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
모들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시기
견우직녀달 이레
단옷날 지수의 얼굴에 생긴 생채기는 다행히도 금세 회복되었다. 정한이 틈만 날 때마다 지수의 얼굴을 잡고 확인했고, 정한이 가고 나면 석민이 와서 확인했다. 웃으며 괜찮다고 해도, 진지한 얼굴로 상처를 봐준 덕분이었다.
“다 발랐어?”
“네. 끝났어요.”
그리고, 끝까지 곁에서 상처에 약을 덧발라주는 순영도 한몫했고.
“한솔이는? 공부하러 갔나?”
“네. 여름 시험 대비 좀 하다 오겠대요.”
“바쁘네-.”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마무리한 후 약재가 옷에 묻지 않도록 조심스레 이불 위로 몸을 뉘었다. 눕자마자 창문 너머로 지비가 날아들어 와 지수의 가슴팍에 툭, 하며 떨어졌다. 부스럭거리며 가만히 종이를 읽을 동안, 순영은 꼼질꼼질 다가가 지수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호시야. 나랑, 놀러 갈래?”
“...어딜요?”
“구름 위로!”
“...네?”
가자! 지수가 허공에 발길질을 하며 몸을 가볍게 일으켰다. 순영은 아무것도 모른 채로 사형만을 믿으며 그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섰다.
인간 형태로 있던 백호 영수가 일을 하던 손을 멈추고 대문을 바라보았다. 숨길 수 없는 익숙하고도 강한 기운이 문을 뚫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수 왔습니다!”
“오늘은 좀 늦었네.”
“아, 잠시 약방에 가느라!”
“상처는 뭐냐?”
“...황룡으로 일하느라 그랬습니다!”
현재 공석인 백호 수장과 신령의 자리를 메꾸기 위한 자는 태어나지 않았다. 백호 영수는 지수를 불러 종종 일을 시켰다.
“옆에는 처음 보는데.”
“아, 호시라고 합니다.”
“...맨날 데려오던 놈은 어디 갔어?”
“승철이만큼 머리 좋고, 힘 좋고, 믿을만한 호랑이. 걔는 오늘 바쁘답니다!”
기다리기 힘든데, 이제 좀 열어주시겠습니까? 당돌한 지수의 말에 그제야 백호관의 대문이 열렸다.
“......지수야. 가서 감 좀 따와라.”
“예? 뒷마당에 있는 것 말입니까?”
영수가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지수가 하던 일을 내려놓고 익숙하게 창문을 넘어 뒷마당으로 갔다. 문으로 걸어서 나가라며 소리를 쳐도 몇 년째 고쳐지지 않았다. 어느 호랑이가 버릇없이 창을 넘고 다니냐며 궁시렁거렸다.
“순영아.”
“...네?”
“힘드냐.”
“아니요. 괜찮습니다.”
“서당 말고, 지금 하는 것들 말이다.”
영수가 순영이 정리하고 있는 것들을 가리켰다. 말없이 그의 손끝을 한 번, 저와 지수가 하던 일을 한 번 둘러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룡에서 하던 일과 아주 다르진 않았다. 백호 영수가 일손이 부족해 지수를 부르는 것이면 꽤 많이 바쁘구나 싶으면서도, 문득 서당 황룡과 처지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순영은 백호 영수와 지수가 무슨 관계인지, 지수가 어떻게 이곳에 올라올 수 있었는지, 왜 저를 데리고 온 것인지, 하나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궁금해할 이유도 없어 잠자코 시키는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었다.
그가 말을 걸지 않으면 순영은 조용히 부탁받은 일만 했다. 종종 지수가 분위기를 띄우긴 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지수가 옆에 있으면 그나마 웃기라도 하던데, 영수와 둘이 있으니 어색했는지 입꼬리가 올라가지를 않았다.
가만히 순영의 둥그런 머리통을 내려다보던 백호가 순영에게로 훅 다가가 호시야, 하고 불렀다. 퍼뜩 놀라며 그를 올려다보는 것과 동시에, 그가 순영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래. 이러니까 널 데리고 온 것이겠지.”
“...?”
“보아하니 지수가 말을 안 해주었나 본데....”
“감!”
...따왔습니다. 지수가 한가득 안고 온 감들을 마루 위에 내려놓았다.
“뭘 이렇게 많이 땄냐? 뒷마당 감나무를 다 털었네, 아주.”
“달려있던 것들은 다 땄습니다!”
“...장하다.”
