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는 의외로 [ ]을 하면 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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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gfdzYIPjhBU?si=e4h1UwvacgjLXUlS
“우엨휘잌!!!”
“모, 모란아?”
“비파 언니? 얘, 얘들아? 여긴 어쩐 일로엨이힠!!!”
“다같이 왔어. 상태가 워낙 안 좋아 보이길래….”
“헼취! 그, 그냥 감기야. 별 거 아니야….”
“감기가 어떻게 별 게 아닌데?!”
“아, 알았어, 멜리. 아무튼 금방! 액힠! 나을 테니까 신경쓰지 않아핰! 도 돼….”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건데?”
하필 물어본 사람이 피나도 아니고 추명도 아니고 오르티가라 모란은 식은땀이 났다. 애니의 ㅇ, 오타쿠질의 ㅇ도 모르는 친구한테 콜라보 카페… 에 대해 말해야 했기 때문이다. ‘콜라보 카페 선착순 굿즈’를 위해 추운 날 줄 서서 기다리다 감기에 걸려버린 거라고 믿으면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 이해는 하더라도 납득할 리는 없잖아….
“쿨헠,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이래저래…”
“…으음….”
예상대로 오르티가가 전혀 이해하지 못해 심각해하는 사이 피나가 슬쩍 끼어들어 어떻게든 이해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매일 de 샌드랑 네가 요즘 보는 애니? 랑 콜라보를 해서 샌드위치 세트를 파는데 하필 그게 프리지마을 지점 한정이었다는 말이지?”
“으응, 일찍 기다릴 수밖에 없었어. 엨힠! 하루 수량 한정이라….”
“…그럼 새벽같이 나갔는데 그냥 그 차림이었다고?”
“…하루 정도는 괜찮을 줄 알핰! 어.”
“큰일이네….”
섣불리 모란의 탓을 하기도 어려워 피나는 괜히 모자만 매만졌다. 그 역시 라임의 베스트 콜렉션 앨범이 특별 한정 LP판 버전으로 나온다고 해서 음반 가게 앞에서 1시간 줄을 선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다른 게 있다면 그땐 춥지 않았고 그가 옷을 두껍게 입었다는 것 정도… 아무튼, ‘선착순’이 오타쿠를 얼마나 부지런하게 만드는지는 같은 오타쿠라면 전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모란이 본 애니는 나페산을 배경으로 한 포켓몬들의 모험 이야기었다. 그래서 콜라보 카페가 프리지마을에서 열리는 건 당연지사였으나… 문제는 외출을 자주 하지 않아 날씨 감각이 없는 모란이 잠깐은 괜찮겠지! 하며 평소 입던 그대로 나간 탓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대기는 잠깐이 아니었고, 모란은 그렇게 굿즈를 얻은 채 병과 함께 돌아왔다.
다른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진지해보이는 추명이 그에게 물었다.
“그래서 원하는 굿즈는 한번에 얻었소? 다른 게 나오면 다시 가야…”
“아핰! 췻. 구, 굿즈가 랜덤이 아니라서 괜찮았어… 내 앞에도 여럿 있었는데 다햌, 힠, 우락고래는 다 안 나갔더라고.”
“콜라보 카페인데 굿즈가 랜덤이 아니란 말이오?! 그렇다면 이해가 되오!”
“대체 어디가 이해된다는 건데?!”
멜로코가 황당한 눈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그는 오타쿠를 대상으로 한 잔혹한 상술 장사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기침하는 모란 옆에는 감기와 바꾼 승자의 전리품처럼 우락고래 미니 피규어와 아크릴 스탠드, 포켓몬 일러스트가 그려진 포장 가방이 놓여 있었다. 감기는 언젠가 낫지만 못 얻은 굿즈는 돌아오지 않고, 돌아오더라도 제 가격에 다시 돌아오지는 않는다. 그러니 당연히 굿즈가 1순위. 그건 모란의 변하지 않는 오타쿠 철칙이었다.
“흐엨키히잌!!!”
“모란아, 따뜻한 물이라도 가져다 줄까?”
“괘, 괜차핰! 아. 언니. 그냥 약 먹고 좀 누워있흨! 면 낫겠지….”
“걱정돼서 그래. 보건실은 가봤고?”
“응… 미모사 선생님도 해열제 주면서 그냥 감기라고만 했어.”
“단순 감기라면 다행이지만… 그래도 혼자 있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오늘 스마트로토무로 통화 말고 그냥 문자로 연락할 걸 그랬나. 적당히 숨기면 상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딱 봐도 갈라지는 목소리에 걱정하다 못해 다른 친구들이 바로 달려왔다. 정말 눈물겨운 우정이지만, 자신 하나에 다섯 사람이 붙어 무얼 해야 할지 걱정하는 모습을 보자니 모란은 괜히 마음이 찔렸다. 진짜 심각한 환자도 간병인 다섯이 붙어서 간호하지는 않는다. 하물며 자신은 단순 감기였다. 그냥 가도 괜찮다고 해야 하는데….
“나핰! 나는 괜찮으니까… 다들 돌아가도 돼.”
