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Heart

가이딩

헥스 헤이와이어 X 시클링 (당신)


※ 헥스 헤이와이어에 대한 개인 해석과 날조가 있습니다. 

※ 센티넬버스 AU








낯선 사람과 포옹하는 것은 어색하다. 하지만 손을 잡는 것보다 더 낫고, 입을 맞추는 것보다는 스킨십이 덜한 가이딩은 포옹밖에 없으므로 어쨌든 팔을 벌려 상대방을 끌어안는다. 이제 막 센티넬이 된 지 고작 석 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그는 아직 학생 티를 벗지 못한 갓 성인이었다. 성인이 되자마자 센터에 와서 훈련을 받고 현장에 나갔지만,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보다는 실수가 더 잦은 편이었다. 오늘도 그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선배들과 동료들 덕분에 수습이 되었고, 이렇게 센터로 돌아와서 가이딩을 받고 있었다. 부분적으로 마비되었던 몸이 조금씩 풀려나고, 피부를 찌르는 듯한 고통도 사그라든다. 당신은 흘끔 상대방의 눈치를 본다. 좀 더 안고 있어야 하나, 아니면 지금도 충분한가 가늠해보지만 처음 가이딩을 하는 상대이기 때문에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다. 조금 더 안고 있을까, 하고 생각한 순간 누군가 당신의 몸을 덥썩 잡아 뒤로 당겼다.


당신의 가이딩을 받던 상대방은 편안히 눈을 감고 있다가 번쩍 눈을 떴다. 아주 따스한, 그리고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가이딩이 갑작스럽게 끝났으니 불쾌하지 않을 리 없다. 그는 당신 뒤에 있는 사람을 사납게 노려보지만, 곧 그 시선은 사그라든다. 당신은 당신 뒤에 있는, 다른 사람의 품에 안겨 있던 당신을 빼낸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하고도 남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헥스 헤이와이어가 당장이라도 상대방을 짓눌러 버릴 듯한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상대방을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키가 꽤 큰 편인 그는, 그런 식으로 내려다보는 위압적인 시선으로 다른 사람들을 쉽게 닥치게 만들곤 한다.


화가 난 센티넬의 파장은 불안정하다. 그리고 그 역시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터라,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다. 그래서 당신은 천천히 뒤를 돌아 헥스 헤이와이어를 올려다보았다. 저 멀리 달아나는 사람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노려보고 있던 그는 당신을 향해 시선을 내리고, 투덜거린다.


“아무리 가이드가 부족하다고 해도 다른 사람 가이드 하는 꼴 보기 싫어.”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싫어.”


센티넬과 가이드의 비중을 따지면, 7:3 정도로 두 배가 넘는다. 가이드 한 명이 최소한 센티넬 두 명은 감당해 주어야 균형이 맞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당신은, 헥스 헤이와이어의 고집 때문에 다른 센티넬을 좀처럼 맘 편히 가이딩 해 주지 못하고 있었다. 헥스 헤이와이어의 독점욕과 소유욕은 어마어마했고, 그의 성질을 모르는 사람이 센터에는 없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그의 가이드인 당신을 다른 센티넬에게 보내지는 않지만 그래도 긴급 상황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당신은, 상냥한 당신은 가이딩을 받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센티넬을 눈 앞에 두고도 매정하게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다.


가이드들의 적극적인 자원을 바라는 센터를 위해서라도, 고통 받는 센티넬들을 위해서라도 당신은 더 많은 센티넬들에게 가이딩을 해 주고 싶지만 그래봤자,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포옹 뿐이다. 보다 효과적인 가이딩, 점막과 점막이 닿거나 넓은 피부 면적이 닿고 보다 깊은 스킨십을 통한 가이딩을 할 수는 없다. 그런 짓을 했다가는, 당신의 가이딩을 받은 센티넬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테니까. 당신은 헥스 헤이와이어를 잘 알고 있었다. 당신을 독점하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그는, 당신이 싫어할 거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참고 있었지만 가능했다면 이미 이 센터의 모든 센티넬을 쫓아내거나 없애버렸거나 죽여버렸을 것이다.


