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혼기
유료

[목윤적련]꽃봉오리가 여물기 전

진혼기 앤솔로지 참여글 웹발행

2021년에 진혼기 앤솔로지에 참여했던 글입니다.

샘플로 나온 부분 밑으로는 유료결제를 걸어두라는 공지가 있으셨기에 일단 걸어두고 재업합니다…….


밤이 깊었다. 보통은 집 밖으로 나왔다가도 들어가는 시간임에도 적련은 굳이 검을 챙겨서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검이나 더 연마해보고자 하는 심산이다. 제 집안의 사람들도 저를 두려워하며 피하는 와중에, 집안에서 칼춤을 벌이다가 발견되기라도 하면 상당히 골치가 아팠다. 담이 약한 이가 비명을 질렀던 일 이후로는 특히 더.

하여튼, 제게 겨눈 것도 아닐진대 그 두려움 가득한 시선하고는! 적련은 크게 비웃었다. 저를 경원시하는 이들의 시선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가 참을 수 없는 것은, 그 탓에 제 일이 방해받는 것이다. 고작 검 한 번에 쓰러질 작자들에게 방해를 받고도 평온을 유지할 정도로 적련은 자비로운 성격이 되지 못했다.

그러한 연유로 적련은 밤이 깊은 때나, 새벽에 검을 들고 바깥으로 나오는 것을 좋아했다. 사람들은 전부 다음날을 위하여 잠이 들 시기이므로 인적이 드문 곳을 골라 가면 시선을 피해 검을 연마하기 꽤 좋았다.

그곳에 홀로 선 채로 검을 휘두르고 있을 때면 적련은 해방감이나, 즐거움 따위를 느끼고는 했다.

“……너는.”

그렇기에 본래는 사람이 없어야 옳은데. 적련은 이 깊은 밤중에 우연하게도 마주친 상대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처음에는 어두운 와중에 보이는 인영이라 최근 월성을 떠들썩하게 만든 실종사건의 범인이 아닌가 하였으나, 달빛 아래에 드러난 사람은 그보다도 더 의외인 사람이었다.

색이 옅은 눈동자, 손에 들고 있는 부채. 붉은 옷과 수려한 얼굴. 먹으로 그린 듯 짙은 눈썹과 다물린 입. 눈빛만 대충 보아도 그의 성격이 얼마나 강직한지 알 수 있었다.

이미 한 번 본 낯익은 얼굴일진대, 밤하늘 특유의 음영이 져있는 모습이 낯설었다. 적련은 가만히 그 남자를 들여다보다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입술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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