“마미가 아는 사람이 신오지방에서 약방을 하는데, 전용 헬기로 다녀오면 생각보다 빠를 거야. 내가 당장 집사에게 전화해서-”
“아! 아니힠! 티가, 그건 좀, 난, 웩헼, 진짜 괜찮아….”
“아니, 한마디 할 때마다 재채기를 한 번씩 하는데 대체 어디가 괜찮아?!”
“그흨렇치만,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니까….”
모란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좁은 기숙사 방에 다섯 명이 빙 둘러앉아 있는 모양새가 신경쓰였다. 공간이 좁아 심지어 몇은 서 있었다. 그 역시 친구들과 함께 있는 지금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상태로는 어떻게 해도 민폐였다. 목이 갈라져서 아무튼 간호는 진짜 괜찮다고-!!! 라고 소리지를 수도 없었다.
모란은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까 괜찮다고 한 자신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비파는 물수건을 데우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니 멜로코가 죽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있었고, 그 옆을 보니 추명이 감기가 빨리 낫는 법을 인터넷에서 찾고 있었다. 아니, 그걸 검색한다고 뭐 특별히 새로운 게 나오겠냐고….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피나가 절대 안정을 취하는 게 좋다며 스마트로토무로 잔잔한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뒤지고 있었다. 아니, 음악 좋지만 음악까지 틀면 너무 병원 대기실 같잖아. 바로 옆에서는 오르티가가 대체 어디서 찾았는지 스마트로토무로 특히 감기에 좋다는 보양식을 소개하는 블로그 글을 하나하나 심각한 표정으로 훑어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진짜 괜찮다고-!!!
“얘햌들하, 아핰! 무리히 생각해도 이렇게까지는 안 해줘도 될 거헠! 같흐은데.”
멜로코가 바로 고개를 돌려 모란을 쏘아보았다. 뭐라는 거야? 라는 시선이 절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럼 친구가 아픈데 가만히 있냐?”
“그흐렇치마핰! 너희도 다들 스케줄이 있잖아.”
“당장 급한 것도 아니거든.”
“그래도 이렇게까지는… 너무흨! 오버하는 것 같…”
“오버는 무슨! 신경쓰지 말고 그냥 가만히 누워있어.”
“앜, 아핰키히힠!!!”
“…죽이나 먹어, 자.”
멜로코가 퉁명스러운 얼굴로 죽을 한 숟갈 떠 그의 입에 넣어주었다. 와중에 죽이 맛있어 모란은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아프면 마음껏 먹지 못해 별 게 다 맛있어 보인다더니, 급하게 편의점에서 파는 인스턴트 죽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모란이 죽을 천천히 꼭꼭 씹어먹는 걸 보고 멜로코는 한숨을 쉬었다. 평소에도 인스턴트 말고 이렇게 다른 것도 좀 먹으면 얼마나 좋겠냐….
모란은 멜로코가 떠주는 죽을 그릇이 완전히 비워질 때까지 받아먹었다. 고마웠지만, 이 광경을 다섯 명에게 둘러싸여서 보여주고 있자니 굉장히 기분이 묘했다. 다음은 안 봐도 스마트로토무였다. 피나가 스피커로 잔잔한 음악을 틀고, 추명이 감기가 나으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열심히 설명하고, 오르티가가 당장 준비해줄 수 있다고 몸에 좋은 음식을 줄줄이 읊고, 비파가 마지막으로 이마에 정성으로 따뜻하게 데운 물수건을 얹어줄 것이다. 그러면 나는…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나겠지….
늦지 않았으니 지금이라도 혼신의 힘을 다해 괜찮은 척 해볼까? 그러나 몸상태를 봐서는 불가능했다. 모란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친구들을 돌려보내야 한다는 이상한 사명감이 생겼다. 지금이라도 조무래기의 스마트로토무를 해킹해 아지트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메시지를 보낼까? 간호하는 사람이 너무 많으면 병이 더 낫기 힘들다는 엉터리 연구결과를 찾아서 보여주는 건? 클라벨 선생님이 호출한 것처럼 꾸민 후에 조용히 밖으로 나가는 건…? 뭘 해도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았다.
결국 모란은 일련의 일들을 거쳐 최종적으로 비파가 그의 머리에 물수건을 얹어줄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인간이 고작 추위 앞에서 이렇게 나약해지다니… 역시 자연 앞에서 인간은 무력하구나… 모란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방에 빙 둘러앉은 다섯 명은 어느새 졸거나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 쉬고 있었다. 모란은 자신이 그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고, 뭔갈 말하더라도 걱정 때문에 듣지 않을 거라는 사실에 가슴이 답답했다.
‘뭔가 해야만 해… 이대로 있다간 모두 여기서 꼴딱 밤을 샐 거라고….’
무언가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상황은 미해결인 채로 내버려두고 다른 데로 시선을 돌리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싶었다. 그들을 떠나게 할 수 없다면 자신이 사라지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면서도 방 밖으로 나가는 걸 납득할 수 있게 만들어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얘, 얘들아핰!”