당신은 헥스 헤이와이어를 이해한다는 듯 손을 뻗어 그를 다독이고, 불안정한 파장의 그를 가이딩 해 주기 위해 끌어안았다. 거친 파도처럼 날뛰던 파장은 당신을 품에 안은 것만으로도 상당히 차분해지고 진정된다. 당신과 헥스 헤이와이어는 파장이 가장 잘 맞는 센티넬과 가이드였다. 파장이 잘 맞으면 최소한의 가이딩만으로도 빠르게 안정되고 편안한 상태가 되지만, 헥스 헤이와이어는 언제나 엄살을 부리며 당신에게 그 이상을 요구해 오곤 했다. 그리고 당신은, 간혹 그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헥스 헤이와이어와 입을 맞추거나 그보다 더한 가이딩을 해 주었다. 그것이 정말 가이딩이었는지 당신은 확신하지 못하지만.


헥스를 달래기 위해 등을 다독이며 그의 뺨과 목덜미에 잘게 입을 맞췄다. 헥스 헤이와이어는 작게 목을 울리며 웃었다. 다행히, 당신의 가이딩을 받던 그 센티넬에 대해서는 금방 잊어버린 모양이다. 당신은 이제 천천히 헥스 헤이와이어를 살펴본다.


임무를 막 마치고 돌아온 그의 몸에는 약간의 피 자국과 상처가 남아 있다. 하지만 가장 많은 상처를 입은 곳은 그의 정신일 테다. 헥스 헤이와이어의 능력은 상대방의 고통을 흡수하는 것으로, 트라우마가 되는 기억이나 추억 따위를 삼켜 상대방이 그것을 잊도록 해 준다. 그것은 사고를 겪거나 커다란 상실을 겪은 사람, 범죄를 당하거나 재난을 겪은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조치였기 때문에 헥스 헤이와이어는 언제나 그런 곳으로 불려 갔다. 그리고 상대방의 눈을 마주하고, 그의 정신으로 침입해 상대방의 뇌에, 머리에, 정신에 박혀 있는 말뚝을 뽑아 준다. 그리고 그것은 곳 헥스 헤이와이어의 몸에 박히게 된다.


그가 특별히 박애주의적 성격이 있다기보다는, 그는 그것으로 하여금 타인을 이해하고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했다. 그것은 일종의 탐구, 학구열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그 자신의 능력을 쓰는 데 주저하지 않았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타인을 보살피거나 케어 해 주었다. 그랬기에 임무에 다녀온 헥스 헤이와이어는 언제나 너덜너덜했다. 그는 타인을 위로해야 했고, 이해해야 했고, 타인의 상처를 받아들여야 했다. 오늘 그가 다녀온 현장은 커다란 교통 사고가 있었던 곳이었다. 상처 입고 피를 흘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의식을 잃은 사람의 무의식으로 파고들거나 아직 의식이 있는 자의 정신을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막대한 신체적, 심리적 피로감을 불러 온다.


그런 헥스 헤이와이어의 임무와 능력을 잘 알고 있었던 당신은 최대한 파장을 맞추어 그를 가이딩한다. 포근히 끌어안고, 등을 쓸어내리고, 뺨에 입을 맞추고 손깍지를 낀다. 그리고 그런 당신의 진심 어린, 정성 가득 담긴 가이딩에 헥스 헤이와어는 빠르게 회복한다. 두통이 가라앉고, 극도로 예민해져 스치는 옷마저도 불편하게 느껴지던 피부의 감각도 편해졌다. 헥스 헤이와이어는 당신의 숨결에 귀를 기울인다. 느릿하게 호흡하는 당신의 호흡에 맞추어 자신의 호흡을 진정시킨다. 숨을 깊게 쉬어 당신의 향기를 마시고, 입술로 목에 입을 맞춰 피부를 느낀다. 당신은 헥스 헤이와이어의 팔에 나 있던 상처가 빠르게 아무는 것을 눈으로 목격한다. 그는 뛰어난 센티넬이었기에 가이딩을 받으면 회복도 빨랐고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도 빨랐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당신에게만 가이딩을 받기를 고집했고, 그래서 당신은 다른 센티넬의 가이딩을 해 주다가도 헥스 헤이와이어가 복귀할 때를 대비해서 언제나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다른 사람 가이딩 해 주지 마.”

“가이드가 너무 부족해서…….”

“싫어. 안 돼.”


허락 안 해. 어린 아이처럼 떼를 쓰는 투로 헥스 헤이와이어가 당신의 어깨에 이마를 기댔다. 그의 신장이 당신보다 훨씬 크기에 한껏 몸을 굽히고 고개를 숙여야 했지만 헥스 헤이와이어는 마치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라는 듯 그저 머물렀다. 당신은 곤란한 표정으로 그의 등을 다독이고 귓바퀴를 어루만졌다.


