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녀과몰입오타쿠인 내가 무능한 나나의 오노데라 쿄야를 좋아하는 이야기

무능한 나나 100화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777화까지 함께하고 싶을 정도로 무능한 나나가 좋아요!!!

성단 by 성단

※무능한 나나 단행본 1권, 애니메이션 기준 3화까지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장르에 대한 언급이 정말 많습니다만, 제목만 언급하기에 스포일러 요소는 없습니다.

※집단 따돌림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가 등장합니다. 저도 괴로워하면서 적었습니다…. 관련 사항이 불쾌하신 분이라면 주의해주세요.

※만약 원하신다면 제게 확인받지 않고 번역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저처럼 이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의 번역이니 애정을 담아 멋진 번역을 하셨을 거라 믿습니다. 단, 일본어 번역본은 이미 존재하니 삼가해주세요.

※후기 : 원래는 이런 개인적인 글을 적을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그림 작가이신 후루야 이오리 선생님의 100화 기념 일러스트를 보고 감동해 집에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적어버렸습니다. 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한 느낌입니다…. 힘들었지만, 이야기할 수 있어서 기쁘네요!


나는 선천적인 후각장애가 있다. 태어날 때부터 아무런 냄새를 맡지 못했고, 지금도 냄새를 전혀 맡지 못한다. 성인이 된 이후에 후각장애를 치료하고 싶어 여러 대학병원을 전전하다 알게 된 거지만, 태어날 때부터 염색체 이상으로 후각을 담당하는 신경계 자체가 제대로 생성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냄새가 꽃 냄새인지 수첩 냄새인지…. 의 구분을 떠나 아예 모든 냄새의 유무조차 알지 못한다. 술자리에서 몇몇 사람들이 잠시 함께 나갔다 돌아오면, 나는 그 사람들이 담배를 피웠을 거라 예상하긴 한다. 왜냐하면 옆자리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돌아온 사람들을 보며 “야! 바로 들어오지 말고 밖에서 담배 냄새 좀 털고 와!!” 같은 식의 말을 하기 때문이다. 나도 분위기에 휩쓸려 대충 그런 말을 하긴 하지만, 실은 그들에게서 담배 냄새를 맡아본 적은 없다. 당연하다. 애초에 나에겐 후각이란 기능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나는 호기심이 많아서 하나의 장르에 안주하질 못한다. 언제나 이것저것 본다. 학창 시절에는 모두에게 문학소녀 소리를 들을 정도로 학교 도서관에서 살았다. 셜록 홈즈 시리즈를 정말 좋아해서 여러번 읽었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내용을 다 알고 있는 셜록 홈즈로는 만족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추리소설 전반을 읽는 것으로 내 안의 지평을 넓혀갔다. 그러면서도 오타쿠답게 집에 가면 해당 분기의 애니메이션을 열심히 챙겨봤다. 그럼 대체 공부는 언제 하냐고? 당연히 수업 시간에 했다. 수업 시간에 졸지 않고 집중한다면 해당 수업에 대한 예습이나 복습을 하지 않더라도 모든 수업을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다. 그리고 공부는…. 사실 재밌지 않나? 그래, 난 공부도 꽤 잘했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당당하게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스스로 벌어서 나를 위해 전부 쓸 수 있는 돈이 생긴 거다! 그렇게 벌게 된 돈의 대부분은 아이돌마스터 시리즈 중 하나인 밀리시타의 과금으로 쓰였다. 언제나 밀리시타를 가장 중시하긴 했지만, 이외에도 관심이 생긴 미소녀 모바일게임이면 적어도 1달 정도는 플레이하며 게임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정말 이것저것 했는데…. 일단 밀리시타 이외에 정말 열정적으로 플레이한 건 러브라이브 시리즈의 스쿠페스와 스쿠스타다.

