 게 양호열의 최선이었다. 머리가 아프다. 애써 웃는 얼굴이나 만든다. 

 

“야간 연습 때 슛 성공 확률 세어 달라는 거지?”

 

너도 참, 매니저도 이제 둘이나 있는데 나를 시켜먹냐. 그래도 못해줄 거 없지. 자, 됐으니까 얼른 들어가자. 곧 종 치겠다... 헛소리 하지 말고, 양호열. 대답이나 해.

 

“나는 네가 좋은데, 너는 어떻냐고.”

 

양호열은 조금 울고 싶었다. 아니, 사실 좀 많이. ...그것보단 조금 더 많이. 그러니까, 그냥, 엉엉 울어버리고 싶었다. 마치 사탕 뺏긴 어린 아이처럼.

 

“백호야, 나는, 네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거든...?”

 

결국 양호열은 손으로 눈가를 가렸다. 반대 손을 들어 손바닥을 보여주며 잠시 심리적인 거리를 뒀다. 사실 이런 상황을 망상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도 피 끓는 청춘의 낭랑 17세다. 수돗가에서 물장난을 하다가 서로 열심히 꾸민 머리가 다 물에 젖고 가쿠란 안에 입은 흰 반팔이 젖어 살결이 다 드러나는 날에는 밤잠 못 이루며 달아오른 하반신을 진정시키기도 했다. 가끔 꿈에는 제 뺨에 입을 맞춰주는 강백호, ‘나도 네가 좋은데 우리 사귀자’ 하고 고백하는 강백호, 또 차였으니 위로해 달라며 제 품을 파고드는 강백호, 요즘 가슴운동을 했는데 얼마나 커졌는지 만져보라는 강백호-어라? 실제로 있었던 일인가?-, 제 앞에서 입을 벌리고 발간 혀를 내보이며 키스를 조르는 강백호... 시발! 무슨 엄한 상상을 이렇게나 많이 한 거야! 양호열은 잠시 제 뺨을 내려치고 싶었다.

아무튼, 이런 상상을 한번도 안 해본 건 아니라는 소리다. 그렇지만 그는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고, 백호가 제게 고백하는 상상은 중학교를 졸업하며 그만뒀다. 상상은 그저 상상으로 끝나야 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것이 실현될 거라고는 정말이지 백호가 전교 1등을 할 확률이라고 생각해서 이런 경우 어떤 답을 내놓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온 답이 저 쓰레기 같은 ‘네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거든?’이다. 라디오에서 최악의 고백답변 3위 쯤에 나올 것 같은 답안이다. 백호가 상처받았으면 어떡하지? 그 와중에 백호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양호열은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슬쩍 치워서 손가락 틈으로 강백호를 봤다. 

역시 예상대로 미간을 잔뜩 구기고 있었다. 붉어진 뺨은 더 빨개졌고, 앙다문 입술은 씩씩거리는 숨을 내뱉었다. 아, 망했다. 성큼성큼 다가온 강백호가 양호열의 양 손목을 잡아 치웠다. ‘야! 너 그게 무슨 말이야!’ 화난 것 같은 목소리에 양호열은 애써 웃었다. 너무 가까웠다. 그는 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가까워진 백호의 몸은 뜨거웠다. 늘 생각하지만 백호는 체온이 너무 높다. 이 열기로 다가와서 저를 한톨도 남기지 않고 증발시켜 버릴 것 같았다.

머릿속은 여전히 어지럽다. 상상과 현실이 이리저리 섞인다. 지금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백호에게는 미안하지만 최악의 고백답변 3위 같은 말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양호열은 다시 말했다. 

 

“나는 정말 네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손목을 잡혀서 시선을 피하는 방법이라곤 강백호보다 작은 신장을 이용해 고개를 숙이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강백호는 그것도 용납하지 않았다. 박치기를 할 때처럼 양호열의 뺨을 잡아 저를 보게 했다. 

 

“야, 양호열! 너 진짜 왜 그런 말만...”

 

눈과 눈이 마주쳤다. 양호열은 백호의 눈에 비친 자신이 너무 흉한 얼굴을 하고 있지 않기를 바랐다. 백호의 목소리가 점차 작아졌다. 그는 와락, 양호열의 머리통을 끌어안았다. 당황한 목소리가 머리 위로 정신없이 떨어졌다. 그 중 사과가 섞여 있었다는 건 양호열이 슬퍼해야 할 일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야, 야아... 왜 이런 걸로 울 것 같이 그르냐. 평소에는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것처럼 굴더니.”

“아니, 안 울거든...”