아무리 헥스 헤이와이어가 뛰어난 센티넬이라고 해도, 센터의 명령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당신은 그 점을 지적했고, 헥스 헤이와이어는 당신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약간 몸을 떨며 낮은 웃음을 흘렸다.


“그럼 빌런이라도 할까.”

“그런 말 하지 마.”


센터가 케어하지 않는 모든 센티넬은 빌런으로 취급되어 범법자가 된다. 당신은 헥스 헤이와이어가 농담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헥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안 된다고 바로 정색을 했고, 헥스는 농담이었다고 말하지만 당신은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당신은 헥스 헤이와이어를 살짝 품에서 밀어내 그의 오팔처럼 찬란한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헥스 헤이와이어는, 당신이 품에서 떨어져 나가자 약간 몸을 떨며 시무룩한 표정을 과장되게 지어 보였다. 당신은 그 측은해 보이는 얼굴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빌런이 되면 가이딩 절대 안 해줄 거야.”

“…….”


당신은 협박, 경고, 뭐 그런 의미로 말한 것이겠지만 헥스 헤이와이어는 그렇게 듣지 않은 모양이다. 오히려 무언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이,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당신은 잠시 불길한 상상을 떠올렸다가, 얼른 그것을 머리에서 떨쳐버리기 위해 고개를 흔들었다. 헥스 헤이와이어는 눈을 접으며 빙긋 웃었다. 당신이 좋아하는 미소였지만, 이렇게 보면 무섭다.


“안 해줘도…….”

“그만. 그만.”


헥스가 말을 더 이어 나가기 전에 당신은 다급히 손으로 헥스 헤이와이어의 입을 막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헥스는 당신의 손에 의해 입이 막힌 채로 눈을 휘어 웃고 있었다. 당신은 그 집요한, 떨어지지 않는 시선에 약간 몸서리치고는 다시 단호하게 말했다. 안 돼. 헥스 헤이와이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한 번 으쓱여 보였고, 당신은 그제야 조심스럽게 그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내렸다. 헥스 헤이와이어는 당신이 손을 내리자마자 팔을 뻗어 당신을 손쉽게 품에 안아 들었다. 순식간에 땅에서 발이 떨어지면서 그의 품에 안기게 된 당신은 반사적으로 헥스의 목을 끌어안았다. 헥스가 작게 웃었다. 그의 낮은 웃음소리는 그의 몸에서 진동이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헥스는 성큼 걸음을 옮겼다. 성인 여성을 품에 안고도 전혀 무겁지 않다는 듯 가뿐히 걸음을 올리는 헥스를, 당신은 당황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어디 가는 거야?”

“방에.”

“왜?”


당신의 물음에 헥스 헤이와이어가 다시 예의, 눈을 접어 웃는 불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무척 신나 보였고, 무언가 기분이 좋아 보였다. 당신은 등에 오싹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가이딩 마저 받으러.”


그 대답에 당신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파장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당신과 헥스 헤이와이어는, 그렇게 잠깐 포옹하면서 입을 맞춘 것으로도 충분히 안정적인 상태로 가이딩을 다 했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완벽한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좀 더 가이딩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것은 충분한 휴식과 수분 보충, 수면 등으로 회복할 수 있을 정도의 페널티였다. 그러니 지금 헥스 헤이와이어가 가이딩을 더 받기 위해 당신을 데리고 방으로 간다는 것은, 결코 가이딩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당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몸을 버둥거렸다.


“가이딩 끝났어. 다른 센티넬 가이딩 해 주러 가야…….”

“가지 마. 나랑 있어.”


헥스 헤이와이어가 당신의 말허리를 자르며 단호하게 말했다. 당신은 좀 더 발버둥쳤지만, 그럴수록 당신을 안고 있는 헥스 헤이와이어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갈 뿐이었다. 당신은 주먹으로 헥스 헤이와이어를 툭팍, 때렸지만 그것이 특별히 헥스 헤이와이어에게 타격을 주지는 않았다. 당신의 주먹이 그렇게 아프지도 않고. 오히려 그런 행동에 헥스 헤이와이어는 작게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당신은 그 웃음을 얄밉다는 듯 흘겨볼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당신은 벗어날 수 없었다. 헥스 헤이와이어는 센티넬이고, 당신은 가이드라는 문제를 접어 두고서라도. 결국 당신은 헥스 헤이와이어와 함께 방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달칵, 소리를 내며 문이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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