스쿠페스는 학창 시절에 메들리 페스티벌 2차 보상이었던 하나요 카드를 갖고 싶어 시작했다가 서비스 종료까지 함께했다. 스쿠스타는 서비스 시작부터 종료 직전까지 함께했다. 아니근데러브라이브공식여러분스쿠페스없애고스쿠스타에집중하는척하더니스쿠스타없애고스쿠페스2내셨잖아요그런데이제는스쿠페스2까지서비스종료를하시는행위진짜뭘까요제가스쿠페스와스쿠스타에과금한금액은대체어디로사라진걸까요??? 하…. 그만하자. 이외에는 뱅드림! 걸즈 밴드 파티!를 2년 정도 했고 프로젝트 세카이는 깔았다지웠다를 계속 반복 중이라 대체 얼마나 했는지 기간을 잘 모르겠다. 리듬게임을 재밌어하는 건 아닌데, 미소녀가 많이 나오고 노래가 좋으니까 자꾸 시작하게 된다. 이후 캐릭터나 유닛에 정이 들면 자연스레 오래 붙잡고 있었다.

솔직히 난 샤니마스 같은 별로 신경 쓸 게 없는 느긋한 육성게임이 입맛에 맞다. 애니메이션 보면서 슬슬 돌리면 딱이니까. 21년도 당시 샤니마스의 신캐릭터였던 나나쿠사 니치카의 첫 번째 한정카드를 얻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3년째 나름 즐겁게 하고 있다. 같은 브랜드의 샤니송도 물론 하고는 있는데 내 생각에 샤니송은 오래 못 간다. 샤니송이 싫어서 하는 말이 아니고 며칠 전에 끝난 9월 코메틱 이벤트도 딱 한 번 직접 치고 전부 오토만 돌렸는데 5000위 안에 들었다. 엉엉엉…. 이러다가 샤니마스까지 서비스 종료하면 나 진짜 울 거다…. 나 이카루가 루카가 행복해지는 거 봐야 하니까 제발 우리 샤니 어떻게 좀 해봐라….

내 돈이 지속적으로 공중분해 되는 우울한 모바일게임 이야기는 그만하자. 그리고 나는 모바일게임을 열심히…? 하긴 하지만, 그러면서도 항상 애니메이션도 보고 만화도 읽었다. 애니메이션은 한 200개…정도 본 것 같다. 내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나의 오타쿠 인생을 기록하는 기록용 스프레드시트가 있는데, 지금 이 순간까지 총 187개의 작품을 봤다고 한다. 아니 오타쿠야, 제발…. 참고로 여기에 적은 애니메이션은 12화 혹은 13화까지, 그러니까 적어도 시즌 하나를 통째로 본 것만 적은 거다. 몇 화 보다가 그만둔 건 애초에 기록하고 싶은 작품이 아니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적지 않았다. 이건 자랑이 아니고 나라는 인간이 정도가 심각한 오타쿠라는 거다.

지금 찾아보니 한국 최고의 전자책 사이트인 리디북스에서도 일본만화만 1030권을 소유 중이라고 한다. 와…. 아니 진짜로? 대체 여기에는 얼마를 쓴 거지? 사실 쟁여두기만 하고 못 읽은 게 대충 300권은 되는데?? 약간 정신이 아득해지지만 리디북스는 그래도 평생 서비스 종료는 안 할 것 같아서 다행이다. 리디북스여, 부디 영원하라. 아무튼 여기서도 정말 이것저것 보는데, 최신 인기작에는 정말 아무런 관심이 없다. 나는 보통 장르적으로 SF/판타지로 구분되는 디스토피아 배경의 서스펜스 만화를 가장 좋아하고, 그다음으로는 미소녀가 두 명이나 나오는 게 확정된 백합 장르를 많이 본다. 그렇다고 딱히 남녀주인공이 등장하는 순정 만화가 싫다거나 BL을 혐오한다거나…. 그런 건 전혀 아니고 줄거리를 읽어보고 어느 정도 관심이 생기면 BL도 보고 순정 만화도 본다ㅋㅋ 난 재미있어 보이면 아무거나 하는 사람이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당신은 나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공부도 잘한다는데 뭔가 아는 것도 많아 보이고 글도 나름 재밌게 쓰니까. 그렇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이건 전부 내가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 소설,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에 몰입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결과다.

