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문대] 첫 사랑니
차유진의 첫 사랑니를 응원합니다
'[유진문대] 첫 경험' 그 이후입니다.
* 어설픈 실력으로 영작한 탓에 영어 대사가 어눌할 수 있습니다. 뉘앙스만 봐주세요. (영어지문 수준이 될 것 같아서 영작 안 하고 밑줄 친 부분이 있습니다. 그 부분은 다 영어라고 생각해주세요.)
어느 노래에서 그랬던가. 사랑은 놀이터에서 노는 것과 같다고.
정말 그랬다.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것처럼 신나고 벅찼다. 아니, 그보다 몇 배는 신났다. 몇 배는 더 벅찼다. 박문대만 보면 느껴지던 그 악마는, 사랑이었다.
'Well, a lovely guy. (뭐, 작고 귀여운 친구지)'
악마가 아닌 천사라고 이름을 다시 붙여줘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할 만큼 차유진은, 자신의 속에 사는 그 작은 친구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물론,
"...차유진, 떨어져."
"No! 문대 형 옆 나예요!"
박문대가 그의 옆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내어주면 질투심에 다시 악마가 삐죽삐죽 살아나긴 하지만 말이다.
So what? 이게 사랑이라잖아?
차유진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다. 자신이 박문대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후, 굳이 그 마음을 숨기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입 밖으로 꺼내어 보인 것은 아니었지만, 그를 향한 애정을 숨기지도 않았다. 그냥 그 마음 하나로 벅차고 기분 좋아서 계속해서 새어 나오는 것을 그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차유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 차유진이, 사랑은 아프다고 외치는 것은 제법 가까운 미래였다.
***
'차유진이 이상하다.'
박문대는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며칠간의 차유진은 텐션이 아주 낮았다. 텐션이 조금만 낮아져도 바로 티가 나는 녀석인지라 어디 아픈 건가 생각하게 할 정도였다. 연습실에서 날아다니는 걸 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았지만. 그렇다면 기분이 안 좋은 건가 싶어 박문대는, 차유진에게 초코바를 건넸다.
'??? 왜 눈물을 글썽여...?'
울릴 뻔했다. 초코바가 차유진의 눈을 반짝이게 만든 것이 아니라, 차유진의 눈에 눈물을 맺히게 했다. 그렇다면 대체 뭘까.
'아.'
어딘가 불퉁한 표정. 다운된 텐션. 깨작대는 젓가락. 제대로 씹지도 못하는 게 딱
"차유진. 너 이 아프지."
이가 상한 것밖엔 답이 없었다. 확신에 찬 박문대의 물음에, 차유진은 입술을 삐죽이고는 끄덕거렸다. 하긴, 차유진은 워낙 단 걸 좋아하고, 많이 먹기도 많이 먹었다. 이가 상할 만도 했다.
"단 걸 많이 먹고 양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이가 상한 것 같습니다. 차유진 이 바보!"
"나 바보 아니야! 했어!"
박문대가 자리에서 일어나 김래빈과 투닥대는 차유진의 곁으로 갔다.
"조용히 하고. 보자."
자신의 바로 옆에서 들리는 박문대의 목소리에 차유진이 고개를 돌렸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박문대는 그의 턱을 살며시 잡고 아랫입술을 살짝 벌렸다. 그 탓에 그의 엄지손가락이 차유진의 아랫니에 살짝 걸쳐졌다. 자신의 입속을 꼼꼼하게 살피는 박문대를 보며 차유진은 씨익 웃었다. 그가 박문대의 손가락을 살짝 깨물었다. 차유진의 입속을 살피던 박문대는 그에 고개를 들어 차유진의 눈을 바라봤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차유진은 자신이 깨물고 있던 손을 잡았다.
"아파요?"
"아니. 나보단, 네가 아프겠지? 사랑니 났다."
차유진에게 붙잡힌 손을 익숙하다는 듯 쉽게 풀어낸 박문대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사랑니? 그게 뭐예요?"
"아, wisdom tooth."
박문대가 휴대폰을 귀에 갖다 대며 답했다.
"Wisdom tooth? 사랑 아니에요! Not love."
가만히 듣고 있던 배세진이 입을 열었다.
