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P

牲=逸

우정도 사랑이고 스타단은 하나다

BGM/ Subtitle-cover by Dazbee(원곡: Official히게단dism)

모란아! 일어났어?

방 밖에서 자신을 크게 부르는 소리에 모란은 들고 있던 스마트로토무를 떨어트릴 뻔한 걸 겨우 붙잡았다. 그는 오늘 니아와 약속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일어나기 너무 귀찮았던 나머지 그냥 일어났어. 라고 대답한 채로 아무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제서야 그의 방문이 덜컥 열리고 갑작스레 불빛이 안으로 새어들어왔다. 모란은 앞을 보기 힘들어 눈을 감았지만 니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게로 다가가 커튼을 걷고 덮고 있던 이불을 들췄다.

“눈만 떴다고 일어난 게 아니지?”

“나한테는 이게 일어난 건데?”

“하여튼 너는…”

“언니야말로 갑자기 왜 그래?”

“스테이크하우스 가자!”

“뭐?”

오늘 생일이잖아. 니아는 그 말을 끝으로 그러니까 빨리 일어나라는 듯 모란에게 곁눈질을 했다. 아침부터 일어나서 웬 스테이크 하우스? 어쨌든 완전히 잠이 깼으니 다시 자기는 힘들어 그는 미적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벌써부터 키르쿠스마을로 갈 준비가 완전히 끝났는지 니아의 옷은 평소의 배로 두꺼웠다. 아, 그러고 보니 키르쿠스는 일 년 내내 눈으로 뒤덮여 있지. 하마터면 잊고 지낼 뻔했다. 모란은 옷장에서 익숙한 기모후드를 꺼냈다.

“오늘 생일이잖아? 언니가 살게!”

“그건 좋은데, 생일파티는 이따 저녁에 가족끼리 하기로 했잖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오랜만에 자매끼리 오붓하게 밥 한번 먹으면 좋잖아?”

“오붓하게…?”

“태클 걸지 마.”

“아, 예.”

니아가 또 똑같은 옷이냐고 옆에서 괜히 한마디 하는 걸 무시하고 모란은 회색 기모후드를 챙겨입었다. 키르쿠스마을… 오랜만이네. 공중날기택시를 타고 키르쿠스마을로 가면 급격히 추워지는 순간부터 곧 목적지임을 알 수 있다. 처음 그리로 향했을 때 모란은 내리는 눈에 잠시 눈을 감기도 했지만. 언젠가부터 눈이 눈 앞으로 들이닥쳐도 절대 일부러 눈을 감지 않았다. 밑을 내려다보면 조금 무섭긴 해도 아름다웠기에. 이렇게 경치가 좋은데 눈을 감고 있는 건 손해잖아.

니아의 뒤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는 와중 모란은 니아의 살짝 열린 방문 틈 사이로 무언가를 보았다. 저건 공중날기를 하면서 봐도 이브이 인형이잖아. 그냥 이브이도 아니고 거다이브이 인형이었다. …모른 척 해줘야겠지? 하여튼 언니도 참 결정적인 데에서 치밀하질 못하다니까. 저녁에 있을 생일파티에 자기 몸집만한 이브이 인형을 갖고 나올 니아를 생각하니 모란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다녀올게! 다녀올게. 갑작스러운 외출에도 웃으며 다녀오라고 하는 가족을 뒤로 하고 둘은 공중날기택시에 탑승했다. 그러고 보니 가라르에서 공중날기택시를 타는 것도 오랜만이네. 모란은 가만히 문 쪽에 몸을 기댔다. 차갑지만 기분 나쁘지 않은 바람이 온몸에 스쳤다.

*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게 날아 도착한 키르쿠스마을은 놀랍도록 그대로였다. 스타디움도, 영웅의 탕도, 이오니아호텔도, 물론 스테이크하우스도. 하긴 계절도 바뀌지 않는데 쉽사리 다른 게 바뀔 수 있을 리가 없겠지. 모란은 제자리에 서서 마을을 한번 빙 둘러보았다. 언제 와도 눈이 내리는 게 꼭 프리지마을 같네… 그러고 보니 처음 싸라기눈이랑 진눈깨비 초밥을 포장하러 프리지마을에 잠깐 들렀을 때도 같은 생각을 했었지. 그때는 프리지마을이 키르쿠스마을 같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반대가 되어버린 자신의 사고에 그는 어디서 출발했는지 알 수 없는 그리움을 느꼈다.

“구경은 그쯤 하고 빨리 밥 먹으러 가자! 나 배고파.”

“아, 몇 분 늦게 먹는다고 세상이 무너지나… 아무튼 알았어.”

얼마 걷지 않아 도착한 스테이크하우스는 이른 시간인데도 손님이 꽤 있었다. 오너인 밥이 활짝 웃고 있는 포스터와 벽면에 대문짝만하게 박힌 그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도 여전하네. 가게를 둘러보다 운 좋게 비어있는 구석자리에 둘은 몸을 기대 앉았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별로 들리지 않을 것 같아 모란은 벽 쪽의 자리가 좋았다. 여기 그냥 스테이크 두 개요! 점원이 오지도 않았는데 주방까지 들릴 정도로 니아가 소리쳤다. 그런 니아가 모란은 옛날부터 신기했다. 목 안 아픈가?