평생 친구가 없었다. 물론 언제나 정말 한 명도 없었던 건 아니지만, 같은 작품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뭉쳐 매일 연락을 주고받는 지인…같은 건 전혀 없다. 가끔은 있었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 반년을 넘기지 못했고, 현재는 그 정도로 연락을 자주하는 지인은 한 명도 없다. 게다가 나는 몇 년을 알고 지냈다고 해도 인연이 끊기는 것에 별생각이 없다. 이제 멀어졌나보다, 그렇게 이틀 정도 우울해하고 끝이다. 타인의 존재가 나에게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진 적이 없다. 냉혈한이냐고? 최강의 T 아니냐고?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이런 인간이 된 것에는 이유가 있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3학년 때까지 월수금마다 다녔던 영어학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그리고 그 시작은 후각장애 때문이었다.

정말 단순한 시작이었다. 내가 다니던 영어 학원은 조금 낙후된 건물에 있었고, 화장실은 학원 내부에 있는 게 아니라 건물 화장실을 같이 썼다. 그런데 건물 자체가 관리가 잘 안되는 곳이라 화장실 청소도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학원의 같은 반 애들이 다 함께 모여 화장실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지 않냐며 이야기했다. 그때의 나는 순진한 초등학교 1학년생이었기에, 그 대화에 참여하는 도중에 냄새가 나는지 안 나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후각장애가 있어서 냄새의 유무조차 구분을 못 한다.

다음 날부터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어떻게 화장실에서 저렇게 심한 냄새가 나는데 나보고 아무렇지 않냐고 했다. 당시에는 후각장애라는 용어조차 몰랐기에 나는 냄새를 못 맡는다고 했다. 애들이 안 믿어줬다. 주말 동안 진짜 열심히 후각과 관련된 용어들을 공부하고 공부해서 후각장애라는 용어를 알게 됐다. 월요일날 학원에 가서 나는 후각장애라고 했다. 애들이 후각장애 같은 게 어디 있냐며 나를 어른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서 이상한 컨셉을 잡는 애로 몰아갔다. 진짜 억울했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점점 집단 따돌림의 수준이 심각해졌다. 내가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면, 다른 애들이 모두 따라왔다. 우리 층에 있던 여자 화장실은 여러 개의 좌변기가 있고 칸막이로 좌변기 사이가 막혀있는 구조다. 내가 총 3개의 공간 중 하나의 칸에 들어가면, 옆 칸에 다른 아이들이 모두 들어온다. 그리고 나를 이런 냄새 나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더러운 애라며 흉을 봤다…. 이때의 기억이 너무나 강렬해 지금도 목소리만 들리는 상태에서 다 함께 뭔가 즐거운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진짜 힘들어진다. 디스코드나 구글 미트 등의 단체 보이스채팅? 말 그대로 죽을 것 같다. 할 때는 내가 티를 안 내려고 노력하기에 몰랐겠지만, 끝나고 나서는 정말 새벽 내내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토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한다.

고작 냄새 하나 못 맡는다고 이렇게까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냄새를 못 맡는 건 진짜 별거 아니기 때문이다. 근데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집단 따돌림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모든 노력이 전부 무시당했다. 부모님도 선생님도 너는 이 반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데 고작 냄새를 못 맡는 게 무슨 문제가 되냐고 했다. 아니…. 같은 반 애들이 후각장애의 존재를 이해하지 못하고 나를 싫어한다고…! 내가 화장실 갈 때마다 애들이 나 보고 더럽다며 흉을 본다고 했더니 어쩐지 화장실이 깨끗하게 관리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같은 반 애들은 우리가 다 함께 선생님께 화장실 청소 좀 자주 해달라고 말씀드렸을 때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공부 잘하는 나만 특별취급을 한다며 나를 더 싫어했다. 아…. 진짜 힘들었다. 미칠 것 같았다ㅋㅋ

