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공각, 좀비 아포칼립스

생존 일기 설정? 만 가져왔음.

뜰팁_전용 by 자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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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해요 궁님! 낡고 지쳐서 분량은 맛보기가 됐지만 제 마음은 꽉꽉 담았읍니다.

오늘 하루 행복하기만 하시길

엄밀히 따지자면 낭만가와 괴짜는 전혀 다른 선상에서, 다른 생각으로 사는 사람이지만 둘 모두와 동떨어진 세상에서 사는 보편적 다수의 일반인이 보기에는 똑같은 탓일까. 몇 년째 저 녀석과 자신은 전혀 다르다고 호도하는 것도 지쳐 이젠 말을 전부 듣지도 않아도 닮았다의 다만 나오면 ‘응, 그래.’라며 단답으로 끊어버리기 일쑤인 두 남자는 마을에서 제일…까지는 아니어도 대다수가 알음알음 아는 유명한 인사였다. 하나는 사람이 이렇게 이상할 수 있나? 라는 주제에서, 다른 하나는 싹싹하고 붙임성은 좋지만 나사 빠진 소리를 자주 한다는 이야기에서 주로 나왔더라.

이렇게만 보면 꼭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내면서 서로의 고충을 알고 지낼 사이 같지만, 길거리의 흔한 통속 소설 주인공이나 그 주변인처럼 두 사람의 부모님이 알고 지내던 사이라거나 혹은 바로 근처에서 살아 어릴 때부터 같은 놀이터를 점유해 주기적으로 만나 놀았다는 일은 있지도 않았고, 하다 못해 다니는 학교나 어울리는 집단까지 죄 달라서 탄생부터 첫 만남 직전까지 마주 칠 계기 자체가 없던 둘이 서로를 인식하고 알게 된 데는 오로지 예의 소문과 평가가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므로, 어쩌다 만나서 친하게 지내고 남처럼 싸우기도 하던 각별과 공룡이 꼭 하던 말 첫 번째는 이 놈의 질긴 인연이었다.

“야, 진짜 개질긴 인연이다. 지겨워 죽겠네.”

“아아~니. 지금 누가 할 말을 하는 거야, 각별님. 나야말로 지겨워 죽겠거든. *같애.”

이놈과 함께 인류의 종말을 보느니 차라리 혼자서 저무는 노을 좀 구경하다 콱 물려 세상에 제일 가는 슈퍼 좀비가 되겠다는 각별의 투덜거림을 어절 단위로 분해해 따박따박 반박하던 공룡은 이내 이러고 노는 게 무슨 소용이냐며 입술을 삐죽이고 뒤로 드러누웠다. 개같은 아포칼립스. 그러고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제법 새침하지만 늘 있는 일인지 옆에서는 신경도 안 쓰더라.

그날은 늘 그렇듯 안 쓰는 가전이 생기면 염가로 팔겠다며 주변 사람을 죄 불러내 온갖 전문 용어와 그럴 듯한 이야기로 나불거리던 각별과 다른 사람은 안 넘어가는 그말에 열에 다섯 번은 넘어가서 장만하고, 다섯 번에서 꼭 세 번 이상 후회하던 공룡이 여느 때처럼 질리지도 않고 또 넘어가 물건을 가지러 직접 찾아간 날이었다. 간만에 왔으니 냉장고나 축내고 가겠다며 든 게 없는 냉동고를 열어 인스턴트 또띠아 팩을 꺼낸 공룡이 전자레인지를 건드리려던 때. 오후 3시 42분이라는 하얀 디지털 숫자가 00:30으로 바뀌는 동시에 영화에서나 듣던 긴급 재난 문자 알림음이 요란하게 집안을 울리다 못해 문 바깥인 길거리까지 퍼지는 걸 벙찐 얼굴로 지켜보던 그는 일본과 가장 가까운 지역에 산 경험 있는 사람답게 지진이라도 났나 중얼거리며 지각판 이동을 걱정하더니 잠금 화면의 요약문을 한 번 읽고 한쪽 눈매를 찡그린 채 갸웃거렸다. 야, 공룡아. 이거 뭔 소린지 알겠냐? 정체불명의 전염병이래. 치사율 장난 없고, 누가 생화학 무기라도 뿌렸나. 이름이 좀, 비 바이러스……라고 부른다는디.