"...한국에선, 사랑을 알게 될 때쯤 난다고 해서 사랑니라고 불러."
잠시 전화하는 것 같더니 박문대가 곧 돌아와 차유진에게 말했다.
"치과 예약했어."
"Noooooo!!!!!"
차유진은 그대로 방으로 들어갔다. 그 탓에 박문대를 비롯한 멤버들은 모두 눈만 끔뻑거리고 있었다. 그중 배세진만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 왜 이거... 데자뷔 같지."
그 뒤로 박문대와 차유진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박문대는 차유진과 마주칠 때마다
"차유진. 사랑니 빼러 가자."
"차유진. 치과 가자."
"차유진. 치과."
"차유진."
"치과."
를 외쳤고, 차유진은 그런 박문대와 마주칠 때마다
"싫어요!"
"안 가요!"
"No!"
"문대 형 나빠요!"
를 외치며 도망치기 바빴다. 그런 차유진에 박문대는, 매니저까지 동원하기 시작했다.
"형. 차유진 치과 가야 하는데, 자꾸 도망 다니네요."
"뭐? 유진아. 치과 가자."
"다들 나빠요!"
왜 아무도 자신의 마음은 몰라주냐는 듯 서럽게 입술을 삐죽이며 도망가는 차유진에 여전히 소용은 없었지만.
'꼭 내가 악당이 된 것 같네.'
박문대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스케줄 가는 척 차에 태워서 매니저랑 같이 치과에 보내버릴까 하는 마음마저 들었다.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일단 얘기나 해보자.
"차유진."
"싫...!"
박문대가 차유진의 방으로 들어갔다. 차유진은 놀라 방 밖으로 뛰어나가려고 했지만,
"왜 안 간다는 건데."
문을 쾅 닫으며 자신의 앞을 막아선 박문대에 그럴 수 없었다. 반대쪽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아프잖아."
반대쪽 또한 팔로 문을 짚어 막은 박문대에 공략에 실패했다.
박문대는 덩치가 그리 작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차유진의 덩치는 ...박문대보다 너무 컸고, 차유진을 두 팔로 가두고 올려다보는 그의 모습은 제법 웃겼다. 그런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차유진은 귀엽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지만.
"아프잖아. 그대로 두면 더 아파."
귀엽다는 감상을 마친 차유진은 그치만... 하며 박문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덩치 큰 고양이가 안긴 것 같네 하며 박문대 또한 차유진의 등을 천천히 안아줬다.
"This is how I feel about you. (이건 형을 향한 제 마음이잖아요)"
***
좋아하는 마음을 깨닫고 난 후, 차유진은 마냥 좋았다. 자신은 박문대를 좋아하고. 이건, 사랑이니까! 그렇다. 박문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상관없기라도 한 것처럼.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사랑은 시련을 갖고 찾아왔다.
벌써 며칠째 이가 너무 아프고 욱신거렸다. 자신은 이를 잘 닦았다고 속으로 투덜거리며 거울을 봐도 까맣게 변한 부분은 없었다. 그럼 대체 이 통증은 뭐란 말이야?
원인불명의 통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심해졌다. 춤을 출 때 말고는 그 통증은 어디든, 언제든 차유진을 따라다녔다. 맛있는 걸 봐도 이가 아파 잘 먹지 못했고, 이는 차유진을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초코바 먹을래?"
박문대가 자신에게 건넨 초코바를 보면서도 눈물을 글썽일 정도였다. 그렇게 며칠을 통증에 시달리던 중, 박문대가 차유진의 상태를 알아봐 주었다. 옆에서 양치를 제대로 안 해서 이가 상한 것이라는 소리나 하는 김래빈이 너무 미웠지만, 자신의 입속을 살피는 박문대의 모습에 이도 곧 사그라들었다. 그 와중에도 박문대를 보니 웃음이 나고, 마구 장난치고 싶었다. 더 닿고 싶었다.
"사랑니 났다."
사랑니? 그게 뭐지?
"한국에선, 사랑을 알게 될 때쯤 난다고 해서 사랑니라고 불러."
차유진은 생각했다. 자신이 박문대를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을 질투하는 마음마저 커서 악마가 삐죽삐죽 자신의 잇몸을 비집고 나온 것이구나 하고. 그렇다. 차유진의 마음속에선 박문대를 향한 자신의 마음으로 여겨지게 된 것이었다.