“응?”
다섯 명의 시선이 다시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때는 지금이다. 어느 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본 방법을 써야 한다.
“사랑해!!!”
사람을 당황시키기엔 역시 이 말만큼 효과적인 건 없으니까….
“…엥?”
“갑자기 뭐야?”
“괜찮은 거 맞아?”
“고, 고마워?”
“감격하였소!”
모란은 눈물이 나진 않았지만 감동받은 것처럼 흑흑 우는 시늉을 했다. 모두가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그는 그 틈을 비집고 조용히 일어났다. 이대로 차분히 방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그러는 동안 어떤 말이든 해야 한다. 그냥 평소 생각하던 대로 이야기하면 되기에 모란은 되는 대로 말을 꺼냈다. 말을 한번에 빠르게 해버리면 숨쉴 틈도 없겠지….
“항상 고마워! 오늘 이렇게까지 정성스레 간호해주고! 날 향한 너희의 사랑이 느껴져서 나, 엄청 감동했어! 뭐랄까 평소에도 알고 있었지만 다들 나를 너무 신경써줘서 나 진짜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 걱정된다고 한번에 같이 왔을 때부터 진짜 어쩔 줄을 모르겠더라고! 그러니까 나도 꼭 이 말을 하고 싶었어! 항상 고맙고 사랑하고 오늘 너무 미안하고 나는 진짜 괜찮으니까 걱정 그만해도 되고 너희의 사랑 덕에 나는 빨리 나을 수 있을 테니까! 벌써부터 조금 괜찮은 것 같네! 아무튼 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지금이라도 이야기해 봐! 아무튼 정말 사랑해!”
슬금슬금슬금…. 그렇게 말하며 알게 모르게 그는 뒷걸음질했다.
“이, 이제 말을 제대로 하네?”
가장 상식적인 피나가 그런대로 걸려들었다. 역시 목소리가 큰 사람이 큰 목소리에 제일 먼저 집중한다.
“그래서말인데너희의사랑이너무눈물겹게고마워서그마음이너무소중해서당장병원에가보려고!부축은안해줘도괜찮아!너희의마음만으로도지금충분히움직일기운이나거든!아까말하는거봤지?벌써충분히나은거같지만역시조금더자세한진단이필요한거같으니역시병원에가보는편이나을거같아!검사받고괜찮으면약도받고충분히병원에서쉬다가다시돌아올게!그럼이만!정말사랑해얘들아!”
“모, 모란아?!”
“모란 나리-!!”
“야!!!”
“어디 가??”
“뭐라는 거야?!”
허망한 외침이 모란의 뒤를 쫓았지만 소용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불도저가 따로 없는 모란의 추진력은 이미 그들의 시선으로부터 멀어져 있었다. 모란은 아픈 몸을 이끌고 어느 때보다 빠르게 뛰어나갔다. 이미 공중날기택시는 부른 상태였다. 전화가 올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날 찾으려고 공중날기택시를 타고 온 마을 병원을 다 뒤지진 않겠지. 되도 않는 확신을 하며 모란은 그대로 기숙사를 뛰쳐나가 미리 부른 공중날기택시에 올라탔다.
‘앗, 생각보다 좀 추운데… 아… 그러고 보니…’
나… 겉옷도 안 챙겨입고 또 밖에 나와 버렸잖아?!
하하… 멍청이… 모란은 공중날기택시에서 애착 대상을 잃은 허망하고 외로운 고독한 부자처럼 웃었다. 기사님…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가주세요. 어쨌든 목적지까지 거짓말을 할 생각은 없었기에 그는 그렇게 말한 뒤 택시 의자에 몸을 기댔다. 공기가 살을 엤지만 친구들의 사랑이 따뜻하니 자신은 그런대로 견딜 수 있다고 셀프 세뇌를 시작하며 그는 이미 어쩔 수 없는 흐름에 몸을 맡겼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거리가 생각보다 뿌얬다. 저게 안개야 눈이 쌓인 거야…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창가랑 먼 자리에 앉아 의사 선생님이 어떤 감기든 2분만에 낫게 하는 세기의 명의이길 기도해야겠다. 모란은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세뇌하다 보니 그새 좀 괜찮아졌는지 어쩐지 아까보다 조금 따뜻한 것 같았다. 스마트로토무로 메시지가 여러 통 왔지만, 병원에 도착하고 받기로 했다.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어떻게든 사정을 설명하면 누군가는 화내도 결국 그런대로 받아들일 테니까. 신뢰란 다른 게 아니고 바로 그런 거였다. 모란은 웃었다. 그냥 재밌어서 웃음이 나왔다. 모든 게 아무렇게나 굴러가고 엉망진창이어도, 그저 지금 친구들과 함께하는 이 순간이 즐거우니까. 그걸로 충분하니까.
고마워, 얘들아. 이렇게 바로 연락 안 해도 되는데, 사랑해….
역시 감기에 제일 효과적인 건 너희의…
사용한 BGM / 그랬지!! - 죽순소년(vo. 하츠네 미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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