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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by 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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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가리키는 손끝을 보며 성식은 난처함을 느꼈다. 무의식적으로 한번 에둘러서 솔직하지 않을 기회를 노렸지만, 당연하게도 대상이 노이지인 만큼 그것은 아무 소용도 없었다. 오히려 솔직함을 강조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을 뿐이다. 내 마음은- 하고 의기양양하게 입을 뗀 것도 잠시. 성식은 아무것도 입 밖으로 꺼내 보일 수 없음을 깨달았다.

성식은 불안했다. 불안과 우울, 그리고 분노가 가득한 공간 속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호기롭게 나섰던 발걸음엔 핏방울이 흘러 바닥에 점점이 박히기만 했고, 다친 사람은 많아져만 간다. 두번만에 이미 많은 이들이 다쳤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이 모든 일의 원인이 무엇인지도 아무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고 아는 게 많아질수록 회사의 사장이라는 사람이 우리를 이런 곳에 몰아넣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만 커진다. 있을 곳이 사라지고 있다. 뿌리뽑힌 나무처럼 바닥을 구르는 모습만 떠오른다. 꽃밭에 바람이 불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성식은 한 회사의 과장이기도 하다. 그만큼의 허세와 자존심을 갖고 있다. 책임감과 반비례하는 수치라고 해도, 그만의 꽃밭을 유지하기 위해선 그게 필요한 법이다. 그래서 더더욱, 성식은 바로 앞에 서서 너구리같이 동그랗게 빛나는 눈을 마주한 채로 솔직해질 수 없었다. 결국엔 그런 남자였다. 고양이 인형을 너구리라며 들이미는 사람. 매 순간 주머니에서 탈출하는 물건을 어설프게 주워대는 사람. 다친 제 몸 보다 타인의 피를 보고 자빠져 떠는 사람에게. 차마….

무섭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없네요.”

맥락을 설명할 수 없이 튀어나온 말의 끝이 노이지를 향했다.

(*죄송합니다…상황은 자기가 만들어 놓고 스스로 탈주하는 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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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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