내가 이 영어학원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던 건, 우리 집이 초등학교 4학년때 이사를 갔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이 동네와 헤어지는 게 슬프지 않냐고 했지만 나는 정말 너무 기뻤다. 드디어 이 말도 안 되는 공간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이후에도 이 영어학원에서 지낸 3년간의 기억은 내 인생 전반에 굉장한 영향을 끼쳐서, 항상 친구를 사귀는 걸 주저하고 타인의 존재를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여기게 됐다. 게다가 고등학생 때도 전과목의 내신이 전부 1등급 아니면 2등급이었는데, 영어만은 무얼 해도 4등급에서 오르지 않았다. 영어를 공부할 때면 영어학원에서의 괴로운 나날들이 떠올라 자연스럽게 영어를 피하게 됐다.

길게 적었지만, 결국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내가 오노데라 쿄야를 좋아하는 이유는…. 후각장애로 인한 집단 따돌림으로 현실의 인간관계를 제대로 만들어 나가지 못한 채 창작물의 세계로 도피하는 삶을 살던 내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만난 후각장애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작품을 봤기 때문에 잘 기억하진 못하지만 어쩌면 쿄야가 최초의 후각장애 캐릭터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후각장애는…. 여러모로 쓰이기 애매한 설정이다. 만약 시각, 청각, 미각, 촉각 중 한 가지에 대한 장애를 지니고 있다면, 그 장애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 하지만 냄새를 못 맡는다는 건 특별히 어필할 수 있을 만한 게 없다. 후각장애가 제대로 장애로서 기능하고 스토리 전개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건 오노데라 쿄야가 정말 처음이다…. 당연히 나는 이 녀석을 좋아하게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쿄야는 친구 사귀는 것도 좋아하고, 최근의 전개에서는 친구도 많다. 흑흑, 나도 진짜 친구 사귀고 싶었는데…. 나는 못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쿄야가 해줘서 기쁘다. 오노데라 쿄야라는 존재가 나한테 정말 큰 위로가 된다.

그나저나 나는 최근 무능한 나나에서 오노데라 쿄야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남자에 미친 새끼라는 뜻의 남미새 소리를 듣고 있다. 아악…! 그런 거 아니라고…!! 지금도 고개만 돌리면 내 방의 하나뿐인 장식장에 내가 사랑하는 수많은 미소녀 아이돌 굿즈 사이에서 공식에서 만들어준 쿄야 향수가 당당히 전시되어있다고…!!! 쿄야 혼자 남자 캐릭터라 좀 미안하긴 하지만 바로 옆에 공식에서 만들어준 나나 향수도 같이 뒀으니까 괜찮겠지? 게다가 쿄야는 원래 아이돌 좋아하니까…. 아마 괜찮을 거다. 그렇게 믿고 싶다.

(혹시 오해할까 봐 덧붙이자면, 공식에서 애니메이션 방영 기념으로 내준 공식 캐릭터 향수가 히이라기 나나랑 오노데라 쿄야 뿐이라서 이 둘만 있다. 다른 캐릭터의 향수도 내줬다면 나는 당연히 그 캐릭터의 향수도 어떻게든 구했을 거다. 내 생각에는 역시 2기가 나와야 한다….)

사실 무능한 나나 100화가 연재된 9월 12일은 진짜 바쁜 날이었다. 왜냐하면 7월 31일에 드디어 국내 개봉을 한 프리큐어 올스타즈 F 극장판이 모든 영화관에서 내려가기 전에 2회차를 뛰어야 했다. 영화 시작 시간인 10시 50분에 맞춰 아침부터 수도권 오타쿠들의 집결지인 서울 홍대 메가박스 영화관에 도착해 지인분을 만났다. 피곤한 얼굴로 그간의 안부를 묻자마자 영화가 시작됐다. 영화가 끝난 뒤 바로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점심을 먹는 내내 자신은 프리큐어는 잘 모르지만 이 극장판은 이해하기도 쉽고 진짜 재밌었다고 해주셨다. 후훗, 당연하지. 이건 무려 프리큐어 20주년 기념 올스타즈 극장판이라고? 엄청 뿌듯했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지인분이 좋아하시는 아이돌리쉬 세븐의 애니메이트 콜라보 카페에 갔다. 나는 아이나나에서 로쿠야 나기를 가장 좋아하는데, 음식 주문 시에 랜덤으로 증정되는 코스터에서 나기가 나왔다. 지인분께서 나기를 좋아하는 나한테 선물해 주셔서 기뻤다. 뱅드림! 걸즈밴드파티!로 알게 된 지인분이라 뱅드림 마이고 애니메이션 이야기도 조금 했다. 이제는 직접적으로 겹치는 장르가 아예 없는데도 이것저것 오타쿠 토크를 잔뜩 했다. 엄청 즐거웠다.