 

그러나 내뱉은 목소리는 형편없이 떨리고 있어서 양호열은 더 말하기를 포기했다. 그는 저를 끌어안은 백호를 감히 밀어낼 용기도, 등을 마주 안을 용기도 없어서 그저 주먹을 쥐고 서 있었다. 떨리는 손끝은 어차피 보이지 않을 텐데도 그냥 그랬다.

 

“갑작스러워서 그래? 그, 근데 나, 티 많이 냈다고 생각했는데.”

 

너한테만 더 매달리고, 끌어안고, 같이 있어달라고 하고, 의지하고, 고민이랍시고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고, 역시 나는 나보다 작은 애가 좋다고 한다거나, 검은 머리가 좋다거나, 싸움 잘하는 사람은 멋있지 않냐고 말하기도 했잖아. 백호야, 평소랑 다를 게 없잖아. 양호열은 반박하고 싶었지만 강백호의 커다란 가슴근육에 파묻혀서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숨이 막히고 얼굴이 뜨끈해졌지만 밀어내고 싶지 않은 게 참 미친놈 같았다.

 

“아,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했지? 그럼 말하면 되냐.”

“뭘 말하려고 하는데.”

“내가 너 좋아하는 이유.”

“그런 거 말해서 어디다 써.”

“그렇지만 네가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이었잖아.”

 

아, 백호야, 강백호! 매번 눈치없으면서 왜 이럴 때만 눈치가 좋은 거야! 그래, 양호열은 이해가 안 갔다. 왜 백호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건지. 얘는 여자가 좋은 게 아니었나? 아담한 검은색 중단발, 눈이 동그랗고 코가 작고 입술이 도톰한 여자애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강백호는 이미 양호열이 좋은 이유를 늘어놓고 있었다. 말릴 새도 없었다. 

 

“...그래서 늘 지지 않는 점이 좋아. 주먹 쓸 때 허리 돌려서 더 세게 때리는 게 좋고, 나한테 싸움 알려줬던 것도 좋아. 이렇게 치면 힘이 더 들어간다고 자세 잡아주는 거 멋있었어. 내가 차였을 때 놀리지만 마지막에는 위로해 주는 게 좋았고, 매번 내 편이었던 것도 좋아. 힘들고, 외롭고, 지쳤을 때 귀신같이 알고 찾아와 주는 점이 좋고, ‘넌 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게 좋아. 나랑 눈 마주치면 웃어주는 점이 좋고, 머리 쓰다듬어 주는 게 좋아. 늘 옆에 있어주는 점이 안심돼. 생각해보면 늘 내 편이고, 내 옆에 있어주고, 나만 봐주는 건 호열이 너였으니까.”

 

양호열은 울고 싶었다.

 

“날 볼 때마다 세상에서 제일 멋진 걸 보는 눈을 하는 게 좋아.”

 

크게 소리내서 울고 싶었다.

 

“날 가장 멋있게 봐주고, 내가 가장 즐겁고 행복하길 바라는게 너라서 좋아.”

 

그러나 소리내기엔 백호가 그를 너무 꽉 안고 있어서, 눈물만 뚝뚝 흘릴 뿐이었다. 강백호는 축축해지는 앞섶에 양호열의 머리통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 훌쩍이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나 그는 양호열이 울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들의 관계는 틀어졌다. 누구도 아닌 백호의 손으로, 강백호의 고백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양호열은 자신이 없었다.

강백호가 좋으냐 묻는다면 사랑한다 답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강백호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느냐 묻는다면 자신이 없었다. 강백호의 고백으로 그들은 미묘한 사이가 되어 버렸다. 서로가 좋으면, 어떡하지? 사귀나? 그러나 사귀다 싸우면? 저로 인해 백호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연인 생활이 맞지 않아 역시 친구로 지내는 게 낫다는 결론이 나오면? 그때도 그는 강백호의 ‘특별한’ 친구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

머리가 복잡하다. 지금이 가장 완벽한데. 내 마음따위 전하지 않아도 괜찮았는데.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거야. 

 

“...그렇게 싫냐?”

 

백호가 나지막히 물었다. 그 또한 울음기가 섞여 있었다. 그렇지, 백호는 거절당하면 금세 울어 버리지. 이번에는 어떻게 달래줘야 할까?

강백호는 살살 팔을 풀었다. 무릎을 굽혀 울음과 열기에 시뻘개진 양호열과 시선을 맞췄다. 거친 손끝이 뺨이며 눈가에 흐른 눈물을 닦아줬다.

 

“싫은건지 아닌지 말을 해줘야 알지.”

“....백호야, 나는.”

