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이웃집+

2021.10.16 | 잠뜰TV 수상한 이웃집 바다조 전력 60분 [바다]

송제 by 송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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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죽은 존재는 눈물을 흘릴 수 없다. 특히나 몸이 받을 수 있는 열보다 더 뜨거운 것을 몸으로 받아내어 견디지 못했던 존재에게는 더더욱. 그럼에도 모든 죽은 것들의 마음에는 넓은 바다가 생긴다. 필요할 때 퍼다 써도 절대 마르지 않을 넓은 바다가. 

모든 감정은 불안정한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경험들. 하지만 감정이 한계점을 넘으면 모든 것을 뒤흔들 수 있는 불안정한 것으로 변한다. 그것을 위해서 마음 속 바다는 존재한다. 바다는 뜨거운 분노의 온도를 낮출 수 있고, 우정이라는 탑이 무너져 내리더라도 아래에서 받쳐줄 수 있다. 그리고 슬픔이라는 바다의 구역이 넘치려고 한다면, 적당한 양을 다른 곳으로 흘려보낼 수 있다. 바다는 그런 존재이다. 

2.

불을 견디지 못하고 저승길에 올라야 했던 라더 또한 그의 몫만큼의 바다가 있었지만, 저승열차의 기관사로서 기억을 잃어 죽은 존재보다 더 죽어버린 자신의 마음에는 많은 것이 없었다. 나는 이 바다를 과연 제대로 쓸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는 날이 더 많았다. 살아 생전의 많은 것들을 마음의 바다로 쓸어내리고서 열차에 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다른 존재들과는 달랐다. 하지만 자신은 이 상황에 만족한다. 자신이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어차피 이 열차를 운행해야 할 기관사가 되어야 했으니 차라리 이 일에 적합한 자신이 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기관사 라더는 매일 밤 열차 기관사실로 출근했다.

그렇게 나중에 다시 올지도 모르는 두번째 죽음을 기약하며 자신은 자신보다 더 수상안 이웃들을 만났고, 그 와중에 유일하게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웃을 만났고, 이별을 만났다. 

3.

" 그럼 다들 잘 있어요, 우리 수상한 이웃들! " 

그리고 라더는 처음으로 자신의 바다에서 물을 한 움큼 움켜쥐고는 흘려보냈다.  

4. 

죽은 존재는 눈물을 흘릴 수 없구나. 잠뜰은 난생 처음으로 마주한 죽음에서 그것을 느꼈다. 

분노를 씻겨내기 위한 눈물도, 배신당한 마음을 식히기 위한 눈물도, 슬픔을 흘려보낼 눈물도 내보낼 수 없다는 것에 그는 기이함보다 신비로움을 느꼈다. 앞서 느꼈던 많은 것들이 있음에도 자신의 바다는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으니까. 죽음은 우리에게 눈물을 앗아가는 대신 마음의 바다를 내어주었다. 참으로 매정하고 다정하지 않은가. 잠뜰은 그렇게 생각했다.

눈물을 흘리는 살아 있는 나의 이웃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죽음 이후 처음으로 마음의 바다에서 손으로 물을 떠 하늘로 날려보냈다. 

5.

열차가 출발한다. 자리에 앉은 그는 창 밖의 풍경들을 바라보며 바다의 소리를 들어본다. 갓 죽은 존재가 저승으로 향하는 열차 밖 풍경을 심도 있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철썩거리며 청량한 노래를 부르는 바다의 소리는 톡톡히 들려온다. 

수많은 구역들이 바다와 대화한다. 우정의 탑은 여전히 견고하고 탑 꼭대기에서 바다에게 인사를 보낸다. 분노의 무인도는 협상하려 다가오는 바다를 외면하지 않는다. 바다 저편 슬픔의 구역은 홀로 외로히 자신을 가두지 않는다. 그리고 행복의 성벽은 끝까지 견고할 것이라는 서신을 가져오는 파발과 바다는 기분 좋은 장난을 친다. 

END.

" 승객 여러분들께 알립니다. 우리 열차에서 승객 여러분들을 위한 작은 상영회를 준비했으니, 관람을 원하시는 승객께서는 열차의 마지막 칸에서 관람해주시길 바랍니다. "

그럼 부디, 편안한 여행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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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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