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들

2024.10.04

송제 by 송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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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본 시선에서.

잠뜰은 뒤척이다 기어코 몸을 일으켰다. 창 없는 트럭 짐칸이었음에도 아직 한참 새벽이라는 것은 몸의 찌뿌둥함으로 어렴풋하게 가늠할 수 있었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죽은 것처럼 곤히 잠든 그를 볼 수 있었고, 목을 조금만 더 돌리면 나름의 식기들이 갖추어진 벽면을 볼 수 있었다.

트럭 뒤 창고 따위가 사람 사는 집마냥 꾸며댄 것이 마치 어떻게든 두 사람 모두 삶을 구가하는 존재라는 것을 주장하는 것 같아 갑자기 웃음 따위가 나왔다. 새된 소리를 내며 웃다가 문득 제 옆에 자는 그가 생각나 입을 틀어막았지만, 예전부터 지금까지 한번 잘 때마다 정말 죽은 것처럼 한 방향으로만 드러누워 자던 그답게 여전히 같은 자세로 잠만 자고 있을 뿐이었다. 괜히 멋쩍어진 잠뜰이 다시 매트 위로 몸을 던지듯 누웠다.

천장 너머의 밤하늘을 투시하듯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 온 일, 그리고 해 와야 할 일들 따위를 조용히 되뇌었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지만 적어도 자신은 유달리 그 인정욕을 굳세게도 가지고 있었다. 인정받고 싶어서, 칭찬받고 싶어서 해 온 일들은 눈밭에 굴린 눈덩이처럼 불어나 기어코 손 대면 안 될 곳까지 댔다. 그리고 그곳에서 얻은 것은 타인의 인정도, 자신에 대한 인정도 아니었다. 다만 하나 얻은 것은,

“ 씁... “

“ ...아니 무슨 잠꼬대를.... “

뭐 저렇게 해? 그 말까지는 구태여 열지 않았다. 그저 평소와는 달리 조금 뒤척이더니 다시 잠을 청하는 제 옆의 동지만이 있었다. 음, 그래. 어디까지 생각했었지? 잠시 생각에 잠기려던 것을 방해받아 짜증이 날 것 같다가도 금세 사그라든다.

언제나 그랬다. 내가 무언가 생각에 잠기려는 듯싶으면 기다렸다는 듯 적당히 시비를 걸어오거나 괜히 말을 붙여오는 저 남자. 그날도 그랬다. 새출발하겠다면서 새로운 삶을 떠들어대는 사이 잠시 침묵하던 그가 제 자리 하나 정도는 없냐는 질문에 결국 웃어버리고 말았던 날. 그래. 그 새로운 삶은 아주 빛이 날 거라서 그 정도 자리 하나 정도는 줄 거라는 터무니없는 대답을 했던 것도 떠오른다. 왜 그랬을까? 나는 언제부터 이 남자를 동업자라고 생각했던 걸까. 아니, 동업자보다는...

“ ...친구....”

자그마하게 내뱉어본다. 친구. 이 삶을 살아온 그날부터 가지고 싶지도 않았고 가질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던 것. 그걸 이 나이 먹고서야 얻게 된다니 감회가 새롭다. 물론 그가 아직도 저를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여전히 쥐새끼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직도 틈만 나면 뒷머리에 총을 쏴대고 도망칠 거로 생각하는 도망자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써니로이아 입주 신청을 하면서 결국 빛을 봐도 함께 보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나서, 나는 결국 확신하고 말았다.

우리, 친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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