“너 지금 되게 좋아하는 얼굴이잖아.”

 

아, 젠장. 오랜 친구사이는 이래서 참 그렇다.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참 쉽게도 알아챈다.

양호열은 제 얼굴을 닦아주는 강백호의 손목을 잡았다.

 

“백호야, 나는 네가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게 참 좋아.”

“응. 그리고?”

“그리고... 네가 행복하고, 즐겁고, 신나는 일만 했으면 좋겠어.”

“그래서?”

 

정말이지, 백호는 뭐든 숨기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양호열이 속에 꽁꽁 가둬둔 것마저 열어젖혀 보려고 한다. 집요한 눈동자가 계속해서 따라온다. 그 눈에 양호열은 무력하게 제 안에 든 것을 꺼내다 바칠 수 밖에 없었다.

 

“네가 좋아... 네가 좋은데, 너를 사랑하는데, 친구가 아닌 내가 너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확신이 없어.”

 

그렇구나. 강백호는 나직하게 대답하며 양호열의 양 뺨을 쥐었다. 양호열은 그 손 위를 살짝 더듬었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손이 참 컸다. 그런데 이 자세 뭔가... 익숙한.......

 

빠악!

 

“악!”

 

얼얼한 통증에 눈물이 핑 돌았다. 몸이 뒤로 넘어가려는 걸 강백호가 세게 잡아 일으켜 세웠다.

 

“이 바보야!”

 

아니, 이건 좀 억울하다.

 

“바보가 누구한테 바보라고,”

“좋으면 좋은거지, 뭘 다른 걸 생각해? 내 행복은 내가 알아서 찾아! 언제까지고 날 네가 챙겨줘야 하는 얼간이로 생각하지 말라고!”

“백호야,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야. 우리가 사귀면 언젠가는 싸울 거고, 서로한테 지쳐서,”

“지금까지 우린 한번도 싸운 적 없었냐? 라멘 먹다 차슈 뺏어가서 싸우고, 비디오 보다 떠들어서 못 들었다고 돌려보냐 안 돌려보냐로 싸우고, 고백했다 차인 거 놀려서 싸우고, 베개싸움하다 너무 세게 때렸다고 싸우고, 아무튼 무지하게 싸웠잖냐. 그런데 다 풀고 놀았잖아. 그거랑 그게 뭐가 달라?”

“그건 친구들이니까 그런 거지. 누군가랑 사귄다는 건 그것보다 복잡한 문제야.”

“너 마치 누구 사겨본 적 있는 것처럼 말한다?”

 

이건 양호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백호만 바라본 순정파다. 누굴 사귈 시간이 있었겠는가? 그는 그냥 지레 겁 먹은 고등학교 2학년일 뿐이다. 라디오에서 듣는 연인간의 문제, 아는 사람들이 그랬다더라, 저랬다더라, 애인이 매정해서, 시간을 잘 안 지켜서, 대답을 잘 안 해줘서, 눈을 잘 안 마주쳐 줘서, 진도를 너무 빨리 나가서, 진도를 너무 느리게 나가서. 아무튼간에 별 것 아닌 걸로 문제가 생기는 커플들이 많다. 그런 이야기에 겁 먹었을 뿐이다. 그리고 강백호는 그걸 바로 알아차렸다.

 

“문제가 생기면 대화 해. 그걸로 안 끝나면 주먹질 해. 그리고 풀면 되잖냐. 너나 나나 누구 사겨본 적 없는 건 마찬가지인데 왜 그렇게 피해? 그냥 내가 싫은 거 아니냐.”

“아니야, 백호야, 내가 널 싫어할 리가 없잖아.”

“그럼 된 거잖아. 너도, 나도 서로를 좋아하는데.”

 

좋아하면 된 거잖아.

그 말이 어찌나 가볍던지. 양호열은 결국 웃고 말았다. 그렇지, 좋아하면 된 거다. ‘내가 백호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은 뒤로 치워놓고, 좋아하는 마음을 앞세우면. 그러면 되는 거였다.

양호열은 크게 웃었다. 제 뺨을 잡은 백호의 손을 쥐고 웃었다. 그러자 강백호도 따라 웃었다. 둘은 그렇게 한참을 웃었다.  

강백호의 앞섶에 생긴 눈물자국은 훈장이라며 남기려던 것을 물을 뿌려 흔적을 지웠다. 눈물로 젖은 얼굴도 세수를 시원하게 했다.

둘은 수돗가에서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놀았고, 종이 쳐서 반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손을 꽉 잡고 돌아갔다.

양호열은 가슴 어딘가가 시원한 기분이 들어서,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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