'Love is painful.'
사랑은 나를 아프게도 하는구나 싶었지만, 아프더라도 이 마음을 버리고 싶진 않았다. 자신의 마음을 뿌리째 뽑아버리려고 하는 악의 무리, 음, 박문대는 악당이 아니니까, 정정하고. 박문대를 피해 도망 다녔다. 그마저도 얼마 못 가 붙잡히고 말았지만.
"아프잖아. 그대로 두면 더 아파."
"그치만... This is how I feel about you. (이건 형을 향한 제 마음이잖아요)"
대체 이게 뭐라고 자신이 좋아하는 박문대까지 피해 다녀야 하나 싶었다. 서러운 마음에 박문대에게 안기자, 박문대는 천천히 그의 등을 안아줬다. 서러운 마음에 저도 모르게 고백한 것이었다.
'? 뭐래. 나를 향한 마음이 뭐, 매복 사랑니라는 거야?'
박문대는 이상하게 받아들인 것 같았지만.
박문대는, 그렇게 한참을 자신의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있는 차유진의 등을 말없이 토닥였다. 곧 차유진이 꿈틀거리며 자신의 허리를 더 끌어안는 것을 느낀 박문대는
"...그만 놓지."
"이옙."
차유진을 떼어내고 침대로 가 앉았다. 자신의 옆을 통통 두들기며 이리 오라는 박문대에 차유진 또한 쪼르르 달려가 그의 옆에 앉았다.
"차유진. 치과 가자. 그거 빼야 해. 그냥 두면 아파. 지금도 아프잖아. 아니야?"
박문대는, 최대한 걱정해서 그런다는 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배신해요! Not lovely guy."
본인도 사랑스럽지 않다고 말하면서 대체 왜 사랑니를 빼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일까 박문대는 생각했다. 뭐, 치과 가는 게 무서운가.
"Love, 아파요! 근데 안 돼요. If I take it out, my heart will disappear. (사랑니를 빼버리면 내 마음도 사라지는 거잖아요)"
박문대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이 문제라면 차라리 쉬웠다. 치과가 무서워서 못 가는 녀석을 데려가기 위해 설득하는 것보다야, 훨씬.
"근데, 사랑니 뽑듯 뽑혀 나갈 마음이라면. 진짜도 아닌 거잖아?"
"!!! 아니에요! 진짜예요!"
"확인해보자."
차유진은 눈만 깜빡거렸다.
"확인해보자고. 뽑고도 남아있는지, 아닌지."
박문대가 씩 웃었다.
"네 마음이 진짜인지."
***
박문대의 말이 먹힌 것인지, 차유진은 다음 날 군말 없이 박문대를 따라 치과로 향했다. 아무래도, 자신의 마음이 진짜라는 걸 확인시켜야겠다는 마음이 컸던 듯했다. 하지만 이는 곧 배신감으로 전락했다. 사실 박문대가 치과를 예약한 건 처음 얘기를 꺼냈던 시점으로부터 일주일 뒤인 치과를 방문했던 당일이었고, 박문대는 그냥 그전까지 어떻게든 차유진을 잡아다가 데려가려고 미리 작업했던 것뿐이었다는 걸 알게 됐거든.
뭐, 암튼, 그렇게 자신의 이가 빠져나간 아픔에 휩싸인 차유진은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사랑이 뽑혀 나간 자리는 이렇게 아프구나 하는 생각에 더 속상했던 것도 같다. 아니, 그건 아니었다.
'I still. (내 마음은 여전해)'
차유진의 마음은 그대로였다. 오히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 건지 차유진의 마음은 한층 더 커졌다. 그 생각에 통증이 조금 가시는 듯했다. 물론, 여전히 아팠지만.
"문대 형!"
"아픈 건 좀 어때."
차유진이 박문대의 방으로 들어갔다. 며칠 전 어린애처럼 눈물이 그렁그렁한 그의 모습을 본 탓인지 박문대는 다정하게 물었다. 하지만 차유진은 박문대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 박문대가 누워있던 침대로 다가갔다.
"?"
자신의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차유진에 박문대는 뭐 하냐는 듯 그를 쳐다봤다. 그런 그를 보며 차유진이 말했다.
