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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한 갈래 길

“목호 씨! 여긴 어쩐 일이세요?”

“황토마을에서 배지를 따고 슬슬 얼음샛길을 통과했을 거 같아서 말이다. 마중 나왔는데, 타이밍이 좋군.”

망나뇽이 우렁차게 울었다. 목호가 망나뇽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타라, 데려다주지.”

*

세 사람은 순식간에 금빛시티에 도착했다. 솔직히 제노는 이번 일엔 끼고 싶지 않았으나, 목호의 망나뇽을 탈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긴 싫었다. 역시 드래곤 타입은 멋있다, 응.

안정적으로 금빛시티까지 태워다 준 망나뇽을 제노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쓰다듬었다. 망나뇽이 눈을 감고 제노의 손에 머리를 부벼왔다. 귀여워…! 영원히 망나뇽을 쓰다듬을 뻔했던 제노가 정신을 차리고 목호에게 물었다.

“목호 씨도 라디오타워에 들어가실 건가요?”

“음, 그러면 좋겠지만….”

목호가 말을 멈추고 주변을 살폈다. 라디오타워가 아닌 곳에서도 로켓단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금빛시티 전체가 로켓단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상황에서 목호는 너무나도 눈에 띄었다. 망나뇽에 펄럭거리는 망토, 누가 봐도 나 챔피언이오- 하는 행색이었기에.

“양동작전으로 가지. 내가 로켓단원들을 쓰러트리며 타워의 반대쪽으로 시선을 끌 테니, 너희는 그 틈에 타워 안으로 들어가라.”

“체, 당신 말을 따르긴 싫지만, 이번만은 협조해 주지.”

“감사해요 목호 씨.”

여전히 싸가지 없는 실버의 말에도 목호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참된 어른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제노는 실버를 끌고 라디오타워의 입구가 잘 보이는 골목으로 숨어들었다.

잠시 기다리자,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무슨 일이야!”

“저쪽에서 누군가 우리 단원들을 차례대로 쓰러트리고 있어!”

“뭐야? 겁도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뭐 하는 녀석이야!”

“검은 망토에 망나뇽, 챔피언이다!!”

로켓단원들 사이의 웅성거림이 커졌다. 이윽고 한 녀석이 소리쳤다.

“젠장, 안 되겠어, 챔피언이 이쪽으로 오지 못하게 막는다!”

“뭐어? 그럼 입구를 지키라는 명령은?!”

“그거쯤이야 너희로도 충분하잖아! 우리는 챔피언을 막으러 간다!”

타워 근처에 모여있던 인원이 우르르 빠졌다. 남은 인원은 둘. 제노가 후드를 벗어서 안에 피카츄가 들어가게끔 했다. 대신 모자를 제대로 고쳐 쓰곤, 골목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여기서 잠시 기다려.”

“뭐? 당신 어쩌려고 그래!”

“그냥 보고 있어.”

제노는 입구의 두 사람을 향해 뛰어갔다. 그리고 외쳤다.

“저기요! 구급차 불러주세요 구급차!”

“엥? 너, 너는 뭐야!”

“구, 구급차는 왜?!”

왜긴 왜야, 너희들이 타야 하니까 그렇지! 두 조무래기의 얼빵한 질문에 답한 제노가 한 놈의 멱살을 잡고 그대로 땅에 업어쳤다. 큰 충격과 함께 로켓단원 하나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너, 너 이 자식- 으악!!”

나머지 한놈은 제노의 뒤를 덮치려다, 후드 속에서 튀어나온 피카츄에게 명치를 부딪혔다. 제노는 기절한 두 녀석의 뒷덜미를 잡고 건물 뒤로 끌고 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버렸다. 손을 탁탁 털며 돌아와서는 실버에게 말했다.

“가자.”

“….”

“… 옷까지 뺏어 입을까?”

“싫거든!”

기겁을 하며 실버가 소리쳤다. 나는 알몸인 사람들을 건물 뒤편에 버려두는 짓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아! 제노는 아쉬움을 숨기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암살게임의 주인공이 된 것 같고 좋았는데 말이야.

백화점의 안으로 들어서자 겁에 질린 직원 몇몇과 역시나 로켓단원이 둘 보였다. 그 둘은 라디오타워 상층으로 가는 계단을 막고 있었다. 이번에도 제노가 처리하려던 찰나, 실버가 한 발짝 빠르게 나섰다.

“뭐야, 심향이잖아?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실버의 말에 로켓단 조무래기 중 한 명이 황급히 새카만 모자를 눌러썼다. 모자 아래로 보이는 당황한 얼굴, 심향이었다.

“설마 너… 어처구니가 없군, 그런 차림은 그만둬!”

“우, 우와악, 실버 너야말로 뭐 하는 짓이야, 그만해! 누나가 보고 있잖아!”

내가 보면 안 되는 걸까…. 실버로 인해 일어난 갑작스러운 심향의 탈의 쇼에 제노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둘이서 한참 실랑이를 하는 소리가 들리고, 제노가 다시 보았을 때 심향은 평소의 복장으로 돌아와 있었다.

“뭐, 뭐야? 너 신입이 아니었- 크억!”

피카츄의 공격으로 인해 진짜 로켓단 조무래기는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제야 두 사람은 정신이 좀 들었는지, 엉겨 붙어 싸우던 것을 멈추고 거의 동시에 서로를 밀어냈다.

“쳇, 실버 너 때문에 내 작전이 다 소용없어졌잖아!”

= 실버 너를 여기서 다시 만나다니, 너무 반갑다!

“변장해서 숨어들어 가다니… 흥! 약한 녀석이나 생각할 듯한 수법이군.”

= 심향 너, 이런 위험한 곳에 잠입하면 어떡해!

심향과 실버가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여전히 기운이 넘치는구나. 약 10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라이벌들의 대화를 번역한 제노가 사이좋은 둘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저기, 둘이 대화하는 것도 좋은데, 계속 여기 있을 거야? 소란을 듣고 다른 놈들이 몰려올 거야.”

흥! 쳇! 그제야 다툼을 멈춘 두 사람이 동시에 서로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제노는 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상황을 정리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어쩐지 슬프게 느껴졌다. 이상하다, 몇 년 전에도 이런 역할이었던 것 같은데….

“일단 로켓단이 막고 있던 위층으로 진입하자. 녀석들이 무슨 속셈인진 모르겠지만, 안에 다른 사람들이 더 남아있을 거야. 그들을 구해야만 해.”

“들었지? 놈들을 막는 건 내가 할 테니, 너는 뒤에서 따라오기나 하라고.”

“뭐라고?”

그새를 못 참고 심향을 도발한 실버가 나약한 녀석은 보고나 있으라며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심향이 곧장 그 옆에 따라붙으며, 안 그래도 좁아 보이는 계단이 가득 찼다.

“밀지 마!”

“너나 밀지 마, 멍청아!”

“뭐야?!”

… 제노는 조금 거리를 두고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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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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