얼마나 많이 딴 것인지, 데굴데굴 굴러가는 감을 거두느라 조금 전까지 있었던 일들은 그냥저냥 넘어가는 듯했다.
나빌레라
小暑, 모들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시기
지훈이 누각 문을 활짝 열었다. 휑했다. 여름이라 창을 다 열어놓은 탓에, 뒤편에 있는 현무 침소까지 보일 정도였다. 가장자리에 누워서 서책을 보는 정한이 눈에 밟혔다.
“호시, 어디 갔는지 아세요?”
“지수랑 저 위로 갔어.”
정한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서책을 제 자리에 내려놓던 지훈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정한을 바라보자 정한은 도리어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진짜라고 거듭 말했다.
“...영수께 갔다고요? 최 사형은 어디 가고요.”
“승철이 지금 바빠. 이것저것 할 게 많아졌거든.”
정한이 옆에 쌓아놓은 서책들 제일 아래에 깔린 두루마리를 꺼내 들었다. 무슨 소리냐며 그 두루마리를 뚫어지게 쳐다본 지훈의 표정이 굳었다. 복잡하고 말도 안 되는 부탁이 한가득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에는 승철의 인장이 보였다.
“...저런 것도 저희 같은 황룡들에게 시켜요?”
“승철이 혼자 한다고 했으니, 따지고 보면 황룡주작이지. 왜 용을 두고 새가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말도 안 하고 갔어요?”
“여기 인장 보이지? 그냥 이거 찍어놓고 갔어. 혼자 하고 오겠다, 이거지. 나랑 지수도 후에 알았어.”
“...그래서, 바쁜 사형 대신 순영이를 데리고 가셨다고요.”
정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약조한 일이 있었나? 정한의 말에도 지훈은 답이 없었다. 낮에 오행 수업을 할 때 순영이 보이지 않아, 끝이 나자마자 백호 침소로 갔더니 서책과 종이만 널브러져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 창을 열어두고 나가 종이가 날아다니기에 대충 책상 위에 정리해두고 날아가지 않도록 마법을 걸어둔 후에 누각에 왔다. 원우는 사자의 일이 많아졌다며 새벽에 나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준휘는 아마 무예를 하는 곳에 있을 터였다.
“같이 여름 공부를 하기로 했는데... 바쁘다니 어쩔 수 없네요.”
“혼자 하면 될 것을...”
“...정악正樂을 연주하러 갈 것인데, 같이 갈래요?”
아무것도 없던 지훈의 손에 해금이 잡혔다. 정한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벌떡 일어났다.
“당연하지.”
“공부하던 것 아니었어요?”
“하…. 둘 뿐인 친우랑 오랜만에 시험공부를 하려 했는데, 둘 다 바쁘니 어쩔 수가 없구나.”
“...혼자 하십시오.”
“허허, 우리 지훈이가 음악을 들려준다는데 마다할 필요가 없지.”
“참.......”
투닥거리면서도 지훈은 정한이 도포를 입고 서책을 정리하는 것을 기다려 주었다. 언제 숨겼는지, 해금은 또 지훈의 손에서 사라진 상태였다. 누각에 있는 모든 촛불의 불을 끈 정한이 지훈과 함께 정악 터로 향했다.
“오늘, 견우직녀달 마지막 무예날이에요.”
“엉? 왜? 이제 겨우 이레인데.”
“여름 시험 때문에요. 순영이랑 준휘도 준비는 해야 하니까.”
“그건 그렇지.”
“이제 단오도 잘 지냈으니까….”
지훈이 말끝을 흐렸다.
“잘... 끝나지는 않았지. 여우 때문에. 우린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잖아.”
“...혹시, 사형은 봤어요?”
“무예? 얼핏 봤지. 네가 사준 철릭을 입고 하던걸.”
지훈은 음을 정해 되풀이해서 악기가 음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마법을 쓸 수 있다. 정악을 하는 곳에는 정한과 지훈뿐이라 지훈이 원하는 대로 노래를 맞추고 있었다.
네가 사준 철릭. 정한의 그 말 한마디에, 마지막으로 연주하던 가야금의 줄 하나를 잘못 건드려 버렸다. 어긋난 음악에 정한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그렇게까지 충격적인 말을 했나?”
“그걸 봤어야 했는데….”
좌절할 틈도 없이 낡은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지훈의 가문 문양으로 막힌 결계를 부수고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었다.
“여기 있었네!”
“...어떻게 알았어?”
“건너편에서 음악 소리가 들리는데, 딱 지훈이 음악 같았습니다.”