“*나 미쳤다. 정부 대박이네. 할 짓이 없어서 이딴 짓을? 아니다. 이거 각별님이 내 폰 해킹한 거지? 공공기관 사칭으로 고발한다.”

“미쳤나. 가뜩이나 시간 없는데 내가 그런 헛짓에 노력 쓰겠냐고”

투닥거리며 지금이라도 하네마네 입으로 가짜 싸움을 지속하던 둘은 갑자기 집앞 길목에서 일정한 크기로 길게 울리는 자동차 경적에 움찔 멈췄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계속 누르는지 흔들림 없이 쭉 이어지던 소음 속에 섞인 다채로운 인간의 비명, 창문 깨지는 파괴음과 다급한 주먹이 철을 두드리는 소리. 이상함이 용기와 직결되는 건 아닌 데다 위협으로 판명난 상황에, 만에 하나 눈치가 없어 몰랐다고 셈치더라도 불확실한 상황에 뛰어들 정도로 용감하거나 무모한 사람은 이곳에서 없어서 두 사람은 각별의 집 앞까지 다가온 누군가가 주먹으로 두드리다 마음이 급했는지 마지막에는 사정없이 발로 차고 황급히 도망가는 현장의 소리를 현실감 없는 얼굴로 뻔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 서로 눈이 마주치면 눈짓과 가벼운 몸짓으로 대화를 나누다 긴장이 풀리면 이제껏 소리내지 않겠다고 한계까지 억누른 숨을 확 내쉬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뭐가 하고 싶은 건지 연신 위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빌빌거리던 공룡이 겨우 자기 귀를 막은 채 쇳소리 나는 밭은 숨을 색색거린다.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으로 오는 패닉이었다. 덕분에 비슷한 상태가 되려다 정신차린 각별이 똑같이 떨리는 손으로 목덜미 옷을 잡아 끌어 침대 위 이불 속으로 던져 넣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라며 두들겨 때리지 않았다면 고생 깨나 했을 몰골이 됐더라.

논픽션이 픽션보다 과하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면서 자기 주먹을 감싼 그가 입술을 꾹 물었다. 창문이고, 벽이고 사방은 다 막혔는데 구조물을 뚫고 들어오는 비명 때문에. 조금이라도 진정하고 정신차린 공룡이 이제 형 차례라며 뒤에서 잡아 끌어 눕히고 저가 침대 바깥으로 나가 온갖 커튼이란 커튼은 다 치고, 부족하면 옷장 속 각별 겉옷이나 홑이불이라도 꺼내서 헤지거나 얇은 부분을 고리에 억지로 꽂아 늘어뜨리지 않았더라면 꽤 바깥 상황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실내에서 한참을 오들오들 떨고 있었을지 모른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그래도 이거보다 멋지고 긴장감 넘치지 않았나? 힘빠진 다리로 터덜터덜 돌아와 침대 모서리에 손을 대고 기댔다 그대로 미끄러져 바닥에 늘어진 공룡이 중얼거리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본인도 답을 원한 건 아니고, 오히려 듣기 싫은지 덮는 이불 모퉁이를 끌어와 침대 매트리스에 박은 얼굴 위로 덮어버렸고 말이다.

아까보다 한풀 꺾인 비명과 비상 경보음, 누가 한계까지 입에 뭘 욱여넣은 것처럼 갑작스레 끊어진 누군가의 오열 따위로 점철된 바깥 세상을, 콘크리트 벽으로 유리시킨 내부에서 견디던 둘은 자기가 아는 온갖 욕을 중얼거리면서 예민한 감각에 걸리는 서로가 번거로워 울컥거리던 구역질 같은 속내를 마른 침으로 삼켰고, 어쩔 도리 없는 거대한 상황이 주는 압박을 제각각인 자세로, 미식거리는 숨을 날름대는 강아지처럼 삼키다 우연으로 각자의 손가락이 닿자마자 딱 그 손만 내밀어 서로를 움킨 채 제각각 웅크린 자세로 그 순간을 견뎠다.