"My heart is so big that I don't know when the devil will emerge through my gums again. (문대 형을 향한 내 마음이 너무 커서, 언제 또 그 악마가 내 잇몸을 뚫고 삐죽삐죽 올라올지 모르겠어요)"
차유진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Check it for me every day? (형이 확인해주실래요? 매일?)"
확인해주는 거야 어렵지 않으니 박문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차유진이 씩 웃었다.
"No backsies. (무르기 없어요)"
그와 동시에 차유진은, 박문대의 입술 위로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순식간에 겹쳐진 숨에 박문대의 손에 들려있던 그의 휴대폰이 스륵 옆으로 떨어졌다.
[ 그네를 타는 것처럼 발이 땅에 닿지 않아요. 둥실둥실 떠다니는 기분이에요. 어느 순간 두 발이 땅을 스쳐요. 그러면 난 다시 한번 그 기분을 느끼고 싶어 발을 힘껏 굴러요. 나는 다시 붕 떠올라요. 당신의 말 한마디가 붕 떠오른 나를 잡아 시소에 앉혀요. 나는 혼자 앉아있어요. 당신은 없어요. 발을 굴러봐도 떠오를 수 없어요. 나는 하늘을 바라만 봐요. 그러다 당신이 툭 하고 떨궈준 마음 하나가 나를 높이 떠오르게 만들어요. 내 앞에 미끄럼틀이 생겨요. 자꾸만 사랑을 속삭이고 싶어 주륵 미끄러져요. 하지만 나는 놀이터 구석 혼자 놀고 있어요. 당신은 다른 사람과 같이 놀고 있어요. 그 모습에 마음이 모나져요. 내 안에 악마가 자라요. 자꾸만 유치해져요. 어린애가 돼요. 난 어린애가 되어 놀이터를 뛰어다녀요. 당신을 뒤따라요. 당신을 따라 정글짐에 들어가요. 당신은 성큼성큼 올라 하늘로 손을 쭉 뻗는데, 나는 올라갈 수 없어요. 나는 이곳에 갇혔어요. 나는 자꾸만 초라해져요. 그런 내게 당신은 손을 내밀어요. 그 손을 잡고 빠져나오면 또다시 재밌는 놀이기구가 가득해요. 나는 다시 그 놀이터를 뛰어다녀요. 그네를 타고. 시소를 타고. 미끄럼틀을 타고. 정글짐에 갇히고. 또 그네를 타고. 시소를 타고. 미끄럼틀을 타고. 정글짐에 갇히고. 다시 그네를 타고. 시소를 타고. 미끄럼틀을 타고. 정글짐에 갇히고. 계속해서 반복해요. 계속 놀이터에서 놀게 돼요. 계속해서 놀이터에서 놀아요. ]
어느 노래에서 그랬던가. 사랑은 놀이터에서 노는 것과 같다고.
정말 그랬다.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것처럼 신나고 벅찼다. 아니, 그보다 몇 배는 신났다. 몇 배는 더 벅찼다. 물론, 그만큼 아팠다. 하지만 그 놀이터를 벗어날 순 없었다.
계속 놀이터에서 놀게 되었고, 계속해서 놀이터에서 놀았다. 하지만 뭐, 차유진 가라사대
So what? 이게 사랑이라잖아?
+
"문대 형! 제 이 확인해요! I think I have it again. Maybe it's because my love is too big. (형에 대한 사랑이 너무 커서 그런가, 사랑니가 또 난 것 같아요.)"
박문대가 뭐라 대꾸할 틈도 없이 차유진은 박문대의 입술을 삼켰다. 그의 혀를 건드려 자신의 입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차유진에 박문대가 움찔했다.
"읍, 차윶, 차유진! 잠, 깐...!"
박문대가 자신의 가슴팍을 치자 차유진은 그의 입술을 살짝 깨물며 그의 팔이 자신의 목을 두르게 했다. 다시 한번 몰아붙이듯 입을 맞춰오는 통에 박문대는 차유진의 입술을 콱 깨물었다.
"하아... 너. 진짜로 사랑니 또 났다."
"What? Nooooooo!!!"
박문대를 향한 마음이 너무 커도 문제인 건가 싶은 차유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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