웃으며 들어온 준휘는 이 선율이 익숙했다며 손가락으로 음을 그리듯 부드럽게 곡선을 그렸다. 제 옆자리를 팡팡 쳐대는 정한의 곁에 가 털썩 앉았다. 아까 망가뜨린 음을 고치느라 지훈이 둘과 멀어졌을 때, 정한이 몸을 조금 더 준휘에게 가까이 하고 물었다.
“너, 분粉은 잘 쓰고 있어?”
“덕분에…. 그런데 거의 다 써서, 여름이 끝날 때 새로 사러 나갈 생각이에요.”
“같이 가자. 그때 불러.”
“좋지요.”
정한이 준휘의 손목을 만지작거렸다. 분이 지워진다며 몸서리를 쳐도 웃으며 더 문질러댔다.
“침소 애들은 알아?”
“이거요? 아직 사형밖에 몰라요. 그 외에는 아무한테도 말 안 했으니까....”
“승철이도 몰라?”
“넹. 말 나온 김에 볼래요?”
준휘가 팔을 들어 올리려는 찰나에 지훈이 음을 다 조율하고 돌아오려고 몸을 틀었다. 그걸 본 정한이 준휘를 보지도 않고 손목을 잡아 아래로 내렸다. 아까 제가 문지른 탓에 준휘의 손목에 발라둔 분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혹시나 본인 때문에 준휘의 비밀이 지훈에게 들킬까 싶었다. 홱 꺾인 손목 탓에 준휘가 내지른 비명은 없었던 일처럼 음악에 묻혀버렸다.
“...음은, 다 맞췄어?”
“네.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막아두기만 하면 돼요.”
아까 하지 않았냐는 정한에, 지훈은 마구를 들고 준휘를 빤히 쳐다봤다. 정한이 둘을 번갈아 보고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영구적으로 막는 법은 아직 몰라서요. 밖에서 문을 열면 결계가 다시 깨질 수밖에 없어요.”
“그래도 그만큼이나 하는 것이 어디야?”
“...사형께 그런 소리를 듣다니 영광이네요….”
지훈이 다시 문을 막고 오자마자 벌러덩 엎어졌다. 매번 들어도 지훈이 맞춘 음악은 듣기 좋았다.
“...우리 셋 다 서당에서 안 보이면 나비들이 알아서 찾겠지?”
“...사형 졸리죠, 지금.”
“으응.... 한 삼각三刻 정도만 있다가 일어나자....”
여름이라 때마침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니 마음이 놓였다. 진짜 딱 삼각이에요. 장난스러운 준휘의 말에 정한이 겨우겨우 대답하다 잠들었다.
“고생 많았다. ...늦었으니 자고 가지 않겠느냐?”
“저희 둘이 무엇이 무섭고 위험하겠습니까. 그냥 가도 괜찮습니다.”
“...자고 가.”
영수가 순영의 도포를 쥐고 놓아주질 않았다. 힘으로든 머리로든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지수는 알겠다며 몸을 돌렸다. 그제야 붙잡고 있던 순영을 놓아주고 방을 알려주기 위해 앞장섰다.
생각보다 쉽게 잠들지 못했다. 한참을 꼼지락대다가 결국 조용히 몸을 일으켜 문을 열었다. 백호관은 온전히 백호 영수만의 공간이라, 외부에는 비복 하나 없어 고요했다.
“순영이냐?”
나름 조용히 발을 내디뎠다고 생각했는데 티가 났나 보다. 서쪽에 있는 작은 정자에서 순영을 부른 그가 몸을 돌려 눈을 마주쳤다. 가만히 굳은 듯 서 있는 순영에게 이리 오라 손짓했다. 순영이 삐걱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안 자느냐?”
“...잠이 오질 않아 나왔습니다.”
“처음 온 아이 치고는 길을 잃지 않고 꽤 잘 돌아다니는구나. 원래 이런 집에서 자랐나?”
“...그런 곳에서 크긴 했습니다.”
저 멀리 있는 산을 보던 인로가 순영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순영은 왜 그러냐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무슨 뜻이냐?”
“아! ...어머니께서 양반댁 부엌에서 지내셨습니다. 저는 그 양반댁 대문 옆 창고에서 자랐고요. 그래서 큰 집을 돌아다니며 길을 외우는 것은 일도 아니었습니다.”
“...일반이구나.”
*순영이 말하는 양반은 실제 조선의 계급이다. 일반인 중 양반.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쓰는 양반인과 다르다.