어떤 존재나 함께 견디는 생명체라는 인식보다 구름다리에 하나 밖에 없어 어쩔 수 없이 꽉 잡아야 하는 밧줄 난간, 느리게 아래에서 위로, 그리고 다시 아래로 내려가며 돌아가는 회전 관람차 통 속 얇은 판때기나 빠르게 움직이는 롤러코스터 안 덜컹대는 안전바를 잡는 감각에 더 가까웠지만 어쨌든 없는 것보다야 훨씬 나았다는 건 누구도 부정하지 않으리라. 그러고 쏟아지는 모든 자극을 겨우겨우 버티는 모습은, 이성과 여유를 되찾은 둘의 말을 빌리자면 정말 가오 다 뒤진 모습이 아닐 수가 없었다. 종말의 여파로 종 자체가 무너지는 세상에서 멀쩡하게 있을 해당 종의 생명체가 어디 있겠냐마는 그랬다더라.

생존 nn일 차. 주린 배로 어제 너무 힘을 쓴 탓인지 후들거리는 각별의 손아귀에서 때탄 붕대로 손잡이를 둘둘 만 야구방망이가 주르륵 흘러내린다. 잡은 첫날만 해도 이런 걸 어떻게 휘두르냐고 숨도 안 쉬고 투덜댔지만, 생각보다 강인한 인간의 생존본능 덕에 자기도 힘 쓰는 일을 할 수 있다는(가능보다는 하지 않으면 죽으니 강제에 가까웠지만) 사실을 안 순간부터 지금까지 각별이 손에서 놓지 않고 산 무기였다. 만져도 공구나 키보드 혹은 전자기기라 화상 자국이 남았으면 남았지, 손끝 아니고야 굳은살이라는 걸 키운 적 없던 남자는 손바닥의 볼록한 자리마다 까실하게 튀어나온 자기 손의 굳은살을 손톱 끄트머리로 살살 긁으며 한숨 쉬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있던 지난하고 고단한 삶이 한탄스러워서……는 아니고 그 위에 박힌 줄도 모른 자잘한 나무 가시가 거슬려서다. 고양이처럼 주기적으로 단단한 무언가에 박박 긁어 끝이 닳아 뭉툭해진 손톱으로 용쓰면서 구시렁거리던 그는 힌참 나중에 신경질적으로 혀를 차더니 이제까지 겨우 뽑은 가시를 바닥에 흩뿌렸다.

“공룡아, 그래서 그놈의 분석할 패턴은 이제 좀 보이냐?”

“각별님 있잖어. 님이 시킨 거만 아니면 진작 보였을 듯.”

“이걸 내 탓으로 돌린다고. 야야, 됐다 됐어. 다 때려쳐.”

“미친 **야, 뭐…… 아아니~ 각별님, 뭐해요. 진정하고 이리오자. 내가 님 좋아하는 거 꿍쳐뒀음.”

자유롭게 바깥을 돌아다닐 수 없는 이유로 당장 확인 가능한 생존 여부가 오로지 바로 옆에 있던 서로 밖에 없는 탓에 광범위하게 외로워진 세상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자기네도 금방 죽지 않을까 생각하던 각별과 공룡은 둘을 모르는 남이 봤을 때도 꽤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비록 말이 많아 움직이지 않아도 입은 움직여야지 안 그랬다간 심심해서 미칠 거 같다는 공룡을 각별이 혼자, 아직까지도 만드는 중인 자가 발전기가 완성될 때까지 할 게 없어 머리에 오만 생각이 들어 소비가 심하니 너에게 장난을 치면서 생산성 있게 쓰겠다는 각별의 짧고 굵은 장난을 공룡 혼자 오롯이 견뎌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밖으로 나가 물건 하나만 잘못 떨어뜨려도 어떻게 보는지 모를 눈을 희번덕하게 뜨고서 너를 찢고 모든 부위를 입에 넣어 먹어치우겠다며 달려드는 좀비로 가득한 세상에서, 요새는 비축이 다 떨어져 옆 빌라로 살금살금 나가긴 하지만 망하기 직전까지 들락거렸던 공룡이 나중에 먹을 거라며 서랍장 한가득 채운 레토르트 식품부터 인스턴트 음식 덕에 초반 몇 주는 그냥 집에서 죽치고 있어도 됐을 정도라 감안하고 살겠다며 서로 공식 입장문을 선서하고 발표한 덕에 아직까지는 평탄하더라.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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