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자. 바다." "뭐래." "가기로 했잖아." "그래. '셋이서' 가기로 했지. 한 명이 빠졌으니 무효." "무슨 소리야. '나진'이 멀쩡히 학교 다니고 있는데?" "야 그건" "가자고." 눈에 보이는 것도 두려운 것도 없는 수능 끝난 고3, 마지막 십 대, 열혈 청춘이라고 예쁘게 포장해놓은 그냥 미친 바다 광인의 압박에 와론은 고개를 살짝 돌
"너구나?" "누구?" 비싸 보이는 차에서 내린 남자는 다짜고짜 그리 말했다.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살짝 내려 위에서부터 쓱 훑은 그 인간은 자기 할 말만 해댔다. "와론. 몇 살이지?" "누구냐고." 물론 나도. 어디 가서 지고 사는 성격은 아니라. "뭐 그건 그렇게 중요하진 않지." "씨팔 누구냐고." "열여덟? 그럼 고2인가? 딱 적당하군. 복
나진. 1학년. 수석 입학. 무신론자긴 하다만 신은 공평해서 무언가 특출난 걸 준다면 그만한 것을 앗아간다는 걸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표. 그게 내가 아는 전부였다. 아, 학교 문제아랑 친하다는 것도. 그저 얼굴 알고 인사나 몇 번 해본, 둘만 있으면 심히 어색하게 침묵만 유지하다 못 견디고 누군가 먼저 자리를 뜰. 딱 그 정도의 관계. 그런 나진이 이상하게
12월, 그 끝에 1월. 올해는 마지막까지도 흐린 눈이 점점이 내린다. 쏴아아아- 철썩대는 파도, 세차게 불어와 멈춘 지 오래인 생각마저도 날려버리는 겨울바람, 눈물 내음. 서늘하게 마른 모래 알갱이는 이름 모를 감정처럼 떨어질 생각을 않고 얼지도 않는 물은 어느새 무릎께까지 닿아 검게 물든다. 살짝이 벌어진 입술 사이서 빠져나오는 창백히 흰 영혼의 부스
성자 20여년 전 그날, 성자 카르헨이 내년 겨울 잿더미 마을에서 사내아이 둘이 쌍생아로 태어나는데 다섯번째 손가락 옆에 신의 증표를 가진 이가 신의 선물과 눈을 물려받았다고 예언했다. 내년 겨울이 정확히 언제인지도 잿더미 마을이 어디인지도 전혀 알 수 없는 데다 교황의 권위를 위해 신의 아이, '성자'에 대해 아는 것은 황제와 교황, 4인의 추기경을 포
현대AU(기린견/지우견) "뭐해?" 늦은 밤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 불 꺼진 고요한 거실을 울리는 약간 잠긴 목소리에 베란다에 기대 바람을 쐬던 어린 청년이 고개를 살짝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응시했다. "뭐... 그냥." 짧게 대꾸한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거실과 베란다를 가르는 큰 창틀에 기대 그를 보던 남자는 그처럼 창밖 너머 하늘과 불이
그지곤듀🔥(1편): https://glph.to/u03ito 쓴 인간도 까먹은 지난 이야기 요약 2편 시작해봅시다. ※ 주의. 서술자가 둘로 분열해서 자꾸 제 4의 벽을 부수고 고치고 메타발언시키고 뭐하냐고 뺨 때리고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추임새 넣는 등 이상한 짓만 골라서 함. 인용: 이상 - 날개 - 뮤지컬<스모크> 원서포너타임 엄하신 어머니
"...아. ...견. 나견." "으응. 조금만... 아직 밤이잖아 진아." 그간의 일들은 전부 하룻밤 악몽이었다는 듯 언제나처럼 어깨를 가볍게 흔들며 깨우는 나진. 빼앗긴 작디작은 일상이 돌아왔다. "어서 일어나. 시간 없어." "왜... 무슨 일인데...... 근데 진아... 혹시 창문 열었어? 좀 추운데..." "당연하지. 목덜미 훤히 드러내고
예정에 없던 거라 힘 빼고 썼습니다. 가보자고~ 어쩌다보니 본편과 비슷한 분량이 나왔습니다. 하하... 1~4로 구성되어있고 1, 2는 본편에 안 나온 비하인드 / 3, 4는 IF 외전입니다. IF 시러요 저는 이게 진엔딩이라고 믿을 겁니다. 하신다면 뭐 원하시는 대로*^-^* (1) 하얀 손의 악마 안식년을 선언한 지도 어언 100년, 나르키스(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