“네. 제가 특별한 경우라서 지수 사형이 통지서를 들고 제집까지 와서 알려주셨어요.”
“다른 가족은.”
“어머니뿐이었습니다. 무작정 말없이 새벽에 서당으로 들어간 것이 죄송스러워, 2년 생원이 된 날 돌아와 보니 사자使者가 데리고 간 상태였습니다.”
세상이 참…. 무거운 숨을 내뱉었다.
“...친우가 사자를 모시는데, 그 아이가 인도한 것 같았습니다. 창고에 실수인 척 명부를 두고 간 걸 보고 알았습니다.”
“그게 실수인 척한 것인지, 어떻게 알지?”
“제 친우는 그런 사소한 실수라도 하지 않는 생원입니다. 제게 알려주려고 그랬다는 것을 후에 듣기도 했고….”
영수가 결국 품에서 곰방대를 꺼내 입에 물었다. 순영이 눈치껏 마구를 꺼내 불을 붙여주었다.
“그곳에 만약 네 어미가 살아있었으면, 무엇을 할 생각이었는가.”
“...제 기억을 지우려 했습니다. 정확하게 2년 생원이 되고 황룡의 수호를 받기 시작한 날, 그날부터 저는 서당을 떠나기 전까지는 서당의 황룡으로서 다른 황룡들과 생원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을 듣고 바로 서당을 나와 집으로 간 것입니다. ...그리고, 졸업 후에도 생각해 보면 그것이 옳은 것 같아서....”
“넌 진짜,”
“당연히 집에 계실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빗나가서 모든 것이 엇갈리긴 했지만... 괜찮습니다.”
“슬프냐? 보아하니 무슨 생각에 잠긴 것 같은데.”
“...친우들 외에 이런 말을 꺼낸 것이 처음인데, 그걸 저를 수호 해주시는 영수께 한 것이니….”
“부끄러운 것이야?”
“...부끄러울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냥......”
이런 말을 하는 제 처지가 구슬퍼서 그러했다고, 순영은 말할 수 없었다. 평생을 누군가를 다스리는 백호로서 살았을 그가 공감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입을 달싹이는 순영을 보던 영수가 손바닥을 펼쳤다. 그의 손에 작은 원이 그려지며 거울이 만들어졌다. 그곳에 비추어진 순영의 눈은, 금안이었다.
순영이 신기하다는 듯 거울에 다가갔다. 가만히 거울을 응시하다가, 무언가가 생각이 난 듯 퍼뜩 놀라며 영수를 바라봤다. 영수는 이제 알겠냐며 거울을 없애고 순영의 머리카락을 헝클었다.
“이거…. 신령은 금안, 수장은 벽안…”
감정이 급격하게 변화할 때 티가 난다고 했다. 꽤 많이 놀랐는지, 순영의 눈이 다시 흑색으로 바뀔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제가, 신령이 될 사람이라는 의미입니까?”
“그렇겠지. 똑똑한 놈이 두 눈으로 보고도 왜 자꾸 묻는 것이야? 지수도 알고 데려온 것 같은데.”
“...”
“보통 천상에 올라오기 전까지는 주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지수는 특별한 경우고…. 아무리 선한 생원이라도 제 능력을 간과하고 행패를 부릴까 걱정이 되니 말을 아끼는 것이지. 나 또한 누가 올라오는지 정확히 알 수 없고.”
때가 되면 어떤 아이가 올라오는지 알 수 있게 되어 있었으나, 백호는 아무런 언질을 받은 것이 없었다. 지수야 당연시 올라올 테니 그렇다 쳐도 신령은 대체 누구기에 이름 하나 알려주지 않느냐며 삼신에게 찾아갔다 쫓겨난 것이 고작 보름 전이었다. 이것까지 얼추 계산되어 있었겠구나. 백호가 멍하니 혼잣말로 읊조렸다.
아직도 신기한 것인지 멍하니 거울을 보는 순영에, 백호가 대뜸 거울을 접어 도포 속으로 집어넣었다. 느릿하게 백호의 손을 따라 이동하던 시선이 결국 눈에 도착했다. 백호가 조용히 웃어 보였다.
“내가 너에게 이렇게 일찍이 알려주는 이유는 말이야.”
“.......”
“너 같은 아이는 일찍 알려주어도 지금의 모습 그대로, 올라올 것이 분명하니까.”
올곧게 잘 자랐네. 호랑이답고, 꽤 단단한 아이야.
백호 영수가 한 그 말에, 순영은 울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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