콜라보 카페에서 나온 다음에는 마지막 일정으로 가까이에 있던 공원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내 소중한 무능한 나나 향수를 꺼내 지인분께 시향을 부탁드렸다. 공식이 내줬으니까 구매하긴 했지만, 나는 후각장애가 있으니까 향수가 있어봤자 사용을 못 한다. 나나 향수든, 쿄야 향수든, 나한테는 뿌려봤자 그냥 시원하기만 하다. 그래도 후각장애를 지니지 않은 지인분께서는 시향을 하신 뒤, 최선을 다해 나에게 두 향수의 향기를 설명해 주셨다. 쿄야는 스테디셀러 남자 향수 같고 나나는 꽃 냄새만 가득해서 묘하게 하라구로 느낌이 난다고 했다. 사실 이건 이전까지 다른 지인분들께 시향을 부탁드렸을 때의 감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기뻤다! 후각장애인 나를 위해, 내가 사랑하는 캐릭터들의 향기를 설명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기쁘다.

무능한 나나를 보지 않았더라면, 오노데라 쿄야를 몰랐더라면…. 내가 사용하지도 못하는 캐릭터 향수를 사서 누군가에게 시향을 부탁드리는 일 같은 건 평생 없었을 거다. 이 작품을 좋아했기 때문에, 내가 후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내 오랜 친구에게 무서워하지 않고 말하는 날이 왔다. 무능한 나나를 좋아해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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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유연한 강아지

    트친입니다 읽어보고 꼭 댓글 남기고싶어서 가입했어요...!!! 사람들은 꼭 눈에 티가 나야지만 아 이 사람이 여기가 불편하고 아프구나를 실감하게 되는거 같아요, 후각은 눈으로 확인이 불가능하고 타인은 성단님의 말로만 확인이 가능하니 혼자서 정말 힘들고 외로우셨을거 같아요. 진짜인데 눈에 보이지 않는다늠 이유만으로 안 믿어주고... 저는 고등학생때 큰 사고가 나서 양쪽 다리를 다쳤는데...사람들의 동정이 너무 괴로웠어요, 나는 잘 이겨냈는데 주변 사람들이 자기들 혼자서 온갖 난리를 피우더라고요. 성단님이 쿄야를 보고 반가우셨던것 처럼 저도 그때부터 다리를 다친 캐릭터들을 보면 뭔가...반가우면서 무섭더라고요. 오타쿠들이 다리 다친 캐릭터들이 다치기전과 성격차이가 꼴린다니 뭐니 하는걸 너무 많이봐서...ㅋㅋㅋ 동족혐오 버튼이 눌리지만 그래도 캐릭터와 우리들은 잘못같은거 없으니까요?! 제 사담은 여기서 줄일게요... 성딘님의 그 좋지못한 기억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수도 있고, 지워질수도 있고...그건 아무도 심지어 성단님조차 모르실 일이겠지만 잘 이겨내시고, 아무렇지도 않게 잘 살아가시는 모습 볼수있으면 좋겠어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 출근하는 상어

    창작자님의 몰랐던 비밀을 용기내어 말씀해 주셨네요 사람의 여러 감각중에 후각은 다른 감각에 비해 드러나지 않아서 다른 사람이 쉽게 알기 어렵죠 그 동안 생활하면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슬기롭게 극복하시는 모습에 감동입니다. 오노데라 쿄야라는 캐릭터를 통해 더 좋은 창작의 세계에서 날개를 피시기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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