“모란아, 생일 축하해!”

“새삼스럽게? 그런 말은 이따 저녁에 해줘도 되는데…”

“모란아! 생일 축하해!!”

“지금 나 놀리려고 이러는 거지?”

말할 때는 목소리가 그렇게 크지 않은 걸 위안으로 삼아야 하나. 장난 반 진심 반인 듯한 표정으로 즐겁게 웃는 니아의 얼굴을 보며 모란은 고개를 저었다. 이 인간을 어떡하면 좋냐.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는 니아가 내심 부러웠다. 활달하고, 잘 웃고, 적당히 그 나이대의 고교생 같은 모습에, 그래… 어디에서든 소외되지는 않을 거 같은… 이 이상의 생각은 그만두자. 안 그래보여도 분명 니아도 그만의 힘듦이 있을 터였다. 그는 항상 밝아 보이면서도 별로 힘든 걸 티내지 않는 언니가 고마웠다. 팔데아에서 떠나기 전까지 그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은 그는 잠시 잊어버린 듯했다.

잠시 저녁에 있을 생일 파티에 대한 사소한 대화가 오고가는 동안 스테이크가 나왔다. 둘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수저를 집어들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가게에서 밥을 먹을 때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음식 맛은… 다행히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잠시 아무 말 없이 식사가 계속되었다. 맛있네… 집밥 아니면 인스턴트, 간식만 매번 먹는 모란에게는 정말 오랜만의 남이 해주는 요리로 하는 식사였다.

‘그러고 보니 테이블시티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도 스테이크를 먹었지.’

양도 많고 맛있는 햄버그 스테이크는 바라토의 간판 메뉴였다. 하도 맛있대서 힘들게 나가서 먹어봤는데 음, 확실히 걸음 수가 아깝지 않은 맛이었어. 자신이 생각하고 자신이 고개를 끄덕이다 그는 갑자기 수저를 멈추고 반절 정도 남은 스테이크가 놓인 접시를 바라보았다. 나… 기껏 집 밖으로 나왔는데도 팔데아 생각만 하고 있구나.

언제부터였을까? 그는 즐거운 생각이 나면 웃다가도 무의식적으로 스마트로토무를 켜다 자신이 스스로 지워버린 스타단 친구들의 연락처를 떠올리곤 슬퍼졌다. 그래. 지금은 이 즐거움을 나눌 친구들이 없지, 참… 그렇게 다시 허망한 마음으로 스마트로토무를 끄고 추억에 잠기는 것이 가끔의 일상이었다. 그때의 생각에 잠시 멈춰있는 모란을 니아는 잠시 가만히 바라보았다.

“후회 안 해?”

“응?”

“집으로 돌아온 거. 아무리 생각해도 학교에 빨리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었어. 친구들이 편해졌으면 했으니까.”

그 결과가 어쩌다보니 그냥 이거였을 뿐이야. 그렇게 말하는 모란의 눈은 고요하고 말투는 너무나도 담담해서 니아는 이럴 때면 모란이 자신이 알던 동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뒹굴거리다 누가 나오라고 하면 괜히 투덜대던 그 모란이 맞나? 항상 그 친구들 얘기를 하면 갑자기 이렇게 변한단 말이지. 그는 모란이 말하는 ‘친구들’이 정확히 그에게 어떤 무게인지는 잘 몰랐으나 같이 짊어져야 했던 모든 일을 혼자 견디고자 했다는 것 정도는 그의 말에서 알 수 있었다. 그렇게나 소중했어? 니아는 모란이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가 말했던 집으로 돌아오게 된 이유를 아직도 기억한다. 희생이라는 단어와 너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줄 알았는데. 내 착각이었던 걸까….

“정말 편해졌을까?”

“당연하지. 이제는 학교도 다니고 잘 지낼 거라고.”

“근데 네가 없잖아. 그 애들은 소중한 친구를 잃어버렸는데….”

“…그럼 내가 어쨌어야 했는데?”

“아, 절대 너를 탓하는 게 아니고 나는 그냥…”

“그냥?”

“네가 보고 싶어하는 만큼 친구들도 너를 보고 싶어할 테니… 솔직하게 편하게 지내지만은 않을 거라 생각했어.”

“무슨 말인지 알겠지만, 다시 돌아간대도 난 똑같이 할 거야. 내가 달아났다 생각해도 상관없으니까.”

결국 얼굴도 마주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떠난 것에 대한 죄책감은 모란에게도 있었다. 그래도 저울에 고통의 무게를 달자면 남들에겐 똑같은 무게를 가진 추래도 자신 쪽으로 기울었으면 했다. 자신이 보고 싶더라도 스타단을 계속하게 둘 수는 없었다. 그거야말로 계속 소중한 친구들에게 불안투성이인 길을 걷게 하는 거나 다름없었기에. …그리고 어차피 나는 돌아갈 거니까. 그는 그때 가서 어찌 되든 좋으니까 꼭 다시 만나서 사실을 털어놓으리라 마음먹었다.

니아는 입을 굳게 닫은 모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모란은 니아의 말에 화난 게 아니었다. 그는 순간 니아의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자신을 견딜 수 없어졌다. 당장 친구들이 괜찮아지는 것만 생각한 나머지 자신이 없어졌을 때 그들이 어땠을지를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걸지도… 아냐. 그는 스스로 생각하고 다시 강하게 부정했다. 아무리 내가 갑작스레 떠났을 때 받을 충격이 크다고 해도 스타단 활동 때문에 벌을 받았을 때보다 불행해질 리는 없다. 결국 저울에 무언가를 매다느냐가 아니라 저울이 원래부터 얼마나 기울어져 있었는지가 결정짓는 싸움이었다.

“모란아…”

“아냐, 어떤 마음으로 그랬는지 충분히 이해했어. 그냥 잠시 친구들 생각을 했을 뿐이야.”

그 말에 니아가 더 걱정스러운 얼굴로 변한 것 같아 모란은 잠깐 후회했다. 내가 따졌을 때보다 이해했다는 말을 할 때 더욱 심각해지는 언니라니. 모란은 그런 니아를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모르면서 잘 알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가 말과 행동에 잘잘못부터 따지고 드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모란은 잘 알고 있었다. 이럴 때 모란은 친구처럼 서로 투닥거리다가도 니아가 확실히 언니라고 느끼곤 했다. 어떤 자신과 반대되는 말을 하더라도 일단 자신에 대한 걱정에서부터 출발했으니까.

침묵도 잠시 어느덧 평범한 한 때처럼 돌아온 분위기에 다시 실없는 대화가 이어졌다.

“그러고 보니 친구들에게 오늘이 생일이라고 말했어?”

“아, 아니?”

“왜? 너는 다른 친구들 생일 축하해줬다고 그랬잖아?”

“…나도 잘 모르겠네. 내가 왜 그랬더라?”

나에 대해 알려지는 게 싫어서? 그때 무슨 이유가 있었는지 기억이 정확히 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진짜 나만 생일을 안 알려줬구나. 생일도 모르는 친구 사이라니 조금 우스웠다. 아무리 방 밖이 무서웠다지만 정말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게 한 게 맞았을까? 그 생각만큼은 머리에서 금방 떨쳐지지 않았다. 어쩌면 언제나 나에 대해 궁금해하고 하나라도 더 알았으면 했을 수도 있는데. 결국 자신은 그들을 알기 전부터 모든 걸 알고 있었고 친구들은 자신이 없어질 때까지도 아는 게 없었다. 이건 저울이 기울어진 게 아니라 아예 한쪽에는 애초에 추도 올릴 수 없도록 받침을 빼버린 꼴이잖아.

“…해줄걸.”

“응? 뭐라고 했어?”

“하다못해 내 생일이 언제인지라도 말해줄걸….”

난 뭐가 그렇게 알려주기 싫었던 걸까? 자신도 알 수 없는, 어디서부터 차오르는지도 모르는 울렁이는 감정에 모란은 고개를 푹 숙이고 질끈 눈을 감았다. 그는 자신이 헤어지기 전 한 말을 기억했다. 자신을 만난 적도 없는데도 친절하게 대해줬다는 말. 자신이 했던 일을 생각해보면 무조건적인 믿음에 준 무조건적인 애정과도 같았지만, 믿음을 준다고 그 답이 꼭 애정으로 돌아오리라는 법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은 항상 그랬지. 그제서야 모란은 자신의 선택이 바뀌지 않을 거란 말과는 별개로 니아가 한 말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았다. 결국 이 대화에서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각자가 판단한 기울기가 다를 뿐이다.

“모란아, 괜찮아?”

“응.”

“이러려고 밥 먹으러 온 건 아니었는데.”

“아냐, 됐어. 오히려 언니 덕분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 같기도 해.”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네!”

다시 웃음을 되찾은 니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모란도 살짝 미소지었다. 모란은 마냥 즐거울 때보다도 이럴 때 니아와 자신이 진짜 자매임을 느꼈다. 계속 서로 웃기만 하는 게 진정한 애정일 리 없었다. 웃다가도 싸우다가도 다시 웃을 수 있는 게 애정이지. 그러니까 지금 친구들과 멀어졌대도, 서로에 대한 마음만 같다면 분명 다시 웃을 수 있을 거야. 그는 언니로부터 다시 친구들을 향할 마음의 방향이 어때야 하는지를 깨달았다. 고마워, 언니. 근데 놀릴 게 뻔하니까 지금은 굳이 말하지는 않을게.

*

그날 밤 모란은 꿈을 꾸었다.

모란아! 생일 축하해!

축하한다고!

…축하는 해줄게.

정말 축하하오!

생일 완전 축하해!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져 갔다. 안돼, 떠나지 마… 그건 자신이 친구들에게, 친구들이 자신에게 하는 말 같기도 했다. 만나고 싶다, 비록 나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고 해도. 그러니까 다시 만나면 어떻게 되든 이 말만은 꼭 전해줘야지.

보고 싶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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